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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13 세상은 지금 난리가 난 상태였다. (1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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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13 세상은 지금 난리가 난 상태였다.

  최초의 던전에 들어간 각성자들이 하나둘 귀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던전에 들어가기 전만 해도 일반인들과 다른 점이라고는 겨우(?) 특별한 초능력뿐이었던 그들은, 던전에 나오고 나서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들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보다 훨씬 강한 육체와 한층 강력한 초능력을 지닌 채 나타났다.

  게다가 그뿐이랴.

  그들 중 대부분이 새로운 초능력을 익힐 수 있는, 이른바 '스킬북'이란 것을 손에 쥔 채 나타났는데, 스킬북은 단숨에 엄청난 가치를 지닌 자원으로 급부상했다.

  던전에서 나온 어떤 각성자가 처음으로 자신이 얻은 스킬북을 경매에 올렸다.

  사용자의 힘과 체력을 일시적으로 강화해 주는 [육체 강화]란 스킬북은 무려 7, 000만 달러라는 미친 금액에 낙찰되었다.

  그리고 밝혀진 사실.

  스킬북은 각성자가 아닌 사람 또한 익힐 수 있다는 것이었다.

  최초의 던전에서 보잘것없는 스킬북 하나라도 가지고 나온 자들은 단숨에 부자가 되어버렸다. 그 보잘것 없는 스킬북 하나라도 사려는 사람이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스킬북과 함께 주목받은 것이 있었으니, 바로 각성자들이 던전에서 들고 나온 '아이템'이었다.

  아이템은 던전 스테이지의 장르에 따라 그 종류가 달랐다.

  그 가치가 가장 낮은 것은 '무협' 장르의 아이템이었다. 여기서는 주로 지금의 과학기술로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는 장검, 도끼 같은 무기 들이 아이템으로 나왔다.

  간혹 뭔가 귀기(鬼氣)가 서린 검이 나 차가운 기운을 품고 있는 구슬 같은 것이 아이템으로 나오긴 했으나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다.

  가장 인기를 끈 것은 '판타지'와 '현대' 장르의 아이템들이었다.

  '판타지' 장르의 던전에서 나온 아이템은 무려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던 힘, 마법.

  그 신비로운 힘을 파헤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과 단체가 너도나도 마법 아이템을 사기 위해 자신들의 재산을 털었다. 과학 말고도 세계의 근원을 파헤칠 또 하나의 길이 발견된 것이다.

  세계의 돈 좀 있다 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종교계에서도 마법 아이템을 구하고자 혈안이 되어 큰 지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장 고가에 팔려나간 것은 마법 아이템이 아니었다.

  세계 유수의 대기업에 가장 주목받은 것은 다름 아닌 '현대' 장르의 아이템이었다.

  지구의 과학기술보다 한발 앞선 기술력의 아이템들.

  특히, 각성자들이 들고 나온 무기들은 지금의 과학기술에서 조금만 연구하면 바로 실용화시킬 수 있을 정도의 무기들이었다.

  100발에 가까운 엄청난 장탄수를 가진 데다, 거의 소형 폭탄급의 탄알을 발사하는 자동권총.

  연사가 가능한 데다가 강철조차 관통하는 강력함을 가진 코일 건. 대상에게 직접적인 상해를 입히지 않고도 무장해제 시켜 버리는 펄스 건 등등.

  현대 장르의 던전에서 나온 무기들은 모두 상용화에 성공하기만한다면 각국의 군사력을 껑충 뛰어오르게 만들 물건들이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세계 힘의 판도를 단숨에 바꿀 만한 아이템들.

  당연히 세계의 다국적 군수기업들은 물론 미국 같은 초강대국의 정부 까지 나서서 이것을 입수하고자 했다.

  중국 같은 공산주의 국가에서는 심지어 무력을 동원해 소유자에게서 아이템을 빼앗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물론 차후에 각성자가 어떤 위상을 지니게 될지 짐작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서, 중국 정부도 이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기는 했지만.

  이 같은 이유들로 인해 전 세계의 이목은 아직 클리어되지 않은 [최초의 던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세계 각지의 최초의 던전에서는 계속해서 각성자들이 나오고 있었는데, 던전에서 늦게 나온 자들일수록 더욱 강력한 스킬북과 진보된 수준의 아이템을 가지고 나왔기 때문이다.

  91명의 각성자가 던전 밖으로 나온 지금, 최고 기록을 세운 자는 소위 '3단계 네임드'라 일컫는 괴물 혹은 인물을 처리하고 나온 자였다.

  반대로 말하면 이들은 던전이제시 한 4단계 네임드를 처리하지 못하고 던전 밖으로 퇴장당한 자들.

  그들조차 엄청난 아이템을 갖고 나왔건만, 그 이후에 나올 자들은 대체 어떤 것을 들고 나올지 기대하며 모두들 침을 흘리며 지켜보고 있었다.

  * * * 나는 네 번째 마더를 처리하고, 날 듯이 지하 1층의 셸터로 내려왔다.

  그리고 한 남학생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남학생은 둘 중에 내가 무전기를 주지 않은 쪽이었고, 사내는 내게 석궁을 겨눴던 놈이었다.

  '환장하겠네.'

  나는 일단 총부터 날리고 봤다.

  탕!!

  총알이 사내 옆 바닥에 튀며 그의 눈앞을 스치고 갔다.

  "헉!"

  그가 남학생의 목에서 손을 떼고 주저앉았다.

  "콜록콜록."

  남학생은 목을 부여쥐며 기침을 해 댔다.

  "지금 뭐 하는 거지?"

  나는 사내에게 차갑게 물었다.

  "아, 아니, 그게…….이년이 자꾸!"

  "넌 됐고, 아저씨, 설명해 주시죠."

  내가 무전기를 건넸던 흰머리 아저씨에게 물었다.

  "후우, 나는 말리려고 했네만 어쩔 수 없었네."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간단했다.

  내가 사라진 후 여학생이 이 사내를 계속 강간마 취급해서 이 사내가 열이 오른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내는 여학생에게 달려들었고, 여학생 곁에 있던 남학생 중 하나가 그를 막는 사이, 다른 하나가 내게 무전을 쳤다.

  내가 왔을 때는 두 남학생 다 이 녀석에게 녹다운된 상태였지만.

  "넌 왜 또 사람 속을 긁고 그러냐?"

  나는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여학생을 바라봤다.

  정황을 봤을 때 아무래도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내가 있는 것을 믿고 사내에게 막 대한 모양이었다.

  "하, 하지만!"

  여학생은 뭔가를 말하려는지 입을 열었다 닫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길이 어느 한쪽을 스치는 것을 보았다.

  일행 중 30대 초반의 여인과 그녀의 아이가 있는 쪽이었다.

  '그렇군.'

  말하려는 게 저 모녀와 관계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내가 없는 사이에 이 사내가 저 모녀에게 무슨 해코지라도 했나 보다.

  나는 사실 확인차 몇 명을 불러 개인 면담의 시간을 가졌다.

  먼저 여학생.

  "학생,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봐."

  나와 여학생은 단둘이 어느 허름한 창고에 들어와 있었다.

  "그, 그게……."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여학생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실은 저 개새끼 있잖아요."

  누굴 지칭하는 건진 단숨에 알겠다.

  "옹, 저놈이 왜?"

  "아무래도 서은이 어머님을 강제로…… 한 것 같아요."

  모녀 중에 아이 이름이 서은이인 모양이었다.

  "서은이 어머님만이 아니에요. 저 개새끼에게 벌써 몇 명이 당했는지 모르겠어요."

  그녀의 말에 따르자면, 저 사내는 주기적으로 일행 내의 여자들과 단 둘이 어딘가로 사라졌다 온 적이 있단다. 그리고 그와 함께 사라졌던 여자들은 지금 전부 실종되었다는 것.

  정황상 저 사내가 그런 것 같은데, 저 사내와 저 사내가 가진 무기에 의해 좀비들로부터 살아남아 왔던 이들로서는 감히 불만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게 내가 옴으로써 기폭제가 되어 불만이 표출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솔직히 이젠 도저히 못 참겠어요.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도 스트레스로 죽었을 거예요."

  나는 여학생을 돌려보내고 흰머리 중년인을 불러들였다.

  "후우, 나도 대충 예상은 하고 있었네. 사실 저 청년과 함께 사라질 때마다 여성들이 없어지긴 했거든. 그래도 그가 없으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었으니 어쩌겠나. 자네도 여기 계속 있을 건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면 우리는 살아남으려면 계속 해서 그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그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계속 안절부절못했다.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그래 보인다기보다는…….

  [꼭 똥 마려운 것처럼 보이네요.]

  트리슈라가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했다.

  "미안한데 빨리 좀 내보내 주게. 요실금이 있어서 화장실을 자주가야 한다네."

  원래는 없었는데 근래 하도 험한 꼴을 많이 겪어서 요실금이 생겼단다.

  이곳이 화장실이 되기 전에 얼른 그를 내보냈다.

  이번에는 모녀 중 엄마만 불러들였다. 그녀의 아이인 서은이는 여학생 옆에 두었다.

  서은이 엄마는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인이었는데, 관리를 잘한 모양인지 몸과 피부가 20대의 여성 못지 않았다.

  나는 그녀에게 진실을 캐물었다.

  "……저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할 거예요."

  서은이 엄마가 한 말은 이게 다였다.

  내가 다른 질문을 해도 그녀는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이번에는 모녀 중 딸인 서은이만 따로 불러들였다.

  9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창고의 비품 상자 위에 가만히 앉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전에 봤을 때도 느꼈지만, 나이에 비해 참 얌전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나는 자세를 낮추고 서은이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서은아."

  "……."

  "아저씨가 서은이랑 엄마를 지켜주려 그래. 그러니 솔직히 말해주겠니?"

  "……."

  대답은 없었지만 서은이는 조용히 나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속으로 안도하며 다음 질문을 이었다.

  "혹시 저 덩치 큰 아저씨가 엄마한테 나쁜 짓 한 것 같아?"

  서은이는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나쁜 짓 안 한 것 같아?"

  이번에도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그제야 비로소 서은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엄마랑 저 아저씨가 둘이 사라지는 걸 서은이도 봤니?"

  이 질문에는 서은이도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고맙다."

  나는 서은이도 돌려보냈다.

  [아무래도 애 엄마가 협박당한 것 같군요.]

  '내 생각도 그래.'

  안 되겠다.

  이 일행에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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