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신과 함께 016 -공간이동.
"공간이동 스킬이라니……."
물론 자세한 성능은 스킬북의 내용을 살펴봐야 알겠지만, 쿨타임과 이동 거리가 좀 짧아도 활용하기에 따라 공격 또는 회피에 엄청난 효율을 발휘하는 스킬.
이전 세계에서도 내가 알기로 익힌 사람이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던 초희귀 스킬북이었다.
"땡잡았구만."
나는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살펴보기로 하고 일단은 바지 주머니에 스킬북을 넣어뒀다.
이것까지 내가 얻은 스킬북이 총5개인데, 이게 어떻게 모두 바지 주머니에 들어가냐고?
스킬북은 그 자체에 특별한 보관 기능이 있어서, 주머니에 들어가는 순간 마치 도라에몽의 4차원 주머니에 물건을 넣듯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원할 때는 언제든지 꺼낼 수 있다.
나도 어떤 원리에서 그렇게 되는지는 모른다.
다만 많은 각성자들이 던전을 드나 들며 알게 된 기능이었다. '현대' 던전만이 가지는 또 하나의 신기한 히든 피스라 할 수 있었다.
"근데 어떻게 된 거야?"
나는 트리슈라에게 물었다.
[뭐가 말씀이신지요?]
"총기 변신."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습니다만, 제 파편이 총에 닿는 순간, 그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스마트폰이랑 합쳐질 때처럼 이번에도 그냥 될 것 같아서 했단다.
"그것참, 알다가도 모르겠군. 좋은 일이긴 하지만."
앞으로 이 능력을 자유자재로 활용 할 수만 있다면 다른 던전 공략에도 엄청난 힘이 될 터였다.
"근데 어떻게 작동시키는 거야?"
[그건 저도 잘……. 지금은 가능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지금은 불가능하다고?"
[예, 총기를 다른 종류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느낌이 안 듭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해 봤다.
그리고 아무래도 내 상태를 한 번 들여다봐야 할 것 같은데.
"음…… 이걸 어쩐다."
상태창을 확인하려면 스마트폰 같은 GUI 기반 디스플레이 기기가 있어야 했다.
그러나 내 스마트폰은 이 구역의 미친년에 의해 박살이 난 상황.
나는 조각이 난 스마트 워치의 조각을 만지작거렸다.
[마스터, 스마트 워치 조각에 저를 갖다 대주십시오.]
"응?"
[어쩌면 복구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나는 트리슈라의 말대로 스마트 워치의 조각을 트리슈라가 깃든 BB탄 총에 갖다 댔다.
그러자, 위잉- 망가진 조각이 스스로 형태를 변환 시켜 작은 스마트폰의 형태로 변했다. 그 크기가 꼭 내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 조각만큼의 크기였다.
"후우~ 이것도 마나 소모가 좀 있는 듯하네?"
레일 건을 사용한 후의 마나 고갈 상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었는데, 지금 마나량이 다시 밑바닥까지 내려간 느낌이 들었다.
[스마트폰의 핵심적인 부품은 가지고 계셨던 조각에 모두 담겨 있었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 하실수 있을 겁니다.]
"오케이."
나는 바로 스마트폰을 실행해 '나의 상태' 앱을 실행했다.
이름 : 신무결 스테이터스 : [체력 34/100]
[근력 27/100], [민첩성 38/100], [마력 35/100]
고유 스킬 : [디바이스 컨트롤37/100]
[배틀 센스 35/100]
[마스터피스 2/100]
카르마 포인트 : 5, 345
"역시!"
나는 손가락을 땅 튕겼다.
[뭘 좀 알아내신 겁니까?]
"봐봐, 슈리. 마스터피스 스킬이 2 로 올랐잖아."
고유 스킬 [마스터피스]의 능력치가 1에서 2로 올라 있었다.
"네가 총기 변신을 '지금은 할 수 없다'고 했지? 거기서 힌트를 얻었어."
[어떤 힌트요?]
"그 말은 곧 나중에는 또 다시 가능 할지도 모른단 소리겠지? 총기 변신을 스킬이라 생각한다면, 그게 바로 '쿨타임'이잖아. 그리고 내 마나가 빠져나가는 것도 그렇고, 딱 스킬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혹시 내가 모르는 내 고유 스킬인 [마스터피스]가 발동된 건 아닌가 했어."
[와…… 마스터, 역시 보기와는 달리 똑똑하시군요.]
"나 참, 슈리. '보기와 같이' 똑똑 하다고 해야지."
나는 슈리와 투닥거리면서 마지막 층인 6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 * * 드디어 마지막 층, 6층이었다.
6층은 백화점의 명품관.
명품들만을 모아놓은 장소인 만큼, 면적이 다른 곳보다 훨씬 적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조차 단 하나.
나는 5층의 남은 좀비들을 모두 청소하며 그 하나의 에스컬레이터를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나는 6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6층 입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너무나 흉흉했기 때문이다.
내 직감이 말했다.
올라가자마자 6층의 이 백화점의 최종 보스를 볼 수 있을 거라고.
"딱…… 딱 얼굴만 보고 나오자."
[겁나십니까, 마스터?]
트리슈라가 놀린다.
"그게 네가 할 소리냐?"
5층 마더 앞에서 내 머릿속이 터져라 비명을 지르던 녀석이 뭐 어쩌고 저째?
"그리고 이건 조심하는 거야. 까딱 잘못했다간 탈출도 못하고 잡아먹히는 수가 있으니까."
[그렇게나 준비했는데도 말입니까?]
아닌 게 아니라 나는 6층의 마더를 상대하기 위해 무려 남은 8시간중 4시간을 투자했다.
이 백화점에 있는 좀비는 이제 씨가 말랐다.
덕분에 처음 던전에 들어서서 얻은 포인트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의 포인트를 벌어들일 수 있었고, 포인트는 곧 내 능력치로 치환되었다. 무장 또한 빵빵했고.
"유비무환, 준비는 아무리 해도 모자란 법이야."
[맞는 말씀이십니다만 지금은 그냥 무서워 하시는 것 같은데요.]
"아니야, 아니라니까."
[맞는데요.]
이게, 아니라니까! 두고 보자. 넌 나가서 공포영화형(刑)에 처한다.
나는 드디어 에스컬레이터를 올라6층에 발을 내디떴다.
6층의 모습은 이제까지 지나온 다른 층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충격적이었다.
나는 그 감상을 입으로 내뱉었다.
"끔찍하군."
바닥부터 벽, 천장에 이르기까지 점막, 혹은 살덩어리처럼 보이는 이상한 유기물(有機物)로 뒤덮여 있었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보라색, 보라색, 보라색.
보라색의 풍경뿐이었다.
[으으, 마스터.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습니다.]
트리슈라도 무서운지 침음을 흘렸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명품관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화려한 샹들리에만은 점액으로부터 자유로워 6 층 내부를 은은하게 밝혀주고 있었다는 것.
나는 그 중앙에서 6층의 마더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남성체로 보이는 창백한 좀비.
놈에게는 특이하게 구속복으로 보이는 옷이 입혀져 있어서 팔이 몸통에 X자로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근데 정말 특이한 건 그게 아니었다.
놈의 하체가 바닥의 점액질에 동화 되어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
난리 났다.
보통 던전의 몬스터, 특히 보스급에 가까운 네임드 몬스터일수록 구속이나 제약에는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능력이 주어진다.
저놈은 한자리에 고정되어 있는데 다 움직이지 못한다.
더군다나 팔도 못 쓴다.
그 말은 곧, 번쩍.
놈이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나를 발견했다.
오싹하게도, 눈은 핏빛처럼 붉은색이었다.
[끄음-]
트리슈라가 비명을 지르려다 참는 것이 느껴졌다.
내 전투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사방의 점액질이 꿈틀 거리며 기다란 촉수들이 튀어나온다.
더 큰 문제는, 5층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가 점액질에 의해 천천히 메워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에스컬레이터 쪽으로 온 힘을 다해 뛰었다.
느낌이 왔다.
지금 여기서 나가지 않는다면, 나는 죽는다.
바닥에서 내 발목을 감아오는 촉수들을 총으로 날려 버리며, 나는에 스컬레이터의 구멍으로 몸을 날렸다.
사방에서도 촉수들이 날아오고 있었는데, 간신히 구멍이 닫히기 전에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대로 그냥 나가면 섭섭 하지.'
나는 구멍으로 몸을 날리며, 공중에서 몸을 틀었다.
'첫인사는 해야 예의.'
나는 동방예의지국의 신사답게 양 손의 BB탄 총을 들어 놈에게 난사 했다.
쾅쾅쾅쾅!
마지막으로는 코일 건으로 마무리.
푸숙- 총알들이 날아갔다.
그리고 놈의 얼굴 앞에서, 그대로 멈췄다.
투투툭.
탄알들이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염력 (念方)이었다.
'……망할.'
나는 또 다시 욕지기를 내뱉으며, 그대로 에스컬레이터의 입구 속으로 사라졌다.
* * *
"흐음……."
나는 던전을 나가기 전까지는 익힐 수도 없는 스킬북들을 앞에 놔두고 고민에 빠져 있었다.
내 눈앞에는 세 권의 스킬북이 놓여 있었다.
-듀플렉스 링크 -꿈의 손길 -공간이동 각각 2, 4, 5층의 마더에게 나온 스킬북이었다.
나는 선택의 기로에서 있었다.
던전 밖으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는 1개의 스킬을 공간이동으로 확정하고 여기서 멈추느냐.
아니면 공간이동을 포기하고 6층의 마더를 공략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