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승 >
쿵!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뒤이어 맹주실을 덮치는 충격.
탁자 위에 놓여있던 찻잔은 물론, 본인의 몸까지 크게 흔들렸음에도 검성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콧방귀를 크게 뀌며, 바깥을 향해 큰 목소리로 외쳤다.
“이놈아! 왔으면 조용히 들어올 것이지, 집 무너진다!”
덜커덩!
마치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말이 끝나자마자 열린 문으로 빼빼 마른 누군가가 들어왔다.
“이놈이 이젠 들어온다 말도 없이 그냥 들어···.”
무어라 말을 이어가려던 검성은 안으로 들어온 그의 모습에 바로 입을 다물었다.
지금 검성은 경악하고 있었다.
후줄근한 가사 때문에? 30년째 가사 한 벌만 입고 다니면 저런 꼴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비쩍 곯은 몸 때문에? 평생 역근세수경(易筋洗隨經)으로 단련한 육체다. 겉으로는 말라보여도, 그 안에는 만근의 거력이 숨어 있다.
빡빡 깎은 머리 때문에? 뭐···그거야 중이 다 머리를 빡빡 밀지. 그럼 기르는 중도 있나.
검성이 놀란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머리부터 턱 끝까지 비라도 맞은 듯 젖어있는 그의 얼굴 때문이었다.
“···밖에서 비라도 내렸나?”
아니라는 건 당연히 알고 있다. 보이지 않는 사람 몸도 다 뚫고 볼 수 있는 절대 고수가 바깥 날씨를 모를 리가 있나.
하지만 그렇게 물어볼 정도로 지금 그는 큰 충격을 받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땀을 흘리고 있는 후줄근한 노승이 바로 정파 무림에서도 다섯 손가락 내에 드는 고수이자, 소림 제일의 고수인 신승(神僧)이었으니까.
그런데 그런 그가 지금 이렇게 땀을 흘린다? 그것도 무림맹 한복판에서?
검성의 상식으로 꺼낼 수 있는 답은 그 정도가 유일했다.
하지만 신승은 대답도 하지 않은 채, 탁자 위에 놓여있던 찻잔을 낚아채 입안으로 들이부었다.
“엇! 이, 이 자식아!”
친우의 예상치 못한 모습에 정신이 팔린 검성은 반응이 느릴 수밖에 없었고, 결국 손도 뻗지 못한 채 차를 헌납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고! 이놈아! 기껏 아껴 먹고 있던 건데!”
궁금증이고 뭐고, 차를 빼앗긴 분노에 펄펄 날뛰는 검성을 보고도 신승은 혀를 차며 다 마신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에잉, 이놈이 맹주 되더니 입맛만 늘었네. 용정은 무슨 용정이냐, 그냥 값싼 녹차랑 다를 게 없구먼.”
“그 차이도 못 느끼는 놈이 귀한 용정을 먹다니, 어이구, 어이구!”
쿵쿵쿵!
신승의 말에 기가 막힌 듯 자신의 가슴을 마구 두드리는 검성.
그렇게 겨우 다시 돌아온 선아에게서 받은 용정을 한 모금도 마시지 못한 채 빼앗긴 검성이 욕을 하건 뭘 하건, 신승은 그런 그의 모습에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은 채 그의 맞은편 의자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에휴, 그래. 내가 잘못했지. 60년 전에 이런 놈을 좋다고 친구로 사귄 내 업이야!”
한숨을 내쉬던 검성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 친우가 야속한지 째려보다가, 아까 뒤로 미뤄놨던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땀은 왜 그렇게 흘렸나? 어디 달밤에 미친개처럼 무림맹 뺑뺑이라도 돌고 온 건가?”
차세대 검성을 꿈꾸고 있을 후기지수들이 들으면 대경실색할 말투였지만, 검성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들을 사람이라곤 눈앞의 신승밖에 없거니와, 그는 이미 자신의 성격을 다 알고 있었으니까.
검성의 질문에도 신승은 인상만 쓴 채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열불이 난 듯, 검성은 퉁, 하고 탁자를 내려치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아, 대체 왜 그러냐니까!”
“투기를 뿜어냈다.”
바라던 대답이 나왔건만, 검성의 찌푸려진 이마는 펴지지 않았다.
친우의 나쁜 버릇이 다시 나왔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물어보면 전후 사정 전부 떼어내고 그냥 결론만 말하는 나쁜 버릇이.
“대답 좀 똑바로 못하겠느냐?”
“그럼 뭐가 그리 궁금한데?”
“너희 사부님인 선각 대사께서도 누누이 말씀하셨잖느냐! 대답할 땐 끝만 말하지 말고 앞이랑 중간도 다 말하라고!”
이젠 입적한 지도 오래인 스승의 이름까지 나오자 신승도 더는 대답을 미루지 못했다.
머릿속으로 방금 자신이 겪은 일을 정리한 신승은 짧은 한숨과 함께 대답을 내뱉었다.
“후기지수 중 한 명한테 기를 좀 실어 보내봤더니, 그놈이 그걸 이겨내고 투기를 뿜어냈다.”
신승의 대답에 검성은 잔뜩 찌푸리고 있던 인상도 편 채 그를 가만히 바라봤다.
아까의 충격과는 전혀 다른 이유였다.
이번 건 믿기 힘들다를 넘어서, 있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뭐?”
본인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온 질문에 신승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딱히 내공도 안 느껴지고, 태양혈도 밋밋하길래 별 볼 일 없는 놈이다 싶어 기를 좀 적당히 보냈더니, 그걸 바로 이겨 들려 먹길래 기를 좀 과하게 보내서 땀을 좀 흘렸다. 됐냐!”
“아니, 그게 아니라, 이놈아···.”
그걸 물어보려던 게 아니라, 라고 말을 하려다 입을 닫은 검성은 이번에는 진짜 질문을 꺼냈다.
“그러니까···자네가 진심을 보였다, 이건가?”
“진심은 무슨! 그냥 조금,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고 뭐고, 진심을 보였다는 건 사실이라는 거지?”
“·········.”
검성의 거듭된 질문에 신승은 입술만 삐죽 내민 채 아무런 대답도 꺼내지 못했다.
처음에는 약하게 보냈다, 갑자기 반박하길래 조금 힘을 강하게 보냈다, 입가에 계속 변명이 맴돌았지만, 그것을 입 밖으로 내놓진 못했다.
자신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조금이건 어쨌건, 진심을 보인 건 사실이라는 것을.
“허허, 후기지수 놀려먹는 낙으로 살던 네가 드디어 큰코다치는 날이 오는구먼.”
차를 빼앗겼던 분함은 검성의 머릿속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 자리를 후기지수에게 당해 땀이나 뻘뻘 흘리며 여기로 도망쳐온 신승을 놀릴 생각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아, 누가 큰코다쳐!”
“누구긴 누구야, 자네지. 그런데 자네를 당황하게 한 그 후기지수가 대체 누구인가? 이거 집무실로 불러서 치하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허허허.”
검성의 놀림에 가까운 질문에 신승은 인상만 쓴 채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저 더 큰 놀림을 당할까 봐 빨리 대답을 못 꺼내는구나, 하고 이죽거리던 검성도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것인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자네 설마···죽인 건 아니지?”
“아니, 누가 누굴 죽여?! 내가 불살의 계를 어기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그럼 왜 이리 대답을 못 해!”
쿵!
이번에는 검성도 진심으로 분노하며 다그쳤다.
후기지수를 놀리는 정도야 심심한 친우 놈을 위해서 묵인해 줄 수 있지만, 죽였다면 그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자네 정말 무림공적이라도 되고 싶나!”
“아니, 죽지는 않았어! 옆에 있던 일행들이 업고 갔다고! 아무래도 술에 취해서 기절한 것 같다고 말일세!”
다행히도 나중에 시험해보려 했던 두 사람이 그를 부축해 방으로 데려가며 아무래도 술에 취해 기절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까지 확실히 듣고 왔다.
얼굴 전체에 땀을 뻘뻘 흘리고 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기를 과중하게 쓴 여파도 있었지만, 그보다 자신이 정말로 그를 해한 줄 알고 놀란 것이다.
사실 신승도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껏 여러 후기지수를 시험해봤지만, 대부분 자신이 뿜어낸 내공을 느끼지도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몇몇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이들도 이상함을 느끼는 게 전부였다.
이토록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물론, 거기에 투기까지 뿜어내는 예는 있었던 적이 없었다.
마치 이런 류의 수련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 행태에 신승은 뭐라 반응하지도 못하고 그가 다른 이에게 업혀 방으로 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여기로 온 것이다.
신승의 필사적인 설득에 검성은 인상을 쓰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를 믿었다, 라기보단 역근세수경이라는 소림의 절대신공을 믿은 것에 가깝다.
불법(佛法)의 진의가 담긴 역근세수경은 진심으로 살의를 끌어모으지 않는 한, 사람을 해할 수 없는 지고의 무공이었으니까.
“에휴, 아까는 농으로 치하하겠다 했지만, 이젠 진짜로 해야겠구먼. 그래서 그 후기지수가 누군가?”
결국 또 신승의 뒷바라지를 하게 된 검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신승에게 물었다.
그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일단 그건 나중이고 지금은 이 바보 같은 친우 놈이 한 짓을 사죄부터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신승은 이번에도 대답이 늦었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게, 기를 실어 보낼 때 뒷모습밖에 못 봤고, 그 뒤에도 내 정체가 밝혀질까 바로 여기로 와버려서···.”
“에라이, 이 화상아!”
검성은 순간 진심으로 자신의 옆구리에 있는 검을 뽑고 싶다고 생각했다.
후기지수를 놀려먹는 것을 눈감아 준 것도 향후 성장의 가능성이 큰 후기지수를 빨리 찾아 정파 무림의 거목이 되게 하겠다는 목적도 있었던 것인데, 막상 진짜 제대로 된 후기지수를 찾았는데 그걸 못 봤다니!
“하, 하지만 걱정하진 말게!”
“왜 걱정 안 해도 되는 건데?!”
이젠 말투까지 저잣거리 왈패처럼 바뀐 검성의 호통에 신승은 아까와 비슷한 양의 땀을 흘리며 대답했다.
“어차피 이번 용봉대전에 그 아이도 나올 것 아닌가? 그 정도 실력이라면 우승이나 그에 따르는 성적을 거둘 테니, 그때 치하하면 되는 것 아니겠나!”
신승의 변명에 검성은 인상을 쓰면서도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다.
“자네 이젠 후기지수 놀려 먹는 것도 금지야.”
“아, 놀려 먹는 게 아니라 시험이라니까···.”
“시험이고 뭐고! 에잉, 천기(天機)가 크게 요동치고 있다길래 이런 장난질도 옹호해줬는데, 앞길 창창한 젊은이를 죽을 뻔하게나 만들고. 쯧쯧쯧.”
더 듣기 싫다는 듯 팔짱을 낀 채 고개를 흔들며 혀를 차는 검성의 모습에 신승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씩.
고개를 숙인 신승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본인이 원하던 이를 드디어 찾아냈다는 기쁨의 미소였다.
*****
“허어···.”
이게 대체 무슨 꼬락서니냐.
무림맹에서 빌려준 숙소의 침상에 누운 채로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 같아선 몸을 좀 움직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상태가 아니었다.
육신이나 내공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어제의 일을 겪고도 권능은 여전히 제대로 작용하고 있었기에, 내 육신과 내공은 여전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렇게 침상에 누워 있는 이유는 딱 하나.
“기껏 기회가 찾아왔는데, 그걸 이렇게 놓쳐버리다니.”
신승이라는 이름의 다시 없을 기회를 놓친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었다.
“그와 접촉만 할 수 있다면 이번 일의 범인을 찾는 것도 훨씬 빨랐을 텐데.”
현 맹주인 검성의 친우이자, 본인도 정파 무림의 거두인 신승.
그 사람이라면 무림맹의 수뇌부들의 이름은 물론, 이번 용봉대전이 누구의 의견으로 열리게 된 건지도 쉽게 알아낼 수 있었을 터.
그런 소중한 기회를 놓쳐버렸는데 마음 편히 무림맹 관광이나 하고 있을 겨를이 있을 리가 있나.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그냥 조용히 찾아온 것도 아니고, 갑자기 처음부터 기를 날려 보내는데 어떻게 버티냐?]
“그건 알지만···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 거라고.”
화순의 말에 잘못된 건 없었다.
마음에 드는 후기지수를 물색해놨다가 갑자기 시험해본다길래 한껏 대비는 하고 있었지만, 설마 시험이란 게 이런 건 줄 알았나.
2갑자가 분명 후기지수 중에는 한 손가락에 꼽힐 내공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고수라면 충분히 가질법한 내공이기도 했다.
하물며 정파 무림의 최고수를 꼽으라면 꼭 나온다는 신승이야 말이 필요할까.
오히려 심상 속에서 싸웠기에 이렇게 기절로 그쳤을지도 몰랐다.
마교에 있던 정보가 조금이라도 더 확실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그냥 쓸만한 후기지수가 보이면 시험해본다, 이 한 줄만 딸랑 적혀 있어 미리 대비하지 못한 것이 그저 천추의 한이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한테 기를 날린 걸까? ···설마 내 안에 있는 천마의 권능을 느낀 건 아니겠지?”
[아니, 그건 아닐 거야.]
내 말에 화순은 바로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천마의 권능으로 얻는 내공은 감지하기도 더럽게 힘들거니와, 네가 익힌 천마창법과 천마금나수는 마교의 역사서에서도 찾기 힘들 만큼 몇십 세대 이전의 천마나 사용하던 무공이니까. 아무리 신승이라고 해도 그걸 한눈에 파악하고 너한테 내공을 보냈을 린 없지.]
거기에다가. 화순은 내 목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어갔다.
[만약 정말로 너한테서 천마의 기운을 느꼈다면, 뭐하러 내공을 보내는 귀찮은 짓을 하겠어. 그냥 머리에다가 주먹 한 방 찔러넣으면 죽을 텐데.]
“하긴···그건 그렇네.”
소림 칠십이예(少林 七十二藝) 중에서도 제일로 손꼽힌다는 백보신권(百步神拳)의 고수라는 신승이다.
만약 정말로 나를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나는 반응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했을 거란 소리다.
하지만 그런 대답을 내도 마음이 편해지는 일은 없었다.
“그럼 대체 왜 나한테 그렇게 강력한 내공을 보낸 걸까.”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이 남아있었으니까.
[모르지. 그냥 시험이라는 명목으로 후기지수한테 내공이나 쏘아대는 변태일지도.]
“야, 아무리 그래도 정파 무림의 거두시라고. 그런 짓을 할 리가 있냐?”
[하긴, 그렇지?]
자신이 해놓고도 실없는 소리라는 건 아는지, 화순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 어찌 됐건 이미 떠나간 기회를 아쉬워할 겨를은 없지. 한 번 찾아온 기회, 두 번 찾아오지 말란 법도 없고 말이야.”
[그래, 좋은 마음가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한 번 밖에 좀 돌아보면 안 되냐? 무림맹은 나도 한 번도 와본 적 없단 말이야.]
확실히 매일, 매시 마다 천마의 옆에 꼭 붙어있어야 하는 화순은 무림맹이 있는 화북에 와본 적은 거의 없을 테니, 주변이 궁금해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런 화순의 부탁을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지금 그럴 겨를이 어딨어. 어제 후기지수 간의 회합 동안 얻은 정보 정리하기도 바쁜 와중에. 다 끝나면 가, 다 끝나면.”
원래 계획대로라면 어젯밤에 오자마자 바로 정리하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신승과의 심상 대결 때문에 기절해버리면서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
무릇 기억이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변질하는지라, 최대한 빨리 어딘가에 기록해서 정보로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한 법.
어제 얻었던 정보를 모두 정리하려면 오늘 하루는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어야 했다.
[쳇···어쩔 수 없네.]
화순도 그런 내 뜻을 알고 있었기에 뭐라 더 불평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침상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바로 옆에 있던 책상 앞으로 향했다.
정보를 기록할 서책과 붓, 그리고 벼루는 미리 준비해 펼쳐둔 상태였다.
남은 건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최대한 옳은 정보로 만드는 것뿐.
그렇게 마치 회귀 전 그때처럼, 나는 정보 기록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 신승 > 끝
ⓒ 거믄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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