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번의 첫 도시, 임지(2)
돈둡 성주가 준비해준 숙소는 예상보다도 훨씬 좋았다.
한 사람당 하나의 방을 배정해주는 건 물론, 그렇게 배정해준 방의 수준 역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성의 크기 때문인지 방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았지만, 가구는 서역의 직물에 대해선 문외한인 나도 놀랄 정도로 고급스러운 질감이 느껴졌다.
각종 장식품 또한 보석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없었고, 벽에 붙은 여러 장의 그림에도 명인의 솜씨가 절절하게 느껴졌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방을 만드는 것보다 이 안의 장식품이 더 비쌀 것 같다 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고급스러운 방 안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음에도, 나는 물론이거니와 다른 두 사람의 표정도 그리 좋지 못했다.
“이 방 안의 장식품 중 하나만 팔아도 저 밖에 백성 열은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 텐데···어째서···.”
방에 있는 장식품과 그림을 각각 한 손에 든 채 절망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리고 있는 갈첸 장군.
직접 말을 꺼내진 않았지만, 우리 둘도 그와 비슷한 심정이었다.
이미 외곽의 전경을 보고 왔던 우리에게 이 방의 고급스러움은 추악함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돈둡 성주란 작자는 원래 저런 인간이었습니까?”
내 질문에 갈첸 장군은 들고 있던 장식품과 그림을 옆에 있던 탁자에 내려놓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요···원래 욕심이 적지 않은 인물이긴 했으나, 자기 백성을 저렇게 버려둘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전에 제가 잠깐 체류할 때도 외곽의 발전이 늦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지금은 외곽을 완전히 악마에게 버려둔 채 자기 보전에만 급급한 그런 인간이 되어 버렸다···확실히 정상은 아니군요.”
곡산의 대답에 동감한다는 듯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갈첸 장군.
“대체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전에 갈 때만 해도 가난할지언정 멀쩡하던 외곽이 저리되고, 성주라는 작자는 백성의 고통은 상관없다는 듯 자기 부를 쌓는 데에만 급급하다니, 어찌 이런···.”
갈첸 장군의 탄식을 들으며, 옆에서 팔짱을 낀 채 구경하고 있던 화순에게 질문을 던졌다.
네 생각은 어때?
[글쎄다. 일단 우리가 지금껏 얻은 정보를 토대로 답을 내보자면 둘 중 하나야. 포섭, 아니면 바꿔치기지.]
즉, 화산파 장로나 옥천이 그랬던 것처럼 뭔가 대가를 받고 포섭을 당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뭔가 괴상한 무공으로 그런 척을 하고 있거나. 이거로군.
화순의 대답은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애초부터 그 악마 놈들의 기운이 성주에게서 풍기는 시점에서 뭔가 구린 내막이 있다는 건 확실시 되었으니, 남은 건 한낱 동조자일 뿐인지, 아니면 그들의 일원 중 하나인지 밝혀내는 것만 남았으니 말이다.
“잠깐만요.”
한창 어떻게 도시가 이 사태,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는가에 대해 한창 토론을 나누고 있던 두 사람의 틈을 파고들며 입을 열었다.
“제 생각이 맞다면, 아마 돈둡 성주는 지금 악마에게 회유를 당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악마 중 하나가 변장했으리라 생각됩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가···악마들에게 회유를 당하다뇨?”
“혹시 뭔가 알아채신 것이라도 있으신 겁니까?”
“아까 그가 가까이 왔을 때, 그의 기운을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묻겠습니다만, 혹시 돈둡 성주가 무공을 익힌 적이 있습니까?”
“아뇨···제가 알기론 그는 옛날부터 무공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확실하군요. 지금 그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무공을 전혀 익히지 못한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강력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습니다.”
“그, 그게 사실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갈첸 장군의 눈이 세차게 흔들렸다.
돈둡 성주가 미쳤다, 라는 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어도, 그가 악마에게 포섭을 당했거나, 악마와 바꿔치기 당했다는 건 그걸 넘어서는 이야기였다.
어느 쪽이건 감히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
“···죄송합니다. 은인의 말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나, 이건 제가 감당할 수준을 벗어난 이야기입니다.”
“이해합니다. 돈둡 성주의 변화가 갑작스럽긴 하지만, 그렇다 하여 제 말씀을 선뜻 받아들일 정도는 아니죠.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만약 그가 장군을 해하려 할 때, 그를 한낱 범인으로 생각지 마시고 전력을 다해 맞서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었을 뿐이니까요.”
내 진중한 대답이 오히려 그 이야기의 진실성을 키워준 것일까. 그는 전처럼 반박의 말 없이 이마를 찌푸린 채 느릿하게 고개만 끄덕일 뿐이었다.
“그런데···.”
우리 두 사람의 대화에 감히 참견도 하지 못한 채 듣고만 있던 곡산이 조심스레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에 연회가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두 분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일단 제 의견을 말씀드리자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곡산의 질문에 먼저 입을 연 건 갈첸 장군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성주가 직접 초대한 일입니다.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닌데 바로 그날 생각을 바꿔 약속을 파해버린다면, 서로 원수로 삼을 만한 큰 실례입니다. 그렇게 되면···.”
“만약 그가 정말로 악마에게 포섭당했다면, 우리를 정당히 죽일 수도 있는 잘못이란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일부러라도 그런 위험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갈첸 장군의 대답은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명나라에서도 약속을 파하는 건 큰 문제가 있는 일이었지만, 서역, 특히 토번 제국에선 그 수준을 넘어서 약조한 상대 자체를 완전히 무시하는 일로 받아들여지곤 했기 때문이다.
그가 정말 악마에게 포섭을 당했거나, 악마가 변장한 것이라면 그들이 우리를 합법적으로 감옥에 가두거나 참형에 처할 수 있을 만큼 큰 실례였으니까.
그의 대답에 동의하는 한편, 고개를 돌려 이번에는 곡산을 바라보며 물었다.
“곡산이 네 생각은 어떠냐?”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만약 이유도 없이 이번 약속을 파해버리면, 돈둡 성주는 물론 토번의 다른 귀족들에게도 좋은 취급은 받지 못할 테니까요.”
“이번 일 다음도 생각하자, 그런 의미냐?”
“그렇습니다. 만약 유 대협의 말씀이 사실이라면, 돈둡 성주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안전하다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지 않습니까? 설사 여기서 약속을 깨고 도망친다고 해도, 다른 도시에서도 그리 좋은 대우를 받지는 못할 겁니다.”
“결국 두 사람 다 가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거군.”
물론 내 생각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그렇다고 전혀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갈첸 장군이야 그렇다 쳐도, 우리 두 사람까지 함께 연회에 초대해주다니.
물론 근 수십 년 만에 나타난 사막 횡단자라는 사실과 장군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사실이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악마라는 위협이 실존하는 이때 정체가 확실치 않은 사람들을 이렇게 중한 자리에 초대한다는 건 뭔가 목적이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목적이 무엇인가.
그걸 파악하고 먼저 파헤치지 못하는 이상, 우리는 연회에 참석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연회장에선 가능하면 두 사람 다, 특히 무공을 쓰지 못하는 곡산이 넌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지 마라.”
확실히 내 아군인 두 사람을 구하는데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겠지.
지금껏 듣지 못했던 내 딱딱한 목소리에 두 사람은 얼굴을 딱딱히 굳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
그렇게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저녁 시간.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방에 모여 있던 우리 세 사람의 고개가 모두 그쪽으로 향했다.
“갈첸 장군님, 일어나 계십니까?”
아직 앳된 기가 다 사라지지 않은 여성의 목소리. 아무래도 갈첸을 부르러 온 시녀인 듯했다.
어떻게 할까요. 갈첸이 목소리를 내고 입만 벙긋거리며 묻자, 문에 턱짓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일어났네. 무슨 일인가?”
“곧 연회가 시작되니, 연회장으로 찾아와 달라는 성주님의 말씀을 전해드리려고 왔습니다.”
“알겠네. 일행분들과 함께 곧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리게.”
“명대로 하겠습니다. 그런데 옷차림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일단 옷은 준비해두었습니다만···.”
“내가 원래 입던 장군복이면 충분하네. 일행 두 분도 우리의 복식은 불편하실 수 있으니, 가능하면 원래의 복식으로 가시게 해드리게.”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 전해놓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점점 멀어지는 시녀의 인기척. 문 앞에 사람들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갈첸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두 분은 아마 성주나 저와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안내할 겁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십쇼. 최대한 안전하게 움직일 테니까요.”
정작 걱정해야 할 사람은 우리보다 갈첸 본인이었지만, 내 무공의 경지를 그에게 직접 보여준 적은 없었으니 이런 반응도 이해 못 할 건 아니었다.
다시 한번 우리의 안녕을 빌며 방 밖으로 나서는 갈첸 장군.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우리도 곧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가져온 짐 중 적당히 괜찮은 옷을 갖춰 입고 밖으로 나서자,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린 시종 중 하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는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두 분을 연회장으로 모시게 된 칼파라고 합니다. 두 분 모두 준비는 끝나셨습니까?”
“그래, 안내해주게.”
“알겠습니다. 제 뒤를 따라오세요.”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향하는 시종의 뒤를 따라갔다.
돈둡 성주가 직접 준비할 정도로 연회의 규모는 어마어마했던 모양이다.
우리가 시종의 안내대로 연회장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처럼 연회에 초대받은 수많은 사람이 우리의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고, 뒤를 따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간 연회장은.
“와···.”
이곳이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걸 몇 번이나 다짐했던 곡산이 감탄할 정도로 화려하면서도, 성 내에 모든 인원이 모일 만큼 거대했다.
나야 빙궁주나 남만의 황제 등, 성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벌였던 연회에 여러 번 초대받은 경험이 있던지라 그리 놀라지 않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없었다면 곡산의 옆에서 똑같이 경악하고 있었겠지.
ㄷ자의 연회석 중 제일 상석에는 돈둡 성주와 갈첸 장군. 그리고 돈둡 성주에 뒤지지 않는 고급스러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여럿 자리하고 있었다.
[성주랑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은 있어?]
글쎄···너무 멀리 떨어져서 자세히 파악하긴 힘들지만, 그런 사람은 없는 것 같은데.
가까이 가서 확인하면 확실히 알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가 있는 자리는 최후미라곤 할 수 없어도 상석과는 너무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하물며 그들이 기세를 풍기고 있는 것도 아니고, 기운을 숨기고 있다면 파악하는 건 더더욱 어렵다.
하지만 기세를 파악하지 않아도 이만한 거리에서도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있는 법.
걷는 방법, 자리에 앉을 때의 움직임, 뭔가를 잡기 위해 손을 뻗는 행동까지.
그런 간단한 움직임에도 그들의 수준을 파악하는 건 가능했다.
···일단 같이 상석에 있는 사람 중 특출난 무공의 고수는 없어.
[그렇다면 성주 하나에만 접촉했다는 말이거나, 아직 다른 쪽에는 손을 뻗지 않았다는 거네?]
화산파에서도 처음에는 장문인에게만 접촉했다가, 시간이 흐르며 장로나 단주 등 중요 인물을 포섭했던 것처럼 여기서도 그런 식으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좀 더 쉬워진다. 만약 성내에서 큰 혼란이 일어나도, 바로 잡아줄 만한 힘을 가진 사람이 남아 있다는 뜻이니까.
그래, 예를 들어···불의의 사고로 성주가 죽는다거나, 하는 일 말이지.
땡땡땡.
연회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상석의 중앙에 자리하고 있던 돈둡 성주가 젓가락으로 자신의 잔을 몇 번 두드리기 시작했다.
“자, 조용, 조용. 지금부터 이 돈둡이 이 자리에 모여준 여러분들에게 인사드리겠습니다.”
그의 말에 순식간에 고요해진 연회장. 그 고요함을 만끽하듯 잠시 좌중을 둘러보던 그는 다시 입을 열었다.
“친히 연회에 참석해준 귀빈과 부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바이오. 최근 우리의 제국이 악마의 침략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와중에도, 훌륭히 그들을 격퇴하여 우리의 성을 지켜준 용맹한 전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이번 연회를 개최하게 되었소. 그리고.”
스윽.
거기까지 말한 돈둡 성주는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서 최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고 있는 갈첸 장군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지만, 이렇게 몸 성하게 생환해 준 우리 갈첸 장군과.”
그리고 갈첸 장군에게 향했던 손길이 이번에는 우리를 향했다.
“그분의 생환에 큰 도움을 준 사막 너머의 사람들, 한족의 나라에서 우리의 땅으로 찾아온 손님에게도 진심으로 감사드리는 바이오!”
짝짝짝짝!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리 세 사람에게 쏟아지는 우레와도 같은 박수.
돈둡 성주는 마치 그 박수가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양,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모두 이 두 가지 경사를 진심으로 기뻐하며, 최대한 즐겁게 이번 연회를 즐겨주시길 바라오!”
짝짝짝짝!
그의 연설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번 연회장을 가득 채우는 박수 소리.
그리고 시작된 연회에는 중원과 세외에서 벌였던 연회와 달리 참으로 시끌벅적했다.
처음에는 상석과 하석을 나눠놨지만,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그런 건 신경 쓰지도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일어나 뒤섞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독특한 흐름 속에서는.
“연회는 잘들 즐기고 계십니까?”
돈둡 성주가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또한 자연스럽게 보였다.
“덕분에 편히 쉬고 있습니다. 그저 성주님의 호의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하하하! 장군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이정도야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스윽. 그는 입가에 그려진 미소를 지우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 등 뒤에 메고 있는 무언가를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무기를 가져오셨구려?”
“아무래도 무인이다보니, 무기를 지참하는 게 버릇이 되어서 말입니다. 혹시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라면···.”
“아니, 전혀 그렇지 않소. 우리 제국에선 설사 황제 폐하의 앞이더라도 전사는 쉬이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니 말이오.”
내 대답에 바로 손을 흔든 돈둡 성주는 다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대답했다.
“본 성주는 그저 흥을 돋우고 싶었을 뿐이요.”
“흥···말입니까?”
“본디 제국의 연회에는 검무나 비무 등, 칼과 창을 통해 흥을 돋우는 것이 자주 있는 일인데, 아무래도 급히 열린 연회다 보니 그런 것이 없어서 아쉬워서 말입니다. 혹시 손님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정도라면.”
툭. 등에 메고 있던 두 자루의 창을 옆으로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상대만 불러주십시오.”
“오, 감사합니다! 덕분에 연회의 격이 더욱 높아지겠군요! 곧 상대할만한 인물을 부르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다시 상석으로 향하는 돈둡 장군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곡산이 낮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지금 적대적인 행동을 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잘하면 이야기가 잘 풀릴 수도···.”
“곡산아, 너는 웬만하면 장사는 하지 마라.”
“···네?”
“장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사람 눈을 읽는 거 거든? 너는 완전 꽝이니까 절대 장사하지 말라고.”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 인간, 나랑 이야기하면서 단 한 번도 입은 웃으면서 눈은 절대 안 웃었거든. 그리고 장사꾼한테 그러는 인간은 딱 둘 뿐이야. 나한테 사기를 치려는 사기꾼이거나, 나를 잡아먹으려는 또 다른 장사꾼.”
씨익.
입가에 뒤틀린 미소를 띠며,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돈둡 성주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저놈은 지금 뭘 바라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