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교로의 귀환(2)
그리고 유현의 불길한 예감 그대로, 마교에선 한창 병력을 모으기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에서도 정확히 자신들이, 그리고 자신들을 이렇게 모은 옥천이 무슨 행동을 하려는 지 아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알아차리는 이들은 몇 있다 해도, 그걸 믿지 못한다는 게 더 옳은 말이었다.
현재 마교의 중심지로 모여들고 있는 부대와 병력의 숫자를 기록하고 있던 정보부의 일반 대원은 오늘 들어온 병력의 숫자를 기록하던 붓을 잠깐 내려놓고, 자신의 옆에 동료를 향해 물었다.
“그 미치광이 천마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려고 이렇게 병력을 모으고 있는 걸까?”
이미 옥천은 마교의 수많은 교도에게 미치광이 천마, 맛이 간 천마, 혹은 또라이 천마로 불리고 있었다.
그건 지금 그가 열정적으로 모든 교도를 모으고 있는 것도 한몫했지만, 갑자기 변한 그의 행동거지 때문이기도 했다.
“···설마 정말로 전쟁을 벌이려는 속셈은 아니겠지?”
떨리는 목소리로 걱정 어린 말을 내뱉는 동료를 보며 옆에 있던 정보 요원도 붓을 내려놓고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다. 안 그래도 천마를 받드는 시종들도 천마 때문에 골치라던데. 차라리 전에는 불같이 화를 내면 거기에 따르기만 하면 됐는데, 이제는 대체 무슨 명령을 내리는지도 모르겠단다. 그런 인간 속을 대체 누가 알겠냐?”
“그럼···.”
“···그래도 아무리 그래도 전쟁까지 벌이지는 않을걸.”
최악의 내용을 내뱉으려는 간 작은 동료의 말을 멈추며, 다른 대원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지금 행방불명된 전대 천마님을 찾으려고 하는 거겠지. 설마 전대 천마님이 힘겹게 이뤄놓은 정파와의 평화를 먼저 깨부수려고 하겠어?”
“하, 하긴 그렇겠지?”
옥천은 아직 전대 천마 독고삭의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전생에선 자신이 권능을 강제로 물려받음으로써 천마의 힘을 계승했노라 말할 수 있었지만, 유현에게 천마의 권능을 빼앗긴 지금, 그가 천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근거는 오직 독고삭의 제자라는 이유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 하나만으로 그를 천마로 인정할 사람은, 하급 무사들은 몰라도 마교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상위 마인들 중엔 없었다.
그 때문에 옥천은 독고삭의 죽음을 숨긴 채 천마 대리라는 어설픈 이름을 자칭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건 이미 천마로 대부분의 마인에게 인정받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하아, 독고삭님이 살아 계실 적엔 이런 쓸데없는 고민도 안 했는데···.”
“이젠 세상이 바뀌었어. 너도 너무 걱정만 하지 말고, 이제 세상의 흐름을 좀 읽어봐.”
“으, 응, 그래야지.”
동료의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어수룩한 정보 부대원.
하지만 지금 이런 급변하는 마교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간 전체에 퍼져 있던 마교도를 모두 끌어모으다니···.”
옥천의 명령에 따라 마교로 돌아오게 된 하급 무사부터.
“당대 천마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나의 전투단을 이끄는 단장은 물론.
“설마 정말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 건가?”
도시 몇 개 규모의 지부를 총 관리하는 지부장까지.
계급의 상하 관계없이, 이번 일에 의문을, 그리고 걱정을 품고 있는 이들은 많았다.
그리고 개중에는.
“천마이시여···지금 무슨 짓을 벌이려 하는 겁니까.”
직접 옥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이도 있었다.
마교에서도 손꼽히는 검의 고수, 이장로 마선(魔仙) 백선옥이 바로 그러한 이였다.
오직 천마와 그에게 인정받은 몇 사람만 들어올 수 있다는 천마의 대전에는 현 천마인 옥천과 백선옥. 이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본산 내에 전부 수용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무사가 복귀했소. 행방불명된 두 사람을 찾을 이유로 이만한 인원을 끌어모은다는 건 스스로가 생각해도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지 않소이까?”
“그런가?”
까득.
백선옥의 말에도 옥천은 힘없는 목소리로 손안에 있는 걸 입에 집어넣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백선옥은 이마를 찌푸렸다.
그 분노에는 자신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도 분노하는 요소 중 하나였지만, 그보다는 다른 감정이 더욱 컸다.
혐오감.
지금 옥천이 맛있다는 듯(이라고 말하기엔 그는 쭉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지만) 먹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생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짐승을 죽여, 그 가죽과 살만 벗겨낸 뒤, 오직 뼈만 남긴 걸 그는 계속해서 먹어치우고 있었다.
“···폐관 수련을 마친 이후론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사오만?”
“식사는 쭉 하고 있다. 지금도 하고 있고.”
그것도 달포 넘게 그것만 먹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다.
다른 장로와 천장들이 숙덕거리던 이야기를 다시 한번 떠올리며, 백선옥은 꿀꺽 침을 삼켰다.
“어찌 됐건, 지금 모든 교도가 천마의 명령을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보고 있소이다. 혹시···.”
“혹시?”
“·········.”
백선옥은 과연, 자신이 이 말을 꺼내도 되는가에 대해 그 짧은 시간 동안 몇십, 몇백 번이고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답은 딱 하나.
그에게서 진실을 듣고 싶다면, 결국 그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전쟁을···바라시는 것이오?”
딱.
그의 질문이 나오는 그 순간, 옥천의 이빨이 어느 짐승의 다리뼈를 부수는 소리가 대전을 가득 채웠다.
우드득, 우드득, 우드득.
마치 얼음을 씹어 먹듯 다리뼈를 씹어먹던 옥천은 꿀꺽, 소리가 백선옥에게 까지 들릴 정도로 크게 삼키더니.
“그렇다면?”
“···예?”
“만약 내가 ‘그렇다, 정파와의 전쟁을, 서로 한 사람까지 죽을 때의 전쟁을 원한다.’라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할 것이지?”
“저, 저는···.”
마치 확답을 원하는 듯한 옥천의 말에 백선옥의 눈동자가 흔들거렸다.
그는 독고삭의 뜻을, 의지를 가장 깊이 받아들이고 있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그 또한 독고삭의 평생의 숙원이던 정파와의 평화에도 큰 힘을 쏟고 있었다.
물론 너무나 깊은 감정의 골에 의해 독고삭과 그의 노력에도 큰 결실을 맺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그래도 천천히, 아주 천천히 가까워지고 있다고는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전대의 의지를···그분의 꿈을 완전히 부정하시겠단 말씀입니까?”
“그의 의지요, 그의 꿈이었지.”
툭.
자신이 먹던 다리뼈를 옆에 있는 탁상에 내려놓은 옥천은 무표정한 눈길로 아직도 흔들리고 있는 백선옥의 눈을 마주했다.
“나의 의지와 나의 꿈이 그와는 다른 편에 있다면, 당연히 당대 천마의 의자와 꿈을 따르는 게 맞는 것 아닌가?”
“그건···!”
정론이다.
너무나 정론이다.
마교는 강자를 따르는 집단이며, 현재 마교 내 제일 강자는 누가 뭐라 해도 옥천이다.
네 명의 장로와 여섯 명의 천장 모두가 동의한 사실.
그렇다면 당연히 그의 의견을, 그의 뜻을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리라.
그렇기에 백선옥은 어떠한 대답도 꺼낼 수 없었다.
평생 따르던 독고삭의 뜻인가.
평생 소속되어 있던 마교의 뜻인가.
백선옥은 둘 중 그 무엇도 우선할 수 없었다.
“곧.”
백선옥이 아무런 대답도 꺼내지 못하자, 기다리지 못하기라도 한 듯 옥천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모두가 모이던 네가 그토록 기다리던 대답을 꺼내주지.”
그 말을 끝으로 옥천은 내려놨던 뼈를 다시 집어들었다.
명백한 축객령. 그의 그런 모습에 백선옥은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숙이고선 조용히 그곳을 빠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오직 한 사람만이 남은 대전.
우드득, 우드득, 우드득.
화려한 외견과 달리 그 안에서는 굶주린 짐승이 뼈를 갉는 듯한 소리만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
십만대산.
마교의 본산이라 알려진 이곳이 정말 십 만개의 산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마교에 심취한 이는 ‘정말로 초대 천마께서 하나하나 직접 세어 보시고 십만 대산이라 이름 붙이셨다!’라고 말하곤 했지만, 그걸 실지로 믿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의 이름을 고치려 하는 이들은, 심지어 정파들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압도적인 규모.
정말로 산이 십 만개가 이루어져 있는지 모른다는 말은, 달리 말하자면 어쩌면 십 만개 이상으로 이루어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한 규모에 맞춰, 마교의 본산 역시 어마어마한 크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단일 세력으로 정파 전체와 맞상대 할 수 있는 유일한 집단.
그런 말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그들의 본산은 하나의 성에 가까운 크기를 자랑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크기가, 넓이가 무색할 만큼 어마어마한 인파가 본산에 몰려 있었다.
본래대로라면 한산했을 대로는 물론, 사람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몰랐던 탑에도 하나같이 사람들이 가득 올라와 있었으니, 사실 현존하는 마교도 모두가 모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아니, 그것은 과언이 아니라 진실이었다.
신강은 물론, 중원 전체에 걸쳐 존재하던 비밀 지부와 첩보 부대. 정보 세력까지 모두 모인 지금, 본산에는 마교의 모든 전력이 모여 있는 게 사실이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모두 당대 천마인 옥천의 첫 번째 명령에 따른 것이었다.
···물론 사실은 두 번째 명령이었지만, 첫 번째 명령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모두 목숨을 잃거나, 그의 명령에 따라 철저히 입을 다물고 있었기에 그 일로 인해 입을 열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소란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천마의 자리에 오르자마자 가장 처음 명령한 게 모두가 모이는 것이라니.
상급자의 말은 목숨처럼 지키는 마인과 교도들이라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침묵하는 건 불가능했다.
웅성웅성웅성.
“정말 이만한 인원이 모이니 장관이로구만.”
“설마 이만한 수가 정말로 모두 모일 줄이야···.”
“그런데 설마···진짜로 소문으로만 듣던 그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요?”
“아니겠지, 설마 진짜 그런 미친 짓을 하려할까?”
자신의 동료, 하급자, 심지어 상급자와 함께 그 뜻을 알 수 없는 이번 명령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이들.
그들로 인해 지금 마교 본산은 평상시의 조용하던 그곳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워졌지만, 그들을 막을 사람들은 없었다.
원래라면 그들을 막아야 할 상급자들 역시 지금 이 상황에 혼란스러운 건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소란도.
쿵!
갑작스레 본산 전체에 울려 퍼진 커다란 북소리 앞에선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이런 북소리가 울린다는 의미는 딱 하나.
본산의 최후방. 대전의 문이 열리더니, 수십 명의 인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마교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의 가주들과 중원 전체에도 이름 높은 전투단의 단장들. 그리고 마교를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알려진 여섯 명의 천장과 네 명의 장로.
그리고.
“천마께서 강림하신다!”
“천마께서 강림하신다!”
“천마께서 강림하신다!”
마치 짜놓기라도 한 듯,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음색으로 외치는 마인과 교도들.
그것은 교리를 넘어 영혼에 새겨진 행동이요, 발언이었다.
그리고 그 말에 맞춰, 가장 후방에서 나타난 청년.
미의 기준이 크게 뒤틀린 자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미남이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외모와, 본산에 있는 모두를 침묵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기운을 퍼뜨리고 있는 그 사내.
하지만 지금 본산에 모인 이들이 그를 눈여겨보고 있는 건, 그런 이유 때문만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공허감.
분명 본산 모두가 시선을 집중하고 있음에도, 거기에 그가 실지로 그곳에 존재하고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위대한 마교의 아이들이여!”
하지만 그가 입을 열자, 그것이 모두 바뀌었다.
의심이 서려 있던 마인의 얼굴에는 오직 굳건한 믿음이 자리했고, 긴가민가하던 교도들의 분위기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그대들이 이 땅 위에 모여준 것을, 나 옥천은, 당대의 천마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넓디넓은 본산에 가득 들어찬 이들 중 옥천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이들은 없었다.
마치 바로 옆에서 그 목소리를 들려주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만큼 똑똑히 들리는 그의 목소리.
그의 내공이 그만큼 심후하다는 증거였다.
“지금 그대들을 이 자리에 모은 건 다름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진실을 알려주기 위해서이다!”
“진실?”
“진실이라고?”
“갑자기 무슨 소리지?”
“그 진실은!”
꿀꺽.
모두가 긴장한 채 그의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렸고, 그리고 그런 기다림에 보상이라도 하듯.
“전대 천마이자, 나의 스승인 독고삭은···저 간악한 정파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의 입에서 나온 ‘진실’은 마인과 교도들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뭐, 뭣?!”
“쉿! 조용!”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한 이들 중 몇몇이 입을 열려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에 의해 그것은 이뤄지지 못했다.
천마가 입을 열고 있을 때, 감히 다른 누군가 입을 여는 건 엄청난 불경죄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 옥천이 꺼내는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스승께선 그들과의 평화를 믿었지만, 놈들은 평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스승의 말을 거짓이라 매도하며, 그분의 목숨만을 노렸을 뿐!”
잠깐 말을 멈춘 옥천은 다시 입을 열어, 전과는 다른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분노하지 않는 마인들은 있는가?”
“없습니다!”
“어찌 그런 자가 있을 수 있단 말입니까!”
“정파에게 죽음을! 정파에게 죽음을!”
옥천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옥천의 옆에 있던 다른 이들이 경악하며 그를 바라보았지만, 무슨 말을 꺼낼 순 없었다.
불경죄도 불경죄지만, 그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던 것이 컸다.
이들 중 몇몇은 정말로 ‘진짜 정파 놈들이 천마 님을 암살한 건가?’라고 생각하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런 생각만 하는 이들이 있던 건 아니었다.
“어, 어째서 그것을 이제 와서···.”
“그는 왜 그걸 미리 말하지 않았던 것이지?”
지금 이들을 모두 모으고 나서야 그런 충격적인 사실을 꺼냈다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도 있었지만, 설사 알았다고 해도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옥천이 천마가 되기 전이였다면 모를까, 이미 열 사람 전원의 동의로 천마가 된 이후다.
이제 와서 그를 탓하는 말을 꺼내 봐야 하나, 둘의 힘으로는. 아니, 네 장로와 여섯 천장이 힘을 합쳐도 거스를 수 없다.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그가 무슨 말을 꺼내건 따라야 할 뿐.
“내가 그대들을 여기에 모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우리는 먼저 손을 뻗었지만, 그들은 그 손을 잘라 우리의 뺨을 쳤다! 나는 이 사실을, 이놈들을 용서할 수 없다!”
척!
자신의 정면, 즉 본산의 바깥으로 손가락을 뻗은 옥천은 어떤 때보다도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마교의 마인들은, 마교의 교도들은 들으라! 내 스승의 원수를, 천마의 원수를 갚고 싶지 않은가!”
“갚고 싶습니다!”
“그분이 흘린 피의 만 배를 그놈들은 갚아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출정이다! 전쟁이다! 그들의 피로 그분의 원한을 갚자!”
“중원을 놈들의 피로 물들이자!”
“와아아아!!!”
그 어느 누구의 말로도, 누구의 행동으로도 도저히 멈출 수 없는 거대한 흐름.
본산에 가득 차오른 분노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으리라.
옥천의 옆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장로와 천장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쿵!
갑자기 대지를 흔드는 거대한 진동에 모두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리고 침묵과 동시에 본산에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목소리.
“듣자 듣자 하니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구나.”
그것은 방금 본산 전체를 뒤흔든 교도들의 목소리와 별 차이가 없었다.
오직 한 사람의 목소리가, 몇만, 몇십만이 모였는지조차 모를 그들과 똑같은 성량을 내고 있다는 뜻이었다.
“누구냐!”
자신의 연설이 끊겼기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진 몰라도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는 옥천.
“나?”
쿵!
그리고 그에 화답하듯, 본산의 정문에 나타난 두 명의 남녀.
그리고 그중 방금 그 말을 꺼냈다 생각되는 사내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가 제일 보고 싶어 할 사람이자, 보기 싫어할 사람.”
옥천의 비밀을 모두 아는 사내이자, 옥천이 원하는 걸 가지고 있는 사내.
유현이 독고화와 함께 마교에 나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