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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27 대박! (27/215)

  기계신과 함께 027 대박!

  김태나는 멀찍이서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대박 특종감이었다.

  한서후의 활약에 뒤이은 괴물의 등장.

  그리고 위기!

  하지만 무엇보다 값진 것은 따로 있었다.

  혜성처럼 나타나 한서후를 구하고 괴물을 처치해 버린 의문의 각성자를 영상에 담았다는 것이다!

  '근데 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인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저 각성자가 왠지 눈에 익었다.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쫓고 있던 그 각성자하고 비슷한데? 분위기도 그렇고!'

  그때 찍은 사진을 비교해 봐야 확실해지겠지만 왠지 느낌이 저 사람 인 것 같았다.

  꽤 화질이 좋게 찍혔으니, 잘하면 저 사람의 신원을 밝혀내는데 아주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

  '좋아, 대충 마무리했으니 저장!'

  그녀는 촬영을 마치고 동영상 저장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띠롱!

  -용량이 가득 차 저장할 수 없습니다.

  이런 메시지가 뜨며 동영상 촬영 앱이 종료되고 말았다.

  "뭐? 아, 안돼!!!"

  김태나는 비명을 지르며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혹여 남은 영상의 부스러기라도 건져보고자 하는 처절한 몸부림!

  그러나 안타깝게도 영상은 김태나의 덧없는 비명처럼 허공 어디론가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이럴 수는 없어!!"

  김태나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울부 짖었다.

  평소 틈틈이 용량 체크를 하며 동영상과 사진을 지워주고는 했는데, 요 며칠간 그 각성자를 쫓아다니다 보니 용량 체크를 소홀히하게 됐고, 그것이 그만 이런 참사를 부르고 말았다.

  '이럴 수가…….'

  그녀 나름대로 목숨까지 걸고 촬영 한 영상이 이렇게 덧없이 사라져 버리자 힘이 쭉 빠져 버렸다.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그녀는 이내 벌떡 일어나며 의지를 다졌다.

  분명 어딘가에 자신처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랐다.

  '이렇게 앉아만 있을 수는 없어!'

  주변을 수소문해 쓸만한 영상을 찾고, 무엇보다 저 각성자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따야 했다!

  그녀는 눈을 빛내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한서후와 다른 한 명의 각성자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 * * '여기 있군.'

  나는 엘리멘탈 골렘이 사라진 자리에서 푸른색 구슬을 주워 들었다.

  던전 내에서 이것을 습득했다면 시스템 메시지가 들려왔겠지만, 지금은 어떠한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나는 내 손에 들린 푸른색 구슬을 [하늘의 눈]으로 살펴보았다.

  -이름 : 마력석 -특징 : 수속성 [하늘의 눈]의 능력치가 낮아 아직 이 정도밖에 안 보인다.

  답답해서 안 되겠다.

  쓸 곳이 있어서 그동안 아끼고 있던 카르마 포인트를 [하늘의 눈]에 조금 투자했다.

  이 정도는 괜찮으리라.

  -이름 : 마력석 -특징 : 수속성 -희귀도 : 레어 [하늘의 눈]의 등급이 올라 아이템 정보가 더욱 자세히 보인다.

  '오, 레어라니 꽤 괜찮군.'

  꽤 괜찮은 아이템을 떨어뜨려 줬다.

  마력석은 내가 아까 사용한 마총같은 마법 아이템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아이템으로, 마법 문명이 들어서면서 유용한 자원이 될 아이템이었다.

  내가 그것을 챙겨 들 때 한서후가 다가왔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서후가 밝은 얼굴로 웃으며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 신경 쓸 것 없어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저으며 뒤로 점프해 그와 거리를 벌렸다.

  "그럼 이만!"

  "네?"

  뭔가 나랑 대화라도 하고 싶었는지 한서후가 깜짝 놀라 손을 뻗었으나 나는 이미 멀찌감치 멀어지고 있었다.

  괜히 이곳에 오래 있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얼굴 팔리며 발목 붙들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돼!!! 기다려!!!!"

  그때 어떤 이상한 여자가 달려오며 부르짖는 것이 보였지만 별문제는 없을 것 같다.

  나는 속도를 더해 사건 현장을 훌쩍 떠나갔다.

  * * * 그날 저녁 나는 기사를 확인했다.

  [북두그룹, '이지스 클랜' 지원 결정]

  [각성자 박용식, 무공 사용자들의 길드 '무림연맹' 결성]

  [바티칸 교황청, '마법 입문' 스킬북 5, 000만 달러에 매입!]

  세상이 아우성치고 있었다.

  굵직굵직한 기사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1위의 그룹인 북두그룹이 최후의 5인 중 우리나라 출신 각성자인 '강하나'가 결성한 '이지스 클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강하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한 각성자로, 그녀의 지휘 아래 앞으로 이지스 클랜은 명실상부한 우리나라 최고의 클랜으로 자리매김 할 터였다.

  무공 사용자인 박용식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 각성자를 대표할 때 빼놓을 수 없게 될 인물로, 그가 결성한 '무림연맹'은 앞으로 우후죽순 생겨 날 무림 방파들에 큰 영향력을 행사 할 길드였다.

  바티칸은 세상에 등장한 '스킬'과 특히 그중에서도 '마법'이란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마법과 관련된 스킬북을 다량으로 매입하는 것을 보면.

  하긴, 아이러니하게도 바티칸은 전생에서도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용 국가였다.

  그리고 기사 헤드라인 중에서는 아까의 사건에 대한 것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심한복판에 몬스터 등장!]

  [검도황제 한서후, 몬스터에게 죽을 뻔하다!]

  [한서후를 구한 의문의 각성자는 누구?]

  기사들에는 짤막한 동영상이 포함 되어 있었는데, 주변 건물 위에서 사람들이 폰으로 찍은 영상인 듯했다.

  영상에는 강도가 한서후에게 쓰러지는 장면부터 시작해서 내가 그를 구하고 엘리멘탈 골렘을 쓰러뜨리기 까지가 전부 촬영되어 있었다.

  너무 멀리서 찍어서 그런지 다행히 내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아직 대중에게 얼굴이 밝혀지면 별로 좋을 게 없었는데, 다행이다.

  기사에는 엘리멘탈 골렘을 해치운 사람에 대한 댓글이 가득했다.

  각지에 던전이 열리기 시작한 지 이제 2주 정도가 지난 지금, 보스 몬스터를 저렇게 손쉽게 잡을 수 있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저 사람 누군지 아는 사람? 무진장 세네.

  -저 각성자 총 들고 싸우는 거 맞죠?

  -그렇게 보이는데요? 근데 뭔 저리 작은 총으로 저렇게 큰 몬스터를 잡냐?

  -겁나 멋있게 피해 다니네. 듣자 하니 이지스 클랜 소속 랭커라 하던데.

  -그거 헛소문임. 내가 아는 형이 이지스 클랜인데 저런 사람 없다고 함.

  -말로는 우리 할머니도 이지스 클랜 소속이다!

  -누가 제대로 된 정보 좀 가져와 봐!

  기사에는 한서후의 인터뷰 영상도 있었다.

  "하하, 이거 참 난감하네요, 저도 그분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데. 제가 아는 거라고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각성자라는 것 정도?"

  "그 정도면 얼마나 뛰어난 건가요?"

  "음,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생명의 은인님. 혹시라도 이 인터뷰 보시면 꼭 연락 주세요. 후사 하고 싶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이제 이 던전 저 던전을 다니며 꿀이란 꿀은 다 빨아먹을 텐데, 괜히 누가 따라다니다 이상한 점이라도 눈치채면 곤란하다.

  "……이상 민주일보기자 김태나였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람이 어디서 본 여자다 싶더니, 아까 한서후와 헤어질 때 절규하면서 나한테 뛰어온 여자였다.

  '기자였네. 얽히지 않길 잘했군.'

  역시나 느낌이 별로더라니 기자였다.

  나는 뉴스검색을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가봐야겠군.'

  기다리고 기다리던 던전이 등장할 시간이 다 되어간다.

  지금 나가면 시간에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다.

  그 누구에게도 양보하면 안 되는 던전이니만큼, 던전이 열리자마자 들어가는 것이 중요했다.

  "슈리, 이제 가자!"

  [마스터, 이것만 보게 해주십시오.]

  "안돼. 그거 일시정지 되니까 돌아와서 봐."

  [마스터, 잠깐만요!]

  "왜."

  [그럼 이 장면만, 이 장면만 보고 가게 해주십시오.]

  "아, 뭔데 그래?"

  꽤나 다급하게 들려온 슈리의 목소리에 뭘 보길래 그러나 했더니 '태양의 후손'이라는 드라마였다.

  나도 본 드라마였다.

  화면에는 수술실이 배경이었는데, 한 군인 무리와 경호원 무리가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그중 군인인 남주가 여의사인 여주에게 물었다.

  -살릴 수 있어요?

  -……네, 살릴 수 있어요.

  잠시 긴장 어린 침묵.

  -……그럼 살려요!

  군인 남주가 이미 총을 겨누고 있던 경호원 대장에게 마주 총을 겨누며 의사인 여주의 앞을 가로막았다.

  수술실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수술을 허락하지 않는 경호원들과 어떻게든 생명을 살려보려는 남녀 주인공의 첨예한 대치!

  총이 발사되어 피가 흐를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

  "……그래, 이 장면이면 궁금해할 만도 하지."

  확실히 클라이막스인 부분이었다.

  [그렇죠, 마스터? 그럼 계속 봐도 되겠습니까?]

  "그래……라고 해주고 싶지만 안돼. 지금 안 나가면 늦어. 자, 가자~!"

  [아, 안돼!]

  손발이 있었다면 몸부림쳤겠지만 안타깝게도 슈리는 손발이 없었다.

  나는 반항조차 못하는 슈리를 집어 들어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집을 나섰다.

  * * * 나는 서울의 한 야산을 오르며 생각했다.

  '처음 무공을 배울 때가 생각나는 군.'

  전생에서 내가 무공을 익히게된 것은 던전이 등장하고도 몇 년이 지난 후였다.

  당시 나는 내가 가진 고유 스킬에 맞는 던전인 현대 장르의 던전에만 집중해 스킬의 능력치를 키워오고 있었다.

  그러나 성장하면 할수록 크게 느껴지는 무공 사용자와의 격차에 뒤늦게나마 무공 스킬을 구해 익히게 되었다.

  던전시대의 초기에는 각자 자기가 주력으로 하는 던전만 공략해도 큰 지장은 없었다.

  나 또한 현대 장르의 던전만을 개척하며 무공 따위는 안 익혀도 된다는 마인드였다.

  그러나 던전들이 진화하기 시작하며 혼합 장르의 던전이 등장하고, 각성자끼리 싸우게 되는 아레나형 던전이 등장하게 되면서부터 각성자 들끼리의 충돌은 커져만 갔다.

  그 와중에 두각을 나타낸 것이 바로 무공 사용자들이었다. 그들은 강력한 육체 능력과 내공을 바탕으로 타 각성자들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당시 서로 다른 장르의 각성자들끼리 숱하게 부딪치며 무공의 효용성을 깨달은 각성자들이 너도나도 무공을 구해 익히게 되면서 무공 스킬 북에 프리미엄이 붙는 지경까지 갔었다.

  던전에 들어가 무공을 익히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때는 던전의 수준 자체가 현격히 올라간 상태라서 이전에 무공을 익히지 않은 자가 무협 던전에 들어가 주력 스킬이 봉인되었다가는 칼 맞아 죽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어마어마한 값을 치르고 언커먼 등급의 무공 스킬을 구해 익혔었다.

  나도 어디 가서 그렇게 빠지지 않는 각성자였는데도 불구하고 구할 수 있는 스킬북이 고작 레어의 아래인 언커먼에 불과할 정도로 무공의 품귀 현상은 대단했었다.

  그래서 더욱더 이 기회를 놓칠 수가 없었다.

  지금 내가 얻으려는 무공은 예전에 익혔던 언커먼 무공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찾았다."

  내 눈앞에는 방금 전에 생긴 따끈 따끈한 던전의 입구가 내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던전 입구는 마치 해태처럼 생긴 동물이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스킬 [하늘의 눈]을 이용해 던전 정보를 파악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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