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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149화 (149/185)

서란 구출 작전(1)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건물 안에는 하나둘 다른 사람들도 모여들기 시작했다.

연령, 성별, 복장. 어디 닮은 부분은 없었지만, 그 눈빛만큼은 결의에 차오른 이들.

그들 모두 하나같이 건물 안에 들어서는 순간, 독고화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눈물을 흘렸다.

“오오오!”

“그분의 딸이 여기에 나타나다니!!”

“아직 우리에게도 희망이 남아있었다는 말인가!!!”

···사후 세계에 나타났다는 말이 곧 죽었다는 말이라는 건 아시나 몰라.

마음 같아선 이렇게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지금 같은 분위기에 그랬다간 이 분위기를 역전해서 나한테로 분노를 내뿜겠지.

“자, 자! 모두 진정! 진정하시오!”

가장 먼저 우리를 이쪽으로 데려왔던 사내가 큰 목소리로 호령하자, 독고화 주변에 몰려있던 사람들도 슬슬 흩어졌다.

우리 일행과 사내 주변에 적당한 공간이 만들어지자, 그제야 사내는 우리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까 전 무례를 사죄드립니다. 더 시간을 끌었다간 병사들에게 잡혀갈 위험이 있어서, 부득이하게 아까와 같은 일을 벌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덕분에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주세요.”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그 위험을 누가 당할 것이냐, 물어보면 사내와 우리의 생각이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도 큰 소란 없이 그들을 피할 수 있었던 건 우리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병사들은 어떻게 독고 소저와 서란 님의 관계를 알고 잡으려고 한 걸까요?”

명도의 의문은 나도 생각하고 있던 부분이었다.

물론 독고화가 한순간 착각할 만큼 많이 닮긴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외견의 유사성만으로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안 그래도 침략군으로 인해 불만이 많을 이 상황에 겨우 외견이 닮았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막 잡아가면 없던 반란도 일어난다고.

애초에 딸이 있다는 첩보라도 있었다면 모를까, 우리가 독고화와 서란의 연관성에 대해 말했던 건 뒷골목의 괴짜들 외엔 없었다.

만약 그들 중 하나가 그들에게 정보를 팔아넘겼다고 해도, 우리는 우리가 이곳으로 올 수 있는 가장 빠른 길만 골라서 찾아왔다.

독고화를 위해 휴식 시간을 어느 정도 가지긴 했지만, 그걸 감안해도 우리보다 빨리 찾아올 인간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마을에 들어설 때부터 이미 수상한 눈빛을 보내며 우리를 잡으려 들었다.

명도가 의문을 표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었다.

“으음···그러고 보니 세 분은 아직 서란 님을 직접 뵌 적 없으시지요?”

“사후 세계에서라면···네, 아직 한 번도 뵌 적 없습니다.”

“서란 님은···저희에겐 그저 그 존재만으로도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자, 등대와도 같은 분입니다.”

“아···네···.”

···서란 이 사람, 마교의 안주인이라고 여기서 종교라도 하나 차린 건가?

이 사람 말하는 말투가 무슨 천마를 우러러보는 평신도 같은 말투인데.

나의 짜게 식은 눈빛을 읽어내기라도 한 것인지, 그는 조금 발끈한 말투로 말했다.

“이건 그저 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의 강함도 물론 사후 세계에서 특출나지만, 이토록 그분을 따르는 사람이 많았던 건 숨길 수 없는 위엄과 기운 또한 한몫하였으니까요.”

“숨길 수 없는 기운···혹시 무공에 관한 걸 말씀하시는 건가요?”

독고화의 질문에 바로 그쪽으로 고개를 돌린 사내는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역시 아가씨께서는 알고 계시는군요.”

서란의 무공?

독고화와 사내의 문답에서 튀어나온 그 한 마디에 잠들어 있던 기억을 떠올린다.

서란의 무공에 관한 이야기라면 그녀의 생전에도 여러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마교의 주류 가문의 여식으로서 마공을 익혔으리라는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그녀는 마궁도, 그렇다고 정종 무공도 아닌 독특한 무공을 익혔기 때문이다.

분명 마공 같은 사이한 기운이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정종 무공이라고 할 수도 없는 특이한 기운.

그녀가 정파의 사람과도, 마교의 사람과도 친하게 지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녀의 성격도 성격이지만, 그녀가 익힌 무공 또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정파에선 사특한 마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편안히 지냈고, 마교에선 또 마교대로 마공은 아닐지언정 하찮은 정파의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고 상관없다 했으니 말이다.

“생전 그분께서 당신의 무공을 아가씨에게 말씀드린 적은 없으십니까?”

“딱 한 번···어머니께서 직접 제게 무공을 가르쳐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아쉬워하셨다고···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셨던 적은 있어요. 그 외엔···.”

애초부터 독고화를 낳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목숨을 잃었던 서란이다.

무공에 대해 말하고 말고 할 겨를이 그녀에게 있을 리가 없었다.

어두운 얼굴로 대답하는 독고화의 모습에 사내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역시···그분의 안배가 있었던 거군요.”

“···안배요?”

“그분께서 익힌 무공은 본디 아주 어릴 적부터 준비해놔야 익힐 수 있습니다. 그 안배로 인해 그들은 아가씨가 그분과 깊은 연관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낸 것입니다. 물론, 저도 그렇고요.”

“대체···서란 님이 익힌 무공이 뭡니까?”

내 질문에 사내는 엄숙한, 그리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우리에게 대답했다.

“서란 님이 익힌 무공은 사자의 무공. 사후 세계의 기운을 끌어와 그것을 활용하는 무공입니다.”

*****

사후 세계의 기운을 사용하는 무공 같은 게 있었나···라는 의문은 없었다.

애초부터 우리를 사후 세계로 보내주었던 두 사람이 그런 무공을 익히고 있었고, 덕분에 우리도 여기에 있을 수 있었던 거니까.

하지만 설마 우리가 지금까지 찾고 있던 서란이 그것을 익히고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수천, 아니, 수만 년 넘게 사후 세계에서 군림하면서 힘을 모았을 왕과 대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군요.”

사내가 준비해 둔 다른 건물로 옮긴 우리 일행은 내 숙소에 모여 조금 전에 다 하지 못한 이야기를 나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 들킬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하에 옮긴 숙소는 지금껏 사후 세계에서 봤던 그 어떤 숙소보다 좋은 설비를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우리 세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눔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사실상 무공의 근원에서 수련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서란님의 무공에 대해선 독고 소저도 모르셨습니까?”

“어머니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무공에 관해선 저도 몰랐어요. 제 생각이지만···아마 다른 사람들도 몰랐을 것 같네요.”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서란이 직접 말하지 않는 한 누가 그걸 알 것이고, 그녀가 자신의 무공의 근원을 누구 좋으라고 하나하나 설명해주겠는가.

자신의 무공을 알려주는 건 곧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라는 전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아마 초대 천마님이 영산에서 가져온 무공이겠죠?”

“그럴 가능성이 크죠.”

서란의 무공도, 그들의 무공도 직접 식견한 적은 없지만, 사후 세계의 기운을 사용하는 무공이 둘 이상 있다고 생각하긴 힘들다.

애초부터 그 근원이 같다고 믿는 게 좀 더 편하리라.

“하지만 무공은 무공이고···지금은 다른 쪽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죠.”

“···네.”

서란의 무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땐 조금은 밝아졌던 표정도 내가 다른 이야기에 관해 운을 떼자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럴 수밖에 없으리라.

“설마 서란님께서 행방불명 상태라니···.”

“·········.”

한창 바람의 왕과 대립하고 있으리라는 예상 정도는 하고 있었다.

지금껏 사후 세계의 왕과 대립하고 있던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은 사후 세계의 왕을 가만히 둘리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바람의 왕 또한 사후 세계 제패의 최후의 방해물인 서란을 쓰러뜨리고 싶은 건 마찬가지.

하지만 다른 네 명의 왕이 현세로 넘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만큼, 전쟁을 벌이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

바람의 왕은 나의, 그리고 서란의 예상보다도 훨씬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이 현세로 넘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마을을 침략하고, 서란까지 납치할 정도라면, 그들이 현세로 넘어가기 전부터 이번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그렇게 생각하는 게 옳겠지.

“설마 그녀가 평화 협상을 요청해놓고 그렇게 뒤통수를 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죠.”

서란은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말뿐인 평화 협상이었다면, 서란도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바람의 왕은 서란을 속이기 위해 온갖 준비를 다 마쳐놓은 상태였다.

다른 왕이 현세로 떠나자마자 지금껏 자신의 땅에 내려놨던 온갖 부조리한 법령을 철폐하고, 모아놨던 군대의 무장을 해제한 뒤, 서란에게 꾸준히 평화 협상을 제안했다.

처음에는 절대 그녀를 믿지 않았던 서란도 일주일이 지나자 혹시, 라고 생각했고, 이주가 지나가 긴가민가하기 시작하였으며, 삼주에는 어쩌면···이라 생각하게 됐으니 말이다.

물론 서란은 그저 평화만 아는 바보가 아니었다.

평화 협상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한 어느 건물이 아니라 공터에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였고, 그녀의 부하도 십수 명을 대동하였으니까.

하지만 바람의 왕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욱 치밀했다.

평화 협상이 한창 진행 중인 공터로 미리 대기시켜놨던 수백의 병력을 한 번에 몰아넣는 건, 정말 그녀가 아니라면 불가능했으리라.

서란은 물론 함께 데리고 갔던 부하들도 하나하나가 고수라는 소리를 듣기 부족함이 없는 이들이었지만, 그만한 숫자를 모두 상대하기엔 중과부적.

결국 어떻게든 빠져나온 한 명의 부하를 제외하곤 모두 제압당해 어디론가 끌려갔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어머니는···살아계시겠죠?”

“그가 설명한 게 맞다면요.”

다른 왕이었다면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서란의 목숨을 거둬갔겠지만, 바람의 왕은 다르다.

다른 왕은 물론 그녀와 싸우고 있는 서란의 부대들까지 기이하게 여길 정도로 바람의 왕은 서란의 생포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당장 바람의 왕까지 포함한 수백의 병력이 서란을 덮칠 때도 서란의 부하가 죽고 사는 건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서란은 절대 해가 가지 않도록 자신이 직접 쓰러뜨렸을 정도니 말이다.

물론 그것이 지금 상황이 희망적이냐는 말이 나면···절대 아니겠지만.

“일단 그분이 갇혀 있는 장소는 알지만, 정확한 위치까지는 파악하기 힘들다고 합니다.”

“지금 지상에 갇혀 있는지, 지하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고 했지?”

“내부 협력자를 통해 최대한 빨리 알아보곤 있지만, 아무래도 궁전의 규모나 정확한 구조는 바람의 왕 본인 말곤 모른다고 하니···조금 시간이 걸리나 봅니다.”

“이거 어렵구만···.”

위치만이라도 어떻게 파악할 수만 있다면, 나 혼자라도 몰래 들어가 잡아 온다···이런 게 가능할 테지만, 지금처럼 구해올 사람의 위치는커녕 잠입할 곳의 규모나 구조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선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다 부수고 들어가기엔 서란까지도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고···.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요?”

“으음, 글쎄요.”

여러 가지 방법이 머릿속을 헤집곤 있지만, 명확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애초부터 내 주특기는 첩보가 아니라 정보 습득 및 관리라고. 잠입이야 교양 같은 거라서 익혀두긴 했지만, 금방 좋은 생각이 날 리가···.

“···아니, 잠깐.”

“네?”

“이번에 현세와의 통로가 열리면서 바람의 왕의 부하들도 현세로 많이 넘어갔다고 했지?”

“아···네. 아무래도 바람의 왕이 성격이 그렇다 보니 부하들의 이탈률이 정말 높았죠.”

“그럼 인력난이 있을까, 없을까?”

“인력난이 있기야···하겠지만···아니, 설마···.”

“진심이에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짐작한 두 사람이 경악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지금은 호랑이보단 그 안에 있는 사람을 찾으러 가는 것에 좀 더 가깝긴 하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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