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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185화 (185/185)

< 종장(終章) >

“아아악!”

북경에 자리한 황색의 대전(大殿).

평상시엔 함부로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금지된 장소였지만, 오늘만큼은 다르다.

“아아악! 아아악! 아아아아악!!!”

대전 전체가 울릴 정도로 높고 찢어질 듯한 비명의 진원지 앞에는 십수 명의 사람이 서있었다.

물론 그들은 그 방 안으로 한 걸음도 들어가지 않았다.

그들 중 몇은 들어갈 엄두도 애지 않았고, 남은 몇 명은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들어가서 그 비명을 멈추고 싶지만, 그들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고 있었다.

“···괜찮으신 거겠죠?”

그 중 전자에 포함된 사내가 입을 열었다.

“스승님···아니, 총관님이 말씀해주시기론, 당신의 아내분은 일각 만에 낳으셨다고 하셨는데···.”

“특이한 일은 아니네.”

젊은 사내의 걱정 어린 의문에 입을 연 건 그의 옆에 있던 황색의 장군복을 입은 노년의 군장(君長)이었다.

“내 아내도 그렇거니와, 부하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반 시진이 넘게 진통이 계속되었다는 말은 심심찮게 들었으니까. 심하면 하루 내내도···.”

“대장군, 그런 소리는 하지 말게.”

군인이 말을 이어나가려는 찰나, 그의 옆에서 다리를 떨고 있던 중년의 사내가 그 말을 잘랐다.

이들 중 제일 화려한 황금색 용포를 입은 그는 잔뜩 긴장한 기색으로 옷만큼이나 화려한 의자에 앉아 양손을 모아 입을 가리는 동시에 턱을 괴고 있었다.

“내 동생이 반 시진 이상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는 것도 고통스러운데, 하루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면 어떻겠나.”

“죄, 죄송합니다, 폐하.”

“···후우, 아닐세. 내가 괜히 심통을 부렸구만. 자네를 탓하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아닙니다, 폐하. 제가 실언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일 고통스러운 건, 당연히···.”

스윽.

중년 사내의 말에 세 사람의 시선이 모두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문 바로 옆의 벽에 몸을 기댄 청년.

언뜻 보면 이제야 스물이 겨우 됐다고 생각할 만큼 젊은 외견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가히 노년의 군장에게도 뒤지지 않을 맹렬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어사야 말로 제일 심려가 클 텐데 말이야.”

“도련님···.”

아까 설명했던 이들 중 후자에 포함된 청년의 안색은 다른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매우 심심했다.

마치 모든 일에 달관(達觀)이라도 한 것처럼 감정의 변화가 하나 느껴지지 않는 얼굴.

하지만 이 청년을 잘 알고 있는 이 세 사람은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사내야말로 이들 중 가장 저 안으로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그 청년이 단 한마디도 말을 꺼내지 않자, 다시금 복도는 침묵에 잠겼다.

“아아악!”

물론 침묵한 건 그들뿐만이오, 안에서는 여전히 여인의 비명이 나오고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응애!”

“응애! 응애!”

마치 이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여인의 비명이 멈추고 방 안에서 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태···!”

“아···!”

“오···!”

세 사람이 그 말에 모두 한 마디씩 말을 뱉어내려 했지만, 그보다도 더 빨리 움직인 존재가 있었으니.

끼이-쿵!

세 사람의 말은 물론, 문이 열리는 소리조차 들리기도 전에 열고 들어가 문을 닫는 초월적인 속도.

하지만 그걸 탓하는 사람도, 그렇다고 그 속도에 놀라는 사람도 없다.

이 청년이 그 정도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이 건물 내에. 아니, 이 나라 내에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방 안에 들어온 청년의 눈에는 커다란 침상에 누운 채 숨을 고르고 있는, 청년이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한 사람.

“경하드리옵니다, 부마도위.”

그리고 그런 그녀를 돕고 있던 유모 품에 안긴, 지금부터 청년이 가장 사랑하게 될 두 아이가 있었으니.

“쌍동(雙童)이옵니다.”

“오오, 오오오!”

감격한 얼굴로 두 아이를 받아든 청년은 천천히 침상 위 여인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고생했소, 정말로 고생했소!”

“후후, 감사합니다···그런데···.”

청년의 말을 웃으며 받아들인 여인이 손을 뻗어 두 아이의 뺨을 조심스레 매만지더니, 고개를 들어 청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혹시, 생각한 이름은 있으시옵니까?”

“생각해둔 이름이 없는 건 아닌데, 두 사람일 줄은 몰랐···.”

웃으며 여인의 말에 대답하던 청년은 두 아이의 얼굴을 보고 말을 멈췄다.

“···그래.”

그리고 잠시 뒤.

“이렇게 찾아와줬구나.”

“···가가?”

“아, 미안하오. 잠깐 아이들의 이름을 생각하느라.”

두 아이를 다시금 들어 올린 청년은 두 아이를 한 손에 올린 채 두 아이의 볼을 매만졌다.

“좋은 이름이 떠오르셨습니까?”

“예. 먼저 태어난 형의 이름은 유화성, 후에 태어난 동생의 이름은···.”

꺄르르. 자신을 향해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청년, 유현이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말했다.

“화순. 유화순으로 하겠습니다.”

< 종장(終章) > 끝

ⓒ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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