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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능으로 무림최강-34화 (34/185)

< 무림맹(2) >

“자, 이쪽입니다.”

자랑스러운 얼굴로 무림맹을 소개한 도인현은 입구로 우리를 이끌었다.

용봉대전의 소문을 들은 이들이 하북성 안에 바글바글했지만, 무림맹 앞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맹 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들보다 용봉대전동안 쓰일 물자를 실어 나르는 수레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이번 용봉대전부터 맹 내 숙소에 머물 수 있는 인원을 제한했다던 것이 사실인가 보군요.”

“네, 저번 용봉대전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수뇌부들의 의지겠지요.”

도인현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19년 전에 개최했던 용봉대전은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었다.

첫 번째는 역대 용봉대전에서 가장 많은 무인이 모였다는 긍정적인 평가였고.

두 번째는 역대 용봉대전에서 가장 많은 사건 사고가 벌어졌다는 부정적인 평가였다.

뭐, 첫 번째 때문에 두 번째 일이 일어난 거나 마찬가지니 어찌 보면 둘 다 똑같은 평가라 볼 수도 있겠다.

무림맹의 수뇌부는 그때와 똑같은 재난은 사양인 듯, 이번 용봉대전에는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준비해뒀다.

그중 하나가 숙소의 다양화였다.

한 공간에 너무 많은 인원이 몰린 것이 문제의 이유 중 하나라 생각했던 그들은 맹 내에 임시 숙소를 세우는 방식을 버리고 하북성 내 객잔에 몰려온 무인들을 골고루 분포시켰다.

덕분에 이번 용봉대전에는 맹에 많은 사람이 몰리지 않은 것이다.

물론 용봉대전이 시작되는 날부터는 또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만 말이다.

수뇌부의 생각이야 어찌 됐건 우리는 덕분에 긴 줄을 설 필요 없이 금방 문 앞으로 다다를 수 있었고, 그 앞에서 손님을 받고 있던 서기와 마주했다.

“어서 오십시오.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화산파의 도인현 외 4명이오.”

“초대장은 가져오셨습니까?”

“여기 있소.”

도인현이 초대장을 내밀자 그것을 꼼꼼히 살핀 서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서책에 무어라 끄적이더니 다시 초대장을 도인현에게 내밀었다.

“확인이 끝났습니다. 도 소협 일행분들은 서 측에 있는 창룡전(蒼龍殿)에서 숙박하시면 됩니다. 민 시비!”

“네, 한 서기님.”

서기가 큰 목소리로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비 중 하나를 부르자, 가장 왼쪽에 있던 시비 한 명이 그에게 쪼르르 다가왔다.

“이분들을 창룡전(蒼龍殿)에 모셔다드리고, 나머지 알려드릴 걸 알려드리도록 하게.”

“네, 그리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들은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커다란 문 옆에 달린 자그마한 문으로 들어간 그녀를 따라 무림맹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가 그 유명한 무림맹인가. 생각보다 별 건 없네.]

괜히 기대했다며 내 머리 위에서 투덜거리는 화순.

···내 감상도 화순의 감상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무림맹이 잘못됐다, 라는 건 당연히 아니다. 건물도 크고 웅장하며, 주변 경관도 무척 미려하다.

그뿐만 아니라 주변에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숨길 수 없는 무인의 기색이 물씬 풍겼다.

하지만 문제는, 나나 화순이 무림맹과 비교하고 있는 대상이 마교라는 것이다.

종교적 이유로 가능한 한 넓고 화려하게 지어진 건물도.

온갖 화려한 그림과 세외의 꽃들로 가득한 경관도.

그리고 누구에게 꿇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기운을 분사하는 마인들까지.

···생각해보니 비교 대상이 그냥 미친놈들이네. 이쪽이 정상적인 게 맞긴 맞다.

하지만 정상적이든 어떻든, 지금 무림맹의 모습에 큰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화산파 제자 세 사람의 감상은 우리와 다른 모양이었다.

“우와아···.”

“와아!”

“어떻게 저렇게 큰 건물을···.”

입도 다물지 못한 채 주변을 구경하는 사제들의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도인현이 내게 말했다.

“저도 처음 무림맹에 왔을 때 저렇게 놀란 눈으로 구경을 하곤 했는데, 지금은 그저 담담하기만 하군요.”

“아무리 웅장한 광경도 보다 보면 적응될 수밖에 없죠.”

“하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자, 이만 움직이자꾸나. 이 이상 시비를 기다리게 할 순 없지않느냐.”

도인현의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 세 사람은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기다리게 하여 미안하오. 이제 그만 출발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시비는 이미 그런 일이 익숙한 듯, 다른 표정의 변화 없이 우리를 창룡전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그 한 번의 실수 때문에 그들의 궁금증이 사그라드는 일은 없었다.

시비의 뒤를 따라다니는 중에도 저건 뭘까? 저건 뭐지? 하고 답이 나올 리 없는 대화를 나누던 세 사람에게 앞서가던 시비가 말했다.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제게 여쭤보셔도 됩니다.”

“아, 저, 정말인가?”

“네. 원래 그런 일을 하는 게 저희의 일이니까요.”

“그, 그럼···.”

그렇게 물꼬를 튼 질문의 세례가 시비에게 쏟아졌다.

지나가는 길에 있는 건물의 이름과 용도. 그리고 거기에 일하는 사람들까지.

어쩌면 훌륭한 정보요원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들은 온갖 것을 질문했고, 시비는 시비대로 그것을 모두 착실하게 대답해냈다.

그렇게 회귀 전엔 알지 못했던 무림맹의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시비의 능력에 감탄하고 있던 찰나.

“도 소협!”

저 멀리서 누군가 도인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가 가던 방향에서 오고 있던 남녀 한 쌍 중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 남궁 소협!”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도인현이 다가가자, 도인현을 따르던 우리도 그에게 가까워졌다.

“하하하! 역시 제가 잘못 본 게 아니었군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도 소협.”

“저번 귀주에서 만난 이후로 처음이군요. 그동안 어찌 지내셨습니까?”

“저야 언제나 똑같지요. 세가에서 어른들의 말씀이나 들으며 수련하다가, 이런 큰일이나 있어야 겨우 한 번 나오는 거죠. 용봉대전이 일찍 열리지 않았으면 아마 갑갑해서 죽어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남궁 소협이라 불린 사내가 장난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옆에 있던 여인이 깜짝 놀라 그를 말렸다.

“오라버니! 다른 분들 앞에서 그게 무슨 망발이신가요!”

“어허,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느냐? 그리고 명화 너는 나보다도 용봉대전에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쓰더니, 여기선 왜 이리 내숭이냐?”

“오라버니!!!”

부끄러움에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여인이 빽 소리를 지르자, 그제야 그는 손을 흔들며 그녀를 진정시켰다.

“아이고, 알겠다, 알겠어. 내가 사과하마. 거, 참. 말 한마디 꺼내기도 무섭습니다, 그려.”

“하하하···.”

사내의 말에 도인현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겉으로만 봐선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사람 같은데···친한 게 참 신기하구만.

“그건 그렇고 뒤에 같이 오신 일행은 누구십니까? 도사복을 입고 있는 세 분은 딱 봐도 도 소협의 사제분들 같은데, 이 사람은···.”

그는 말끝을 흐리더니, 숨기는 기색도 하나 없이 위아래로 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예의라고는 아무리 찾아보려 해도 찾기 힘든 그 모습에 옆에 있던 그의 여동생은 물론, 내 옆에 있던 도인현까지 대경실색하며 그를 말리려 손을 뻗었다.

“오라···!”

“남궁 소···!”

“반갑습니다.”

하지만 그 둘보다도 내가 빨랐다.

“저는 섬서 유가장의 장남, 유현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포권을 취하며 예의 바르게 인사를 건넨 나는 바로 고개를 들어 올려 이채의 빛을 띤 그의 눈을 직시하며 말했다.

“남궁세가의 장남 남궁무진(南宮武進) 소협.”

자신의 이름이 처음 보는 내 입에서 나오자 남궁무진은 순간 멈칫하더니,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허어, 섬서 유가장이라 하면···섬서에서 도는 모든 물자를 지배한다는 바로 그 가문을 말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면 앞에 섬서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도 않았겠지요.”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남궁무진 역시 큰 소리로 웃으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 맞는 말이오! 내가 남궁세가를 말할 때 안휘를 붙여 말하듯, 유 소협도 당연히 섬서의 유가장이라 말해야겠지! 이거, 참으로 실례 많았소이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이라 나도 모르게 길게 주시하였소. 이 무례를 용서해주시겠소?”

“물론입니다. 도 소협의 일행이라 하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으니까요.”

내 능청스러운 대답에 옆에서 남궁무진을 말리려 했던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런. 숙소도 아직 들어가지 않으셨는데, 제가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군요. 그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네, 그리하지요.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하하! 저야 말로요. 그럼 유 소협. 그때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네, 그리하겠습니다.”

껄껄 웃으며 가던 길로 걸어가는 남궁무진과 갑자기 출발한 그를 보고 깜짝 놀라 우리에게 고개 숙이며 인사하더니 바로 그를 쫓아가 등을 두드리는 남궁명화.

참 재밌는 남매 사이야.

“휴우, 다행입니다. 저는 무슨 사달이 일어날까 걱정이었는데···.”

그가 멀리 떠나자, 도인현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가 화를 낼 줄 아셨나 봅니다?”

“남궁 소협은 다 좋지만 예의보단 자신의 궁금증을 푸는 것을 더 중히 여기는 사람이고, 유 소협은···.”

힐끔, 도인현은 하던 말도 멈추고 나를 살짝 흘겨보더니 다시 한 숨을 내쉬었다.

아니, 똑바로 끝까지 말하라고. 그 행동은 무슨 뜻인데?

[화나면 앞뒤 안 가리고 다 패고 다니는 인간이니까, 아냐?]

무슨 말이야. 내가 언제···으음······.

도인현과 첫 만남부터 했던 짓을 생각하면, 확실히 그렇게 볼 만 하다는 걸 깨닫고 바로 말을 멈췄다.

거, 참. 이럴 줄 알았다면 첫 만남엔 피하고 다음에 제대로 비무를 요청할 걸 그랬나.

괜히 호승심을 참지 못하다가 저 인간 수준으로 감당하기 힘든 인간으로 찍혀버렸네.

“그런데 의외군요.”

“네? 무엇이 말입니까?”

결국 남은 말을 끝까지 다 하지 않고 조용히 시비의 뒤를 따르던 도인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뇨, 유 소협이 남궁 소협을 아실 줄은 몰라서 말입니다. 무공 수련으로 바빠서 외부로 나가는 일이 많지 않은 분이라, 아시는 분은 많지 않을 텐데···.”

“사실 얼굴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저 두 분의 대화와, 남궁 소협이 옆에 있는 낭자의 이름을 부르는 걸 듣고 지레짐작했을 뿐이지요.”

“허어, 그럼 확신도 없이 그리 당당하게 말씀하신 겁니까?”

“틀렸으면 착각했다고 말하면 되니까요.”

그럴 리가 있나. 당연히 확신하고 말한 거지.

처음 우리와 마주쳤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가 누군지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 용봉대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으니까.

용봉대전의 준우승자이자, 후에 이립(而立; 30세)에 이르자마자 남궁세가 최강의 무력집단인 창궁무애단(蒼穹無涯團)의 단주가 되는 사내.

창궁검협(蒼穹劍俠) 남궁무진을 모르는 마교 정보요원은 없었다.

···물론 그건 옛말이고, 지금은 다 까먹어서 서책을 보고 용봉대전에서 이름을 날리게 될 젊은 후기지수에 관해 다시 외운 덕분에 알아본 거긴 하지만.

어찌 됐든 알아봤으니 됐지 뭐.

“다 왔습니다.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숙소인 창룡전입니다.”

창룡전은 무림맹 서쪽을 전부 사용할 정도로 커다란 건물이었다.

평상시엔 무림맹에 상시 대기하고 있는 무력집단의 숙소지만, 이번 용봉대전처럼 무림맹에 많은 이들이 묵어야 할 일이 있으면 이렇게 개방하여 손님들의 숙소로 이용한단다.

“방은 한 분당 하나씩 사용하시면 됩니다. 다른 궁금한 점이나 제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침상 옆에 있는 끈을 당겨주시면 됩니다.”

그럼 전 이만, 그렇게 인사를 올린 시비는 발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무림맹 내에선 서기나 시비도 무공을 익힌다는 게 아무래도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각자 방에서 여독을 풀다가, 저녁 식사 시간에 다시 만나도록 하지. 유 소협도 괜찮으십니까?”

“네, 그럼 그리하지요. 나중에 뵙겠습니다.”

도인현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숙소로 들어서자, 확실히 본가의 내 방보단 좁지만 충분히 아늑한 공간이 나를 반겼다.

챙겨온 짐을 문 옆 빈 곳에 던져두고 침상에 몸을 뉘자, 공중에서 화순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 이제 무림맹 안에 들어오긴 했는데, 뭔가 따로 계획은 있냐? 네 목숨을 앗아간 진짜 범인을 찾기 위한 계획 말이야.]

“···글쎄.”

[생각도 안 하고 온 거야?]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무림맹에 대해서 뭘 알아야 계획을 짜던가 하지.”

내가 무림맹에 대해 아는 거라고 해봐야 딱 마교의 말단 정보요원이 아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마교의 최고 주적인 무림맹에 관한 정보를 누가 미쳤다고 나 같은 말단에게 맡기겠는가.

그 정도 정보는 오직 단장이나 그 최측근 간부들밖에 취급하지 못했다.

[그냥 구경만 하다 돌아갈 속셈은 아니지?]

“그럴 리가 있냐. 아무런 수확도 없이 돌아가는 건 이젠 질색이야.”

[그럼 어쩌려고?]

“···기다려야지.”

[누굴?]

화순의 말에 나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

말단도 취급할 수 있는 무림맹의 정보.

거기에 있던 누군가에 관한 이야기.

“그가 나를 찾아올 때까지.”

그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

같은 시각. 무림맹 내 어딘가.

“에잉, 쯧쯧쯧.”

무림맹에서도 제일 깊은 곳에 위치한 자그마한 집 한 채.

그 안에선 선풍도골의 노도사 한 명이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이것들은 어른 공경은커녕 어른 무시만 배웠어. 매일 제 놈들끼리만 떠들 거면 날 대체 왜 거기 앉혀 놓은 거야?”

점잖은 겉모습과 달리 계속해서 불평을 늘어놓던 노도사는 마지막으로 에잉, 하고 혀를 차며 자신의 앞에 놓인 찻잔을 잡았다가 이마를 찌푸렸다.

차가 다 식어 있었기 때문이다.

“···선아야! 차 다 식었다!”

침묵.

“차가 다 식었다니까!”

여전히 침묵.

“···에이이잉!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똑같아!”

자신이 불평을 늘어놓기 시작했을 때부터 선아가 저 멀리 도망쳤다는 걸 알아챈 노도사는 결국 식은 차를 입으로 가져갔다.

향은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면서 쓰고 떫기만 한 차를 인상을 쓰면서 다 마신 노도사는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내가 노년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맹주직같은 걸 수락했을꼬···차라리 그 땡중 놈처럼 천기나 읽고 후기지수들이나 놀려먹으며 살 것을···하이고, 원시천존, 원시천존···.”

그랬다. 지금 이렇게 뒷방 늙은이처럼 불평불만을 쏟아내고 있던 노도사는 바로 정파 제일의 검객이자, 무당파 검종의 종주이며, 무림맹의 맹주인 검성(劍聖) 현정(玄貞) 진인이었다.

원시천존을 계속해서 부르며 화를 가라앉히던 검성은 화가 좀 풀렸는지 조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수뇌부라는 것들이 자기끼리만 떠들고, 나는 중립이어야 한다면서 한 마디 뻥끗하지도 못하게 하고···.”

오직 마음속으로만 말을 하고, 입 밖으로는 말을 내놓지 않는다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검성은 어마어마한 수다쟁이였다.

그 때문에 회의에서도 직접 안건은 내놓지 못하고, 이미 정해진 안건에 관해서 허락과 반대만 할 수 있는 맹주 자리는 그에게 갑갑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그는 3년 전에 맹주 직을 수락했고, 최소 7년의 임기를 더 채워야 했는데.

그것을 다시 자각하자, 기껏 가라앉혔던 화가 다시 끌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 이 땡중 놈은 얘기 좀 하자니까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길 가다가 누가 고기 먹는 거 보고 탁발이라도 하러 갔나!”

다시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한 맹주의 집무실이 조용해지려면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할 듯했다.

< 무림맹(2) > 끝

ⓒ 거믄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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