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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133화 (133/185)

사자(死者)의 습격(1)

“그게 무슨 말이죠?!”

동자의 말에 독고화는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빽, 동자를 향해 소리쳤다.

물론 자신의 목숨을 보은해준 은인에게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예의 바른 행동은 아니었지만, 나는 심적으로는 그녀를 이해했다.

차라리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라고 딱 잘라 말했다면 자신이 속아 넘어갔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 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바로 앞에서 가능하다고 해놓고, 순식간에 말을 뒤바꾸면 누구라도 화를 낼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사실 까놓고 말하자면, 독고화가 무력을 쓰지 않은 게 정말 용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까진 유순한 모습만 보였지만, 그녀의 근간은 마교. 즉, 마인에 가깝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라는 백이 넘는 사람조차 모조리 참살하는 걸 마다하지 않는다는 마인(물론 어느 정도 중원의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이 그런 이야기를 듣고도 행동하지 않는 걸 칭찬해줄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 본능을 넘어선 초월적인 인내심조차.

“산을 오르기 전에 이미 듣지 않았나.”

현실이라는 가혹한 벽 앞에서는 그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사후 세계에 아주 큰 일이 일어났다고.”

“그건···!”

동자의 말에 그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을 것 같던 독고화의 격양도 살짝 주춤했다.

“두 사람이 누구의 도움으로 여기 올라왔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이 어디 있는지, 또 누가 사는지 알고 있다는 건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는 이야기지. 그리고 우리는 사후 세계의 혼란에 영향을 받을 모든 이들에게 그것을 알려주었고.”

슈와악.

동자가 차를 다 마시고 찻잔을 다시 바닥에 내려놓는 순간, 그것은 마치 애초부터 존재한 적 없다는 듯 순식간에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중 몇은 분명 너희에게 접촉해서 이야기를 남겼겠지.”

“···그 말씀대로요. 우리는 이미 그 이야기를 들었소.”

독고화가 질문을 던지는 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내가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지금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 하는 것보단, 여전히 허락받지 못했다는 그 사실에 집착한 독고화가 어떤 말을 꺼낼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대체 사후 세계에서 일어난 혼란이 대관절 무슨 말입니까? 대체 거기서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러는 겁니까?”

내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듣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사후 세계···라는 것이 확실히 존재한다는 건 이제 분명해졌다.

동자가 설마 그런 것까지 우리. 아니, 그가 소식을 전한 산 아래의 모두에게 거짓을 말했다고는 믿을 수 없다.

이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이 무슨 이유로 거짓을 고한단 말인가.

“···세속에서는 뭐라고들 말하고 있나?”

“사후 세계에 구멍이 뚫렸느니···죽은 자들이 뛰쳐나오고 있느니···그런 말들을 하고 있죠.”

정확히 그 소식을 전하러 왔던 신선들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현령은 자신이 뭐라고 들었는지 제대로 기억도 못 하고 있었고, 유목민 족장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듯했지만, 의사소통의 문제로 정확히는 듣지 못했다.

그래도 서로서로 보완해서 어느 정도 윤곽은 맞출 수 있었다.

“크게 다르진 않군.”

내 말에 느릿하게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인 동자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대들은 사후 세계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아는가?”

···으음.

동자의 질문에 나는 옆에 있는 독고화를 바라보았다.

마교에 소속되어 있긴 했지만, 딱히 종교에 귀의했다기보단 그냥 직업으로써 일했던 나와 달리,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마교도였으니까.

그리고 그런 마교의 교리는···.

“예! 당연히 알고 있죠!”

···아주 제대로 엉망진창이지.

동자의 질문에 독고화는 웃으며 마교의 교리에 있는 사후 세계에 관해 줄줄 외기 시작했다.

생전의 강함은 사후 세계에도 적용되며 그중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자만이 다시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으며, 그런 사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강자는 하늘로 승천하여 신이 된다는 교리···아니, 그냥 미친놈의 헛소리 같은 이야기를.

독고화의 이야기를 다 들은 동자는 벌린 입을 다물지도 못한 채 그녀를 가만히 응시했다.

지금껏 미소 말곤 제대로 된 표정 변화 없던 그에게 있어선, 경악과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입을 막으면 내가 마교랑 연관 있는 게 들킬까 싶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아무래도 실수였던 것 같다.

들키고 뭐고 그냥 독고화의 입을 막았어야 했는···.

“잘 알고 있군.”

···네?

“사후 세계의 진실을 아는 사람이 아직 속세에 남아있을 줄이야···의외의 발견이로군.”

“잠깐만요. 저게 진짜로 사후 세계의 진실이라고요?!”

아니, 설마, 그럴 리가 없잖아.

죽고 난 이후까지 싸워야 하는 미친 소리가 진짜 사후 세계라고?

물론 다른 종교에도 지옥이 없는 건 아니고, 그 지옥도 하나같이 끔찍한 것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각자 종교에 최소한 구제 방식 정도는 남아있다고.

저건 진짜 아니잖아!

“물론 그대가 큰 충격을 받았다는 건 나도 이해하네.”

이미 이런 반응을 여러 번 봐온 듯, 동자는 격양한 나와 달리 너무나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독고화의 말을 듣고 놀란 건 그녀의 말이 너무나 해괴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진실을 맞춘 사람이 오직 그녀뿐이라 놀랐던 것이다.

“허나 이것이 현실일세.”

“그럼, 정말로 사후 세계는···.”

“···물론 전부 싸움만 벌이는 건 아니네. 사후 세계도 우리와 사는 현실과 그 구성 요소는 크게 다르지 않아. 마을이 있고, 도시가 있으며, 성이 있지. 다만 투쟁을 벌이지 않으면, 다시 인간으로 살아날 수 없다는 점만 다를 뿐.”

그 하나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습니까?

동자의 말에 그저 짧은 한숨만 내쉰다.

설마 제일 거짓말 같다고 생각했던 사후 세계가 진짜 사후 세계일 줄이야.

···회귀 전에 목숨을 잃고 사후 세계에 들리지 않고 바로 다시 태어난 게 천만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다행일 리가 없잖아, 젠장.

“일단 개 같···아니, 제 예상보다 더욱 끔찍한 사후 세계 이야기는 잘 들었습니다.”

군데군데 욕을 섞어 말하려는 의지를 겨우겨우 죽이며, 동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사후 세계가 대충 어떤 곳인지는 알겠는데···거기서 또 무슨 문제가 생긴 겁니까?”

이미 존재부터가 문제투성이인 것 같은데요. 라는 건 붙이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 여럿 만나봤으니, 지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진 알겠지.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그린 동자는 내 질문에 대답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사후 세계는 생전의 강함을 무척 중시하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사후 세계에서 영원히 약자로 살아야만 한다는 건 아니야. 축생이라 하더라도 매일 생존을 위해 뛰어다니다 보면 웬만한 고수와도 비견될만한 강함을 가질 수 있기도 하고, 죽고 난 이후에도 수련은 할 수 있으니까.”

죽고 난 이후에도 수련할 수 있다니···아무리 내가 수련을 좋아한다지만, 죽고 나서까지 수련하고 싶진 않은데.

동자의 사후 세계 설명에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한편, 나는 머릿속으로 떠오른 의문을 조용히 화순에게 물었다.

애초에 권능이 죽고 나서도 적용되나? 그럼 역대 천마들은 전부 사후 세계에서 권능을 가지고 있는 건가?

[글쎄다. 내가 여기 있는 걸 봐선, 아무래도 없는 것 아닐까?]

아니면 사망 당시의 강함만 지닌 채 그대로 사후 세계로 간 걸지도 모르지.

내 말에 화순은 그럴 수도 있다며 고개를 끄덕인 뒤, 선을 가르듯 단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단 미리 말해두지만, 나도 사후 세계 같은 건 가본 적 없어.]

그렇겠지. 만약 가봤으면 내가 저번에 말했을 때 맞장구치진 않았을 거 아냐.

사후 세계에 관해 화순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동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겼네.”

“문제요?”

“본디 사후 세계에서도 단련을 통해 강해질 수 있게 만든 건, 생전에 태생적 한계로 수련을 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구제책 중 하나였네. 그렇게 단련하여 인간이 될 수 있을 만한 강함을 얻어 다시 인간으로 살아가라고 말이야.”

확실히 생전의 부귀영화에 따라 후세에 인간이 되느냐 마느냐가 결정된다면 좀 문제긴 하겠다.

···애초부터 그런 사후 세계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라는 건 일단 제쳐두고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악용한 자가 있었네.”

“그게 누구죠?”

“···나도 그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네. 그저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사후 세계에서 힘을 기르고 있던 사내라는 것뿐이지.”

그를 입에 올리는 동자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음에도 끊임없이 힘을 기르고, 또 기르던 그는 결국···끔찍한 일을 벌이게 되지.”

동자는 거기서 잠깐 말하는 걸 멈추고 가만히 숨을 골랐다.

너무 길게 얘기했기 때문일까. 그게 아니라면, 그가 벌인 짓이 감히 입에도 올릴 수 없을 만큼 끔찍하다는 것일까.

그의 이마에 흐르는 한 줄기의 식은땀이 곧 대답이나 마찬가지였다.

“사후 세계와 현세에 통로를 만든 것이야.”

“통로···아까 말씀하셨던 구멍이라는 게 설마?”

“그래. 그 구멍이 바로 현세와 사후 세계의 통로일세.”

독고화의 질문에 동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아주 잘게 몸을 떨었다.

자신의 꿈을 방해한 존재에 대한 분노와, 그 강대한 힘에 대한 두려움이 섞인 몸짓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을 품는 건 그녀만이 아니었다.

[설마 그 인간 공간 자체에 구멍을 뚫었다는 말인가?]

동자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뇌는 화순 또한 말을 잘게 떨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 게 정말로 가능하다고?’

물론 나도 와류를 통해 공간을 뒤틀거나, 군림의 범위 내의 공간을 오직 나만의 기운이 충만한 공간으로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공간 자체에 구멍을 뚫고 다른 곳과 이어붙인다는 건···.

그저 격이 다르다.

나는 물론, 수천 년의 세월을 살아온 화순조차 본 적 없는 경지였다.

“하지만.”

그 강함에 경악하고 있던 우리에게 동자는 조금은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희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아무리 긴 세월 강함을 갈고 닦은 그라 해도, 공간을 뚫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 자기 자신의 소멸까지 각오하고 뚫어야 할 정도로, 말 그대로 전력을 다했으니까.”

“그렇다면···구멍만 뚫고 죽은 겁니까?”

“아니, 그는 살아있네. 다만 그 힘은 파편의 파편만 남아, 현세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뿐이지. 기껏 해봐야 사람 하나, 둘···그것도 그 인간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어찌 하는 것도 힘들지.”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그의 위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건가요?”

“‘그’ 혼자 만이라면···그렇겠지.”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구멍이 아니라 통로라는 말을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네. 그는 자신만 통과할 수 있는, 언젠가 메워질 구멍이 아니라, 누구라도 사용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든 것이야.”

“그건 설마 그 통로를 쓴 자들이 더 있다는 말입니까?”

“통로가 있다 해도 그걸 쉽게 쓸 수 있는 건 아니네. 사후 세계는 그 땅 자체가 영혼을 묶어 어디론가 함부로 빠져나갈 수 없도록 만드니까.”

“그거 달리 말하자면···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현세로 넘어오는 놈들은 진짜 괴물 같은 놈들뿐이라는 말씀이군요.”

내 말에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동자.

그저 뚫려있는 통로만 사용하는 자들이지만, 그들의 강함도 만만치 않은 건 분명했다.

“혹시 지금 여기 다른 이들이 없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까?”

“세상에 큰 혼란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일세.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른 자들은 외부로 나가 그들을 제압하고, 아직 경지가 높지 않은 아이들은 나와 함께 이곳을 지키게 한 거지.”

설마 아까 그 신선 같은 외모의 노인도 ‘아이’에 포함되는 걸까.

···애초에 최고 연장자부터 어린아이인데, 외모가 무슨 문젠가 싶긴 하지만.

“사후 세계와의 연락은 이번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다시 시작할걸세.”

아, 참. 그러고 보니 그것 때문에 이야기를 시작했던 거지.

마교의 그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현실이었다는 충격에 여기 왔던 목적까지 잊고 있었다.

“그럼 이번 일에는 시간이 어느 정도···?”

“현세에 작지 않은 위협이 될 일인 만큼, 모두 최대한 빨리 일을 마치고 돌아올걸세. 더군다나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돌아와서 바로···.”

쿵!

동자의 이야기는 갑작스레 초가집을 덮친 충격에 중간에 끊기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번개라도 친 건가?

혼란스러운 눈으로 독고화와 동자의 안전을 확인하던 바로 그때, 초가집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저, 적습입니다! 적습!”

그 정체는 다름 아닌 아까 독고화의 오른편에 있던 노인이었다.

“적습이라고?”

“네! 갑자기 하늘에서 찾아온 괴인이 번개를···헉!”

동자의 질문에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하던 그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초가집 안쪽으로 몸을 날렸다.

쾅!

그와 동시에 그가 있던 바로 그곳에 내려치는 섬광과 섬광이 사라지자마자 뒤를 이어 울려 퍼지는 폭음.

“으하하하하하!!!”

그리고 조금 전 폭음에 뒤지지 않는 우렁찬 목소리까지.

그 웃음소리에 동자는 다급한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외쳤다.

“모두 어서 나가거라! 어서!”

이미 한번 번개를 막은 초가집이다. 다시 한번 그만한 위력의 벼락이 떨어진다면, 이젠 버티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동자는 안으로 뛰쳐 들어온 노인을 등에 업고, 나는 속도가 느린 독고화를 업고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밖에 뛰쳐나오자 눈에 들어온 어떤 사내.

“이 땅이 바로 그 땅이렷다?! 자연의 업화! 자연의 정수!”

다른 이들이 공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것은 내게 너무나 익숙한 모습이었다.

흐릿한 반투명 육신과 제대로 형태도 갖춰지지 않은 하반신.

그리고 티 내지 않아도 느껴지는 죽은 자의 기운까지.

“선정(善精)이 있는 땅이!”

두둥! 마치 번개로 북을 치는 듯한 커다란 소리와 함께 힘찬 목소리로 말하는 그···유령.

다른 이들이 공포와 분노로 그를 바라보고 있을 때, 나와 그 옆에 있는 또 다른 유령은 간단히 대화를 나누었다.

야, 화순.

[···뭔데.]

저거 혹시 네···.

[···친구냐고 물어보면 진심으로 화낸다.]

쳇. 농담도 못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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