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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07 탕탕탕탕! (7/215)

  기계신과 함께 007 탕탕탕탕!

  좀비들이 계속해서 나타난다.

  이제는 별로 집중해서 쏘지 않아도 원하는 곳에 총알을 맞힐 수 있었다.

  나타나는 좀비들은 나의 시야(視野)에 걸리기가 무섭게 쓰러진다. 천천히 걸음의 속도를 올렸다.

  탕, 탕, 탕!

  조금씩 속도를 올려 달리기 시작하자 조준선이 삐걱거렸으나,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아직은 스킬 능력치가 낮아서 딜레이가 길군.'

  속으로 투덜거렸다.

  탕탕탕탕!

  그러나 배부른 투정이라는 듯, 달리면서 쏘는 총알은 모조리 명중한다.

  경이로울 정도의 무빙샷.

  수십 년간 사격으로 단련한 달인들도 불가능할 움직임을, 나는 어느새 자연스럽게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시야에 보이는 좀비 중에서 있는 놈은 없었다.

  "헉, 헉, 휴우……."

  나는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체력도 안 좋은데 스킬 사용으로 마나를 너무 많이 쓴 덕분에 탈진감이 몰려든 것이다.

  단련을 거듭한 회귀 전의 몸과는 비교되는 허약한 몸.

  체력과 마나가 턱없이 낮은 것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일단 이 몸을 좀 어떻게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몸을 단련해서 스텟 능력치를 상승 시키는 것이지만, 던전 안에서 어느 세월에 몸을 단련시켜 능력치를 상승시킬까.

  그 대신, 다른 방법이 있었다.

  나는 스마트워치로 [나의 상태]를 열었다.

  이름 : 신무결 스테이터스 : [체력 7/100]

  [근력6/100]

  [민첩성 9/100]

  [마력 5/100]

  고유 스킬 : [디바이스 컨트롤 2/100], [배틀 센스 2/100]

  [마스터 피스 1/100]

  좀비를 상대하기 전과 비교해서 [디바이스 컨트롤]과 [배틀 센스] 스킬의 능력치가 1씩 상승했다.

  스텟을 올리기 위해 몸을 단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스킬은 사용 하면 할수록 능력치가 상승한다.

  특히 초반에는 조금만 노력해도 금방금방 능력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스킬 능력치가 50을 넘어가는 순간부터 정체되기 시작하고, 70이 넘는 순간부터는 지옥같이 안 오르게 된다.

  내 상태창 아래쪽에 아까는 보이지 않던 한 가지가 더 보였다.

  [카르마 포인트 : 42]

  '카르마 포인트를 이렇게 뿌리는 던전이라니, 괜히 꿀던전이라 부르는 게 아니야.'

  나는 쾌재를 불렀다. 아마 좀비 한 마리당 포인트 1개씩을 준 듯했다. 카르마 포인트에는 아주 중요한 기능이 있었다.

  "지금은 아낄 필요가 없지. 어디 보자…… 체민마에 각각 10씩."

  나는 스마트워치를 터치해 체력과 민첩, 마력에 각각 10의 카르마 포인트를 투자했다.

  "그리고 스킬 두 개에…… 5씩."

  [디바이스 컨트롤]과 [배틀 센스]에 5의 포인트를 투자했고, 남은 2포인트는 근력에 투자했다.

  이름 : 신무결 스테이터스 : [체력 10/100], [근력 7/100]

  [민첩성 11/100]

  [마력 9/100]

  고유 스킬 : [디바이스 컨트롤6/100]

  [배를 센스 6/100]

  [마스터 피스 1/100 ]

  카르마 포인트 : 0 모든 능력치가 조금씩 상승했다.

  나중에 갈수록 능력치 1을 올리는데 드는 카르마 포인트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능력치가 낮을 때는 투자하는 족족 바로 반응이 와서 좋다.

  초반에는 포인트 아낄 필요 없이 스킬 능력치에 투자하는 게 이득이었다.

  "그어어어~"

  포인트를 투자한 그 잠시를 안 기다려 주고 또 좀비들이 몰려드는 소리가 들렸다.

  "이크, 어서 자리 떠야지."

  급히 백팩을 들쳐 업고 일어났다.

  포인트를 투자한 덕에 몸이 한결 가벼웠다.

  그러나 아직 다시 좀비들과 투닥거리기에는 일렀다.

  탄창의 총탄도 다 떨어져서 안전한 곳으로 피신해 보충해야 했다.

  나는 주변의 적당한 매장 안으로 몸을 숨겼다.

  * * *

  "그어어어~!"

  탕!

  또 하나의 좀비를 안식으로 보내줬다.

  나는 1시간 가량을 좀비들을 청소하며 백화점을 탐사했다. 그 결과 1층에 있는 좀비들 반수를 처리할 수 있었다. 만약 던전에 들어온다른 각성자들이 내 사냥 장면을 봤다면 그 속도에 경악했을 것이다.

  어쨌든 나는 백화점을 돌아다닌 결과 세 가지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이 지상 6층, 지하 1 층으로 구성된 백화점의 1층이라는 점. 1층의 모든 출입구가 두꺼운 철문으로 폐쇄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이 백화점이 무지막지하게 넓다는 점이었다.

  백화점은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스케일로 넓었다.

  세상에, 한 층에서 1시간이나 쏘다녔는데 반밖에 못 돌아볼 정도의 넓이라니. 가게에 들러서 물건을 구경 한 게 아니라 그냥 매장들을 지나다녔는데 말이다.

  그렇게 1시간을 쏘다닌 끝에 탄환 이 거의 다 떨어졌다. 이제 잘못하면 총 없이 좀비 놈들이랑 싸워야하게 생겼다 싶은 순간.

  "오, 새로운 무기다. 나이스, 권총."

  죽은 좀비의 허리춤에서 새로운 권총을 발견했다. 근데 주운 권총의 모양이 기존의 것들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새로 획득한 권총의 탄창을 꺼내봤다.

  "뭐야, 이거 BB탄이야?"

  그 안에는 BB탄보다는 조금 큰, 구슬로 된 탄환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나는 탄창을 집어넣고 다가오는 좀비를 향해 발사해 봤다.

  쾅!!

  "큭."

  손목이 얼얼할 정도의 반동이 왔다.

  "좋은데, 이거?"

  살펴보니 총을 맞은 좀비는 아예 머리통이 사라지고 없었다.

  반동은 좀 강했지만 탄알의 개수도 한 100발은 되어 보였고, 특히 위력이 아주 흡족했다.

  이쯤 되면 이제 확신할 수 있다. 이곳은 내가 알던 지구가 아니었다. 지구에는 이런 장탄수와 위력을 가진 총이 없었다.

  아마 이곳은 지구의 미래 어느 시간이거나 한 단계 위의 과학기술을 가지고 있는 차원 너머의 어딘가일 것이다.

  좀비들이 입은 옷이라거나 백화점에 진열된 상품, 광고들만 봐도 내가 있던 지구와는 이질적인 모습들이 조금씩 눈에 띄었다.

  사실 스테이지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전 생에서도 던전 등장 초기의 '현대' 배경 스테이지는 전부 '과학기술이 현재의 지구보다 발전된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으니까.

  '음, 이제 슬슬 사람들을 찾으러 가봐야겠군.'

  아직 1층에 돌아다니고 있을 '그놈'은 잡을 수 없으니 이제는 슬슬 사람들과 합류해야겠다.

  대충 어디에 있을지 짐작이 간다.

  '넌 내가 능력치 더 올리고 사냥하러 온다.'

  나는 1층의 어느 장소를 힐끗 바라보고는 작동이 멈춘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내디뎠다.

  내가 가려는 곳은 지구의 백화점들 과 같이 지하 1층에 있는 '식품 코너'였다.

  * * * 지하 1층은 이미 사람들이 먹을 만한 것들을 대부분 휩쓸고 간 모양 인지 여기저기가 엉망진창이었다.

  나는 지하 1층에서는 가능한 한 좀비들을 피해 다녔다.

  어쩔 수 없이 마주치는 놈들은 총 알을 사용하지 않고 1층에서 주운 칼인 마체테 (Machete)를 사용해서 죽였다.

  백화점 여기저기에는 좀비와 맞서 싸우던 자들이 사용한 듯한 무기들이 널려 있어서 그중 하나를 주워 온 것이다.

  '아마 이 마체테 주인도 저놈들과 동족이 됐겠지.'

  BB탄 총(?)은 탄알을 아끼기 위해 가급적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자연히 좀비를 잡는 것이 좀 힘들어졌다.

  그러나 스텟과 스킬 능력치도 꽤나 많이 올렸고, 왠지 모르게 좀비 놈들이 지상 1층의 놈들보다 느리고 약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나아갈 수 있었다.

  마침내 식품 코너에 도달했으나,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실망하지는 않았다.

  '농성하기에 괜찮은 장소는 아니네.'

  백화점의 식품 코너가 대부분 그렇 듯, 사방이 뻥 뚫려 있어서 몰려오는 좀비들을 막기에는 적절치 않았다.

  대신 나는 식품 코너 근처의 창고 들을 하나씩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내 [배틀 센스]에 이상한 감각이 걸렸다.

  나는 곧바로 몸을 뒤로 날리며 상체를 옆으로 틀었다.

  핑!!

  내 옆으로 화살이 스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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