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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49화 (49/185)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1)

다음 날 아침.

자야의 행동부터 타무리의 반응까지, 여러 가지 의문을 품고 있던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자야를 찾아갔다.

밖에서 대기하던 시종은 자야에게 미리 언질을 받았는지 우리의 요청을 이상케 여기지 않고 자야의 방으로 안내했다.

“어서 오세요. 잠은 잘 주무셨나요?”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잠이 잘 오겠냐. 당연히 한숨도 못 잤지.

공주 눈 아래에 낀 기미만 봐도 모르겠냐고.

“네. 침상이 편안해서 푹 잠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주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과 전혀 달랐다.

지금 정보를 쥐고 흔드는 쪽은 저쪽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후후,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자, 앉으세요.”

자야가 권해준 자리에 앉자, 그녀는 우리 앞에 있던 잔에 어떤 액체를 따랐다.

순간 코를 찌르는 독한 주향.

그녀가 따른 투명한 액체의 정체가 술이라는 걸 알아차리기엔 그 정도면 충분했다.

“이건···?”

“아, 명에서는 이런 때 보통 차를 마셨죠? 죄송해요. 북해에서는 차는 잘 나지 않아서 차보다는 술을 즐기거든요.”

입으로는 미안하다 말했지만, 표정이나 행동에서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자야는 방금 자신이 따랐던 술을 한입에 들이켰다.

냄새만 맡아봐도 독한 술이라는 걸 알겠는데 저걸 저렇게 들이켜면···아니, 어차피 무공의 고수이니 상관없나.

진짜 독주가 아닌 이상, 술 좀 마신 거로 정신이 흐트러지거나 하지는 않을 테니까.

“후우, 이제야 좀 잠이 깨네요. 음···그래서, 뭐가 궁금해서 오셨죠?”

“어제 타무리 소주님이 왜 폭풍단장을 보고 놀란 건가요?”

역시 공주도 나와 마찬가지로 그것이 제일 궁금했던 것일까.

자야가 입을 열자마자 공주는 내가 말할 새도 없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그가 전신이기 때문이죠.”

밋밋하기 그지없는 자야의 대답.

그것은 우리가 원하던 대답이 절대 아니었다.

“···저도 그가 전신이라 불린다는 사실은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국경부대나 그와 근접한 북해의 남방부대에서나 유명한 이름일 뿐.”

자야의 대답에 발끈한 듯, 공주는 평상시의 그녀답지 않게 조금 과격한 목소리로 자야에게 말했다.

“절대 북해빙궁의 소주님께서 알만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네, 그렇죠. 빙궁은 명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어요. 장군도, 황제도 궁금해하지 않아요. 하지만.”

번뜩!

순간 안광을 발하는 자야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무공의 수준을 논하자면 분명 내가 그녀를 아득히 넘어섬에도 불구하고, 그 눈에는 내가 감당하지 못할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열망···혹은 광기. 혹은 그것과 한없이 가깝지만, 그보다 더욱 끔찍한 것.

절대로 엮여선 안 될, 그런 괴물 같은 인간들이나 뿜어낼 수 있는 안광이었다.

“당신은 달라요.”

그리고 ‘그것’이 나를 직시하는 순간, 나는 등에 메고 온 창을 향해 슬며시 손을 뻗었다.

‘그것’이 어떻게 반응하던 확실히 막아내기 위한 최소한의 대비였다.

“두 분은 북해의 일곱별에 대해서 아나요?”

하지만 ‘그것’은 곧 본래의 신색을 되찾았다. ···그러니까, 우리가 알던 평상시의 자야로 되돌아왔다는 소리다.

우리가 알던, 이라는 말이 정말로 그녀에게 적용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일곱별이라면 혹시 북두칠성(北斗七星)을 말하는 겁니까?”

일곱별이라 하면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그것밖에 없었다.

천상을 밝게 비추는 별이자, 고대에는 여행자들의 앞길을 밝혀줬다고 불리는 별.

지금도 여전히 종교와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별이었다.

공주의 대답에 자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서 이름을 따온 건 맞죠. 북두칠성이 하늘을 밝히는 일곱별이라면, 북해의 일곱별은 북해를 수호하는 수호신이에요.”

“일곱별···혹시 흑성(黑星) 투할 장군도···?”

자야의 말에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이름을 꺼내자, 그녀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저희의 언어로는 북해를 지탱하는 검은 별이라 부르죠.”

“빙궁주님도 그 일곱별 중 한 분이시겠군요.”

“네, 맞아요.”

공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 자야는 자신이 마시던 술잔에 손가락을 찍어 탁자 위에 점을 찍었다.

총 일곱 개의 점으로 이루어진 국자.

북두칠성의 모양이었다.

“일곱 개의 별 중 손잡이를 이루는 네 개의 별은 사방을 지키는 장군을, 국자 바닥을 이루는 두 개의 별은 빙궁주와 그분의 정실인 빙후를 뜻하죠.”

“그럼 이 별은 뭐죠?”

공주는 유일하게 자야가 언급하지 않은 최후의 별. 천추(天樞)를 가리키며 물었다.

“자야 소주님의 말씀대로라면 그 북해의 일곱별은 무척 중요한 사람만 임명될 수 있는 자리 같은데, 누가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죠?”

“바로 그 별이 바로 지금부터 우리가 이야기할 주제에요.”

탁자 위에 남아있던 술을 소매로 닦은 자야가 공주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공주님은 분명 빙궁주님의 환갑잔치에 초대받은 거죠?”

“아···네, 그렇긴 한데···그것보다 왜 일곱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그 이야기를···?”

“이것도 중요한 이야기에요. 환갑잔치가 끝나면, 그 뒤에는 바로 회의가 열릴 거예요. 앞으로 빙궁의 행보를 정하는 회의죠. 그리고 이번 회의의 의제는 당연히 명나라와의 전쟁이고요.”

남은 하나의 별에 대해 궁금해하던 공주도 이 이야기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북해빙궁에 가장 큰 이유가 주제로 나왔는데 어찌 자신의 궁금증을 앞세울 수 있을까.

“이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자야는 손을 들어 회의에 참여할 사람을 한 명, 한 명 세었다.

“빙궁주님과 빙후님. 그리고 사방장군. 그리고 당 의제에 관해 상반된 의견을 가진 대표 소주. 이 경우에는 강경파의 대표인 첫째 소주 슈라칸과 제가 되겠죠.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한 분 더, 성하 공주님도 참여하실 거고요.”

공주까지 포함하면 회의에 참여하는 인원은 총 아홉 명.

그중 중립으로 예상되는 북해빙궁주를 제외해도 오 대 삼.

온건파가 반수 가까이 모자라다.

더군다나 공주는 특별히 회의를 참여할 수 있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외인.

그녀의 발언이 그들에게 먹히리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는 편이 좋다.

그렇게 되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한다.

제대로 발언조차 하지 못한 채 북해의 선전포고를 눈앞에서 볼 수밖에 없게 될 테니까.

“···확실히 상황은 좋지 않네요.”

“하지만 거기서 하얀 별이 나오면 어떨까요!”

쿵!

공주가 생각을 끝내고 말을 내뱉자마자 자야는 탁자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 하얀 별?”

“네! 이 땅을 수호하는 마지막 별!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이 내려오신다면 만사형통(萬事亨通)!”

자야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하늘로 양팔을 들어 올려 큰 소리로 하얀 별을 찬양하기 시작했다.

마치 회귀 전 천마 탄신일에 봤던 마교의 광신도가 연상되는 모습에 이마를 찌푸렸지만.

“그리고 당신이!”

척!

한창 하얀 별을 찬양하던 자야가 갑자기 나를 가리키자 바로 표정을 풀었다.

어우, 인상 쓴 거 들킬 뻔했네.

“바로 하얀 별이 될 분이고요!”

···네?

혹시 얼굴의 주름 중 지워지지 않은 부분이 있나, 하고 볼을 주무르고 있던 나는 자야의 말에 멍하니 그녀를 올려봤다.

마치 하늘의 별을 박아넣는 듯 반짝이는 그녀의 눈.

그 눈에 깃든 감정만 조금 더 정상적이면, 나도 예쁘다는 감상을 내놓겠는데 지금은···.

무섭다. 진짜 무섭다.

수천 명의 적에게 둘러싸였을 때도 느끼지 못한 공포를 지금 그녀에게서 느끼고 있었다.

“자, 잠시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런 공포도 이겨내야 할 때.

갑자기 영문을 모를 헛소리를 내뱉는 거야 광신도 공통이지만, 그 헛소리가 나를 향할 땐 이야기가 다르지.

“제가 왜 하얀 별이 된다는 겁니까? 그 일곱별인가 뭔가 하는 건 북해의 사람만 되는 것 아닙니까?”

“다른 여섯별은 그렇죠. 하지만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은 달라요. 다른 여섯별처럼 항상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요.”

자야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세 개 들었다.

“북해의 하얀 별이 되기 위해선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해요.”

“세 가지 조건이요?”

“네. 제일 먼저 북해의 하얀 별은 외부인 중에서만 임명돼요. 초대 하얀 별 때부터 이어져 온 유서 깊은 전통이죠.”

손가락 중 하나를 접은 자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두 번째로 무공의 경지가 최소 초절정에 이르러야 해요. 다른 사방장군도 초절정인 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요.”

일단 두 가지 조건은 확실히 충족할 수 있다. 외부인이야 당연한 일이고, 초절정의 무공 또한 보유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 세 번째 조건이 제일 어렵죠.”

“그 마지막 조건이 뭐지요?”

“전신께선···북해의 겨울이 어떤지 아시나요?”

흠칫!

하얀 별에 관해 이야기하다 말고 북해의 겨울로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 자야를 보며 인상을 쓰는 공주와 달리, 나는 몸을 떨었다.

“북해의 네 계절 중 겨울이 가장 춥다고 하지만, 추위는 북해의 겨울이 어려운 순위를 따지자면 제일 뒤쪽에 있어요.”

맞는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이들은 북해의 제일 큰 공포가 추위라고 하지만, 진짜 북해를 아는 이들은 추위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한다.

실제로 북해가 춥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그 이상으로 다른 요건이 최악일 뿐이다.

“그 넓은 대지에 먹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오직 겨울에만 행동하는 맹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살아있는 생명체를 덮치죠. 절정 이상의 무인들도 북해의 겨울밤에는 절대 밖을 나서지 않아요. 나가면 죽는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까.”

자야가 이야기를 이어나갈수록 점점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시시각각 죽어가는 총사령관과 사방에서 덮쳐오는 적군. 피 냄새를 맡고 매일 밤 우리를 덮쳐오는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짐승들.

벌써 삼 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눈을 감으면 생생히 떠오른다.

마치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낙인처럼, 내 머릿속에서 지워낼 수 없는 지옥.

그 지옥에서 나는.

“그 반응을 보면 소문이 사실인 듯하군요.”

반응? 무슨 반응?

자야의 물음에 나도 모르는 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올리자, 환희에 찬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자야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공주가 보였다.

뭐지?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폭풍단장···괜찮습니까? 식은땀이···.”

식은땀?

공주의 말에 꽉 쥐고 있던 손을 풀자, 손바닥 위에 흥건한 식은땀이 보였다.

그뿐만 아니라 이마를 포함한 온몸에 흐르는 땀까지.

[···호흡도 불안정해. 얼른 심호흡하는 게 좋을 거야.]

옆에서 들려오는 화순의 목소리에 다시 호흡을 정상적으로 되돌렸다.

그러자 비 오듯 쏟아지던 식은땀도 다시 쏙 들어갔고, 마음도 다시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두 사람의 눈초리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것 때문에 당신이 바로 하얀 별이 될 수 있다고 한 거예요.”

“···미친놈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라도 있습니까?”

“아뇨. 북해의 혹한에서 일주일을 버틴다. 그게 바로 세 번째 조건이거든요. 이것 때문에 근 백 년간 아무도 하얀 별로 임명되지 못했고요.”

그래, 그 미친 짓을 맨정신으로 하는 새끼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

나도 내가 그때 무슨 정신으로 거기를 들어가서 총사령관을 데려왔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뭔가에 홀렸지, 뭔가에 홀렸어. ···바로 옆에 있는 이 귀신한테 말이야.

[어허! 귀신이 아니라 권능이야, 권능!]

“그 때문에 어제 소주가 저를 보고 도망친 거군요?”

화순의 말은 싹 무시한 채 자야에게 질문을 던지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해를 구원하는 하얀 별로 인정받는 순간, 다른 여섯 개의 별과 동등한 지위를 인정받아요. 아무리 빙궁의 소주라고 해도, 일곱별에게 실례를 범할 순 없죠. 그래서 그도 도망친 거예요.”

아무래도 내가 북해의 겨울을 일주일간 버텼다는 소문은 꽤 멀리까지 퍼졌던 모양이다.

전신이라는 말에 바로 도망치기까지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럼 제가 그 하얀 별이라는 게 되면 후에 열리게 될 회의에도 참여할 수 있는 겁니까?”

“물론이죠. 그것도 다른 여섯별과 똑같이 한 표를 행사할 수도 있어요.”

내 질문에 싱글싱글 웃으며 대답하는 자야.

다음으로 할 질문까지 알고 있는듯한 그 웃음에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 하얀 별. 어떻게 되는 겁니까?”

“조건을 충당한 것이 확실한 경우, 소주나 사방장군 중 한 사람이 빙궁주님에게 상소를 올리면 되죠. 그럼 그때부터 여섯 밤의 시련을 치르고, 그것을 모두 이겨내면 하얀 별로 인정받는 거죠.”

“여섯 밤의 시련···그건 또 뭡니까? 여기에 또 조건이 필요합니까?”

“초대 하얀 별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 걷는 거니까요. 그분의 업적이 곧 후대 하얀 별에게는 시련이 되는 거죠.”

그 하얀 별이라는 작자가 누군진 몰라도 진짜 내 눈앞에 있으면 한 대 때렸다.

아니, 칠 일간 북해의 겨울을 버텼으면 그걸로 인정해 줘야지.

“대체 또 뭘 한 겁니까? 그···분은.”

순간 ‘그 새끼’라고 하려다가 바로 직전에 말을 바꿨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인간이 광신도처럼 하얀 별을 연호했다는 걸 잊으면 안 되지.

조심, 또 조심하자.

다행히 자야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내 말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초대 하얀 별은 당대 북해의 초고수 여섯 명을 하루에 한 번, 총 여섯 번 쓰러뜨렸다고 해요.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 바로 여섯 밤의 시련이죠.”

“즉, 하루에 한 번씩 북해의 고수를 쓰러뜨려라, 이 말이군요?”

그녀는 내 질문에 오늘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하지만 중원에서 흔히 말하는 비무라고 생각하진 마세요. 지금 제가 말하는 것은 진짜 전투. 한순간의 실수로.”

스윽.

그녀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목숨까지 잃을 수 있는 싸움이니까요.”

“그렇습니까.”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나는 고개를 숙였다.

마치 깊은 고민을 하는 것처럼 이마를 부여잡고.

다른 사람에게 내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처럼 아주 깊이.

뒤통수로 두 사람의 시선이 꽂히는 것이 느껴졌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정말로 중원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여기에 온 것이라면 여기선 확실히 선택해야 해요.”

“폭풍단장···당신에겐 항상 어려운 부탁만 하게 되는군요.”

자야와 공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나는 그런데도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야, 들었냐?]

지금 고개를 들었다간, 분명히 내 얼굴을 보게 될 테니까.

[너보고 제발 내공을 얻어달란다.]

아주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을.

북해의 최고수와 여섯 번의 연전이라고?

그것도 서로 죽고 죽일 일념으로 싸워야 한다고?

오히려 내가 머리를 박고 고맙다 외쳐도 모자랄 기회다.

지금껏 정체되어 있던 내공과 무공, 모두 상승시킬 기회!

이렇게 넝쿨째 굴러온 행운을 놓칠 멍청이가 누가 있겠는가.

그리고 나는 절대 그런 멍청이가 아니었다.

“···알겠습니다. 북해의 하얀 별, 한 번 도전해보죠.”

“고마워요, 폭풍단장!”

“당신은 옳은 선택을 한 거예요.”

“하지만.”

내 대답에 기뻐하는 두 여인을 향해 나는 입을 열었다.

“한 가지 조건을 달아도 되겠습니까?”

“···무슨 조건이요?”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일정이 좀 마음에 안 들어서 말입니다.”

내 말에 자야는 이마에 천(川)자를 새기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죄송하지만 일정을 늘릴 순 없어요. 이제 빙궁주님의 환갑도 얼마 남지 않았거니와, 하루라도 일정을 늘렸다간 인정하지 못하는 이들이 분명히 나올 테니까요.”

“아뇨, 늘리려는 게 아닙니다.”

“···뭐라고요?”

“어차피 그 시련이라는 거, 길게 이어져 봐야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쿵!

나는 탁자 위로 팔꿈치를 올린 뒤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거기에 있는 손가락은 검지 딱 하나.

“하루. 하루 만에 모든 비무를 다 끝내죠.”

우리가 만난 이후 처음으로.

내 말에 자야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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