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의(1)
아버지가 독에 조종당해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는 슬픔과, 이제 다시 우리의 땅을 지킬 수 있다는 기쁨.
황제가 이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을 채 느끼기도 전에 그것이 몰아닥쳤다.
유현을 돕기 위해 격체진기를 통해 독의 흐름을 바꾸고 있던 황제였지만, 자신의 아버지. 아니, 당신을 조종하고 있던 무언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흐름은 그녀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림에 일어난 대화재를 자신의 침으로 끄는 것이 더 쉽고, 황하의 강물을 창호지로 막는 게 더 현명하리라.
지금 그녀가 만들어내는 흐름은 마치 보름달 앞의 반딧불. 봉황 앞의 나방과 같았으니, 그녀는 더 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자신의 힘을 거두는 것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활화산의 용암처럼 뿜어져 나오는 독기는 가장 가까이 있던 유현을 순식간에 집어삼키고, 바로 그녀를 향해 그 무시무시한 아가리를 들이밀었다.
“안돼!”
저기에 당하면 녹는다. 아니, 그 전에 압사당한다!
감히 막아보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독기의 파도, 독기의 화산, 독기의 폭풍 앞에.
척!
그가 섰다.
신승.
비쩍 마른 다리로 자리를 잡고.
앙상한 나뭇가지 같은 팔을 들어.
노쇠한 육신으로 그 앞을 막아서서.
황제와 아이 옌이 뭐라 외치기도 전에 그의 앞에 독기가 몰아침과 동시에,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금강부동신법(金剛不動身法).’
그것은 설득이요, 다짐이며, 자신감의 발로였다.
콰아아아아!!!
신승의 지척까지 독기가 다가온 걸 본 황제와 아이 옌은 바로 눈을 감았다.
자신들의 삶의 최후의 광경이 최소한 누군가의 죽음이 될 바엔, 차라리 어둠을 응시하다 죽어가겠다.
하지만 잠시 뒤, 자신들을 덮쳐오는 독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위화감을 느끼고 조용히 눈을 뜬 두 사람의 앞에.
고오오오오-
기적이 펼쳐지고 있었다.
신승의 코앞에 펼쳐진 보이지 않는 넓은 막.
그것이 세 사람을 향해 휘몰아치던 독기를 막아 내고 있었다.
‘아냐.’
아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황제는 곧 알아차렸다.
아무리 신승의 경지가 고절하다 해도, 지금 이 독의 폭풍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의 힘이 약하다는 소리는 물론 아니다.
그저 지금 세 사람에게 닥쳐온 이 끔찍한 재해가 완전히 규격 외의 재해였을 뿐.
그런 의문 덕분에 그녀는 지금 그의 앞에 있는 막의 정체를. 좀 더 정확히는 어떻게 그것이 지금 이 독기를 막아 내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건 막아 내는 게 아니라, 튕겨내고 있었다.
지금 그들에게 휘몰아치고 있는 독을 모두 튕겨내고, 그렇게 튕겨낸 독이 그 뒤의 독을 막고, 그것이 또 뒤의 독을 막는다.
신승이 만들어낸 작고 미세한 흐름 한 줄이 커다란 변화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황제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일이었다.
적이 날린 공격을 되돌려 준다.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법이지만, 절대로 불가능한 전법.
신승은 그런 불가능한 일을 자신의 힘을 아득히 넘어서는 재해 앞에서 만들어내고 있었다.
고대로부터 전해지던 무리(武理)에서도, 옛 명사들이 남겨놨던 무수한 병법들에서도 찾을 수 없는 그만의 해답.
“·········.”
눈 앞에 펼쳐진 기적에 황제는 그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화경의 경지, 라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다. 몇 번 경험해 보기도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버지도 그런 절대 경지에 올라 있었다.
다만, 지금 자신처럼 아이 옌의 아버지에게 격체진기를 받아 만들어진 경지였지만.
그렇기에 그녀는 화경이란 그 정도다, 라고 재단(裁斷)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짜 화경은, 진짜 절대 고수는 바로 이런 것이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는 한 줄기의 희망.
하지만.
그런 미약한 희망은.
콰과과과과과!!!
“·········.”
눈앞의 이 압도적인 절망 앞에선 어떠한 힘도 내지 못했다.
전후좌우. 어디 할 것 없이 휘몰아치는 독기 속에서 세 사람만 겨우 막아 내는 상황.
그것은 백 장 깊이의 지하 속에 비치는 반딧불의 빛보다 허술한 희망이었다.
“어떻게···해야 하겠습니까.”
“·········.”
황제의 갑작스러운, 허나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존댓말에 신승은 아무 말도 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천기가 보이지 않누나.”
“천기? 보이지 않는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황제는 신승이 무엇을 바라보는지 알아내기 위해 애써봤지만, 조금의 움직임조차 허용하지 않는 독기의 바닷속에서는 그런 간단한 일도 불가능했다.
“별의 움직임이 멈추고, 달은 통곡하며, 태양은 웃음을 멈추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니.”
할 수 있는 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신승의 말을 듣는 것뿐.
“허나.”
황제가 자신을 불렀다는 사실도 아는지 모르는지, 신승은 쭉 자신만 아는 말을 중얼거렸다.
“오랫동안 수많은 재해를 몰고 왔던 어두컴컴한 적란운(積亂雲) 속에서 떨어진 한 줄기의 빗방울. 어디서부터 만들어졌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모르며, 어디로 흐를지도 모르는 그 빗방울 하나가.”
다시 고개를 내린 신승은 어느 한 곳을 주시했다.
그곳은 지금 주변에 휘몰아치는 이 독기가 처음 뿜어져 나왔던 그곳.
“이 말라붙은 대지를 다시 되살리리라.”
유현이 있는 장소를.
*****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그것은 무수히 많은 심상이었다.
그것은 누군가를 향한 복수의 울부짖음이었다.
그것은.
죽인다!
“커헉!”
바로 독정의 심상이었다.
“쿨럭, 쿨럭, 쿨럭!”
아슬아슬했다.
전대 황제의 심장에 박혀 있는 것이 독정이라는 걸 알아채자마자 바로 내공을 끌어모아 기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뒤로 휘몰아친 어마어마한 독의 폭풍.
아주 조금 기벽 안으로 들어온 독기를 기침으로 뱉어냈다.
그나마 다행인가.
만약 조금이라도 반응하는 게 늦었다면, 권능이고 뭐고 뼈 하나 남지 않았으리라.
북해에 있을 때 빙정을 보고, 그 힘을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기에 그렇게 빠르게 반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살아난 건 좋지만···.
꿀꺽.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끊임없이 독을 내뿜고 있는 독정을 바라보며 마른 침을 삼켰다.
전대 황제의 시체는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독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내렸나? 아니면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는 독기에 의해 산산조각이 난 건가?
아니, 지금 내가 죽은 사람을 걱정할 땐가. 지금은 나 살아남을 방법 생각하기도···화순!
내 말에 항상 들리는 이야기가 없다는 걸 깨닫고 나는 주변을 살폈다.
물론 화순이 권능에 붙어 있는 영혼 같은 존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 그 상대는 자연의 정수라 할 수 있는 독정이었다.
내 상식을 초월하는 온갖 이상한 일을 일으킬 수 있는 기물이라는 말이다.
어쩌면, 정말 어쩌면···.
주변을 둘러봤지만, 화순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것이 정말로 화순이 사라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독기가 만들어낸 어둠으로 인해 보이지 않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화순?”
콰과과과과과!!!
수십 장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다를 바 없는 기세와 소리에 내가 그를 부르는 소리 따위는 한순간에 사라졌다.
“화순! 들리면 대답해!!!”
외친다, 부른다, 찾는다.
“화순! 화순! 제발! 제발···.”
내 옆에서 나를 가르쳤던 스승을, 나와 무수한 여정을 함께 했던 동료를, 내 평생의 친우를.
“화순·········.”
아무런 대답도 없는 공허한 질문을 마구 던진다.
·········.
그래, 인정하자.
방심했다.
완벽하게 방심했다.
방금 내가 싸웠던 전대 황제. 아니, 독정이 부리던 그 사람은 분명 강했다.
지금껏 상대해봤던 누구보다도 압도적인 내공과 힘. 그리고 속도. 거기에다가 어떠한 상처를 입어도 멈추지 않는 육신까지.
하지만 딱 그뿐.
그는 ‘강함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내가 지금껏 만난 화경의 고수 세 사람.
압도적인 무력감을 느끼게 했던 천마 독고삭.
고절한 경지에 걸맞은 깨달음을 보여줬던 신승.
자신조차 희생시켜 모든 것을 바로 돌리려 했던 빙궁주.
그들은 다른 누구에게도 본 적 없던 그들만의 힘을 보여줬다.
하지만 내가 방금 싸웠던 사내는? 없다.
텅 빈 채 그저 독정이 이끄는 대로 움직였던 존재.
아무리 같은 나이대에 비해 강하다 하더라도, 초절정의 경지밖에 되지 않았던 내가 그를 이긴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내가 쓰러뜨렸던 상대를 신승이 쓰러뜨리지 못했을까?
그것도 황제의 도움을 받고도?
···아직 끝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다.
남만과 신승을 죽인 진짜 범인을 밝혀냈어야 했다.
하지만···.
···젠장.
털썩.
더 몸을 겨누지 못하고 털썩 뒤로 쓰러졌다.
독에 의해 그나마 남아있던 잡초들도 모두 사라진 땅은 푹신한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애초에 그것을 바라고 누운 것도 아니었지만.
내 눈앞을 스쳐 지나가는 독의 폭풍을 멍하니 바라본다.
압도적인 힘. 그저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나를 산산조각 낼 독의 폭풍.
집 안에서 눈을 반짝이며 마당에 내려꽂히는 벼락을 보는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
독정은 과연 강했다.
나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지금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이 엄청난 독기조차 전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하긴···북해 전부를 만들었던 빙정과 같은 자연의 정수인데, 겨우 이게 전력일 리 있나.
···그런데 그런 독정이 이토록 무언가를 죽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뭘까?
······애초에 삼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잠잠하던 독정이 이렇게 미쳐 날뛴 이유는 뭐지?
·········애초에 인간 전부를 죽이고 싶어 했다면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독을 뿜어내면 될 일 아닌가?
어떻게 해보겠다, 라는 생각조차 사라진 덕분일까.
지금껏 생각해보지 않았던 여러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혹시···.
···독정은 ‘누군가’를 찾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되면 많은 것이 이해된다.
이런 힘을 가지고 있는 독정이 사람이 죽지 않을 만한 독을 뿌렸는가.
왜 억지로 사람이라는 옷을 입고 움직였는가.
아마 그 범인은···삼십 년 전 누군가.
독정을 이토록 분노케 만든 누군가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이었다!
···누구도 알지 못했던 진실에 근접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자기만족뿐.
이걸 누군가에게 알려주는 건 불가능하다. 아니, 애초에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는지조차 모른다.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진 독기는 조금씩 내 기벽을 깎아내리고 있었다.
아무리 무한한 내공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절대치는 존재한다.
그 절대치로 막을 수 없을 정도의 독기가 휘몰아치면 결국···.
···이번에 또 회귀하면, 절대로 남만은 안 가야지. 남만 쪽으로는 진짜 오줌도 안 눈다. 내가 다시는 여기로 오나 봐라. 절대, 무조건···.
[···야!]
응?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두 번째 회귀에 할 일을 구상하던 도중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만 들고 주변을 살핀다.
콰과과과과과!!
···역시 착각인가.
귀를 멍하게 만드는 소음 안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여기서 누군가 살아 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그냥 죽기 직전의 환청인가. 전생에서는 이런 환청 들어본 적 없는데, 이번에는 두 번재라고 이런 것도 듣네.
역시 무슨 일이든 여러 번 해봐야 다양한 경험을···.
[···끼야!]
···아니, 역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다.
다시 몸을 일으켜 천천히, 천천히 앞으로 향한다.
정말 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고 있던 기막을 뚫고 가느라 몸 바깥 부분이 독에 스쳤지만, 그런 고통을 전부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간다.
그런 내 앞에 나타난 건.
“야, 임마.”
사라진 줄만 알았던 그놈.
“왜 여기 있냐.”
[네가 멀리 날아간 거야, 임마.]
“아,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독정이 내뿜은 독의 위력이 좀 강했어야지.”
[난 네가 그거 맞고 죽은 줄 알았다니까. 시체도 못 건질 줄 알았다.]
화순이 씩 웃으며 말하자, 나도 피식 웃음을 짓는다.
“···미안하다.”
그리고 사죄한다.
“나 다음에 네가 이야기 많이 할 사람 찾아준다 했는데···그거 좀 힘들어질 것 같다.”
아까보다 더욱 독정에 가까워진 탓일까. 독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반각, 아니, 그 절반이면 끝인가.
이제 내 목숨도 진짜 경각에 달했다.
“그런데 참 웃기지 않냐?”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지금 이런 순간에 다른 무엇도 아니라, 이놈 약속 못 지켜준 게 먼저 생각나냐?”
[네가 나한테 빚을 많이 져서 그렇지. 넌 빌린 돈은 못 떼먹고 무조건 갚는 성격이잖아.]
“하! 그래서 그런 걸수도 있겠네.”
낄낄낄, 화순의 농담에, 어쩌면 인생 최후의 웃음이 될지도 모르는 웃음을 마음껏 뱉어냈다.
[그리고.]
“응?”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야.]
“뭐? 뭔 소리야?”
그 웃음은.
[네 왼팔을 봐.]
“왼팔? 갑자기 왼팔은 왜···.”
내 인생 마지막 웃음이 아니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한 왼팔의 글자들.
그 사이로 전혀 익숙지 않은 몇 글자가 보였다.
[옥양열기공 9성]
[쌘놈 하나 쓰러뜨렸잖아. 물론 좀 많이 억지로 만들어진 인간이긴 하지만···.]
씨익.
화순이 아까 내 미소에 지지 않을 정도로 커다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얻은 거는 써줘야 하지 않겠냐?]
*****
“온다.”
“···네?”
점점 강해지는 독의 흐름에 좌절하던 황제는 갑자기 앞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되물었다.
설마 독의 흐름이 바뀌었나? 싶어 주변을 살폈지만, 아니다. 독의 흐름은 여전히 자신들을 죽일 기세로, 아니, 모든 것을 무너뜨릴 기세로 휘몰아치고 있었다.
“왔다고.”
하지만 그런 죽음의 구렁텅이에 빠진 사람치고 신승의 목소리는 너무나 평온했다.
아니, 이건 평온한 걸 넘어서···.
“그놈이 정말로 한 방 크게 터뜨려줬다고!”
환호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대체 왜? 대체 어떻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신승의 행동에 황제가 무언가를 물으려는 찰나.
푸왁!
···저건 뭐지?
그 무엇도 이겨낼 수 없는 무시무시한 독의 흐름 속에서 튀어나온 무언가.
그것은 높이, 또 높이, 너무나 높이 날아올라, 태양의 옆에 섰다.
“···앗!”
황제와 함께 그 ‘무언가’를 바라보던 아이 옌의 입에서 탄식이 터져나왔다.
방금만 해도 사방을 향해 휘몰아치던 독의 흐름이, 한순간에 저 하늘로 치솟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봐도 저 무언가를 노리고 있는 몸짓.
덕분에 자신들은 살아났지만, 그것에 기뻐할 겨를은 없었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마지막 한 줄기의 빛이 어둠이 잠식되는 슬픔만이 가득할 뿐.
그리고 가장 높게 치솟아 오른 한 줄기의 독이 그를 잡아채려는 순간.
푸슉.
“·········?”
착각인가?
방금 무언가가 독을···.
푸슉, 푸슉.
“···아냐.”
착각이 아니다.
분명히 무언가가 독을.
푸슈슈슈슈슉.
“아니라고!”
저것은 현실이다!
하늘에서 내리는 무언가가 독을 지워나가고 있었다!
“저건.”
그리고 그녀는 알아차렸다.
그것은 창(槍)이었다.
그것도 감히 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창.
그것은 마치···.
“한 방울의 빗방울. 아니.”
그녀의 눈에는 태양만큼이나 밝은 희망이 함께 하고 있었다.
“수천, 수만 개의 창.”
천마창법(天魔倉法)의 십 성 극의(極意).
폭우(暴雨).
마치 비처럼, 하늘에서 내리는 무수(無數)의 창.
먼 옛날, 초대 천마의 이름 앞에 최강이라는 이명이 붙었던 이유가 다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