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파 내전(2)
“헉, 헉, 헉.”
“저, 저놈들 뭐야?”
마약에 취해 앞으로 달려나가는 무인들을 다른 이들이 수상케 여기지 않는 건 아니었다.
물론 앞에서 그들을 맞닥뜨리고 있는 소림사의 무승들처럼 그들이 마약에 취했다는 걸 확연히 알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수상한 점 정도는 있었기 때문이다.
“저놈이 원래 저만한 무공이 있는 놈이 아닌데···.”
“저만한 거리를 저렇게 뛰어가면서도 지치지도 않잖아.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약에 취한 자와 알던 사람은 갑자기 늘어난 무공에 경악하고, 그들을 모르는 사람들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마르지 않는 내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모두가 마약에 취해 한계 이상으로 억지로 체력과 내공을 쏟아붓는, 흔히들 말하는 선천지기까지 억지로 사용하는 상태에 가까웠지만, 그 진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저렇게 용맹하게 앞으로 나서다니!”
“나라고 질 수 없지!”
오히려 그들에게 자극이라도 받은 듯 온 힘을 다해 그들을 따라잡으려는 이까지 나오고 있는 판국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조차도 앞서나가는 수백의 마약에 취한 무인을 따라가는 건 한계가 있었다.
자신의 몸은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들과, 아무리 그래도 일단은 몸이 먼저인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점점 늘어나는 그들 사이의 간격. 하지만 그것도 큰 차이라고 할만한 것은 없는 수준이었지만···.
스겅!
“으헉!”
두 집단 사이에 그어진 기다란 선에 의해 그 차이는 점점 멀어져갔다.
자신의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설사 알았다 해도 신경도 쓰지 않았을 무인들은 본래의 목적대로 백팔나한을 향해 뛰어갔지만, 갑자기 그어진 선과.
스윽.
“거기까지.”
그 뒤로 나타난 유현의 모습에 다른 이들은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발을 멈췄기 때문이다.
“뭐, 뭣···.”
“이 이상 나아가는 건 허락지 않는다.”
툭.
어깨에 창을 멘 채 자신의 앞에 선 이천여 명의 사람들을 향해 선포하는 유현.
“네, 네가 무슨 권리로···.”
“무슨 권리?”
움찔.
그나마 가장 앞에 서 있다는 이유로 유현에게 입을 열었던 사내는 유현이 말을 끊고 자신을 노려보자, 몸을 떨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강호 무림의 세계에서 누군가에게 하라 말라 말할 수 있는 경우는 단 하나.”
쿵!
어깨에 메고 있던 창을 내려 땅을 후려치자, 강한 충격파가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그 사람이 더 강할 때뿐이지.”
저런 간단한 몸동작만으로도 몸서리치게 만드는 강력한 힘.
그것만으로도 그들은 유현의 수준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꿀꺽.
이미 유현이 도인현과 남궁무진을 잔뜩 농락하다 단 일격으로 쓰러뜨리는 건 봤다. 물론 봤지만.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직접 마주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도 있는 법.
지금 그들이 마주한 유현이라는 존재는 자신들로는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강자였다.
힐끔.
‘모두가 한꺼번에 돌격하면 어떻게 뚫을 수 있을까?’
척살대의 가장 앞이자, 유현의 코앞에 있던 사내는 유현의 눈을 피해 자신의 뒤편을 바라보았다.
끝도 보이지 않는 수많은 인파. 그중에는 유현의 강함을 느끼고 자신이 발을 멈춘 사람도 있었고, 갑자기 앞에서 멈춰서 그냥 멈춰선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강함은 천양지차. 각 문파의 대표급 인원만 보냈다곤 하지만, 그 대표급에도 문파의 규모나 각자의 재능에 따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었다.
가장 앞에 서 있던 사내를 포함한 다른 이들은 그런 이들 중에서도 특히 강자들.
마약에 의해 선천지기까지 사용하며 백팔나한을 향해 달려가던 그들을 어느 정도까진 따라갈 수 있을 만한 무인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 유현과 자신들을 수준 차이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안된다.’
물론 이 남자는 어떻게든 뚫을 수 있겠지. 한두 명도 아니고, 이천. 무려 이천이다.
아무리 눈앞의 이 강자가 괴물 같은 강함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힘이 무한하진 않지 않겠는가?
···물론 유현의 힘과 체력이 무한하긴 하지만, 이 사내는 그건 전혀 모르니 일단 그냥 넘어가자.
어찌 됐건, 사내가 생각하기에 유현을 뚫고 지나가는 건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다.
문제는 얼마나 살아남느냐,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은 이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이미 저 앞에 있는 자들이 백팔나한과 부딪힌 이상 소림과의 전투는 이제 피할 수 없다.
그렇기 위해선 최소한 백팔나한과의 전투에서 도움이 될만한 사람이 필요한 법.
하지만 지금 그들은 제일 앞에서 강한 사람이 몰려있고, 뒤로 갈수록 약한 사람이 있는 식이었다.
처음부터 일부러 그렇게 한 건 아니다. 원래는 무공의 경지와는 상관없이 모두 혼재해서 자리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방금 있었던 뜀박질이었다.
모두가 앞서 달려나가는 마약에 취한 무인들을 따라잡기 위해 전력으로 뛰어갔고, 무공의 경지가 수준 이하거나 내공이 얼마 없던 이들은 자연스레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차례대로 강한 이들이 앞에 나서게 된 것이다.
···하지만 유현의 강함 앞에선 거기서 거기.
설사 절정의 강자라 하더라도 유현을 어찌하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차라리 약자들을 보내서 유현의 힘을 빼놓는 게 어떠냐···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사내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사내는 정도 무인이다.
사람을 지키지는 못할지언정, 어찌 아군을 사지로 몰아넣겠는가.
주변의 다른 강자들 또한 비슷한 생각이었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들 모두 높은 경지에 오른 만큼 높은 어느 정도 사람을 이끄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설사 자신이 죽어도 죽었지, 아군을 다치게 하는 일은 없을 사람들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지금 뭣들 하는 짓이냐!”
전부가 그런 건 아니지만.
“뒤의 무인은 당장 앞으로 나오라! 정도 무인으로서의 기개를 보이란 말이다!”
어느새 앞으로 튀어나온 명석천의 말에 앞에 있던 이들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무···! 무슨 말이오, 명 대인! 지금 이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면···!”
“그대야 말로 무슨 말이오! 지금 저 앞에서 우리의 전우가 백팔나한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소!”
명석천은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상황은 정반대. 백팔나한이 전력을 다해 마약에 취한 이들을 최선을 다해 서로의 피해 없이 막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가까이에서 싸우고 있는 백팔나한이나, 초월적인 안력을 가지고 있는 유현. 혹은 이미 전후사정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명석천이나 알 수 있는 사실.
멀리 떨어져 있는 그들이 알아낼 방도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저 여기 놀러 온 것이 아니오. 확연한 목적을 가지고 온 것이란 말이오! 다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법!”
명석천은 오히려 희생이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희생이 클수록 소림의 이름은 낮아지고, 그런 희생을 막아낸 화산의 이름은 드높여진다.
그가 원하던 정파 제일의 문파가 실제로 가능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투가 격해지면, 마약에 취한 무인이 나타났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잊혀질 것이다···라는 속셈도 있었고.
“정신 똑바로 차리시오! 지금은 정도의 굳건한 의지를 내세워야 할 시간이오! 저런 악독한 무리는···!”
“악독이라···참 재밌는 말이구려.”
하지만 그의 속셈을 파악하고 있는 이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정도를 어지럽히려 하는 사람이, 정도를 지키려 하는 사람에게 악독이라 하다니. 내가 모르는 사이에 정도와 마도가 거꾸로 뒤집히기라도 했나 보오?”
“남궁무진···? 그대가 왜···?”
명석천의 옆에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던 사내는 유현의 옆으로 다가오는 남궁무진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
하지만 남궁무진은 사내의 의문에도 대답 없이 명석천을 노려보기만 할 뿐이었고, 갑자기 중간에 말을 끊긴 명석천 또한 그를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배신이오?”
물론 남궁무진과 명석찬 사이에는 한 배분 이상의 차이가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명석천이 마구 말을 놓을 순 없었다.
제왕검형을 익혔다는 게 밝혀진 이상 남굼우진은 이제 사실상 다음 대 남궁 가주로 인정받는 것이나 마찬가지.
아직 남궁세가에 관한 명령이 내려오지 않은 이상, 명석천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남궁세가에 다가가야만 했다.
물론.
“배신?”
남궁무진이 그에게 적대할 생각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야 가능한 일이겠지만.
큭, 명석천의 말에 남궁무진은 그답지 않은 비웃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먼저 배신한 것이 누군데 배신이니 뭐니···본인이 생각해도 참 뻔뻔하다 생각하지 않소?”
“그게 무슨 망발이오!?”
“허, 참. 망발이라니.”
툭툭.
남궁무진은 품 안에서 아까 유현에게서 받은 자그마한 서책을 꺼내 어깨에 대고 두드렸다.
“망발은 그쪽에서 하셨지.”
“그게 무슨···!”
“아주 그냥 여러모로 해드셨더만. 그 정도로 해쳐먹으면 몸은 안 아프오? 나는 양심에 찔려서 서있기도 힘들 것 같은데···.”
씨익.
“화산파는 그 정도로는 양심에 찔리지도 않나 보지?”
“···그 입 다물어라.”
화악.
남궁무진이 화산파의 이름을 올리는 순간, 싸늘한 기운이 전장 저변에 깊이 깔렸다.
그러자 그의 옆에 있던 사내는 물론, 방금 말을 꺼낸 남궁무진.
그리고 무엇보다 옆에서 그 대화를 듣고 있던 유현이 경악했다.
물론 그 방향성은 모두 달랐다.
생각보다 명석천의 힘이 강하다는 사실에서 안도를 느낀 사내와 예상보다도 더 과하게 반응하는 명석천에게 놀란 남궁무진.
그리고 명석천이 뿜어낸, 너무나 익숙한 기운이 놀란 유현까지.
그 세 사람이 아무런 행동을 못 하는 사이, 명석천이 분기탱천한 목소리로 외쳤다.
“화산의 이름은, 네놈 따위가 입에 올릴 이름이 아니란 말이다!”
회액!
언제 뽑아낸 것일까.
명석천의 옆구리에 패검하던 검은 어느새 명석천의 손에 들려 남궁무진의 목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평상시의 남궁무진이었다면 어렵지 않게 막아낼 일격이지만, 지금은 아까 벌였던 유현과의 싸움에서 소비한 체력과 내공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은 상황.
지금 이 검을 막아낼 여력은 남궁무진에게 없었다.
챙!
물론 남궁무진에게만 없었을 뿐, 그의 옆에는 아주 팔팔한 사람이 한 사람 있었다.
“네놈···!”
“왜 갑자기 칼을 날려, 이 미친놈이.”
퍽!
“컥!”
우당탕.
명석천의 칼을 막아낸 유현은 바로 그의 배를 차 날렸다.
피하기는커녕 막아낼 방도도 없는 일격에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날아가는 명석천.
어느 누가 움직일 새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사건에 사내는 물론 척살대에 소속된 다른 이들도 그 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큭, 기, 기습을···!”
“기습은 개뿔. 네가 먼저 공격 날린 거 받아치는 것도 기습이냐?”
. 못 들을 걸 들었다는 듯 이마를 찌푸리며 침을 뱉은 유현은 남궁무진을 향해 눈짓했다.
그 눈빛을 알아들은 남궁무진은 바로 고개를 끄덕여 입을 열었다.
“나는 지금 내 옆에 있는 유 대협 덕분에 이번 사건의 진실을 깨달았소! 이번 일에 그대들이 생각하는 정의는 없었소!”
“그, 그건 무슨 소리요?”
남궁무진의 옆에 서 있던 사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남궁무진을 향해 되물었다.
아까였다면 남궁무진의 말이라 해도 한마디도 듣지 않았겠지만, 제왕검형을 선보인 이상 지금 그는 남궁세가를 대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한마디, 한마디를 허투루 듣고 넘길 사람이 아니란 뜻이었다.
“이번 일은 화산파를 포함한 몇몇 정파에서 자신의 악행을 덮기 위한 연극에 불과하오! 여기 계신 유 대인은 그들의 악행을 진작 아시고, 그들의 악행을 막기 위해 지금껏 움직이셨던 것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정혈탐마가 죽이고 무너뜨린 정파가···?”
“그들은 인신매매와 청부살인으로 더러운 돈을 벌던 문파! 유 대인은 그들을 벌하고, 그에 관한 정보를 얻어 파헤치고 있었소! 그 옆엔 정파의 큰 어른! 신승 대사도 함께하고 계셨지!”
“아!”
“확실히···신승 대사라면···.”
“소림사에서 그와 함께 한 이유도 설명할 수 있지!”
만약 유현이 나서서 말했다면 아무도 듣지 않았을 말이, 남궁세가의 소가주로 반쯤 인정받고 있는 남궁무진이 꺼내자 신빙성이 생겨나고 있었다.
더군다나 조금 전까지 싸우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도 몇몇 사람들에게는 설득력 있게 보였다.
“일부러 두 사람의 목숨을 거두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 아닐까?”
“남궁 소협이 그의 옆에 선 이유도 진실을 깨닫고 그런 걸 수도 있고 말이야.”
저잣거리의 닷 푼짜리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였지만, 본디 정파인들은 그런 곳에 열광하는 법 아닌가.
그렇게 되자 마음이 급해지는 쪽은 사실을 아는 화산파 측의 인간들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사실이 밝혀지는 일이 일어났다간, 유현과 소림을 무너뜨리기 위해 데려왔던 삼천의 무인이 자신들을 향해 칼을 뻗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챙!
챙챙!
“괴상한 선동 하지 마라!”
“어찌 남궁의 사람이 우리 화산의 이름을 더럽히려 하는가!”
앞쪽에 있던 화산파의 고수들이 칼을 뽑고 큰 소리로 외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단 다른 화산의 무인들 역시 검을 뽑고 앞으로 달려왔다.
남궁의 무인이 몇 사람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수의 열세는 분명했다. 남궁세가에선 남궁무진과 그를 따르는 몇몇만 온 것에 반해, 화산파는 마치 이 일에 사활을 건 것처럼 백에 가까운 인원이 몰려온 탓이었다.
그만한 인원을 끌고 온 명석천의 속셈은 더 많은 인원이 포함되어야 더 많은 명성을 얻을 수 있다는, 지극히 탐욕스러운 이유로 데리고 온 것이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것이 득이 된 순간이었다.
“유 대인···.”
“으음···.”
그런 그들이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유현과 남궁무진은 쉽게 무기를 들지 못했다.
물론 저들 대부분이 이번 일의 전말을 알고도 온 사람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남궁세가에서 정말로 화산파의 이름을 욕보이려 한다고 생각해서 온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그들을 분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
이 상황을 타파할 방도는 없는 것인가!
저벅.
남궁무진과 유현이 어찌할 방도를 찾던 그때, 그들의 뒤에서 다가오는 하나의 인형.
저벅, 저벅.
그 기척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느린 발걸음이었지만.
저벅, 저벅, 저벅.
“도 공자···.”
“도 소협!”
두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필요한 사람의 발걸음이기도 했다.
아까보다 훨씬 파리해진 안색의 도인현은 무언가 굳게 다짐한 듯 두 사람의 옆에 서서 입을 열었다.
“화산의···형제들이여.”
검을 뽑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백여명의 화산파 제자들을 직시하며, 도인현은 가만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지금껏 우리가 알던 것이 거짓이었고···아니라 믿었던 것이 사실이라는 것의 고통은···분명 작지는 않을 겁니다. 허나!”
우웅.
도인현이 목청을 높이차, 그에게서 미약한 자색 기운이 화산파의 제자들 사이로 퍼져나갔다.
그 기운이 감싸는 자도 있었고, 또 외면하는 자도 있었으나, 도인현은 그에 신경 쓰지 않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다고 하여 평생 진실을 외면했다간, 우리는 영원히 우리의 썩은 부분을 어찌할 수 없을 것입니다!”
챙!
“나와 함께 해주십시오, 거짓되지 않은 사형제들이여! 나와 함께 진실을 위해 싸워 주십시오!”
체력이 다해 후들거리는 손으로 겨우 검을 들고 외치는 도인현.
“·········.”
“·········.”
그런 도인현의 모습에 몇몇 화산파의 무인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다가, 곧···.
“엇?!”
“무슨?!”
자신의 옆에 있던 사형제에게서 멀리 떨어져, 그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최근···우리 화산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지 않으십니까?”
“그게 무슨 망발이냐! 화산은 언제나 화산이었다! 언제나 똑같은 모습이었단 말이다!”
“···제가 듣던, 그리고 제가 알던 화산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어리석은 놈! 저 광인의 말을 믿는다는 말이더냐!”
“그 광인이 우리의 사형제란 말입니다!”
갑작스러운 화산파의 내전.
그에 따라 혼란스러워지는 척살대의 상황.
그리고 그 중심에.
“흐.”
우득.
우드득.
“흐흐흐흐흐.”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며 일어서는 그가 있었으니.
“너희 모두···미쳤군······.”
화산파의 기운이라 하기엔 너무나 음습하고, 끔찍한 기운을 뿜어내는 명석천.
“네놈들이 화산의 이름이 가진 무게를 아느냐? 아니, 알 리가 없지! 화산의 이름을 제일 위에 올리려는 내 노력도 알 리가 없고!”
그리고 그런 그에게 호응하듯, 비슷한 기운을 내뿜는 다른 화산파의 제자들.
“네놈들이 그런 생각이라면.”
번뜩!
“내가 저 죄인의 목숨을 거둬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