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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169화 (169/185)

악마와의 싸움(2)

쾅!

쾅! 쾅! 쾅!

본신을 들어낸 놈은 이제 더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한 번 파훼한 군림은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것을 제외해도 녀석의 무공은 절대 우습게 볼 수준이 아니었다.

중원에 넘어왔던 화산파의 그놈과 비교해도 한 수. 아니, 두 수는 놈이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었다.

서걱! 서걱!

한 번 검을 휘두를 때마다 연회장 천장과 대지에 커다란 상흔이 새겨진다.

가짜 군림을 사용할 만큼 압도적인 내공으로 만들어진 검강은 자신을 막는 거라면 단단한 돌기둥도, 몇 번이고 보강한 천장도 간단히 갈라버렸고.

“으, 으아악!”

피륙으로 이루어진 인간은 당연히 너무나 손쉽게 가를 수 있었다.

퍽!

자신의 앞으로 치닫는 핏빛 검강을 보고도 비명만 내지르던 사내 하나를 발로 차내 버리고, 내공을 두른 창으로 놈의 검강을 막아섰다.

쾅!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퍼져나가는 강력한 기운.

그로 인해 연회장 내에서 음식을 나르던 시녀 몇과 무공을 모르는 이들이 내지르는 짧은 비명이 귀를 어지럽혔다.

놈의 검강과 힘겨루기를 하며 곁눈질로 연회장 내부를 살폈다.

재빠른 몸놀림의 몇몇은 어떻게든 밖으로 탈출했지만, 대부분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방금 내가 차 날린 사내도 그중 하나였다. 자신이 목숨을 잃을 상황에서도 발 한 짝 떼지 못하던 그 남자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 뻔했는지 그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주저앉은 상태로 내게 말했다.

“고, 고맙, 고맙···.”

“지금 그따위 말할 정신 있으면 얼른 도망이나 쳐!”

그를 향해 고함을 한 번 친 뒤, 아직도 놀란 표정으로 놈과 나를 바라보며 떠들기만 하는 연회장 내 다른 손님들을 향해서도 똑같이 외쳤다.

“방금 이놈이 말한 거 다 들었잖아! 죽기 싫으면 얼른 여기서 빠져나가!”

내공이 담긴 외침에 정신이 되돌아온 듯, 내 말을 들은 연회장 내 손님들은 앞다투어 밖으로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곡산과 갈첸 장군이 나를 바라보다 연회장을 빠져나가며, 겨우 둘만 남게 된 연회장.

모두의 안전이 확실시되자, 단전의 내공을 끌어올려 대치하고 있던 검강을 쳐 날렸다.

서걱!

쿠과과쾅!

높이 떠오른 검강이 천장을 가르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단단한 돌조각이 비 오듯 하늘에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놈이 입가가 찢어질 정도로 끔찍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게 보였다.

“날 못 죽인다고 대신 다른 사람들을 다 죽이려 들어? 정신 나갔냐?”

“죽음은 저들에게도 구원이다. 그들이 죽음으로써 그분의 힘이 더욱 더해질 테니.”

“뭐라고?”

이 새끼는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야?

쾅!

놈은 내 질문에도 대답 없이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죽일 사람이 아무도 없음에도 놈은 검강을 길게 늘여 연회장까지 모두 부수기 시작했다.

무너져 내리는 천장과 내가 건너왔던 사막보다도 더 불규칙한 바닥까지.

그 상황에서도 놈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는 건 별 문제는 되지 않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 있었다.

[야,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화순의 말대로였다.

놈의 내공을 소진시키기 위해 내 쪽으로 날아오는 검강만 튕겨내고 나머지는 전부 무시하고 있었지만, 연회장 전체에 강력한 압력을 줄 만큼 엄청난 내공을 가진 놈이 그 정도로 내공을 전부 소진할 것 같지도 않았다.

이대로 연회장이 무너지면, 밖으로 나가 다른 이들도 살육하기 시작할 것이란 건 자명한 사실.

“이, 미친 새끼가!”

고오오!

아까 놈의 부하에 채 쓰지 못했던 와류가 깃든 창을 이번에는 놈에게 던졌다.

키이잉!

설사 천장까지 닿는 검강이라 해도 와류가 깃든 창을 어찌할 순 없었다.

꼿꼿이 세워진 검강을 부수여 앞으로 나아가는 푸른빛의 와류.

놈은 그것이 자신의 검에 닿기 직전, 얼른 뒤로 물러서며 자신의 검을 지켰다.

지잉!

부술 존재가 사라진 와류는 잠깐 공중을 맴돌더니, 내가 손을 뻗자 빠르게 다시금 내 손 위로 돌아왔다.

잠시 소강상태에 이른 전장.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우리는 각자의 무기를 꽉 쥔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넘쳐나는 내공만큼 체력 또한 어마어마한 것일까, 이만한 난장판을 만들었음에도 놈은 숨 한 번 고르지 않았다.

“훔쳐 간 힘을 잘도 쓰는구나.”

“훔쳐 가긴 누가 훔쳐 가, 이 미친놈아. 이건 원래부터 마교가 처음 만들어졌을 적부터 천마가 가지고 있던 건데, 네놈들이 그보다 더 전부터 존재하고 있었다는 말이냐?”

마교라는 족속들이 원래 전투를 좋아해도 너무 좋아해서 싸울 상대를 찾아다니고, 그러고도 싸울 상대가 없으면 자기들끼리도 싸우는 작자들이다.

그 때문에 마교 내부에 보관되어 있던 역사서는 옛날 옛적에 다 타버려서 남은 게 없지만, 대신 다른 곳에 남아있는 역사서 등을 통해 마교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을 통해 알아낸 마교의 역사는 최소 수천 년 전.

중원에 국가가 존재했던 그 순간부터 마교가 존재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아무리 저놈들이 악마라는 이름으로 토번의 신화에서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마교에도 그에 뒤지지 않는 역사가 있었다.

“애초부터 초대 천마가 만든 것을 훔쳤느니 뭐니, 개소리를 지껄이고 있어? 네 것이라고 말하면 다 네 것이 되는 줄 아느냐?!”

심지어 그런 이야기도 필요 없는 확실하고도 분명한 증거를 이미 가지고 있었다.

내 옆에 있는 권능에 묶인 유령, 화순이 저놈들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것이 첫 번째 증거요, 한때 초대 천마를 가르쳤던 자연의 정수, 선정이 권능은 초대 천마가 만든 것이라고 단언한 것이 두 번째 증거다.

하지만 내 말에도 놈은 여전히 입가를 뒤트는, 기분 나쁜 괴이한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초대 천마···그래, 네놈들은 그 이름으로 그를 부르는군.”

“···뭐?”

“가장 위대한 배반자, 모든 것을 주고 모든 것을 앗아간 태초의 괴물. 다른 세계에서 찾아온 파괴자···우리에게 그는 위대한 신이자, 동시에 우리에게 모든 것을 빼앗아간 악이니.”

그 미소에는 오직 기쁨만 자리한 게 아니었다.

기쁨과 분노. 행복과 공포. 경외와 절망.

십수 가지의 감정과 그에 상반된 또 다른 십수 가지의 감정이 그의 눈동자, 입꼬리, 호흡에 담겨 있었으나, 순식간에 그것을 지우고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응시했다.

“그는 우리의 신을 낳아 그분에게 자신의 것을 모두 전하리라 약속하였으나, 그것을 어기고 우리를 버리고 떠나, 거짓된 자들에게 자신의 것을 전했으니, 이것이 어찌 도둑질이 아니란 말인가. 본디 우리가 가졌어야 했던 것들! 우리의 것을! 그들이! 그리고 네놈이! 모두 훔쳐갔다!!!”

그리고 그것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건 오직 광기.

여러 번의 여정 동안 온갖 미친놈은 다 봤던 나조차도 질릴 정도의 광기가 거기에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착각했다.

이 새끼는 그냥 미친놈이 아니야.

믿음 하나로 본인은 물론, 자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 수 있는 광신자(狂信子).

마교에서도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고 정보부에서도 악명이 자자한 마교의 광신도들보다도 더욱 끔찍하고, 저열한 광증을 보유한, 진또배기 미친놈이었다.

“네놈들이 훔쳐 간 것을! 본디 우리의 것을 되찾아가겠다!”

그 끝없는 광기에 내가 잠깐 할 말도 잊고 멍해진 사이, 놈이 땅을 박차며 내게로 달려왔다.

놈의 오른손에 있는 신월도는 이제 본래의 색깔이 아니라 완전히 적색. 아니, 마치 말라붙은 피와 같은 적흑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검강? 아니다. 그보다 훨씬 끈덕지고, 사악하며, 무엇보다 강력한 무언가.

이게 바로 저놈의 진짜 진심이었다.

[검환을 검 모양으로 바꾼 건가? 미친···도대체 내공이 얼마나 넘치는 거야?!]

검환.

들어본 적은 있다. 하지만, 본적은 없다.

검에 기를 둘러싸는 검기. 그리고 그 검기를 압축하여 만드는 검강.

그리고 그 검강을 더욱 압축하여 하나의 구슬로 바꾸는 검환.

수많은 강자와 싸워왔던 나였지만, 지금껏 검환을 만든 이는 본 적 없었다.

물론 그들이 검환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무공의 수준이 낮다, 라는 건 아니다.

그저 더 효율적으로, 본신의 무공을 극한으로 살려 싸웠을 뿐.

검환 자체가 강하다곤 하나, 결국 하나의 구슬 크기에 지나지 않는다. 동등한 수준의 고수라면 피하는 건 어렵지 않다는 소리다.

‘자신보다 하수를 상대할 때나 사용할 법한 보여주기식 기술.’

그것이 마교에서, 그리고 무림에서 검환을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 검환이 검강처럼 검의 형태를 띠고 있다면?

심지어 거기에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무공의 초식까지 쓸 수 있다면?

후왕!

놈의 검이 지척에 이른 순간, 옆으로 몸을 틀어 아슬아슬하게 놈의 공격을 피했다.

창을 들어서 막아낸다, 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만약 이것이 검환과 똑같은 강도를 가지고 있다면, 만년한철로 만든 창이라도 두, 세 번 막으면 반쪽으로 잘려나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최대한 피한다, 그게 검환을 상대하기엔 최선의 방법이었다.

후왕!

후왕!

후왕!

그래서 그것이 쉽냐, 라고 묻는다면 절대 아니지만.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검이 마구 휘둘러지지만, 검에서는 기이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바람이, 공기의 흐름이, 공간 그 자체가 압도적인 힘에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크아아아!!!”

하지만 비명을 지르는 건 공간뿐만이 아니었다.

공간과 검의 비명 사이사이에 들려오는 놈의 비명.

마치 무언가가 몸 사이를 찢고 나오는 것처럼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압도적인 위력의 무공에는 그에 대한 반작용도 반드시 돌아온다.

자그마한 구슬 모양으로도 화경의 경지에 이른 고수조차 감당하기 힘든 내공을 소모하는 검환을, 검의 형태로 늘려서 사용하였으니 아무리 어마어마한 내공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밑 빠진 독과 다를 게 없다.

거기에 더해 그만한 내공을 소비하면서 무공까지 사용하고 있었으니, 체력의 소비도 어마어마할 터.

어떻게 해서라도 나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뻔히 죽어줄 성 싶으냐!

후왕!

머리보다 더 높은 곳에서 내려치는 참격. 공간조차 자르는 일격이 나의 몸을 좌우 절반으로 나눠버리기 위해 날아왔다.

거기에 대고 손을 뻗는다.

창은 없다. 아니, 다른 무엇도 없다.

거기에 존재하는 건 텅 빈 손.

허나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방패.

천마금나수 오의.

불파.

끼긱!

엄지를 제외한 네 개의 손가락이 검환의 옆면에 맞닿는 순간, 칼로 강철을 가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핏!

나와 놈의 얼굴에 튀는 한 방울의 핏방울.

불파가 깨지며 살짝 찢겨나간 손가락에서 튀어 오른 핏방울이었다.

그것을 보고 고통이 가득하던 놈의 표정에서 한 줄기 기쁨이 피어오른다.

이것을 시작으로, 반드시 내게서 목숨을 거둬갈 것이라는 그런 의지가 담긴 표정.

하지만 이를 악 물고.

찢겨나간 손가락의 통증을 무시한 채, 그것을 완전히 옆으로 치워낸다.

그러자 훤히 드러난 놈의 몸통.

“무···?!”

퍽!

“크억!”

그곳으로 남은 주먹을 꽂아 넣었다.

검환을 막아낸 손의 불파는 깨졌을지 몰라도, 남은 손의 불파는 여전히 남아있었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단단한 방패는, 공격 수단으로써도 무엇보다 확실했다.

강하게 휘둘러진 철퇴에 맞은 것처럼 반대쪽 연회장 벽에 박혀버리는 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 도둑놈 따위가···!!!”

쾅!

연회장의 벽을 박차며, 놈이 다시 한번 검에 적흑색 검환을 만들어 나에게로 날아왔다.

그런 놈의 뒤로는 검환의 힘에 찢겨진 공간과, 거기에 가득 들어찬 불길한 적흑색의 기운.

자신의 흔적을 마구 뿌리며 날아온 놈이 지척에 닿은 순간 자신의 검을 휘둘렀다.

조금 전보다 훨씬 빠르고, 강하다.

도저히 피한다는 생각조차 떠올릴 수 없는 쾌속한 공격.

쾅!

그렇다면 막는다.

아니.

부순다!

끼기기기긱!!!

방금 놈의 복부로 쳐 날렸던 주먹을 검환을 향해 뻗었다. 검과 맞닿은 주먹에서 기괴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몇 년간 잊고 있던 강렬한 통증이 팔을 타고 뇌리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았다.

놈의 검환을, 놈 최강의 일격을.

“어떻게?!”

“방금 막을 때 깨달았거든.”

끼긱.

강대한 내공이, 그 근본을 알 수 없는 무공이, 피부가 잘릴 듯 깍여나갔다.

하지만 거기에는 아직 근육과, 뼈가 남아있었다.

“초대 천마라는 인간이 대체 얼마나 천재였는지 말이야.”

불파는 그저 겉만 튼튼하게 만드는 게 아니었다. 팔 전체를 그 어떤 것보다도 튼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인간의 육신 중 가장 약한 피부가 벗겨지고, 거기에는 더욱 튼튼한 근육과 뼈가 남았으니.

끼긱!

“이, 도둑놈이···!”

“벌써 몇 번이나 말하지만 훔쳐 간 적도 없고, 무엇보다.”

앞으로 쭉 뻗어 나가는 주먹.

콰과광!

검환이 부서지고.

퍼석.

놈의 검이 부서지고.

“크아아악!!!”

놈의 안면이 부서졌다.

“내가 너희들보다 훨씬 더 권능의 주인에 어울린다고!”

그 말과 함께 부서진 대지에 박히며, 축 늘어지는 놈의 육신.

사막을 건너온 뒤 벌어진 첫 번째 싸움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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