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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135화 (135/185)

사자(死者)의 습격(3)

괴이하다.

지금껏 온갖 괴물 같은 강자들을 보며 이런 말을 덧붙이곤 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존재만큼 괴이한 존재도 없으리라.

수천 년 전의 사람일지도 모르는, 번개를 부리는 유령이라니.

마치 요괴와 괴이가 일상처럼 돌아다녔다는 신화시대의 이야기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네놈이 나와 싸우겠다고?]

번개와 같은 안광이 번쩍이며 나를 향해 다가오는 번개의 왕···아니, 이젠 이 이름도 부끄러워서 못 부르겠다. 그냥 번개 유령이라고 부르자.

“그렇다면?”

[···재밌어 보이는 놈이라 내 첫 부하로 만들려고 했건만, 네놈이 은혜를 저버리는구나.]

“아, 참. 그러고 보니 그거 아직 대답도 안 했네.”

꾹.

내가 창을 꽉 쥐는 동시에, 번개 유령 또한 자신의 손에 기운을 모은다.

“네놈의 부하 같은 건.”

파앙!

서로의 손에서, 서로가 가진 최고의 무기가 발해진다.

“이쪽에서 사양이다!”

[죽어라!]

번쩍!

쾅!

끼기기기긱!!!

마치 은빛의 뱀처럼 하늘에 수놓아지는 기다란 한 줄기의 선.

그것은, 말 그대로 번개의 폭풍이었다.

놈이 발한 수십 발의 번개가 와류와 부딪히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로 재탄생한 와류는 본디 서로가 내뻗었을 방향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치솟아 올라갔다.

쾅!

그리고 그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바람을, 폭풍을, 번개를 꿰뚫은 우리 둘은 이번에는 근접에서 부딪혔다.

번쩍!

번쩍!

번쩍!

근접에서 또한 놈은 평범치 않았다. 전신에 뇌전을 두른 채 발해지는 일격은,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번개와 같았다.

손을 뻗는 모양새를 취했다 싶으면 어느새 내 머리로 주먹을 날린다.

발을 살짝 뒤로 뺀다 싶으면 옆구리로 놈의 발끝이 닿아 있다.

쾌속. 아니, 그것을 아득히 넘어선 최속.

빗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조차 볼 수 있는 안력이, 미세한 바람조차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지금 눈앞의 이자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아무리 뛰어난 감각이라 해도, 빛을 읽어낼 순 없었으니.

내가 그토록 자연을 다룬다, 폭풍을 다룬다 했건만, 이 번개 유령에 비하면 어린아이의 소꿉장난에 불과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래서 내가 패배할 것 같냐, 라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지.

스윽.

[으음?]

놈이 세상의 규칙을, 세계의 법을 초월한 괴이라면, 나 또한 그와 다를 바 없으니.

놈의 주먹이, 놈의 발이 나의 몸을 마치 스치듯, 아니, 관통하듯 지나가자, 놈의 이마가 꿈틀거렸다.

금강부동신법.

역전.

사후의 존재가 현세로 튀어나오듯, 맞아야 할 공격이 맞지 않는다.

뒤틀린 현실, 모순된 사실.

그 기괴한 현실에 놈의 입가가 크게 뒤틀렸다.

그것은 기쁨인가, 아니면 분노인가.

아니, 너무나 시시한 질문이다.

[재밌구나!]

강자가 가장 기쁜 건, 자신과 같은 강자와 맞붙을 때.

괴이고, 무지고, 모순이고, 놈에겐 아무런 상관없다.

알 수 없는 힘으로 자신과 겨룬다?

그렇다면 내가 알고 있는 힘으로 그걸 깨부순다.

그런 생각을, 의지를 담은 일격이 놈의 팔에서 발해진다.

번쩍!

수 갈래로 나눠진 번개가 나의 전신을 잠식해온다.

하나로도 무시무시한 일격을, 여러 갈래로 나뉘어 한 번에 공격한다.

감히 하늘조차 그 힘에 두려워하여서 하지 못할 일. 이미 한 갈래로도 대지조차 부술 힘을 몇 갈래로, 오직 인간 하나를 부수기 위해 날린다.

그것도 한 번에 날리는 게 아니다.

아슬아슬한 시간 차이.

내 전신을 향해 날아오는 번개는 단 하나도 같은 시간에 당도하지 않는다.

물론 그 차이는 크지 않다.

만 리에서 한 발자국. 그보다도 더 자그마한 차이.

하지만, 그것이 내게는 거대하게 다가왔다.

두 번의 교환만으로 이미 알아차린 것인가?

역전은 한 번에 하나의 공격밖에 피할 수 없다.

더군다나 한 번 공격을 피하면, 바로 사용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그 필요한 시간은 미미하다. 기껏 해봐야 손가락 하나 까닥거릴 시간 정도?

설사 나와 같은 경지의 고수라고 해도 그 짧은 순간을 잡아 공격을 날리는 건 불가능할 정도다.

하지만 이자는 그것이 가능했다.

완벽에 가까운 번개 조종 실력. 현세는 물론 사후 세계에서까지 평생을 싸우면서 키워온 전투 감각. 그리고 자신의 강함을 증명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의지까지.

···괴물.

이자가 사후 세계에서 뛰쳐나온 유령이기에 그리 부르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그 실력만으로 그는 능히 그리 불릴 만했다.

쾅!

하지만 괴물이라는 단어는,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강자에게 붙여줄 수 있는 호칭이긴 하지만.

[큭!]

곧 그것이 승자를 뜻하는 말은 아니었다.

천마금나수. 오의.

불파.

대지조차 부술 힘이라 해도 막을 수 있는 위대한 방패.

그것은 설사 최강의 창이라 불리는 번개라고 해도 다를 건 없었다.

손을 가볍게 휘저어 다섯 갈래의 번개를 모두 막아낸다. 일순간에 전신을 향해 발해지는 공격이라도, 내 팔을 피할 순 없었다.

찌릿!

어깨에서 느끼는 찌릿한 통증. 멀어도 팔꿈치 정도밖에 막지 못하는 불파는 번개의 위력이 어깨까지 치고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지만.

상관없다.

중요한 건 내가 완벽한 반격의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니까.

천마보법. 오의.

군림.

쿵!

내 발끝에서 일어난 강력한 진각과 거기에 섞인 매서운 기파.

그것은 그의 영역으로 변해 있던 주변의 공간을 완전히 다른 색깔로 물들인다.

그리고.

거기서부터 발해지는 일격.

아니, 이것을 일격이라 칭하는 건 분명 무리가 있겠지.

천마창법. 극의.

폭우.

비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것이다.

···그런 당연한 상식이 지금 눈앞에서 산산이 조각난다.

앞에서 뒤로.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사방에서 오직 하나만을 노리고 날아오는 빗방울.

만약 그것이 평범한 물로 이루어진 빗방울이었다면 퍽 좋은 광경이 되었겠지만.

[우오오오옷!!!]

지금 그런 광경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야 할 번개 유령은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빗방울이, 그의 번개에도 뒤지지 않는 강력한 기운이 담긴 창이라면?

기함성을 내지르며 전신을 백색의 기운으로 감싸는 그였지만.

둥!

그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영역의 공격이 아니었다.

퍽!

하나의 창이 번개 유령의 육신에 심대한 상처를 남긴다, 싶더니 순식간에 회복된다.

당연한 일이다.

고절한 선술을 익힌 동자의 공격에도 어떠한 피해도 입지 않았던 그가 한 자루의 창에 피해를 보는 다는 건,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이리라.

퍽퍽퍽!

하지만 그것이 수천이라면.

퍽퍽퍽퍽퍽!

수만이라면.

-------------!!!

수십만이라면, 어떨까?

이제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아니, 타격하는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탓에 타격 소리 그 자체가 이미 기본이 되어 버렸다.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빌 리 없는 단전에 생전 처음으로 공허함이 느껴졌다.

육 갑자에 달하는 내공이 비고, 차고, 또 비고, 또 찰 때까지.

그의 전신에 창이 박히고, 또 박히고, 또 박힐 때까지 무수히 날려 보낸다.

[끄아아아악!!!]

무한한 타격음 속에서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언제나 강자의 면모만 보이던 그에게는 누구보다 숨기고 싶었을 것이었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으리라.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 이 현세에 그의 육신이 얼마나 있을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

과연 지금도 존재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입으로 비명을 내지르는 것 말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쩌엉!

···하.

없어야 했건만···역시 괴물은 괴물이라는 건가.

마치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일순간 멈추는 창의 비.

물론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놈에게는 충분했다.

순식간에 자신의 육신을 회복한 놈이 뇌격을 담은 주먹을 내게로 뻗어왔다.

그런 막다른 상황에서 내왔다고는 믿기 힘든 강력한 일격!

그러면서도 역전으로 피할 수 없도록 주변의 다른 진짜 공격을 파악하기 힘들게 만드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정말로 이런 공격이 그저 자신의 육신을 회복하는 데에 전념해야 했던 인간의 공격이 맞나?

쾅!

그런 의문을 해결할 겨를은 없었다.

양손을 들어 올려 그의 일격을 막아선다.

불파.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방패는 그의 일격을 아주 가볍게 막아서야 할 터였지만.

찌릿!

“큭?!”

다시 한번 어깨에서 느껴지는 짜릿한 고통.

하지만 이건 전과는 다르다.

권능으로 인해 빗어진 육신으로 순식간에 회복했던 전의 공격과 달리, 이번 공격은 그 고통이 기이할 정도로 오랫동안 지속했다.

피부, 뼈, 근육. 어디 가릴 것 없이 크게 떨리는 오른팔.

마치 내 자연 회복 능력 자체를 역으로 이용하는 느낌.

···이건가.

이게 그 어떤 상처도 순식간에 회복하던 동자를 죽음에 가깝게 몰고 갔던 그 공격인가.

어떻게든 진정시켜보려 하지만 끊임없이 떨리는 오른쪽 어깨.

왼팔로 꽉 부여잡아도 왼팔까지 떨리게 만드는 통증.

그토록 몰리고, 또 몰린 상황에서 이만한 일격을 날리다니.

[크, 크하하하! 이번에는, 정말로, 또 죽을 뻔했다!]

“그래? 그냥 이번에 죽지 그랬어?”

···하지만 그런 일격을 날린 놈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아까보다 훨씬 흐릿해진 육신과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하체. 그리고 군데군데 비어있는 육신까지.

놈도 조금 전 내 공격에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은 건 아니라는 증거였다.

[어때? 팔은 좀 어떻나?]

“그래, 정신이 확 드네. 아주 짜릿짜릿해”

[크하하! 곧 다른 곳도 그리 만들어주지!]

“하, 그거참 기대되네.”

제대로 쓸 수 없는 오른팔은 버려두고, 왼팔만으로 창을 쥔 채 놈을 노려본다.

흐릿한 기색은 다시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거로 보아, 이제 놈의 회복력도 그 끝인 듯 했다.

즉, 서로 다음번 일격에 승부가 갈린다는 말이었다.

놈은 어떤 공격을 준비할 것인가.

수십 갈래로 나뉘는 번개? 빛처럼 빠른 권각? 아니면 지금처럼 회복할 수 없는 일격?

완벽하게 피하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

그것을 되새기며.

쿵!

진각을 밟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쏜살같이 앞으로, 그리고 놈에게로 향하는 나의 몸!

언제나 놈이 먼저 다가오고, 내가 받아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형세였다.

쿠르르릉!

하지만 놈은 방어에도 분명 우수했다.

흐릿한 전신이 조금도 보이지 않도록 완벽하게 감싼 놈이 팔을 앞으로 뻗었다.

내 일격을 어떻게라도 막아보이겠다는 그런 의지를 담아낸 놈의 방어법.

그렇다면!

파앙!

소원대로 해주마!

왼팔에 꽉 쥔 태양을 앞으로 내밀고, 거대한 와류를 일으킨다.

키이잉!

강렬한 파음과 함께 왼팔 전체로 그 영역을 확장하는 와류.

이걸로, 끝이다!

후웅!

어딘가 공허한 울림과 함께, 놈의 육신을 관통하는 와류.

···아?

다르다.

원래부터 유령인 놈의 육신이 관통당하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건 어딘가 다르다.

[믿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들려오는 놈의 목소리.

[네놈이라면 분명히 전력으로 공격을 나설 거라고.]

키이이잉!!!

그리고 놈의 전력이 담긴 것이 확실한 굳게 쥔 주먹.

왼팔을 이미 쭉 뻗은 채라 막을 수 없고, 오른팔은 그 모양 그 꼴이라 막을 수 없다.

내가 방금 찌른 그건, 안에 아무것도 없는 번개 구름이었나?

그것참.

“생각하는 건···.”

[무···?!]

“···똑같았구만!”

그리고.

쿠구구구구궁!!!

왼팔의 그것보다, 훨씬 세차게 돌고 있는 오른팔의 와류.

남은 한 자루의 창. 철혼을 꽉 쥔 채.

[네놈, 어떻게?!]

“간단하지.”

하얗게 질린 채, 한치의 떨림도 없는 그 팔을.

“그냥 얼려버렸지.”

놈의 진짜 육신에 꽂아 넣는다!

[끄아아아악!!!!]

“죽어라아아아!!!”

콰과과과과과!!!!!

흐릿하던 놈의 육신이 크게, 아주 크게 뒤틀린다.

이제는 원래의 형태가 무엇이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로 크게 뒤틀린 놈의 육신은.

[끄아아아아아···!]

아련한 비명만을 남긴 채 바람에 휩쓸려 사라졌다.

···그것은 완벽한 소멸.

더 이상 현세에도, 사후 세계에서도 남을 수 없게 된 자의 말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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