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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77화 (77/185)

남만의 황제(5)

남만은 참으로 유쾌한 나라다.

국민 전부가 즐겁게 노는 걸 좋아하고, 오직 취하기 위해 술을 마시며, 그렇게 거나하게 취한 뒤에는 춤추고 함께 즐긴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가장 즐기는 건 역시.

“와아아아아!!!”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

“카이탕님! 힘내십시오!”

결투 관람.

그것도 평생 한 번 볼까 말까 한 강자 간의 결투를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연회장의 정중앙.

오직 싸움만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널따란 돌판 위에 선 두 사람.

온몸을 검은 천으로 감싼 카이탕이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강자···라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그만한 경지에 이른 술사라고는 생각 못 했다.”

왜 본인의 힘을 숨겼나, 하고 탓하는 듯한 카이탕의 발언에 한쪽 입꼬리만 살짝 올린 채 대답했다.

“딱히 숨기려고 한 건 아니지만, 이 정도 경지에 오르면 저절로 숨겨지더라고. 물론···눈앞에 적이 있지 않은 한 말이야.”

그럼 너는 왜 아까 나한테 그렇게 적대감을 품었냐? 그런 의미가 담긴 내 대답에 그의 눈가가 꿈틀거렸다.

그러고선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기운을 끌어 올린다.

그 순간 느껴지는 화끈한 열기에 주위 관객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오오오!”

“카이탕님의 화염술(火焰術)이다! 불타고 싶지 않으면 모두 멀리 떨어지라고!”

관객 중 한 사내가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의 말에 물러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카이탕이 기운을 끌어올리는 그 모습을 더욱 앞에서 보려는 듯 더욱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래, 싸움 구경하는 데 겨우 이 정도 거리에 무서워하면 쓰나.

자, 가까이 와봐라.

더욱 재밌는 걸 보여줄 테니···.

챙! 챙!

“오오오!”

“두 자루의 창을 다루는 건가···? 쉽지 않을 터인데.”

내가 등에 메고 있던 철혼과 진양을 양손에 쥐자, 아까 카이탕을 보며 했던 함성과는 확연히 다른, 허나 그와 비슷한 기대감을 담은 웅성거림이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정작 나와 싸우게 될 당사자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놀라고 있었다.

“그 창···.”

호오, 역시 알아보는 건가.

카이탕이 지금 시선을 보내고 있는 창은 진양.

남만에서도 극히 희귀한 광물인 태양적석으로 창날을 만든 절세의 보물이었다.

“태양의 돌이 가운데 땅까지 흘러간 줄은 몰랐군.”

“정확히는 중원의 황실에 들어온 물건이었지. 누군가 황실에 잘 보이고 싶어서 선물로 준 건지, 아니면 남만과 중원의 교류가 있을 때, 남만의 황실이 중원의 황실에 선물로 준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건 지금 그 주인이 나라는 거지.”

“···이미 우리의 손을 떠난 물건. 이제 와서 누가 주인이 되었는지는 상관치 않는다. 허나.”

카이탕의 주변에서 끓어오르던 열기가 점점 줄어든다.

싸움 전에 일부러 힘을 낮춘다? 아니,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완벽한 임전 태세를 구가하는 것이다.

마치 곧 쏘아질 포탄처럼 힘을 모은 채, 한 번에 터뜨리기 위한 전략.

“네놈이 그만한 보물의 주인이 될만한 힘을 가졌는지 내가 직접 시험해주겠다.”

그는 지금 나를 진지하게 상대하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그거 좋지. 하지만, 당신이 봐야 할 건 그쪽이 아니야.”

“···뭐?”

“내게 있는 보물은 이 진양 하나만이 아니거든.”

후우웅.

그에게 말하며 몸 안의 기운을 끌어 올려 두 자루의 창을 감쌌다.

그러자 두 자루의 창을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강력한 와류.

한쪽은 남만의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북해의 차가운 냉기를 가지고 있었다.

북해에서 선물 받은 만년한철(萬年寒鐵)로 새롭게 제련한 철혼은 이제 진양에도 뒤지지 않는 강력한 무구가 되어 있었다.

두 자루의 창에 휘몰아치는 열기와 냉기를 느낀 카이탕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거기에 담긴 힘이 심상치 않음을 그도 깨달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얼굴에 있는 천이 꿈틀거렸다.

눈 외에는 전부 가려진 상태에서도 지금 그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미소.

오랜만에 강자와의 결투를 치를 수 있게 된 남만 인의 미소였다.

먼저 움직인 건 카이탕이었다.

쾅!

단단한 돌바닥이 부서지고, 그 파편이 흩날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그가 나를 향해 치켜 들어왔다.

지금까지 끌어모으던 기운을 발로 분사한 그는 마치 시위를 떠난 불화살처럼 나를 향해 날아왔다.

자신의 몸에 닿는 모든 것을 부수는 것을 넘어 녹여버리는 강렬한 열기를 담은 포탄!

단 한 발로 가장 높고 튼튼한 성벽조차 무너뜨릴 일격이 오직 한 사람만을 목표로 날아왔다.

그 어떤 바보라 해도 도망치는 것이 당연하고, 그 어떤 멍청이라 해도 피하는 것이 당연한 일격.

허나 나는 바보도, 멍청이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콰과과과광!

끼기기기긱!

당당히 맞선다!

와류가 깃들어 있는 두 자루의 창을 뻗어, 나를 향해 날아드는 카이탕의 앞에 내밀었다.

연약한 인간의 육신으로 모든 것을 뚫어내려 하는 카이탕의 모순과 본디 방패를 뚫어야 할 창으로 공격을 막아서려 하는 나의 모순.

모순과 모순 간의 대결. 이미 그 자체로도 모순인 대결의 승자는.

콰앙!!!

“우와아앗!”

“무, 물러서!”

그 결과조차도 모순.

그 누구도 이번 대결에서 승기를 거두지 못했다.

어마어마한 기의 폭발.

그 중심지에서 나와 카이탕의 육신이 마치 하늘을 나는 연처럼 튕겨 나갔다.

둘 중 누구 하나가 우세라 할 수 없을 만큼 비등한 싸움의 결과였다.

하지만.

쿵!

쿵!

이 한 번의 겨루기로 싸움의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한 건 아무도 없었다.

“우오오오!”

“다시 일어섰다!”

“싸워라! 싸워라!”

아까보다 더 멀리 떨어진 상황에서도 여전히 목청을 높이고 있는 구경꾼은 물론이거니와,

“흐읍!!!”

“하압!!!”

서로 겨루고 있는 당사자도 마찬가지!

쾅!

콰과과과광!

두 번째 부딪힘과 동시에 다시 한번 피어오르는 강력한 기파.

비무대는 물론 연회장조차 무너뜨리려는 듯 강렬히 휘몰아치는 기의 폭풍 속에서 나는 카이탕과 시선을 마주했다.

강하다!

북해의 사방장군을 넘어, 가히 북해빙궁주의 기운에 버금갈만한 무인!

남만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일인자라는 말은 허명이 아닌가.

사실, 나는 지금까지 나 정도의 실력이라면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자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제 정말로 나와 겨룰만한 인간은 신승이나 전대 천마인 독고삭처럼 화경의 경지에 오른 절대 고수만이 나와 상대가 되리라 생각했다.

빙정의 힘을 얻고, 새로운 오의를 얻은 나조차 확실히 압도할 수 없는 고수가 대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자만감에 찌든 헛소리였는지 지금 확실히 깨달았다.

지금 나와 겨루고 있는 카이탕은 분명 황제의 옆에서 지금 우리의 안주로 곡차(穀茶)를 홀짝이고 있는 신승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그는 분명 나와 같은 초절정의 고수였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나와 동등하게 겨루고 있었다.

내공이 더 심후한가? 아니다.

무공의 경지가 더 높은가? 그럴 리가.

그의 무공이 더 뛰어난 무공인가? 절대 아니지.

그것은 순수한 역량.

긴 세월 동안 수많은 격전을 치러낸 전사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피슉.

내 창이 그의 허벅지를 스쳐 지나가고, 벌려진 상처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그것은 시작이었다.

다음은 그의 어깨, 그다음은 옆구리, 그리고 그다음은 그의 볼.

분명 깊지는 않지만, 출혈이 날 정도의 상처가 그의 전신에 새겨졌다.

날붙이가 생살을 베고 지나간 고통에도 침음성 하나 흘리지 않는 그가 대단하긴 했지만, 그렇다 해서 공격을 멈출 생각은 없었다.

만약 여기서 그가 피를 보인다 해서 무기를 내리고 공격을 멈추기라도 했다간, 오히려 그것이 더 큰 실례리라.

그렇기 때문에 나는 한 수, 한 수에 최선을 다했다.

곧 찾아오게 될 대결의 끝에 확실한 일격을 먹이기 위해서.

그리고 그 끝은.

“하아아압!!!”

내 예상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갑자기 땅을 박차고 올라간 카이탕이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그의 전신에 맹렬한 열기가 피어오르더니,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의 끝에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그것은 붉지도, 그렇다 하여 파랗지도 않았다.

하얀 불꽃.

그를 감싸고 있는 검은 천과 대비되어 백광(白光) 뿜어내는 그 불꽃은···.

“오오오!”

“화염의 꽃! 화염의 꽃이다!”

“설마 그가 화염의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화염의 꽃이라.

관객들의 목소리에 나는 입가를 뒤틀었다.

이름 한 번 참 잘 지었네.

···거기에는 웃음기와.

저거에 맞으면 권능으로도 버티기 힘들겠는데.

···숨길 수 없는 긴장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공중에 떠오른 그는 말 그대로 한 송이의 꽃.

너무나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에 취해 다가오는 어리석은 자들을 모조리 태워버리는 염(炎).

그리고 나는 그런 한 송이의 꽃에 맞서서.

쿵.

한 발자국.

쿵.

두 발자국.

쿵, 쿵, 쿵.

셋, 넷, 다섯.

쿵쿵쿵쿵쿵쿵!!!

셀 수도 없을 만큼 무수한 보보(步步).

하늘에 떠올라 백색의 광채를 뿜어내고 있는 그와 그 아래에서 비무장 주변만 뱅뱅 돌고 있는 나.

그 누구라도 풋, 하고 비웃음을 뿜을만한 기이한 광경이었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웃음을 내보이지 않았다.

화르륵!

연회장 내의 온도를 높이고 있는 한 송이의 꽃과.

두두두두둥!

연회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발걸음에 누가 비웃음을 내보이랴!

쿵!

그리고 나는 마지막 일보를 내딛음과 동시에.

쾅!!!

그대로 하늘을 향해 ‘솟아올랐다.’

천마보법(天魔步法) 오의. 군림(君臨).

보에 보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 그 오의는 이미 내가 비무대 위를 돌 때부터 그 힘을 당장 내보이고 싶어 안달을 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힘을 아래쪽. 즉, 바닥을 향해 뿜어내는 순간, 나를 위로 쏘아 올렸다.

처음 카이탕이 나를 향해 날아왔을 때보다 더욱 빠르고, 더욱 강한 일격!

거기다가 육신 하나만 믿고 달려든 그와 달리, 내 앞에는 다른 것이 존재했다.

철혼. 만년한철로 이루어진 강력한 무구.

그가 뿜어내고 있는 백광에 대비되는 묵색(墨色)의 창.

그의 주변에 휘몰아치고 있는 열기에 대비되는 회오리치는 냉기.

미리 짜고 친 듯 완전히 상반된 공격.

그리고 그 백광과 묵색이 맞닿는 순간.

쩌엉-!

마치 공간이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고오오오오오!!!!

“으으윽!”

“추, 추워!”

“따뜻한 거! 아무나 좀 따뜻한 국물 좀 가져와 봐!”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냉기와.

“우와앗!”

“더워~!”

“야! 여기 술 누가 다 마셨어?! 뭐···? 증발한 거라고?!”

모든 것을 뜨겁게 달구는 열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연회장을 정확히 절반씩 차지한 이 두 가지와는 달리.

“저, 저길 봐!”

대결은 이미 승패가 나뉘어 있었다.

“카, 카이탕님이···패배하다니!”

카이탕은 비무대 정중앙에 대자로 널브러져 있었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던 검은 천은 이제 거의 타서 반만 남은 채 그의 전신을 겨우 덮고 있었다.

그의 최후의 일격에 담긴 열기는 분명 무시무시했다.

천마의 권능이 보호하고 있는 나도 불살라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내 몸을 수호하고 있는 건 권능뿐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카이탕의 열기가 뜨겁다 한들 인간의 기운.

자연의 정화(精華)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빙정의 기운에는 이길 수 없었다.

“후우, 후우, 후우···.”

하지만 나도 아무런 피해도 없이 완승한 건 아니었다.

방금의 일격에 모든 내공을 다 사용한지라 지금 몸에는 내공 한 점 없었고(곧 차오르긴 하겠지만) 창을 잡고 있던 팔은 후들거렸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를 본 장소는 역시 내 양다리였다.

중첩된 군림은 분명 그 파괴력이 가히 비할 데 없을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지만, 그만큼 내 육신에 가해지는 부담 또한 어마어마했다.

만약 단련이 부족했다면 중첩을 쌓기도 전에 다리 근육이 파열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렇게 쌓인 군림을 직접 공격하는 게 아니라, 그냥 뛰어오르는 데 사용해 버렸으니···.

···사실 더 쉽게 이길 방법은 여럿 있었다.

그냥 땅에서 진 와류(眞 渦流)를 여러 번 날려도 되고, 그저 뛰어오르는 데에만 사용했던 군림을 공격기로 사용해도 되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어떠한 공격도 침범할 수 없는 불파(不破)로 막싸움을 해도 되고 말이지.

하지만 나는 일부러 제일 비효율적인 방법으로 그를 쓰러뜨렸다.

물론 새로운 공격법에 관한 연구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의 전력에 당당히 맞서고 싶다는 일심.

비효율적일지라도 그의 일격을 당당히 맞서고 싶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무수히 많은 상처가 남긴 했지만 승리.

같은 초절정의 경지에 이른 고수들이라면 일 대 일로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됐다.

“···헐헐헐.”

···응? 뭐야, 방금 그 웃음은.

“설마 내가 질 줄이야. 정말 대단하군.”

펄럭.

조금 전까지만 해도 비무대 중앙에 누워있던 카이탕이 내게 다가오더니, 자신의 몸을 덮고 있던 검은 천을 벗겨냈다.

지금껏 검은 천 뒤에 숨어 있던 그의 겉모습은···.

“·········?”

“자네의 힘, 인정하도록 하지.”

얼굴은 물론이거니와, 노출된 팔다리까지 주름이 가득한 노인.

신승보다도 더 나이가 들어 보이는 듯한 늙은이였다.

“신성한 땅의 보물에 대한 주인이자···.”

···설마 저런 노인이 아이 옌에게 연심을 품은 거야?

이건 도둑놈이라는 말로도 부족하잖아! 그냥 날강도잖아, 날강도!

이런 어린아이나 좋아하는 변태 노인인 줄 알았다면 그냥 멀리서 진 와류나 날려서 죽여 버릴···.

“···아이님의 옆에 설 사람으로 충분하군.”

···응?

한창 이 변태 노인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내 귓가로 카이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왜 아이 옌의 옆에 서?

“그녀의 아버지, 주이 옌님이 돌아가실 때 약조했지. 당신이 인정할만한 사내가 아니라면 그녀의 옆에 누구도 서지 않도록 하겠다고. 자네를 처음 봤을 땐 왠 어중이떠중이가 그녀의 옆에 서있는가 했지만···.”

턱. 주름으로 가득한 팔을 힘없이 내 어깨 위로 올려놓은 카이탕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보니 어중이떠중이는 나였던게야. 몰라 봐서 미안하네.”

“아니, 아뇨, 괜찮습니다. 아니, 아니, 이 괜찮다는 게 그 괜찮다는 게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줄줄 내뱉는 그의 모습에 뭐라 변명해야 할지도 모른 채 그저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던 그때.

짝, 짝, 짝.

“훌륭해, 아주 훌륭해!”

구세주가 내려왔다.

“강하다는 건 예상했지만, 설마 화염의 꽃을 사용하는 카이탕과 맞상대하는 걸 넘어서서 승리를 쟁취할 정도의 고수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군! 아주 재밌는 구경거리였어!”

카이탕과 나의 대결을 주관한 황제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카이탕도 훌륭했어. 나를 가르칠 때보다 더 높은 경지에 올라선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그대.”

휙.

한창 카이탕에게 미소를 짓고 있던 그녀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 눈에 붙어있던 나뭇잎이 떨어지는 느낌이었어. 이렇게나 젊은 나이에 이토록 고강한 경지에 이른 술사가 있을 줄이야.”

“과찬이십니다, 폐하.”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여준 상을 내리고 싶은데, 자네는 무엇을 원하나? 평생을 먹고 살 수 있는 금? 남만 제일의 미녀? 도시 하나를 다스릴 수 있는 권력? 뭐든 말해보게. 자네가 보여준 대결에 비하면 그 모든 것이 부족할 지경이니.”

허어, 통 한 번 어마어마하게 크시구만.

하지만 그녀가 말을 꺼낸 것중에 내가 바라는 건 없었다.

어차피 고향에도 나는 물론이거니와 내 아래에 있는 사람들도 평생을 먹여줄 수 있는 돈도 있었고, 곧 남만에서 떠날 내게 남만의 권력은 아무 쓸모도 없었으며, 아름다운 여인···.

···흠, 이쪽은 좀 구미가 당기긴 하네.

아니, 거기에 유혹되면 안 되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잖아.

“만약 폐하만 괜찮으시다면···.”

나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그리고 있는 그녀에게 은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만을 뒤덮고 있는 이 독에 대해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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