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으로 무림최강-175화 (175/185)

< 천산의 일 가주(1) >

나를 여기로 안내해 준 사내의 말대로 이곳, 그러니까 어머니 가문의 안가는 정말 완벽한 휴식처였다.

누군가 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겉을 일부러 허름하게 만들었지만, 내부는 도시의 고급 객잔 부럽지 않은 시설을 자랑했으니 말이다.

안가의 좋은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끼익.

“푹 쉬고 있나?”

“그럭저럭. 오늘은 무슨 중요한 정보가 있나?”

“아니, 특별히 하달된 명령이나 주요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 일단 전에 말했던 대로 병력을 모으고는 있지만, 그 이후로는 딱히 다른 명령도 없어.”

“흠, 그래?”

적 내부의 인원이 직접 알려주는 정보.

어디서도 얻을 수 없는 이런 귀한 정보를 가만히 앉아서 얻을 수 있었으니, 이 이상으로 사치스러운 휴식이 또 어디 있겠는가.

그가 전해 준 정보를 듣고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명령한 인원은 모두 모였나?”

“아니, 제국 전체에 퍼진 병력 전체를 모으는 명령인 만큼 시간이 좀 걸려. 그래도 전쟁이 일어난 이후, 역대 최고로 많은 인원이 모이긴 했지만.”

그의 정보는 확실히 유용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지휘관. 즉, 일 가주의 의도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네 생각에는 어때? 그만한 인원이면 수도 침략도 가능할 것 같아?”

“정확히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아마 일 가주가 전면에 나서면 어려운 일은 아니지. 놈은 열 명의 가주 중에서도 제일 괴물 같은 놈이거든. 어느 정도 병력의 손실은 있겠지만, 원한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전쟁을 시작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도 움직이지 않는다면···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지? 병력의 소비를 최소화하려는 걸까? 아니면 최적의 공격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가문 내에서 몰래 정보를 모으고 있긴 한데, 확실히 이거다 싶은 건 없었어.”

“그런가···그렇다면···”

그 이후로도 이것저것 이야기가 나왔지만, 우리 두 사람 모두를 만족할만한 답은 역시 나오지 않았다.

애초부터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수도를 함락할 힘을 가진 이들이 움직이지 않는 이런 상황을 보고 답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럼 다른 쓸만한 정보가 들어오면 또 오지. 원하는 만큼 쉬고 있으라고.”

“그래, 고마워.”

여기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바닥의 문을 통해 안가를 빠져나가는 그를 향해 손을 흔들어준 뒤, 그의 인기척을 느낄 수 없을 정도가 되자 다시금 입을 열었다.

“역시 그 생각인 것 같지?”

[그런 것 같은데.]

그에게는 직접 말하지 못했지만, 사실 화순과의 이야기를 통해 혹시나, 하는 답은 내놓은 상황이었다.

어쩌면 일 가주가, 그리고 그 위에 있는 그놈이 바라는 건 내가 찾아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물론 확신은 할 수 없다. 정말로 그의 의견대로 가능한 병력 손실을 줄이려고 그러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우리 세 명이 다 미처 알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차고 넘칠 만큼 힘을 모았는데 일부러 이렇게 시간을 끄는 건 다른 이유가 없지. 무엇보다 이미 전적도 있잖아?]

“···그렇지.”

놈에게 붙어먹은 세 명의 가주 중 두 명을 내가 처리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옥천이라는 괜찮은 패가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일찍 나타난 삼 가주도 그렇고, 수도 침략과는 일절 상관없는 외지인 임지에 체류하고 있던 칠 가주도 마찬가지.

전혀 버릴 이유가 없는 두 사람을, 놈은 너무나도 순순히 버렸다.

어쩌면 두 사람을 믿고 내게 보낸 걸 수도 있다.

사사건건 그의 앞길을 막아선 나만큼 지금 그에게 눈엣가시는 없을 테니까. 그러니 가장 믿음직하고, 가장 강력한 심복을 보내 미리 나를 처리하고자 보냈다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왜? 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진심으로 나를 처리하고 싶다면 방법이야 무수히 많다. 내가 대부분 혼자 움직인다는 건 이미 비밀도 아니다.

가주와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초절정 고수 수십만 더해주면 나를 처리하는 건 훨씬 수월할 터.

하지만 현실은?

삼 가주도 그렇고, 가장 많은 부하를 숨길 수 있었던 칠 가주도 합공다운 합공은 없었다.

···그게 과연 그 두 사람이 바랬던 일일까? 아니면 위에서 명령이 내려왔던 것일까?

물론 전후 상황 따위 전혀 알 수 없는 내가 확답할 수 있는 건 없었지만, 만약 정말 그 생각이 맞다면.

[놈이 원하는 건 대체 뭘까.]

“글쎄···.”

화순의 질문에도 어떠한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이 신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으니까.

*****

“이제 정말 찾아오는 데만 몇 달은 걸리는 외곽의 인원을 제외하곤 모조리 모였어.”

“그럼 싸울 기색은?”

“·········.”

내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그.

이곳에 온 뒤로 벌써 몇 번. 아니, 몇십 번은 반복한 대화였지만 결국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많은 인원이 모이고, 아무리 많은 물자를 모으고,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해놔도.

여전히 일 가주의 전쟁 선포는 없었다.

“···수도의 상황은 어때?”

“여전히 똑같아. 그쪽도 인원이 모이는 걸 경계하곤 있는데, 뭔가 움직임은 없어.”

내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하는 그의 목소리엔 피로가 가득했다.

아직 전쟁이 벌어지진 않으니 육체적으로 힘들 건 없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눈앞에 둔 상황인 만큼 정신적으로는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심정인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토번은 수성 말곤 답이 없으니, 저쪽에서 먼저 움직이지 않는 한 움직이지 않겠지. ···오랜만에 찾아온 평화지만, 그래도 편히 쉬진 못할 거야.”

“·········.”

수도의 병력이 이처럼 완전히 녹초가 되었을 때 공격을 나서려는 걸까?

아니, 그것도 답이 될 순 없다. 토번 측에서 사기가 떨어지는 만큼, 천산 측도 전투 준비만 하는 게 사기에 좋은 영향을 줄 리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지금 그들은 외부에 퍼져있던 병력까지 모두 모았다.

즉, 수도를 도우러 올 병력을 막을 수단을 자기들이 먼저 없애버렸다는 말이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상황이 좋아지는 건 병력을 한데 모은 천산 쪽이 아니라, 반격할 힘을 얻을 수 있게 된 토번 쪽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지,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지 몰라도 천산 쪽에선 기껏 모은 병력을 움직일 기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번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가정.

“이봐.”

“응?”

“혹시 내가 여기···그러니까 안가 말고, 도시에 오는 걸 저쪽에선 알고 있어?”

“다른 천산의 무인들? 알 가능성이 크지.”

내 질문에 사내는 오히려 그런 걸 몰랐겠냐는 듯한 말투로, 마치 당연한 걸 이야기하는 것처럼 대답했다.

“언제 올지 모를 뿐, 네가 수도를 향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으니까. 우리처럼 널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없었을 뿐, 만약 그러겠다고 마음먹었다면 우리보다 먼저 잡았을걸?”

그렇단 말이지.

사내의 긍정에 자연스레 미간의 주름이 진해졌다.

세상 누구보다도 나를 죽이길 원하는 놈들이 내가 언젠가 올 걸 알고 있는데도, 겨우 가문 하나의 인원보다도 먼저 잡지 못했다.

이게 과연 당연한 일일까?

[그럴 리가 있나.]

내 생각에 화순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입을 열었다.

[살이 잘 오른 돼지를 안 죽이고 더 키우고 있는 건 물론 이유가 있겠지. 신에게 바칠 제물로 키우는 걸 수도 있고, 애완용으로 키우려고 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늙은 돼지 맛을 좋아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하지만 칼 다 갈아놓고 안 죽인다?]

쿵!

내 머릿속에서만 들리는 화순의 책상 두드리는 소리가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답은 이미 나온 거 아닐까? 주방장이 그걸 막은 거겠지.]

“하아···.”

스윽, 스윽.

화순의 목소리에 더 다른 말을 하지 못하고 고양이처럼 물없이 세수하듯 얼굴만 비비다가.

“이봐.”

“응?”

눈만 빼꼼 내놓은 채 그를 향해 말했다.

“그 인간들 모이고 있는 곳, 한 번 볼 수 있을까?”

“···진심이야?”

내 질문에 사내는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되물었다.

당연한 일이다. 안 그래도 날 잡고자 하는 사람이 넘치는 상황에서 적진 정찰을 나선다고 하니, 놀라는 게 당연한 일이지.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었어? 원래 목적은 저놈들이 싸우기 시작할 때 쳐들어가서 일 가주 목만 따는 거였잖아? 생각이 바뀌기라도 한 거야?” 자살 충동이 마구 끓어오르기라도 했어?”

···거, 말이 심하네.

말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사람 아프게 하는 말도 잘할 줄은 미처 몰랐다.

하지만 농담은 아니다.

“어쩌면 처음부터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스쳐서 말이야.”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혹시 이 안가 말고 내가 묵을 곳은 있어?”

“···아니, 이곳도 겨우 지킨 거야. 여기를 벗어나면 네가 더 있을 곳도 없어.”

갑작스레 방향을 벗어난 질문에 그가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대답은 착실히 해준다.

그의 그런 모습에 입가에 미소를 그리며 이번엔 다른 질문을 꺼냈다.

“그럼 한 번 나가면 끝이라는 거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 거잖아! 여기까지 밝혀지면 이제 일 가주와 싸움은 꿈도 못 꿔!”

“어쩔 수 없지.”

끼익.

한 번도 낮에 열어본 적 없는 안가의 문을 열며, 고개를 뒤로 돌려 그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그땐 그냥, 대가리를 치러 가는 수밖에.”

“···바로 천산으로 가겠다고?”

“일 가주가 싸울 생각이 없다면, 싸울 이유를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어?”

그 한 마디를 남긴 채, 아주 오랜만에 만난 햇살을 만끽하며 천천히 밖으로 나섰다.

“자기가 믿는 신과 싸우겠다 들면, 그때는 놈도 나올 수밖에 없겠지.”

*****

토번 제국의 수도 근처.

본디 아무것도 없던 황무지 위에는 한 도시의 시민, 그 이상의 인파가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토번의 것과도, 그렇다고 서역의 다른 국가의 것과도 확연히 다른 모양의 천막.

기이한 일이지만, 그것은 이곳에서 수만 리는 더 떨어진 중원의 것과 닮아 있었다.

물론 그것과 비교하자면 무척 오래된 방식이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크고 고급스러운 천막 안에는 그 넓이에 어울리지 않게 단 두 사람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가주님.”

머리부터 발끝까지, 빛조차 삼킬 것만 같은 검은 천으로 전신을 감싼 사내? 여인?이 한 사람.

“뭐냐.”

그리고 그에게 극존칭을 받는 한 명의 젊은 사내.

허리까지 길게 기른 머리를 묶거나 정리하지도 않은 그는 자신의 머리가 땅에 닿건 말건, 의자에 앉아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입만 열고 있었다.

“토번 전역에 퍼져있던 천산의 무인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모였습니다. 가주님의 명령만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내 명령?”

우드득.

검은 천의 괴인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천막에 울려 퍼지는 파괴음.

사내가 양손을 올려놨던 팔걸이가 산산이 조각나는 소리였다.

“저들은 내 명령에 움직이는 게 아니다. 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후두둑.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손을 펴자, 조금 전만 해도 형태를 이루고 있던 팔걸이가 완전히 가루가 된 채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오직 그분만이 저들에게, 그리고 내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가주님.”

“그리고 그분은 저들을 모은 후, 기다리라 하셨다.”

“가주님.”

“그가 찾아올 때까지.”

쿵!

그가 한 발자국 가까이 검은 천의 괴인에게 다가왔다.

단 일보.

그것만으로도 그 커다란 천막이 크게 흔들렸다.

힘을 실은 것도 아니다. 내공을 끌어올린 것도 아니다.

그저 일어서서 한 걸음 나아간 것만으로 마치 지진이나 폭풍이라도 일어난 듯 천막이 흔들린 것이다.

“그분께서 자신과 유일하게 자웅을 겨룰 수 있다 말한 그가 우리 앞에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그리고 우리는 그대로 따를 뿐이다.”

“·········.”

검은 천의 괴인은 더는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가 가주를 따르고, 받드는 것 이상으로 가주는 그 존재(괴인은 그를 신이라 인정한 적 없었다)를 떠받들었다.

아니, 그것은 사랑이요, 믿음이며, 광신이었다.

세 명의 가주가, 그의 힘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모든 이가 그를 진심으로 따랐지만, 가장 심하게 빠진 이는 일 가주였다.

그를 진정한 신이라 여기며, 언제나 그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그것이 몇 배는 더 심해졌다.

옛날에는 그 힘과 능력에 반해 따랐다면, 지금은 그저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그 존재 자체만을 맹신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은, 절대 자신이 알던 그가 아니었다.

“저들은···가주님의 명령으로 모인 것입니다. 가주님이 전면에 나서서 명령을 꺼냈기에 모인 것이요, 그렇기에 가주님의 다음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주는 아무 말 없이 그를 가만히 응시했다.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

죽은 지 열흘은 됐을 붕어의 눈동자가 차라리 더 생기가 있다고 느껴질 정도로 거멓게 죽어있는 눈.

그 메마른 눈동자 앞에서 무저갱과 같은 공포를 느끼면서도, 괴인은 끝까지 입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명령할 때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떠나는 걸, 천산 밖으로 나가는 걸 막았던 제국을 벌할 때가, 드디어 왔···컥!”

“닥쳐라.”

그의 말이 끝나기 직전, 그가 움직였다.

움직일 기세조차 없이, 아니, 애초에 움직이는 게 가능하긴 한지조차 의심스러운 몸집에서 나왔다곤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순식간에 괴인 앞에 나타난 그는 바로 그의 목을 낚아챘다.

갓 태어난 아기의 움직임 따위로 단단한 나무 팔걸이를 가루로 만든 사내의 악력에 목이 잡힌 괴인은 한마디 말조차 꺼내지 못했다

그저 비명도 되지 못한 신음만 내뱉으며, 핏발 선 눈으로 가주를 바라볼 뿐.

“저들이 저기 모인 것, 우리가 팔다리를 움직이는 것, 말을 할 수 있는 것, 호흡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살아있을 수 있는 것까지. 모두 그분의 의지 아래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큭, 크륵, 크르륵!”

뭔가 반박을 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그것이 말로써 이뤄지는 일은 없었고, 만약 말로 변해서 나왔다고 해도 가주가 들을 일은 없었다.

“그분이 명령하셨고, 나는, 너는, 그리고 우리는 모두 따른다. 그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요, 유일한 행동···.”

펄럭!

“나타났습니다!”

쿵!

천막의 출입구를 열고 들어온 한 명의 무인.

그것이 괴인에게는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불행이었을까.

가주의 손아귀에서 힘이 빠지자, 목이 잡혀 있던 괴인은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다.

“쿨럭, 쿨럭, 쿨럭!”

“뭐라고?”

헛기침하는 괴인 쪽으로 잠깐 시선을 옮겼던 무인이 가주의 목소리도 다시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고선 입을 열었다.

“그, 가, 가주님께서, 나타나면, 알리라 하였던 그 사내가···.”

눈앞에서 가주의 최측근인 괴인이 목숨을 잃을뻔한 걸 봤기 때문일까.

무인의 호흡, 말투, 그리고 팔다리가 모두 떨렸지만 그래도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자신이 알리고자 하던 말은 알릴 수 있었다.

“···나타났습니다.”

“언제?”

“바, 방금···.”

저벅, 저벅, 저벅.

사내의 말에 아무 말 없이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기는 가주.

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무인은 대경실색하며 옆으로 비켜섰다.

펄럭!

그리고 가주가 천막 밖을 나서자, 거기에 그가 있었다.

“여기가 맞나?”

저 높은 하늘.

황무지에 모인 이들 모두가 시선을 옮기고 있는 그곳에.

마치 자신이 그들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다는 양, 당당히 공중에 떠올라 있는 한 사내가 자신을, 그리고 모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내가 초대받은 곳이?”

그리고 일 가주는 느꼈다.

다시 한번 신의 말씀이 옳았다는 사실이 증명되는 순간이라고.

< 천산의 일 가주(1) > 끝

ⓒ (19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