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위(1) >
“그간 안녕하셨나요?”
“예, 공주마마. 황제 폐하의 하해와 같은 은혜 덕에 힘든 일 없이 편히 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공주마마께선···구태여 여쭤볼 필요는 없을 것 같군요.”
웃으며 내게 말을 건네는 성하 공주는 확실히 내가 기억하던 그녀와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
옛날의 그녀가 확연한 병자의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누구보다도 건강한 젊은 여인의 모습.
내 치료가 성공적이었다는 증거였다.
“어머, 여쭤봐도 되는데요? 그 유명한 폭풍단장에게 안부를 질문받는다는 건, 쉬운 경험이 아니니까요.”
장난기가 가득한 그녀의 말투에 나는 함부로 대답도 못 하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공주가 원래 이런 성격이었나?
최소한 내가 기억하기론 조금 달랐던 것 같지만, 어쩌면 병 때문에 표출하지 못했을 뿐, 본래는 이 성격이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고개 들고 가까이 오세요. 계속 그렇게 숙이고만 있을 건가요?”
“명령대로 하겠습니다.”
공주의 명령에 몸을 일으켜 내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호객꾼 사내와 함께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공주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마주하자, 아까는 대략으로 보였던 변화를 더욱 자세히 파악할 수 있었다.
사람의 그것이라기보단 시체의 그것에 가깝던 안색도 피가 돌아 발갛게 물들어 있었고, 육체도 전에는 먹은 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바짝 말랐던 것과 달리 지금은 보통의 여인들과 다를 바 없이. 아니, 오히려 더욱 건강해 보였다.
그리고 그중에서도···흠흠.
여기서부턴 황실 모욕죄가 될 수 있으니, 그만 입을 다물자.
본디 사람의 입이란 가벼워서 머리에 떠올린 것을 그냥 내뱉어 버리는 법이니까.
까딱 잘못해서 그녀의 몸에 관해서 한 마디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간 죽는 걸 넘어서 가문까지 풍비박산 날지도 모른다.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잠깐 밖에 있어서 연락하신 것도 알지 못했던지라 찾아오는 게 늦었습니다.”
“아뇨, 괜찮아요. 어쩔 수 없죠.”
공주는 매끄러운 손가락을 탁자 위에 있던 다과로 뻗더니, 자그마한 조각 하나를 그만치 작은 입으로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무림맹에 다녀오느라 연락을 못 했던 거지만, 그걸 하나하나 자세히 말할 필요까진···.
“20년에 한 번씩만 열리는 용봉대전에 출전하는 건 분명 중요한 일이니까요.”
···네?
“아, 그런데 16강에서 기권했다고 들었는데, 그건 정말 소문대로 십분쾌룡을 상대로 내상을 입어서 그런 건가요? 제가 듣기론 아주 손쉽게 제압했다고 들었는데.”
“아뇨, 내상은 전혀···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그걸···.”
공주의 말에 대답해야 할지, 아니면 역으로 내가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하던 내게 쿡쿡, 하고 그녀가 입을 막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미안해요, 폭풍단장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장난을 좀 쳤어요.”
“자네에 관한 정보는 황실에서 꾸준히 수집 중이네.”
공주의 앞에서 우리 두 사람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대장군이 입을 연 것도 그때였다.
“일어나는 것부터 잠자리에 드는 것까지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파악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큰 줄기 정도는 파악하고 있지. 표국을 세우고, 복건성까지 표행을 나가고, 그 뒤 바로 화산파의 도사 몇 명과 무림맹으로 가서 용봉대전에 나갔다, 이런 것 말이야.”
아니···저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안심을 하냐고.
그리고 일거수일투족 전부 파악 안 하는 거 맞아? 말하는 걸 봐선 내가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전부 파악하고 있을 것 같은데?
“그도 그럴 게 자네는 요주의 인물이니까.”
“제가 말입니까?”
“국경부대 내에서도 손꼽히는 무력도 그렇지만, 마치 위에서 들여다보기라도 하듯 전장을 파악하는 눈과 삼일 연전 속에서도 전혀 지치지 않는 육체. 그리고 무엇보다.”
탁.
대장군이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그의 눈 안에는 나에 관한 무한한 믿음과.
“그 어떤 극한의 상황에서라도 기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니까.”
그만한 시간을 함께했음에도 나라는 존재 전부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자그마한 두려움이 함께했다.
[그런데 전장을 파악하는 눈이라는 건 혹시 날 말하는 거냐?]
아마···그럴지도.
반드시 내 근처에 있어야 하는 화순이지만, 그 ‘근처’라는 범위가 생각보다 넓은지라 큰 전투가 벌어지면 화순을 위로 보내서 전장의 상황을 파악하게 한 뒤 내게 알려달라고 했다.
덕분에 본래는 질 전투에서 이겼던 적도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때문에 나를 요주의 인물로까지 생각하고 나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을 줄이야.
“후에 위험이 될지도 모르는 존재는 설사 어린아이라도 파악해두는 게 바로 황실일세. 너무 불쾌하게 받아들이진 말게.”
황실과 엮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인지, 대장군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내가 군에 있으면서 얻었던 이득을 생각하면, 당연한 대가일지도 모르겠다.
“···아뇨, 저도 군인인 만큼 무슨 말씀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다행이군. 그럼 이야기를 계속 진행해도 되겠나?”
“네, 경청하겠습니다.”
우리 두 사람의 대화를 조금의 표정 변화 없이 웃는 얼굴로 듣고 있던 공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폭풍단장을 부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을 어딘가로 데리고 가려 한다···그것 말곤 모르겠군요.”
몇 가지 증거로 황실의 의뢰임은 파악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세부사항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내 말에 예상대로라는 듯,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내 뒤쪽에 가만히 서 있던 호객꾼 사내를 바라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무공 실력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은 것 같군요. 아니, 음암대(陰暗隊) 부대장의 멱살을 잡고 끌고 올 정도인 걸 보면 오히려 경지가 더 높아진 걸지도 모르겠네요.”
음암대라고?
설마 대장군 직속 특작 부대의 부대장이 호객꾼 따위로 분장하고 있을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내 첫 번째 공격을 피한 게 우연이 아니라는 소리다.
“과찬이십니다.”
“그 정도라면 믿어도 되겠어요.”
“믿다니···무엇을 말입니까?”
공주는 내 질문에 대답하기 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마치 긴 이야기를 꺼내기 전, 목을 축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지금 제 오라버니가 아바마마 대신 대리청정을 맡고 있다는 거···이미 알고 계시겠죠?”
“네, 알고 있습니다.”
“오라버니는 제가 봐도···아니, 그 누가 봐도 그 능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아요. 저는 물론, 다른 동생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그녀는 다시 입을 열기 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지금은 처형된 두 황자···이황자와 삼황자도 전혀 무능력한 건 아니었어요.”
그건 그렇다.
지금은 처형됐지만, 회귀 전만 해도 황제의 자리를 두고 다투던 두 사람이다.
만약 둘 중 하나가 그걸 지킬 능력도 없었다면 다툴 필요도 없이 자연스레 한 명이 다른 한 사람의 세력을 흡수하면서 좀 더 평화롭게 황제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두 사람 다 능력이 부족하지 않았다는 것이 오히려 더욱 큰 피해를 불러일으켰지만.
“둘이 처형되기 전, 이황자는 군의 지지를, 삼황자는 문신(文臣)의 지지를 받았어요. 물론 두 사람이 처형된 후엔 그 세력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그 세력이 여전히 남아있어요. 다만 그 머리가 다른 황자가 되었을 뿐.”
“허나 세력을 만들었다 해도 그뿐 아닙니까? 황제 폐하께서도 이젠 정정하시고, 정당한 후계자가 곧 자리를 물려받을진대, 세력을 만들어봤자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보통이라면 폭풍단장처럼 생각하겠지만···권력이란 달콤한 꿀은 그런 상식조차 사람의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곤 하죠.”
그녀는 좀 전의 웃음을 모조리 지운 채,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리 말했다.
어머니는 다를지언정, 자신의 오빠라는 작자가 권력 때문에 아버지를 죽이려 들었다는, 믿을 수 없는 현실을 직접 마주해야 했던 그녀만이 지을 수 있는 표정이었다.
“오라버니가 아바마마께 인정받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확실히 황제의 자리에 오르지 않은 이상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으음···그렇군요.”
“더군다나 최근 첩보에 따르면 이황자와 삼황자에게 접촉했던 정체불명의 집단이 다른 황자들에게도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요.”
“정체불명의 집단이요?”
“네. 두 사람에게 아바마마에게···먹일 독을 구해 준 집단이죠. 물론 잡히는 족족 모두 처벌하고 있긴 하지만, 그 시도가 줄어들 기색이 없다더군요.”
“으음···황실의 권력 구도는 대충 알겠습니다.”
당연히 일황자가 큰 어려움 없이 황제의 자리에 오를 줄 알았건만, 이런 고충이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진짜 궁금한 건.
“그것이 지금 제가 받을 의뢰와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바로 이것이다.
일반 백성이 알 수 없는. 아니, 오히려 절대 알면 안 되는 황실의 치부까지 내게 구구절절 설명할 이유가 대체 무어란 말인가.
“폭풍단장은 최근 우리 명과 북해의 관계에 대해 알고 있나요?”
“북해 말씀입니까?”
갑자기 지금껏 하던 이야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북해에 관해 말을 꺼내는 것이 이상하긴 했지만, 내 입은 그것에 대한 대답을 착실히 꺼냈다.
“지금 상황은 알 수 없으나, 제가 군에 전역하기 전에는···.”
물론 높은 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그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접촉하고 있다 말할 수 있는 내 처지에서는 딱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불완전한 평화···라 말할 수 있겠지요.”
직접 싸우는 일은 없어졌지만, 그렇다고 서로 교류를 나누는 건 또 아니다.
그저 얼굴만 아는 이웃 사이. 그 정도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아는 북해와의 관계였다.
“잘 알고 있군요. 그리고 슬픈 일이지만, 그것은 폭풍단장이 전역한 지 반년이 지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렇군요. 하지만 원래 국가 관계라는 것이 그렇게 단시간만에 막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하물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창칼을 들었던 관계인데, 어찌 그리 바로 가까워질 수 있겠습니까.”
국경지대의 병사들이 그토록 공주를 찬양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반년이란 단시간만에 일선의 병사들이 체감할 정도의 평화를 만들어낸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사실 그 평화도 폭풍단장이나 다른 병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순식간에 이뤄낸 건 아닙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 명이나 북해나 모두 강경파의 세가 강할 뿐, 온건파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리고 오라버니가 권력을 잡으면서 우리 명에서 온건파의 세력이 커짐에 따라 북해에서도 그쪽의 목소리가 커진 것뿐이죠.”
공주의 말에 나는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히 백 년이 넘는 전쟁이 갑자기 멈춘 게 아니라 생각했더니, 그런 비사가 있었나.
“하지만 최근 그 지지부진하던 관계를 바꿀 수 있는 제안이 저쪽에서 저희에게 들어왔어요.”
“그것이 무엇입니까?”
“이번 북해빙궁주의 환갑(還甲)기념 축제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그들과 관계가 틀어진 지 백 년 만에 처음 있는 쾌거지요.”
그녀는 무척 담담한 듯 이야기를 꺼냈지만, 자세히 파고들면 그것은 보통 일 아니었다.
명나라의 황제처럼 공인된 자리는 아니라 해도, 북해빙궁주는 다른 부족에게 어마어마한 경외와 존중을 받는 자리다.
만약 그가 명과의 평화와 교류를 이야기하면, 최소한 반수 이상의 부족이 그것을 당연히 받아들일 정도로.
정말로 만남이 성사되기라도 하면 북해와의 평화협상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렇게 되면 다른 황자에게 붙은 세력도 일황자 전하에게 힘을 실어주겠군요.”
“네, 그럴 가능성이 크지요.”
평화협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북방 국경지대에는 수많은 병사와 그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물자 때문에 어마어마한 군비가 소모되고 있었다.
만약 평화협상이 성공리에 이루어지고, 그것을 줄여서 다른 군에 배부할 수 있다면 자연스레 군의 흐름은 일황자 쪽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다가 강경파보단 온건파가 많은 문관도 평화협정이란 대업적을 이룬 일황자에게 충성할 확률이 높았으니, 성공하기만 하면 그가 황제의 자리에 오르는 건 기정사실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밝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던 생각이 그녀의 입에서 나온 한 마디로 인해 끊겼다.
“그것은 모든 일이 계획대로 풀렸을 때의 이야기죠.”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북해빙궁주가 직접 초대한 축제에 아무나 보낼 수는 없는 법. 하물며 강경파가 대세인 북해에 아무나 보냈다가 꼬투리라도 잡혔다간, 겨우 이뤄낸 불완전한 평화조차 깨져버릴 수 있습니다.”
“그럼, 설마···?”
지금껏 했던 이야기와 방금 그녀가 꺼냈던 대화를 연관시켜본 결과, 나오는 한 가지의 답.
“네, 이번 북해의 초대에 제가 직접 가기로 정했습니다.”
“그건 너무 무모한 짓입니다!”
쿵!
그녀의 입에서 나온 대답을 듣는 순간, 머리가 하얘지면서 나도 모르게 탁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 때문에 탁자 위에 있던 접시나 잔이 크게 흔들리고.
[야, 야야! 지금 뭐 하는 거야! 황실 모독죄로 진짜 목이 날아가고 싶냐?!]
내 행동에 놀란 화순이 호들갑을 떨었지만, 그걸 모두 무시한 채 공주의 눈만을 직시했다.
하지만 공주는 내 반응조차 예상한 듯, 전혀 흔들리지 않는 올곧은 눈으로 나를 마주했다.
거기에 있는 바뀌지 않을 결심을 읽어낸 나는 어떻게든 그녀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북해와 휴전 상태에 있다 해도, 지난 백 년간 끊임없이 싸워온 세력입니다! 게다가 정체 모를 집단도 황실을 노리고 있다 하지 않았습니까! 차라리 다른 황자를···!”
“황자 중 누가 아군인지 어찌 알지요? 만약 다른 이가 갔다가 북해빙궁주에게 실례라도 저지르면, 그땐 진짜 전쟁입니다.”
공주의 말은 정론이었고, 나도 말하기 전부터 이미 예상했던 대답이다.
안 그래도 다른 황자가 황제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조금 전에 말했는데, 그걸 모를까.
공주의 대답에 나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어떻게든 그녀가 갈 수 없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하지만 내가 아는 북해라는 세상과, 그녀가 지금껏 해준 이야기를 열심히 머릿속으로 조합해도 나온 결과는 딱 하나.
“그래서 제게 의뢰하신 거군요.”
그녀는 북해에 갈 수밖에 없다.
“저 말곤 혼자서 공주마마를 북해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릴 사람이 없으니까요.”
“네, 그렇습니다.”
“안전을 위해서 너무 많은 호위를 데려갔다간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고 생각한 북해에 밉보일지도 모르니까요.”
“어떻게든 평화협상을 깨뜨리려 드는 북해의 강경파들에게 꼬투리 잡힐 일은 없어야겠지요.”
그것도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위협을 무릅쓰고.
“···그래서 저를 부른 거군요. 황실이나 금군의 인물은 눈에 띄니까요.”
“이번 일에는 제 개인 호위인 단무혁도 데리고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저 또한 이미 며칠 전부터 방에서 칩거하고 있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고요.”
“말 그대로···비밀 임무군요.”
“그렇죠. 누구에게도 들켜선 안 될 비밀 임무.”
싱긋.
대화를 나누는 동안 미소 한번 짓지 않던 공주가 드디어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 미소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과 함께 오지만 않았따면, 나도 기쁘게 받아들일 텐데.
“그러니 저와 함께 가주시겠어요?”
이제는 전혀 연관 없을 줄 알았던 그곳의 이름을 그녀가 입밖으로 꺼냈다.
“북해로.”
< 호위(1) > 끝
ⓒ 거믄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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