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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신과 함께 005 2020년 4월 9일. (5/215)

  기계신과 함께 005 2020년 4월 9일.

  던전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포문을 연 것이 바로 '최초의 던전'이었다.

  그것은 세계 곳곳에 수백 개가 동시에 등장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형태는 피라미드 같은 모양부터 작은 집처럼 보이는 것까지 다양했다.

  던전이 생겼다고 해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등의 어떤 재해가 일어난 건 아니었다.

  가장 큰 피해라고 해봤자 도로 한 가운데 던전이 불쏙 솟아나며 자동차 연쇄 추돌 사고가 일어난 정도?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이 수수께끼의 구조물에 호기심과 불안을 느꼈다. 조사대가 파견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조사대는 던전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던전은 입구를 비롯한 구조물 전체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보호받고 있어서 어떤 강력한 무기에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그리고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신비한 힘을 각성한 자들, 소위 '각성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능력을 보여주며 세상에 새로운 종류의 인간들이 등장했음을 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오직 그들만이 전 세계에 생겨난 던전에 들어갈 수 있음이 밝혀졌다.

  각성자들은 하나둘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던전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인원이 100명이 되는 순간 모든 던전은 각성자들에게조차 출입구를 틀어막았다.

  * * * 나는 백팩을 메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있었다.

  조금 더 현재 상황에 대해 차분하게 정리하고 싶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나는 트리슈라가 스마트폰에 띄운 '최초의 던전'에 관한 정보들을 읽는 중이었다.

  '최초의 던전'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달려 있었다.

  -스킬 레벨 업을 위한 최적의 장소 -카르마 포인트를 벌기 위한 최고의 장소 -막강한 스킬과 아이템의 보고(寶 庫) 보기만 해도 군침 떨어지는 수식언들.

  이처럼 어마어마한 어드밴티지를 주는 던전은 나중에 가도 찾기 힘들다.

  실제로 기계룡과 맞서 싸운 최후의 30인 중 7명이 최초의 던전 출신이었던 만큼, 이 던전이 주는 성장 가능성은 엄청났다.

  물론 최초의 던전에 입장한 100명중 7명만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건, 반대로 이 던전을 클리어하고서도 계속해서 노력하지 않는다면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기회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쿠구구구구-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이 왔다.

  세종대왕 동상 뒤쪽 잔디밭 아래로 부터 무언가가 불쑥 솟아올랐다.

  끼이이익- 빠아아앙- -그 때문에 흘러내린 토사로 교통이 마비되는 등의 혼란이 일었다. 곧 있으면 이 주변은 경찰들에 의해 통제되어 함부로 들어올 수 없게 된다.

  내가 부랴부랴 광화문 광장으로 달려온 이유였다.

  "그럼 가볼까!"

  나는 사람들이 혼란에 빠진 틈을 타 주목받지 않고 던전 입구로 뛰어 들었다.

  던전으로 입장하자 눈앞이 새까맣게 변하면서 온몸에 부유감이 들었다. 마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느낌.

  그리고 다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같은 내용의 메시지가 내 눈앞에 떴다.

  ['최초의 던전'에 입장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축하합니다. 던전 입장 가능 인원 100인에 포함되셨습니다.]

  던전은 언제나 적극적으로 한발 앞 서 나가는 자에게 많은 가능성을 열어준다. 누구보다 먼저 나선 100명의 각성자가 기회를 얻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시작할 장소를 선택하십시오.]

  1.슬라임 소굴 2.흑도 방파 3.좀비로 가득한 백화점 눈앞에 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안타깝게도 이 장소들에 대한 정보는 트리슈라에게도 없었다.

  기록에 따르면 최초의 던전을 경험 했던 헌터들은 어느 한 명 겹치는 자 없이 모두 다른 스테이지를 경험 했다고 증언했다.

  선택지를 보아하니 각각 '판타지', '무협', '현대' 장르의 스테이지였다. 나는 살짝 고민했다.

  왜냐하면 이전 생에서 명성을 떨친한 인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내게 마지막으로 기계룡과 자폭할 기회를 열어준 이화정검가의 가주는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흉터를 만든 자가 바로 이 최초의 던전 입장자 중 한 명이었다.

  개싸움꾼 크루거 잭슨.

  맨손으로 일어나 단기간에 최강의 자리에 오른 '빌런' 중 하나.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내가 강해진 비결은 '최초의 던전'이다. 그곳에 내가 최고로 우뚝 서게 해준 '그' 스킬이 있었다. 물론 너희 같은 애송이는 그곳에 들어가 봤자 얻을 수 없있겠지만. 크하하하!

  그는 그렇게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가운넷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크루거 잭슨은 맨손으로 무림계 십 대고수 중 한 명인 이화정검가의가 주와 승부를 겨룬 초강자.

  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줄 스킬로는 그가 얻었을 그 무공 스킬만큼 좋은 게 없을 거라 생각했다.

  인간 본연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는 무공 스킬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위력을 가진 스킬.

  그것이 그가 얻은 명왕투술(明王關 術)이었다.

  내가 최후의 30인에 들지 못한 이유가 부족한 스테이터스 때문임을 생각하면, 좋은 무공 스킬을 얻어 그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좋았다.

  꼭 크루거 잭슨의 스킬이 아니더라도 '무협' 스테이지에서는 다양한 무공을 얻을 기회가 있어서 나는 선택지에 있는 '흑도 방파'에 강한 유혹을 느꼈다.

  '하지만 안돼.'

  나는 고개를 저었다.

  던전 입장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뭘까?

  테마에 대한 박식함?

  가지고 있는 아이템?

  아니다.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킬'이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스킬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테마의 던전을 선택 할 것. 그것이 던전에서 살아남고, 나아가 던전을 클리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할 요소였다.

  이것을 간과한 많은 헌터들이 던전의 먹이로 사라져 갔다.

  때문에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3 번 '좀비로 가득한 백화점'을 선택 했다.

  ['좀비로 가득한 백화점'을 선택하셨습니다.]

  [스테이지의 배경과 맞지 않는 스킬과 아이템을 배제합니다. 해당 아이템과 스킬은 던전 퇴장 시 다시 습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성 고려 없이 아무 던전이나 선택하면 지닌 스킬이나 아이템을 쓸 수가 없게 된다.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아이템을 선택하십시오. 5개까지 선택하여 소지 할 수 있습니다.]

  어두컴컴했던 내 눈이 환해지고, 몸을 떠받치던 부유감이 사라졌다. 나는 조명이 밝혀진 어느 창고에 있었다.

  창고에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가 가득했다.

  총기류, 도검류부터 방검복, 폭탄까지.

  '설레는 순간이군.'

  게임에서 모든 전략을 결정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무기다.

  어떤 무기를 드느냐에 따라 세울 수 있는 전술의 종류가 달라진다.

  나는 눈앞의 무기들을 탐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나 이 무기들을 고르기에 앞서 확인해야 할 다른 무기가 있었다. 훨씬 더 막강하고 유용한 무기.

  "어디 보자, 스마트폰이."

  나는 내 손목시계를 내려다봤다.

  "슈리, 안에 있지?"

  [네, 마스터.]

  다행히 슈리도 스테이지로 무사히 따라 들어온 모양이었다.

  "화면 좀 키워줘 봐."

  나는 슈리가 더 넓게 키워준 스마트워치의 화면에서 앱을 찾았다.

  예상한 대로 스마트워치에는 '나의 상태'라는 제목의 새로운 앱이 등록 되어 있었다.

  나는 앱을 실행했다.

  이름 : 신무결 스테이터스 : [체력 6/100], [근력6/100], [민첩성 9/100], [마력 4/100]

  고유 스킬 : [디바이스 컨트롤1/100], [배틀 센스 1/100], [마스터 피스 1/100]

  깔끔한 인터페이스로 실행된 애플리케이션에는 내 능력치가 표시되었다.

  일종의 시스템의 숨은 기능, 히든 피스(Hidden piec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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