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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87화 (87/185)

극의(2)

화순의 말에 나는 바로 한 발을 들어, 전력을 다해 땅을 밟았다.

그로 인해 일어난 광경은, 장담컨대 독정조차 놀랐으리라.

쩌적!

쩌저정!

군림에 빙정의 기운을 더한다.

지금껏 생각도 한 적 없던 기술이지만, 지금은 왠지 딱 내가 바라는 결과가 나와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어쩌면 예언은, 적중했다.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몰려오던 독이 한겨울 강물처럼 꽁꽁 얼려버렸다.

그로 인해 만들어진 자그마한 공동.

물론 곧 무너질 잠깐의 공동일 뿐, 곧 무너진다.

그리고 점점 강해지는 독의 기세를 보면, 다시 만들 수 있을 리도 없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한 번이면 충분하니까.

끼긱, 끼기긱!

억지로 만든 얼어붙은 공동이 무너지기 직전, 발에 힘을 주고.

“하압!”

뛰어오른다.

천장의 얼음을 부수고, 여전히 휘몰아치고 있는 독의 폭풍도 뚫고, 다시 한번 맛볼 수 있으리라 생각해본 적 없던 깨끗한 공기가 넘치는 곳까지.

높이, 높이, 더 높이!

지금껏 단 한 번도 닿지 못했던 그곳까지.

그리고 가장 높은 곳에 닿은 그 순간.

구성의 천마창법과 구성의 옥양열기공을 더한다.

···아무런 소리도 없었다.

아직 독은 나에게까지 닿진 못했고, 글로 이루어진 권능은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으며, 갑자기 뛰어오른 나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화순의 목소리가 닿을 리도 없었다.

하지만 느껴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모든 존재가 내게 각자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음을.

내가 그것을 지금껏 듣지 못했을 뿐이란 사실을.

그리고.

이제는 내가 그것을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이것이 화경.”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활력.

마치 몸 전체가 바뀐 듯한 그 감각에 미소를 지으며, 등에 메고 있던 두 자루의 양손에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독정···과는 반대 방향.

하늘을 향해 던졌다.

나를 잡기 위해 남만 전체를 모두 녹여버릴 수 있는 독기를 날려 보냈지만, 그런 일에 두려움은 없었다.

아니, 당연한가.

나는 이미 그것을 막아낼 방법을 꺼냈으니까.

한 줄기의 독이 내 발을 묶기 직전, 하늘에서 떨어진 한 자루의 창이 그것을 꿰뚫는다.

그것은 실제 창이 아니었다.

내 단전에 담긴 오 갑자. 혹은 그 이상의 내공.

그 모든 내공을 들여 만든 한 자루의 창.

그것은 설사 독정이라고 해도 쉽게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창이 수천, 수만 자루가 땅을 향해 떨어졌다.

천마창법 극의. 폭우.

하나하나가 일격필살의 위력이 담겨 있는 창의 비.

무한한 양의 독기를 뿜어내고 있는 독정에게 이것보다도 확실한 공격은 없으리라!

끼이이익!

수백 번 날려 보낸 독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이해한 독정이 분노의 비명을 내질렀다.

조금 전이였다면 전혀 들리지 않았을 목소리였지만, 지금의 나에겐 똑똑히 들렸다.

“화나냐? 너를 방해해서? 네가 원하는 걸 찾으려고 하는 널 막아서서?”

네놈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아니, 들을 수 있든 말든 상관없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뿐이니까.

“그럼 이런 미친 짓을 하질 말던가!”

내 감정에 따라, 하늘에서 수천 개의 창이 독기를 향해 떨어졌다.

얼어붙고, 증발하며, 부서진다.

내 두 자루의 창. 철혼과 진양에 담겨 있는 빙과 열의 기운은 독과 극상성.

그리고 그 기운은 수만 발의 폭우에도 그대로 담겨 있었다.

키야아아아악!!!

다시 한번 독정의 비명이 내 뇌리를 흔들었다.

분노, 한탄, 격양.

자신의 앞길을 막는 모든 것, 특히 바로 앞에서 자신을 막고 있는 나를 향한 감정이 그 비명 안에서 절절히 느껴졌다.

그리고 나는 그에 관한 대답으로.

“닥쳐!”

다시 한번 수백 발의 창을 날렸다.

놈이 도대체 누구에게, 또 무슨 짓을 당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이 행동에 면죄부를 주느냐?

그건 당연히 아니다.

지금껏 이놈한테 피해를 받은 사람들. 그들을 위해 이놈에게 다가갔다가 목숨을 잃고, 자신의 육체까지 조종당하게 된 전대 황제.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의 그런 모습을 보게 된 현 황제까지.

겨우 인간 하나가 자신을 화나게 했다는 이유로 그런 만행을 용서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쓰러져라!”

조금의 용서도 없이, 전력을 다해 놈을 향해 공격을 날린다.

놈의 독기가 무한하다면, 내 내공 역시 무한하다!

한 자루의 창을 만들 때마다 바닥을 보이던 내공은 순식간에 회복되고, 그렇게 회복된 내공으로 창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날린다.

그것을 끝없이, 끝없이 반복한다.

내 눈앞의 모든 적이 사라질 때까지.

그것이 바로 폭우.

무한한 내공을 사용할 수 있는 권능이기에 발휘될 수 있는 최고, 최강의 공격기였다.

그렇게 얼마나 서로를 향해 공격을 날렸을까.

잠깐의 공백기가 찾아왔다.

나도, 놈도, 조금의 그 격전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공격을 멈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전장에서 흔히 있던 일이다.

일생일대의 필적과 숙적. 서로 죽기만을 바라며 마구 검과 창을 휘두르던 그때에도 이런 일은 있었다.

마치 서로 짜고 치기라도 한 듯, 모두 싸움을 멈춘다. 전장에 가득 찬 비명이 침묵으로 바뀌고, 각자가 손에 쥔 무구를 내려놓는다.

이렇게 되면 둘 중 하나.

서로를 향한 분노의 불길이 꺼진 채, 더는 싸울 생각도 없이 각자의 진영으로 돌아가던가.

그것이 아니라면 마치 장작을 끼얹은 듯, 더욱 세차게 타오르는 분노를 양식으로 서로를 향해 죽일 듯 달려들던가.

그리고 놈의 선택은, 내가 바라던 대로.

···키야아아아악!!!!

저 아래에서, 지금껏 날아오든 얇디얇은 독기의 실은 완전히 멈췄다.

그 대신 날아오는 건 거대한 괴수.

마치 전설 속에나 나오는 재앙의 흑룡.

독기로 이루어진 마수(魔獸)가 나를, 그리고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것에는 흔히들 말하는 용의 권능인 구름도, 비도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상회하는 엄청난 파괴력.

남만을 넘어 세상 모든 것을 무너뜨릴 힘이 담겨 있었다.

두두두두두둥!

한 발, 열 발, 백 발, 천 발.

한 방, 한 방에 독기의 끈을 얼리고, 부수고, 태우던 창도 그 괴수 앞에서는 아무런 위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일부를 부숴도 다시 생성되고, 일부를 태워도 다시 차오른다.

그것은 독정의 화신(化身). 무엇으로도 절대 쓰러뜨릴 수 없는 멸망의 용.

···사실인가?

정말로 무엇으로도 쓰러뜨릴 수 없나?

아니.

그럴 리가.

확실히 폭우로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한 발, 한 발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긴 하지만, 저것을 쓰러뜨릴 힘은 없었다.

하지만 나에겐, 그리고 천마창법엔 그것만 있는 게 아니었다.

[연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육신으로 자연을 쓰러뜨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

하늘에 떠올라 있는 내 옆에서 화순이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허나 천마의 무공은 고금제일의 무공.]

씨익.

내가 죽으면 자신도 여기 평생 묶여야 할지도 모름에도 불구하고, 화순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쩌면 자연조차 쓰러뜨릴 수 있을지 모르지.]

···너 용케도 올라왔네. 이렇게 높이 올라올 수 있었냐?

[···야, 내가 좀 괜찮은 대사 날렸으면 너도 좀 받아줘야지, 이 자식아.]

아니, 아까만 해도 저 아래에 있던 네가 여기까지 날아왔길래. 그게 더 궁금하더라고.

[분위기라는 것도 모르는 자식.]

마수가 지척까지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대화는 너무나 평안했다.

두려움 때문에 포기했냐고?

아니지.

이 위험조차 이겨내리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번 보여줘.]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랜 세월 동안 천마의 옆에 있던 화순조차 몇 번 보지 못한 기적.

[한낱 인간이 자연을 이겨내는 모습을.]

그것을 지금 실현한다.

고오오오오!

하나, 둘, 열.

백, 천, 만

그리고 그것조차 넘어선 숫자의 창이 내 옆에 생겨난다.

마치 나라 제일의 명장 옆에 선 사기 넘치는 병사들처럼.

그리고 나 역시, 제일 앞에서 그런 병사들을 다독이며 나아간다.

콰아아아아!!!

하나의, 열의, 백의 창으로는 저 괴수를 이기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아득히 넘어선 숫자라면? 끝없이 나타나는 무한한 숫자의 창이라면?

콰과과과과과!!!

절대로 쓰러뜨릴 수 없을 수 있는 괴수도, 이길 수 있다!

깎여나간다.

영원히 쓰러질 것 같지 않던 독의 맹수가 천천히 그 육신을 잃어간다.

그리고 그 끝에, 내가 있다.

그 옆에서 나와 함께 하는 두 자루의 창.

아니, 수십, 수백 자루의 창과 함께.

“간다아아아아아!!!”

괴수를 향해 날아갔다.

그것은 마치 세찬 비바람.

말 그대로 와류(渦流)와 폭우(暴雨)가 함께 휘몰아치는 형국이니!

빗방울 하나하나는 바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할지 몰라도, 무수히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면 결국 바위도 깎이고, 부서져 버리는 것처럼.

콰과과과과!!!

자연의 정수가 온 힘을 다해 만들어낸 무시무시한 괴수조차, 쓰러뜨릴 수 있다!

키야아아악!!!

비명을 내지른다, 분노를 내지른다, 공포를 내지른다!

점점 안으로 들어갈수록, 중심으로 들어갈수록 놈의 감정이 느껴졌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

[여긴가?]

한 남자가 보였다.

전신을 재질을 알 수 없는 검은 옷으로 감싼 사내.

그는 커다란 한 그루의 나무 앞에 서서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하늘까지 닿을 정도로 크고, 숲 전부를 뒤엎을 정도로 수많은 가지가 피어난 흰색 나무.

그 나무의 이름은 ‘황제 폐하의 은혜’였다.

[아, 느껴지는군. 이 힘. 이 업. 이 혼.]

마치 유쾌한 듯 기쁘게 웃던 것도 잠시.

[추악해.]

마치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땅에 쳐박힌 듯한 그 목소리.

조금 전 그 목소리와는 달리 감정 한 점 느껴지지 않는 무미한 목소리.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만나왔던 나조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그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끼쳐왔다.

대체 이 남자는 누구지?

콰직!

그 질문에 채 대답을 찾기도 전에, 사내가 먼저 움직였다.

새하얀 눈에 손을 파고 넣듯, 하얀 나무 안에 사내의 손이 파고든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사내의 손에서 빠져나온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숨을 들이켰다.

“흡!”

그것은 바로 내가 지금도 힘을 겨루고 있는 독정!

그것도 지금 뿜어내는 독기와도 비교되지 않는 끔찍한 무언가를 뿜어내고 있는 독정이었다.

이 남자다!

이 남자가 바로 독정을 분노케 한 장본인이자, 남만을 혼란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존재였다!

한낱 독기를 넘어 독심(毒心). 영혼조차 중독시킬 만큼 무시무시한 독 안에서도 사내는 아무렇지 않은 듯 독정을 바라보더니, 휙, 하고 옆에 던져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자신의 거주지에서 쫓겨난 독정은 마구 독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여전히 무감정하게 바라보던 사내는.

[훗.]

마지막으로 자신의 감정. 웃음을 보이더니, 그 자리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독정의 과거를 모두 보고 난 직후, 내 앞에는 자그마한 검은색 돌이 있었다.

“···독정.”

같은 자연의 정수인 빙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삼십 년이란 긴 세월 동안 뿜어낸 독이 남만 전체를 뒤덮을 정도였으니, 그럴 만도 하지.

이제는 더 뿜어낼 독도 없는 듯, 힘없이 땅에 떨어진 독정을 주웠다.

···강하다.

설사 이렇게 작디작아졌다고 해도, 이것은 여전히 자연의 정수.

북해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빙정과 동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내가 이것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독정의 힘이 조금이라도 강했더라면, 내가 화경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더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하다.

남만 전체를 독으로 뒤덮을 정도로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는 독정.

그것을 모두 흡수만 할 수 있다면···.

꾸욱.

“하아.”

내가 지금 뭔 생각을 하고 있냐.

감당도 못 하는 기물은 바라는 게 아니다.

지금이야 어떻게 어떻게 쓸 수 있겠지만, 이게 내 내공을 먹으면서 다시 힘을 회복하기라도 했다간 그때는 남만이랑은 진짜 비교도 안 되는 재앙이 내려올지도 모른다.

그럼 이놈을 어찌한다?

갓 태어난 새끼 토끼마냥 벌벌 떨고 있는 자그마한 돌멩이.

그러고 보니, 이거···.

힐끔, 살짝 고개를 아까 독정의 기억 속에서 봤던 하얀 나무를 바라본다.

분명 아까 저기 있었지?

아까 사내가 독정을 빼낸 구멍은 여전히 거기에 있었다.

지금 독정과 비교하면 몇 배는 되는 커다란 구멍에 독정을 살며시 올려놓는다.

본래 네 자리로, 네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라.

그리고 이걸로 화가 풀릴지, 안 풀릴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면 남만에 퍼진 독도 어떻게···.

푸와악!

독정을 원래의 자리에 올려놓는 그 순간, 갑자기 힘 한 점 없던 독정이 힘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이 자식, 설마 이 순간을 노린 건가?!

다시 기를 끌어올려 놈의 힘을 막으려던 바로 그때.

···아니.

이건 나를 해할 속셈으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

독정이 내게 감사를 표하고 있었다.

몸 안에 가득한 이 힘! 이 기운!

이것은 분명 내 선택에 대한 독정의 대답이었다.

마치 빙정 때처럼 지금 당장 뿜어내지 않으면 내 몸을 터뜨릴 만큼 강대한 힘.

그리고 나는 양팔을 크게 뻗어.

푸와아아악!!!

그 힘을 내뿜었다.

다시 한번, 남만을 모두가 생각하던 그때 그 땅으로 되돌리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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