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라지망(4)
싸움의 방향성은 쭉 한 방향으로만 이어졌다.
물론, 나한테 좋은 쪽으로 향했다면 좋았겠지만, 현실은 정 반대.
몰리고 있는 건 분명히 내 쪽이었다.
“흐읍!”
“하압!”
나를 향해 날아오는 두 자루의 검을 창을 휘둘러서 막아낸다.
평상시였다면 이 뒤에 바로 내가 공격을 날리겠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다.
휙! 휙!
첫 공격을 피하기가 무섭게 뒤이어 날아오는 두 개의 화살과 소도. 몸을 가눌 시간도 얻지 못한 채 빠르게 다시 한번 몸을 튕긴다.
휘리릭!
몸을 가로로 눕힌 채 공중에서 한 바퀴 돌린다. 소도 한 자루가 아슬아슬하게 다리를 스쳐 지나가고, 화살은 머리카락을 뚫고 지나간다.
다리 쪽에서 느껴지는 미약한 통증. 눈앞에 휘날리는 몇 개의 머리카락.
후웅!
그리고 내 귀를 스치는 바람 가르는 소리.
젠장!
그 방향이 들리는 쪽으로 몸을 비틀어 팔을 내민다.
천마금나수. 오의. 불괴.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부술 수 없는 위대한 천마의 손!
까앙!
바람을 가르는 무언가와 불괴가 서로 부딪히자, 강렬한 충격파가 숲을 가로질렀다.
쿵!
“크윽!”
공중에 뜬 채로 그것을 막아낸 대가는 적지 않았다.
물론 불파를 두른 팔이야 멀쩡했지만, 문제는 공중에 뜬 몸이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는 사실이었다.
겨우 낙법을 취해 심한 내상을 입는 건 막았지만, 모든 피해를 완전히 무(無)로 돌린 건 아니다.
미처 불괴로 다 중화시키지 못한 공격의 충격과 땅에 처박힌 충격.
물론 권능의 회복능력이라면 딱히 하루도 필요 없이, 반 식경만 지나도 회복되겠지만···.
“하압!”
문제는 놈들은 그럴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아까처럼 다시 한번 내 몸을 노리고 날아오는 겸과 창.
이 상태에서 막는 건 힘들다. 결국 이번에는 막는 대신 뒤로 피한다.
후웅! 슝!
하지만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다시 내 몸을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 두 개.
이미 한번 균형을 잃은 몸으로 저것을 피할 수단은 딱 하나. 다시 몸을 비틀어 피하는 방법뿐.
벌써 이 교환을 반복한 게 몇 번인가.
놈들은 내가 힘을 모을 틈이나, 공격을 준비할 틈도 없이 계속해서 공격을 날리고 있었다.
하나하나의 공격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연속된 공격을 모두 피하는 건 쉽지 않다.
더군다나.
후웅!
소리만 들어도 강력한 힘이 담긴 걸 알 수 있는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내 귓가로 들려온다.
아까 내가 쫓았던 여인이 극을 휘두르는 소리였다.
그녀의 공격은 어찌하기가 쉽지 않다. 피하자니 속도도 빠르고, 순순히 막자니 불괴로 막아서도 그 충격이 다른 곳까지 전해져온다.
더군다나 부하들의 공격으로 가뜩이나 몸의 균형이 흔들린 상태에서 그녀의 공격을 피하는 건 더욱 어려운 일.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느 정도 피해를 감수하고 치명타를 피하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설마 이렇게 물 흐르듯 이어지는 공격이라니.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군무를 종사한 나조차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완벽한 연계.
부하들이 끊임없이 공격을 이어나가 틈을 만들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여인이 피하기 지극히 힘든 강력한 공격을 날린다.
대체 몇 년. 아니, 몇십 년간 수련을 거듭해야 이만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것인가.
만약 내가 구경하는 쪽이었다면 분명 감탄하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나는 당사자.
그것도 어떻게든 이 상황을 뚫고 지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갈 돌파구를 찾아내야만 했다.
지금 내게 제일 다급한 건 역시 시간.
정확히는 오의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내가 지금 공격에 쓸 수 있는 오의는 와류와 군림.
하지만 둘 다 강력한 공격을 날리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와류를 쓰기 위해선 창에 와류를 두르는 시간이 필요하며, 군림으로 이만한 강자들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여러 번 중첩을 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내겐 둘 다 시간이 부족하다.
이 연속 공격의 틈 사이에서는 피하는 것이 겨우.
그렇다고 놈들이 내공이나 체력이 다 하기까지 버티자니, 그 전에 내가 당할 심산이 크다.
[설마 여기서 오의의 최대 약점을 공략당할 줄이야···.]
셀 수 없는 기간 동안 천마와 함께했던 화순도 전혀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오의는 무한한 내공을 바탕으로 본디 낼 수 없는 강력한 일격을 뿜어내는 기술. 그로 인해 나올 수 있는 약점은 단련을 통해 만들어지는 튼튼한 육신과 어떤 상처라도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는 권능의 힘으로 막아내지.]
그렇다면 지금 놈들의 공격은···.
[그래, 그런 오의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지.]
···젠장, 설마 여기서 권능의 약점을 공략당할 줄이야.
하지만 놈들이 어떻게 권능의 약점을 알고 이렇게 나를 상대하는 거지? 권능에 대한 건 수천 년간 비밀이었던 것 아니었어?!
[그래. 지금껏 권능에 대한 건 오직 천마에게만 전해져 내려온 비밀. 지금껏 그 비밀이 세상에 알려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지.]
그럼 이놈들은 대체···?
[처음부터 천마의 권능을 막아내기 위한 수단으로 이런 공격 방식을 터득한 건 아니겠지. 엄청난 우연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는 몰라도, 이놈들은 권능을 제압할 방식을 어린 시절부터 익혀온 거야.]
어느 쪽이건 내게 편한 방향은 아니란 소리인데···.
휙! 머리 옆을 스쳐 지나가는 검격을 불괴를 두른 팔로 흘려보내며 화순의 말을 복기한다.
결국 지금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다.
이대로 시간을 끌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한 번에 놈들 모두를 없애버릴 만큼 강한 공격도 힘들다.
둘 다 내가 권능을 최고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건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을 찾아라, 이건가.
참 귀찮구만. 이번 여정은 좀 더 편하게 끝날 줄 알았건만···!
“내 전력을 다할 수 없다면!”
슝!
내 옆구리를 꿰뚫을 기세로 날아오는 소도를 몸을 돌리며 피하는 동시에, 불괴를 두른 팔로 낚아챈다.
끼기긱!
아직 가속도가 남아있는 소도가 불괴를 두드리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불괴를 두른 팔을 이겨내지 못한 소도는 곧 힘을 잃었고, 이제 내 손 위에는 나를 위협하던 무기가 아니라, 내가 적을 향해 휘두를 수 있는 또 다른 무기가 올라와 있었다.
지금까지의 공격에서는 이렇게 무기를 획득할 틈조차 없었지만, 이번 공격은 다르다.
이제 슬슬 내 진이 빠졌으리라 생각한 놈의 안일함이었는지, 아니면 놈의 실수였는지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내게 기회가 왔다는 사실이었다.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쓰러뜨려 주마!”
내 손 위의 소도를 그대로 내게 소도를 날린 놈에게 다시 돌려줬다.
물론 놈이 던진 것보다 훨씬 빨리, 또 강한 힘을 담은 채로!
슈웅!
“흥!”
파앗!
하지만 놈은 내 공격을 코웃음치며 간단하게 피했다.
하지만 투척술을 익히지 못한 내 기술은 한계가 명확했다. 아무리 빠르고, 또 강하다 해도 직선으로 날아가는 공격을 피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상관없다.
내가 원하는 건 이번 공격으로 놈이 당하는 게 아니라.
꽉!
“우웃!”
내 공격을 피한 놈의 빈틈을 잡는 것이었으니까.
소도를 피하느라 잠깐 생긴 틈을 놓치지 않고 바로 놈에게 달려가 옆구리를 잡았다.
지금 이 상태로 팔에 힘을 줘서 몸을 으깨버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 내 선택은 조금 더 나에게 실용적인 방향.
“이, 이놈! 당장 놓아라!”
“미안하지만 그건 안 되겠는데.”
후웅!
내 몸을 위아래 두 쪽으로 나눠버리겠다는 듯 매서운 기세로 날아오는 극을 향해 놈의 몸을 가져다 댄다.
만약 이대로 극을 쭉 뻗는다면 나보다도 이놈이 먼저 죽는다.
아까 원하는 대로 죽여버렸다면 불가능했을 수단!
이렇게 생긴 잠깐의 틈으로 다른 놈을 잡아채면···!
푸왁!
···어?
하지만 내 상념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못했다.
지금 내 앞에서 여인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 놈의 몸이 반절로 나뉘는 동시에.
“이런 미친!”
여전히 강한 힘을 담고 있는 극이 내 몸을 향해 날아왔기 때문이다.
서걱!
빠르게 몸을 피했지만, 그래도 상처를 입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내가 방패막이로 쓰던 놈의 피가 내 시야를 가리며 극의 위치와 간극(間隙)을 파악하기 힘들었던 탓이다.
사실 그 부분은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당연히 멈추리라,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조금 머뭇거리긴 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설마 정말 아무런 주저 없이 놈과 함께 나까지 베려 들 줄이야!
옆구리에 흥건한 피는 대부분 저 여자가 베어낸 놈의 것이었지만, 거기엔 분명 내 것도 섞여 있었다.
회복되려면 두 시진은 걸리겠구만···젠장.
방금 자신의 부하를 반으로 갈라서 죽여버린 상황에서도 그녀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눈을 내게 향한 채 자신의 극을 들어 올렸다.
설마 초절정의 고수조차도 이놈들에게는 한낱 소모품이라는 건가?
하지만 더 기막힌 건 다른 부하들의 반응이었다.
챙!
“크윽!”
마치 그녀의 반응이 더없이 정당한 듯 하나도 놀라지 않고 바로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그래···. 그런다 이거지?”
그리고 그런 놈들의 행동은 나를 아연케 하는 동시에.
“그렇다면 네놈들.”
극도로 분노하게 했다.
“순순히 살아서 돌아갈 생각은 접어두는 게 좋을 거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다른 누군가의 목숨은 간단히 버릴 수 있는 이 행동.
지금 놈들의 그런 행동이 내 옛 기억을, 이제는 완전히 지워버리려던 그때의 기억을 고스란히 떠올리도록 만들었다.
옆구리에 상처를 입었지만, 싸움의 흐름은 오히려 내 쪽으로 다가왔다.
한 명의 견제가 사라진 이 미세한 틈.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면, 승리는 내 것이 되리라.
지독한 분노 때문일까. 아까만 해도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던 옆구리도 이제는 고통 한 점 느껴지지 않았다.
머지않은 시간 내에 얻어낼 승리에 미소를 지을 뿐.
*****
유현이 한창 적을 쓰러뜨리던 그때.
신승 역시 부하들에게 가주라 불리는 그 사내를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다만, 그의 싸움은 유현과는 크게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젠장, 젠장, 젠장!”
후웅!
사내는 진심으로 분노하며 눈앞의 신승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인간의 피륙은 물론이거니와 돌과 쇠. 하늘과 땅까지 가를 기세가 담긴 검격이었지만.
탱!
그런 화려한 검격조차 신승의 지척에 이르러지자, 마치 어떠한 투명한 벽에 걸린 듯 막혔다.
아니, 막힌 것을 넘어서, 오히려 사내를 공격하는 게 아닌가!
자신이 손에 쥔 검을 겨우 피하는 사내.
그것은 긴 싸움 동안 지친 부하들을 위한 농담도 아니었고, 시시한 싸움에 사내가 장난을 치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이 진심.
방금 자신을 향해 휘두른 검도, 이마와 목에 흥건한 땀도, 분노에 가득 찬 핏발선 눈도 모두 진실이었다.
겨우 자신이 손에 쥔 검을 피해낸 사내는 꼿꼿이 선 채 전법륜인(轉法輪印)을 취하고 있는 신승을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신승의 주변에는 이미 사내의 부하 여럿이 쓰러지거나, 그것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상처를 입은 채 신승을 바라보고 있었다.
“금강부동신법···!”
증오가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가 사내의 입에서 스산하게 퍼져 나왔다.
소림. 아니, 무림 최고의 신법, 금강부동신법!
허나 아무리 최고의 신법이라 하여도 그것만으로 누군가를 쓰러뜨리는 건 불가능할 것이거늘, 그는 어찌 그것에 대하여 분노하는 것일까.
하지만 신승도, 그리고 사내도 거기서 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스윽.
사내는 다시 검을 들어 단전의 내공을 검에 불어넣었다.
지잉-
강호의 검수라면 누구라도 침을 질질 흘릴만한 명검에, 침 흘리던 검수도 꼬리를 말고 도망칠 매서운 기운이 서리기 시작했다.
구체화하는 걸 넘어 거의 또 다른 한 자루의 커다란 검을 뒤집어 씌운 것처럼 변하는 검.
이번 공격은 전과도 비교되지 않을 강력한 일격이라는 걸 신승은 한눈에 알아보았다.
“·········.”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의 행동에 변화는 없었다.
여전히 담담한 표정으로, 수인을 취한 채, 가만히 서 있다.
겉으로 보면 싸움을 완전히 포기한듯한 모양새.
허나 사내는 그런 신승의 모습에도 기세를 낮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분노에 불을 붙인 듯 더더욱 기세를 강하게 만들었다.
“어디 이것도 한 번!”
후웅!
사내는 전력을 담아 검을 휘두르며 외쳤다.
“반사(反射)시켜봐라!”
콰앙!
고오오오!!!
끼이이이이익---
신승을 반쪽 낼 기세로 내리쳐진 검은 다시 한번 투명한 막에 막혔다.
아니, 이젠 투명하지 않다.
검격의 중심지에 모인 금빛의 기운.
그것이야말로 신승의 역근세수경의 정수이자, 금강부동신법의 진신(眞身)!
말 그대로 신승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고고고고고고!!!
밀리고, 밀려지고.
사내의 힘과 신승의 기운에 이리 튀고, 저리 튀던 검은 곧.
끼긱-!
미세한 금이 새겨지더니.
파앙!
“끄아아악!!!”
산산이 조각나 부서졌다.
파파파파팍!
강력한 힘이 담겨 있던 파편들은 사방으로 튀어나가며 사내와 신승. 그리고 쓰러져 있던 부하들을 향해 날아갔다.
전신을 덮치는 칼날 조각에 사내는 비명을 내질렀지만, 그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사내의 부하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검의 파편에 몸을 관통당해 목숨을 잃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괜찮은 건 딱 한 사람.
“후우···.”
신승은 장내가 정리되었음을 깨닫고 수인을 풀었다. 금강부동신법을 취소한 그의 전신에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의 금강부동신법은 적의 모든 공격을 되돌려주는 대신, 엄청난 내공을 소비하였다.
만약 그가 역근세수경이 아닌 다른 심법을 익혔다면 이 반절도 지속시키지 못하고 모든 내공을 소진했으리라.
하지만 이제 끝났다. 사내의 부하 열 명은 이걸로 모두 목숨을 잃었고, 이 사내도 치료가 없다면 곧 죽음에 다다르리라.
불가의 제자로서 그런 사람을 버리고 간다는 건 분명 고통스러운 선택이지만, 지금 그에게는 먼저 할 일이 있었다.
“유현···.”
사내의 최측근으로 보이는 여인과 아홉의 부하들과 사라진 뒤,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 유현을 찾아야 했으니까.
하지만.
“강하군.”
오싹!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승은 앞으로 향하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그 목소리는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였다.
처음 만난 사이다, 라는 말이 아니다. 물론 그것도 포함되긴 했지만, 신승이 느낀 건 좀 더 근원적인 것.
인간의 것이 아니다···라는 것에 좀 더 가까웠다.
고오오오.
숲이 운다.
‘그것’의 목소리에 심각한 괴리감을 느낀 건, 신승만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후웅.
그리고 ‘그것’은 신승의 앞에 나타났다.
상, 하의 나눔 없이 일체로 이루어진 백색의 옷을 입은 누군가.
긴 세월을 살아온 신승조차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진 지 알 수 없었지만, 신승을 경악으로 몰고 간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천의무봉(天衣無縫).
그 옷에는 한 점의 바느질 자국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입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조차 모를 옷을 입은 ‘그것’을 향해 신승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너는···아니.”
꿀꺽.
“그대는···‘무엇’이오?”
“나 말인가?”
‘그것’은 여전히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목소리를 내며, 신승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웃었다. 신승은 그리 느꼈다.
“나는 ‘하늘의 것’이니라.”
그리고.
푸왁!
신승의 전신에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강렬한 충격이 몰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