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권능으로 무림최강-50화 (50/185)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2)

웅성웅성.

북해빙궁에 난립해있는 수많은 비무장.

어떤 때엔 원한이 있는 두 사람이 그 원한을 푸는 용도로.

어떤 때엔 각자의 무공을 서로에게 선보이고 싶은 생각에.

어떤 때엔 그저 가라앉은 축제의 흥을 높이기 위하여.

각자의 목적은 다를지라도 비무장 주위에 사람이 가득한 건 언제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그 경우가 조금 달랐다.

기껏 해봐야 다음으로 비무장을 쓰기 위해 모여 있는 수십 명의 사람 외에는 구경꾼 따윈 없던 비무장 앞에 오늘은 여느 때보다 많은 관객이 모여 있었으니 말이다.

아니, 이들을 그저 ‘많다’라는 한 단어로 지칭할 수 있을까.

차라리 ‘빙궁의 모두’라는 말이 좀 더 어울리지 않을까.

그것을 한낱 농담으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지금 이곳엔 북해빙궁에 소속된 인원은 물론, 그들의 가족 친지까지 모두 그곳에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기쁜 표정으로 모여 있는 건 아니었다.

“아냐, 당연히 거짓말이겠지.”

불신(不信)

“우리의 전사들이 그토록 우습게 보였나?”

불만(不滿)

“내가 그놈과 싸울 수 있었다면 머리를 부숴버렸을 텐데”

불쾌(不快).

온갖 부의 감정을 담아 지금 여기에 없는 누군가를 향해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온다!”

“저기 오고 있어!”

인파 사이사이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거기 모여 있던 모두가 하나둘 침묵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요함을 되찾은 비무장.

하지만 그것은 오직 말로서의 침묵일 뿐, 여기 모여 있는 이들의 시선은 여전히 말로도 꺼낼 수 없던 수많은 감정을 내포한 채 그를 바라봤다.

지금 이들 모두를 여기에 모이도록 한 이유.

양옆에 아름다운 여인을 끼고 온 한 명의 사내.

“그대가 여섯 밤의 시련에 도전하기 위해 찾아온 자인가!”

북해에서도 강자로 인정받는 이들을 위해 준비해 둔 커다란 단상.

그리고 그런 그들 중에서도 가장 높은 단상에 있는 남자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차가운 바다가 연상되는 푸른색의 옷을 갖춰 입은 노년의 무인.

형형한 안광을 내뿜으며 주변을 좌시하는 그의 발언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순수한 경외.

마땅히 존경받을 인물을 향한 자연스러운 행위.

그것은 이곳 북해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 나타난 사내에게 말을 건넨 이 노년의 무인은 다름 아닌.

“예, 북해빙궁의 궁주시여.”

이 땅의 주인이었으니 말이다.

양옆에 여인을 끼고 나타난 사내. 유현이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하자, 빙궁주는 여전히 딱딱한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여섯 밤의 시련을 단 하루 만에 모두 해내겠다는 것도 사실인가!”

빙궁주의 말에 유현이 등장한 이래 처음으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된다, 불가능하다. 거짓말쟁이 같으니라고.

온갖 욕설과 매도가 담긴 그 목소리에 북해의 여섯별 중 하나, 서방을 지키는 붉은 별 호샤가 입을 열려던 그때.

“그렇습니다!”

그보다 먼저 유현의 입이 열렸다.

“단 하루! 저 하늘의 해가 지기 전까지!”

척, 유현이 하늘에 떠오른 해를 향해 손가락질하자, 여기 모여 있던 이들의 시선이 잠깐 그곳으로 향했다.

“모든 시련을 돌파해내겠습니다.”

광오하다.

모두의 뇌리에 그 한 마디가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눈앞의 남자가 근 백 년 만에 나타난 하얀 별의 주인이라 하더라도 그들은 북해인.

북해의 위대한 전사를, 그것도 하루 만에 여섯 명을 전부 쓰러뜨린다는 발언에 분노하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지금 모여 있는 인파의 마음에는 한 줄기의 다른 감정이 피어올랐다.

조금 전 그 기백 넘치는 대답.

아니, 기백이 아닌 다른 무언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무언가가 담겨있던 그 대답을 듣는 순간, 그들은 자신도 모르게 유현을 우러러보는 마음을 담게 되었으니까.

그것은 한낱 우연이 아니었다.

조금 전 유현이 내뱉었던 한 마디엔 누구도 직접 느끼긴 어려운 강력한 내공이 담겨있었으니까.

그것을 어렴풋이나마 느낀 이들이 ‘어쩌면···’하고 유현을 다시 보게 만든 것이다.

지금 모여 있는 이들 중 그것을 느낄 수 있었던 자들은 극히 소수.

“허어···.”

“흐음···.”

북해의 일곱별 중 북해를 지키는 네 개의 별. 사방장군이 그러하였고.

“·········.”

자타가 공인하는 북해의 주인이자, 지금 제일 높은 단상 위에서 침묵하고 있는 빙궁주가 그러하였다.

“···알겠다.”

유현의 대답에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던 빙궁주는 곧 고개를 끄덕이더니, 낮으면서도 좌중을 압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대 생각이 그리한다면 한 번 성공시켜보라! 지금껏 누구도 해내지 못한 위대한 도전을!”

쿵!

그의 한 마디에 북해인이라면 하나씩 가지고 있는 마음속의 북이 크게 울렸다.

“지금부터 여섯 밤의 시련을 시작하겠다!”

와아아아아!!!

유현을 아니꼽게 보던 이들부터 혹시, 하는 기대를 품고 있던 이들까지, 모두가 빙궁주의 목소리에 환호했다.

북해의 삶은 곧 끝없는 도전과 마찬가지니!

그를 어떤 시선으로, 어떤 감정으로 보고 있었는지는 상관 없이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도전하려는 자를 순수히 응원하고 있었다.

“힘내세요.”

“믿고 있겠습니다.”

양옆의 두 여인. 공주와 자야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유현은 비무장 위에 올라섰다.

백 이십 오 년.

이젠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한번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에 도전하려는 이가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이다.

*****

“첫 상대는 타쿤 부족의···.”

이제부터 시작인가.

등에 메고 있던 창 두 자루를 각각 손에 꼬나 쥐었다.

고수 간의 목숨을 건 여섯 번의 피 튀기는 전투.

국경부대에 종군한 삼 년. 그동안 매일 전쟁을 겪어왔던 나로서도 처음으로 도전해보는 일이었다.

가슴이 떨리고, 긴장되는 건 당연지사.

마음속 깊은 곳에선 ‘어쩌면’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순간의 미망(迷妄)으로 이런 무모한 도전을 택한 건 당연히 아니다. 모두가 완벽하게 머릿속으로 계산해서 선택한 것이다.

내가 단 하루라도 일찍 하얀 별의 칭호를 얻게 된다면, 그 순간 나는 물론이거니와 공주의 운신도 훨씬 자유로워진다.

최소한 ‘명나라에서 온 외부인’이라는 딱지를 달고 다니는 것보다는 말이다.

그렇게 되면 전번과 같이 연회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그런 일은 없어지겠지.

그 뒤로는 간단하다.

나보다 훨씬 말발 좋은 공주가 북해의 강경파들을 하나둘 설득하고 다니는 거지.

나는 그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일정을 최대한 단축. 하루 만에 모든 일을 끝내겠다고 말한 것이다.

만약 내가 평범한 무인이었다면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겠지만, 나에겐 권능이라는 어마어마한 능력이 있었다.

아무리 피로해도 상관없다.

아무리 상처 입어도 상관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많은 내공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한 번의 전투가 끝나면, 그 직후 나는 다시 싸우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오니 말이다.

“하얀 별에 도전하려 하는 무모한 자여!”

응?

“그대의 어리석음을 벌하려 내가 왔다! 나는 타쿤 부족의···컥!”

한창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던 도중,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누군가 말을 꺼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와 또래의, 건장한 체격을 가진 사내였지만, 그뿐.

근력은 나쁘지 않게 단련했을지라도 내공이 이렇게 모자라서야, 절정의 벽을 뚫긴 어렵다.

그리고 그 정도 수준이야 나한테는 한주먹거리고.

쿵!

실제로도 주먹 한 방 만에 자기 이름도 내뱉지 못하고 쓰러졌다.

“나는 무모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명치를 맞은 충격에 쓰러진 채 가쁜 호흡을 내뿜고 있는 사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다만 내가 익힌 무공에 확신이 있었을 뿐.”

비무대 바로 옆에서 대기하고 있는, 심판과 비슷한 일을 맡은 사내에게 소리쳤다.

“이 자를 내리고 다음 상대를 올려보내라! 나는 아직 계속해서 싸울 수 있으니!”

“다, 다음 상대는···!”

그는 다음 상대의 기다란 부족명과 그의 이름. 그리고 그가 이룬 업적을 줄줄 설명하며 거대한 체구의 사내를 올려다 보냈지만.

퍽!

“크억!”

그도 전의 남자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주먹을 그의 머리에 꽂아 넣자, 그대로 쓰러져서 일어나지 못했으니 말이다.

이렇게 되자, 오히려 실망스러운 건 내 쪽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심판이 말한 것보다는 길게 버텨야 하는 거 아냐?

한 방이 뭐야, 한 방이.

기껏 잔뜩 긴장해서 올라왔는데, 이러면 긴장한 게 아깝잖아.

아쉬움에 입맛을 다시고 있던 바로 그때, 다시 한번 우렁찬 심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 상대는 시우칸 부족의 전투대장! 오르카!”

와아아아아!!!

···호오.

이번에는 좀 다르다, 이건가?

조금 전 올라온 두 사람과 달리 딱히 대단한 미사여구는 붙여지지 않았지만, 주변의 환호 소리는 두 사람과 전혀 달랐다.

마치 그런 것을 억지로 붙이지 않아도 강하다는 걸 말하는 것 마냥.

그리고 비무대 위에 올라선 그의 모습을 보고 나는 확신했다.

이 남자는 전의 두 사내와는 다르다.

내가 예전에 상대했던 소림사의 무승, 고설과 비슷한 수준일까.

드디어 조금 더 강한 자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것인가.

“명나라의 유현이오.”

“···오르카.”

최소 절정의 무인.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라는 기대감이 담긴 눈빛이 사방에서 그를 향하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까지도 높은 명성을 쌓았지만,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무인.

만약 평범한 비무였다면 조금 즐기면서 싸웠겠지만.

쾅!

지금은 그럴 시간도 아까웠다.

그가 올라오자마자 바로 창을 들고 와류를 일으켜 그대로 내려쳤다.

폭발하듯 흩날리는 비무대의 파편과 거기에 휩쓸린 오르카.

무기를 들고 어떻게든 그것을 막아보려 하지만, 어떻게 인간의 손으로 폭풍을 막겠는가.

잠깐 버티는 듯싶더니, 바로 와류에 휘말려 비무대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쿵!

비무대 아래로 그가 떨어져 나가자,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깊은 침묵이 좌중을 잠식했다.

조금 전 두 사람을 쓰러뜨릴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

두 사람이 쓰러질 땐 ‘이 정도야 뭐’라고 반응하던 사람들도 지금은 경악한 얼굴로 나와 지금은 떨어져 나간 오르카를 바라봤다.

“···다음!”

움찔!

내가 큰 목소리로 외치자, 아래에서 대기하고 있던 심판은 물론 구경하고 있던 이들도 몸을 떨었다.

“다음 상대는···.”

“잠깐!”

쿵!

떨리는 목소리로 다음 상대를 올려보내려던 심판은 갑작스러운 누군가의 등장에 하던 말도 멈추고 그쪽을 바라봤다.

반파된 비무대 위로 날아오듯 올라선 사내는 눈을 번뜩이며 나를 바라봤다.

나를 향해 투쟁심을 뿜어내는 붉은 갑주의 사내.

그런가, 이 남자가 바로···.

어제 여섯 밤의 시련에 도전한다고 말한 뒤, 나는 자야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들었다.

시련의 진행 순서부터 북해에서 주로 익히는 무공. 그리고 나올 가능성이 큰 사람들까지.

자야는 그중에서 붉은 갑주를 입은 사내를 특히 많이 언급했다.

북해는 물론이거니와, 중원에서도 쉬이 볼 수 없는 무인이라면서 말이다.

‘만약 당신이 상대한다면 제일 까다로운 상대가 바로 이 사람일 거예요.’

자야가 몇 번이고 반복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는 그를 향해 말했다.

“그대가 바로 북해를 수호하는 붉은 별···.”

“·········.”

“···의 아들. 하무칸인가.”

다만 그 본인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당신이 나올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는데.”

“나도 설마 중원의 무인을 상대로 싸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줄은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촤악!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갑주의 상의를 열어 재꼈다.

거기에 있는 것은 오직 비도(飛刀), 비도, 비도.

그의 전신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개수의 비도였다.

“내 비도가 그대의 폭풍조차 꿰뚫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더군.”

“그래서 그걸 알아보기 위해 패배조차 감수하고 나왔다는 건가?”

“패배? 하!”

챙!

그의 손이 상의를 한 번 스치더니, 양손 가득 비도가 쥐어졌다.

“내 비도가 네놈의 목을 꿰뚫을 때도 똑같이 말할 수 있는지 한번 보자!”

휙! 휙휙휙!

바람을 가르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십수 개의 비도.

전후좌우, 사방팔방. 감히 도망칠 엄두조차 나지 않도록 내 몸 전체를 노리는 비도는 그 속도조차 전부 달랐다.

비도 하나하나에 내공을 싣는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해낼 수 없는 기술!

괜히 자야가 몇 번이고 내게 주의를 줬던 것이 아니라는 걸 그 순간 깨달았다.

하지만, 아무리 매섭게 나를 노려오는 비도라 해도.

키잉!

폭풍 앞에서는 무력한 법.

짧은 시간 만에 만들어내느라 평상시의 와류보단 힘도, 크기도 작을 수밖에 없었지만, 얇디얇은 비도의 방향을 뒤틀기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이제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비도를 모두 와류로 튕겨내며, 앞으로 걸어가던 그때.

쉐엑!

갑자기 내 귓가로 들려오는 바람을 찢는 소리.

그가 날린 다른 비도와는 차원이 다른 힘이 깃든 비도가 와류의 틈을 꿰뚫고 치고 들어온 것이다.

만약 와류의 힘이 조금 더 강했다면, 크기가 조금 더 커서 틈조차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우연.

하지만 그 우연을 만들어낸 건 분명히 이 남자의 능력이었다.

아무리 약하게 사용했다지만 한 번만 보고 와류의 틈을 읽어냈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만약 내가 와류밖에 없었다면 분명히 이 공격으로 큰 상처를 입었겠지.

하지만.

팅!

내게는 와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무슨?!”

불파를 두른 손으로 내 명치를 향해 날아오던 비도를 튕겨내자, 미소를 짓고 있던 그의 양 눈이 찢어지라 커졌다.

하지만 그 역시 실전에 익숙한 절정의 고수. 회심의 일격이 빗나간 건 분명 큰 충격이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그는 다음으로 이어진 내 공격을 훌륭하게 피해냈다.

그러니까, 등 뒤로 누워서 데굴데굴 구르는 것으로 말이다.

강호의 사람들은 나려타곤(懶驢打滾)이라 부르며 경시하는 기술이지만, 북해의 사람들은 이걸 쓰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죽기 직전에 뭘 그런 걸 가리냐는, 아주 실용적인 이유로 말이다.

처음 그걸 봤을 땐 꽤 놀랐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놀라기는커녕.

“이쪽이냐!”

구르는 위치를 보고 일어나는 방향까지 읽어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쿵! 발을 크게 구르며 불파를 두른 팔로 천마금나수를 펼쳤다.

그가 방금 날린 비도만큼. 아니, 그 이상의 속도로 사방을 잠식하는 내 오른손.

그리고 그는 그것을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명치를 노출했고.

“컥!”

내가 처음 상대했던 이름도 모르는 일류 고수와 똑같이 그것을 맞고 기절했다.

쿵!

건장한 육체의 사내가 쓰러지자, 비무대가 크게 진동하며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런 난잡한 비무대 위와 달리, 비무대 주변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그들이 자랑하는 일류 고수와 절정 고수가 모두 한순간에 내게 당해 쓰러졌다.

그것으로 이제 그들도 알아챈 것이다.

더는 내가 한낱 도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 이제는 내가 그들에게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그들이 내게 도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벌떡!

내 말에 높은 단상 위에 가만히 앉아 있던 이들이 하나둘 일어났다.

북해에서도 손꼽히는 고수들.

빙궁과 맞먹을 만큼 거대한 부족의 부족장들.

그리고 지금 내가 도전하는 하얀 별과 동등한 자리에 올라 있는 네 명의별까지.

내가 상대해야 할 고수들.

바로 초절정의 무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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