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으로 무림최강-125화 (125/185)

마교를 향해서(2)

마교가 있는 신강으로 향하는 길.

“자, 자. 빨리 다녀오자.”

히히힝~

내 말에 목청을 높이는 녀석의 갈기를 슬슬 쓰다듬는다.

이제 화경의 경지에도 올랐겠다, 혼자 다니는 게 빠르긴 하지만, 나는 이번 여정에도 이 녀석을 데리고 함께 나왔다.

딱히 내가 원했던 건 아니다.

다만, 아들이 피곤할까, 다리가 아플까 걱정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이기지 못했을 뿐이지.

뭐···그래도 혼자 다녀오는 것보단 낫겠지.

이제는 현정표국의 지부도 여러 지방에 설립했으니, 정 방해된다 싶으면 거기다가 맡겨도 괜찮고.

그건 그렇고···.

[네가 정말로 마교를 가는 날이 올 줄은 정말로 오는구나.]

···그러게.

평생 떠날 방법만 생각했던 마교를 설마 내 의지로 가려는 날이 정말로 올 줄은 몰랐다.

물론 그게 독고삭의 마지막 요청을 무시하겠다···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가 나보고 무조건 마교로 들어가라 했던 것도 아니고, 그냥 독고화한테 아버지의 유언만 전해주면 되는 일이잖아?

이제 나도 권력이나, 재력이나 어디 꿀리는 일도 없겠다, 그냥 독고화를 불러서 이야기 해주면 되는 일 아닌가.

물론 마교에선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외부로 나와선 안 된다, 라는 교칙이 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일반 교인에서나 통용되는 법칙이지, 어느 정도 짬을 먹었다 싶으면 무시하고 나오는 게 일이다.

당장 장로라는 작자들이 마교 안에 있는 날보다 마교 밖에 있는 날이 더 긴데 뭐.

심지어 정보부에선 그 정보가 삼급 정보보다도 낮은 수준이었으니, 그냥 아주 대놓고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디 천마의 딸이 나간다는 데 막는 사람이 어딨겠냐고.

그 뒤엔 독고삭이 남겨준 말을 해주고, 독고화는 ‘아버지께서 그런 사연이···흑흑’하고 눈물 흘리며 끝나는 거지.

나는 마교로 안 가서 좋고, 독고삭은 최후의 유언을 딸에게 전해줄 수 있어서 좋고, 독고화는 아버지의 유언을 들어서 좋고.

말 그대로 세 명 다 좋은 이야기···었지만.

[그래도 평생 일하던 직장에 놀러 가는 거잖아? 그렇게 생각하면 괜찮지 않냐?]

괜찮긴 개뿔.

도대체 어느 직장에서 내가 죽은 뒤에 잘 태어나려면 상급자의 말에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치냐?

교인이라면 이만큼만 줘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직장이 어디 있냐고!

심지어 이게 더 화나는 게, 교에 심취한 다른 동료 놈들은 ‘음. 천마님을 위해서라면 녹봉 좀 덜 받고, 잠도 안 자고 일할 수 있지!’하고 아주 그냥 개지랄을 떨었다는 거다.

그 상황에서 나 혼자 정상적인 발언을 꺼내 봐야 뭐하겠냐.

대노한 상급자에게 목이 잘리거나, 대노한 동료한테 맞아 죽느냐 둘 중 하나지.

···내가 그게 빡쳐서 우리 표국은 녹봉도 두둑하게 주고, 쉬는 시간이랑 휴일도 꼬박꼬박 준다.

교리도 교리야.

대체 죽고 나서 인간으로 태어나려면 다른 죽은 자들과 싸워 이겨야 한다, 라고 가르치는 종교가 대체 어디 있냐고.

[그래도 그게 초대 천마님 때부터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던 교리라고.]

그게 더 문제야.

권능같이 대단한 것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니까 사람들이 진짜로 믿잖아!

[뭐···그건 그렇지.]

초대 천마에 관련된 이야기만 나오면 화를 내는 화순도 이 부분은 도저히 변호를 못 하는 모양인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기막힌 건, 이 교리에 더해 생전에 무력이 엄청나게 높으면 인간으로 환생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신이 될 수도 있다고 가르치는 거다.

차라리 도교에서도 비주류. 아니, 외도로 취급받는, 방중술로 신선이 되자는 놈들이 더 믿음직할 지경이다.

내가 마교 믿는 놈들은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이유도 그거다.

그걸 진심으로 믿고 있으니, 강해지려고 온갖 미친 짓을 다 하는 거 아니냐.

이러니까 자타칭 마교라고 불리는 거 아니냐고.

···뭐, 내가 이렇게 말해봐야 수천, 아니. 수만 년간 이어진 마교의 교리가 바뀔 일은 없겠지만.

그냥 최대한 빨리 독고화와의 일을 끝내고, 권능이 어디서 나왔는지나 알아내고 다시 돌아와야지.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녀석의 갈기를 다시 한번 쓰다듬으며 갈 길을 재촉했다.

*****

“헉, 헉, 헉.”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숲인가? 아니면 산인가? 그저 앞으로 달리는 것만을 목표로 하였던 그녀에겐 지금 자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한시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멀리, 저들에게서 벗어나야 한다는 그런 생각밖에 없을 뿐.

“저기다! 저기에 있다!”

젠장!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그녀는 순간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욕설을 집어삼키며 다시 한번 몸을 날렸다.

지금처럼 무공을 익힌 게 다행이라 생각했던 순간은 없었다.

어차피 쓸 일도 없으리라 생각했던 무공을, 이런 식으로 쓰게 되는 건 전혀 예상 외였지만.

“절대로 다치게 해선 안 된다! 조금도 다치게 해선 안 돼!”

자신의 목숨에 대한 안전은 확실히 보장한다는 말이었지만, 그 한 마디로 기뻐하기엔 지금 그녀가 몰린 상황은 최악에 가까웠다.

솔직히 까놓고 말하자면, 차라리 그녀는 여기서 싸우다가 죽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다면 최소한 용맹했다는 이야기나 들을 수 있겠지.

“교주님의 첫 번째 명령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안전하게 모셔와라!”

최소한 결혼하기 싫어서 도망쳐 나왔다가 다시 잡혀들어갔다는 소리는 듣지 않겠지.

그랬다.

그녀의 이름은 독고화.

전대 천마 독고삭의 딸이자, 현 천마 대리. 아니, 폐관 수련실을 나온 이후엔 네 명의 장로와 여섯 천장의 만장일치로 천마가 된 옥천의 (미래의)배우자.

물론 그녀는 그걸 조금도, 정말로 단 일 할. 아니, 일 푼. 아니, 일 리도 바라지 않고 있었지만···.

마교에서 천마의 말은 곧 법.

전대 천마의 딸이라는 이름값으로도 그것을 막을 순 없었다.

지금 뒤에서 쫓아오고 있는 저들과 제대로 싸우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아무리 자신을 잡아가려고 하지만, 같은 마교인과 피를 보는 건 역시나 꺼려지는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따라잡히는 건 시간문제.

잡혔다간, 이제 정말 그 빌어먹을 놈과 결혼해야 할지도 모른다.

최소한.

‘이번에 그놈이 없는 동안 얻은 정보의 진위만 알아낼 수 있다면···!’

꾸욱.

옥천이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폐관 수련실에 있는 동안, 그녀도 놀고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평상시에는 옥천의 명령으로 감시당하고 있던 그녀에게 주어진 며칠간의 자유.

그동안 그녀는 오직 천마의 서고 안에서 지금껏 가지고 있던 의문을 푸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

지금은 이제 기억도 나지 않는 어머니와, 아직은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았던 그때.

아버지가 자신에게 웃으며 해줬던 그 한 단어.

권능.

스스로가 생각해도, 왜 그런 단어에 이토록 꽂혔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지나가듯, 아무런 의미 없이 흘린 한 마디일 뿐인데.

하지만 그녀의 직감은 달랐다.

마치 그 이야기가 그녀가 품고 있던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을 내놓기라도 하듯, 그녀는 전력으로 그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는 찾아냈다.

언제 만들어졌는지도 모를 갑골에 새겨진 몇 개의 글자.

그리고 거기에 적힌 두 가지의 글자.

권능.

그것을 보고 그녀는 확신했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오랜 기간 품어왔던 의문을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본디 행운과 불행은 동시에 찾아온다고 했던가.

그녀가 정보를 찾은 그때, 옥천 또한 폐관 수련실을 나왔다.

그것도 천마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초월적인 무공을 익힌 채로 말이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그녀는 바로 마교를 뛰쳐나왔다. 천마에 어울리는 무공을 익힌 이상, 그가 다음에 할 자신과의 혼인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

옥천은 수련실에서 나오기가 무섭게 바로 그녀를 불렀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미 그녀는 마교에서 나온 뒤였다.

하지만 그의 집착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마교 내에 없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추격부대를 불러 그녀를 잡아오라 명령하였으니 말이다.

며칠간 잠도 자지 않고 도망쳐 나왔지만, 이제 그것도 한계.

내공도, 체력도 이미 한참 전에 다 떨어진 상황이다.

이제 뒤에서 쫓아오는 추격대에게 잡히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젠장!’

이제야 증거를 발견했는데.

이제야 모든 진실을 알 수 있는데.

결국 이렇게 잡혀 버리다니.

‘···아버지!’

기이한 일이었지만,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가 아니라, 지금껏 원망만 해왔던 아버지였다.

그리고.

“응?”

마치 그녀의 말에 아버지가 대답이라도 해주듯.

“어라?”

눈앞에서 그가 나타났다.

*****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한시라도 더 빨리 마교로 가기 위해 마교의 교인들만 아는 지름길을 사용하던 내 눈앞에 나타난 한 명의 여인과.

“·········!”

갑자기 나타난(것처럼 보이는) 나를 향해 소리치는 여섯 명의 흑의인.

겉으로 보면 영웅 소설에서 흔히 나오는, 도망치는 여인과 그녀를 쫓는 사악한 괴인.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는 영웅···같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지만.

[얘가 왜 여기 있냐?]

···그러게.

문제는 내가 이 일곱 명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 눈앞에 나타난 이 여인은 지금 내가 마교로 가는 이유 중 하나인 독고화였고, 저 뒤에 있는 여섯 흑의인은···.

[그리고 저 마교 첩보 요원들은 왜 쟤를 쫓아오고?]

···그러게.

정보부 산하의 첩보 요원들이었다.

심지어 저 여섯 명 중 둘은 내가 알고 있는 인간이었다.

얼굴은 가리고 있었지만, 키와 체구만으로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보부 후임으로 들어왔다가, 신법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고 첩보 요원 쪽으로 넘어간 녀석들.

뭐···그래봤자 정보부에 한 번 왔었던 놈들이라 내가 죽을 때까지도 제대로 된 직위는 가지지 못했지만.

···아니, 지금 과거 회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왜 이 아가씨는 여기 있고, 이놈들은 왜 그녀를 쫓고 있는 거지?

“···길을 잃고 숲으로 들어온 여행객인가?”

내가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가장 먼저 입을 여는 흑의인 하나.

···아, 저놈도 기억났다.

첩보 요원 중에선 그나마 웃을 줄 아는 놈이라 정보부 쪽에 뭔가 도움이 필요하면 꼭 저 사람이 찾아왔지.

다만 이 사람은 모르지만, 그가 짓는 미소가 어딘가 꾸민 듯한 미소처럼 보여서 정보부 사람들은 그를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그래서 계급 딸리는 내가 보러 나갔지. 젠장.

“그냥 보내 줄 테니 조용히 떠나라. 우리는 그 앞에 있는 여인만 데려가면 그만이다.”

데려간다?

그의 말에 나는 이마를 찌푸렸다.

[설마 이 아가씨···마교에서 도망친 건가?]

첩보 요원이 직접 데리러 온 걸 보면 아마 그런 것 같은데.

대체 왜 도망쳐 나온 거지?

옥천과 결혼하는 게 싫다곤 해도···내가 알기론 아직 옥천은 정식 천마로 인정받지 못했을 텐데?

물론 그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지금 권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마로써 인정받기 위해선 천마에 어울리는 무공을 선보여야만 한다.

그리고 그만한 무공은 오직 천마의 무공 말곤 없었고, 그런 천마의 무공을 얻기 위해선 천마의 권능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내게 권능이 있는 이상 옥천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천마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그렇게 되면 전대 천마의 딸인 독고화와 혼인도 할 수 없다.

···그래야 할 진데.

그렇다면 독고화는 왜 마교에서 도망친 것이고, 마교에서는 그녀를 쫓고 있는 것인가.

···아니, 괜히 내가 머리 아프게 이유를 찾을 필요는 없지.

챙!

“내가 딱히 성격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바로 앞에 이유를 말해줄 사람이 뻔히 있는데 말이야.

“무림의 협객이라면, 시커먼 사내놈들한테서 도망치는 여인은 지켜줘야 한다고 배워서 말이야.”

등에 메고 있던 창을 들고 내 옛 직장 동료들을 가리키며 한 마디 내뱉는다.

“다 사라져라. 그렇다면 너희 목숨은 살려줄 테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