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표국(3) >
짤랑, 짤랑.
내 주먹만 한 크기의 주머니를 높이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
예상치 못한 묵직함에 미소를 짓던 내 옆에서 똑같이 기분 좋은 웃음을 입가에 그리고 있던 기정이가 말했다.
“저희의 첫 수익이네요.”
“그렇지. 정확히 따지자면 표행으로 번 돈은 아니지만.”
우리가 데리고 온. 아니, ‘가져온’ 놈들은 딱히 이름 있는 산적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악행만큼은 웬만큼 유명한 산적에도 뒤지지 않았다.
산세가 험하고 길이 잘 나지 않은 산에서만 나타나는 데다가, 눈썰미도 좋아 고수는 함부로 건드리지 않아서 잡기가 크게 힘들었단다.
덕분에 예상했던 것에 두 배가 넘는 현상금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런데 나한테 산적 질을 하러 나타났다는 건 내가 겉으로 봤을 땐 고수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건가?
[그럴 만하지. 권능으로 얻은 내공은 흔적을 발견하기가 거의 힘드니까.]
확실히 나는 태양혈도 밋밋하고, 은연중에 나오는 기세도 같은 수준의 고수에 비하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 때문에 날 우습게 본 산적 놈들은 겁 없이 내 앞에 나타났고, 덕분에 나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주위에 있던 산적 놈들을 모조리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잡혀 들어간 산적들은 어떻게 될까요?”
“죄질이 큰 놈들은 물어보나 마나 사형일 테고, 죄질이 약한 놈들도 옥에서 몇 년은 살아야 할 거다. 뭐, 사법 거래로 재물을 숨긴 위치를 알려 주면 살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지금 내가 넘긴 놈들에겐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애초에 쓸 돈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무리하게 일을 할 필요도 없었을 테니까.
“근데 그건 왜? 혹시 놈들이 불쌍해서?”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스승님···아니, 총관님이 그런 놈들은 싹 다 죽어야 할 쓰레기들이라고 하셨는걸요.”
[너희 총관은 대체 애한테 뭐라고 가르친 거야.]
몰라. 나한테 묻지 마.
그러고 보니 총관님도 젊은 시절엔 한창 날렸던 때가 있었나, 없었나···.
음. 이건 그냥 기억 깊은 곳에 다시 묻어놓자. 꺼내봤자 좋은 일은 없겠다.
꼬르륵.
과거의 기억을 천천히 지워나가고 있던 도중, 기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그 소리의 근원이 얼굴을 붉게 물들인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이구, 녀석도 참. 배고프면 배고프다고 말을 해야지.
“슬슬 저녁 시간도 됐으니, 근처 객잔에서 밥이나 먹자꾸나.”
“네···.”
기정이는 꼬르륵 소리를 낸 것이 어지간히 부끄러운 듯, 개미 발소리만 한 소리로 조심스레 대답했다.
이미 도시를 가로지르면서 눈여겨 봐둔 객잔은 여럿 있었다.
그중 지금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관아에 가까워서 장사가 잘돼서인진 몰라도, 지금껏 봤던 어떤 객잔보다도 커다란 크기를 자랑했다.
4층짜리 객잔에, 옆에 붙어있는 커다란 마구간. 그리고 뒤쪽에 있는 창고까지.
“객잔 규모는 일단 합격이군.”
수레를 멈추고 객잔의 크기를 확인하고 있던 그때, 입구 쪽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소년 하나가 나를 향해 다가왔다.
“아이고, 손님. 어서 오십시오. 식사이십니까, 아니면 숙박이십니까?”
“둘 다 부탁하지. 이 짐이랑 말도 좀 맡겨놓고 싶은데, 괜찮겠나?”
“물론입죠! 주인 어르신! 손님 오셨습니다!”
바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소년이 안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자, 쿵쿵! 하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몸을 가진 중년인이 그 안에서 나타났다.
우리의 얼굴을 확인한 주인장은 눈을 크게 뜨더니, 바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누구신가 했더니, 방금 저희 도시에 오신 협객님들이시군요! 어서 오십시오. 잘 찾아오셨습니다!”
“식사와 숙박. 그리고 이것들을 보관하고 싶은데, 여기서 모두 처리해줄 수 있겠습니까?”
“암요! 물론이죠! 지금 당장 해드리겠습니다! 규명아! 민주야! 손님 짐 들어드려라!”
주인장이 부르기가 무섭게 안에서 튀어나온 두 명의 사내는 솜씨 좋게 수레와 말을 분리하더니, 하나는 마구간으로, 다른 하나는 창고 쪽으로 가져갔고, 우리는 주인장을 따라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식사는 어디서 하시겠습니까? 1층, 2층은 식당이고, 3층, 4층은 숙소입니다. 원하시는 곳에 식사를 준비토록 하겠습니다.”
“1층에서 하도록 하지요.”
“예입, 알겠습니다. 식사는 무얼로···?”
“여기서 제일 유명한 걸, 대충 이 돈에 맞춰서 주시오.”
짤그랑.
그리 말하며 주인장의 손 위로 세 냥의 은자를 올렸다.
그러자 바로 만개한 미소를 지으며, 아까보다도 더욱 깊이 고개를 숙이는 주인장.
“아이고, 협객님이시라 그런지 통도 크시군요. 지금 당장 저희 가게의 명물, 진흙 오리구이를 올리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 주인장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주방장을 향해 무어라 막 말하기 시작했다.
먼 거리라 잘 들리진 않았지만, 아마 큰 손님이니 잘 해드려라, 이런 이야기겠지.
“도련님. 그런데 괜찮으신가요? 아무리 현상금을 받았다지만, 식사 한 끼에 그리 큰돈을···.”
곧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입맛을 다시고 있던 기정이가 내게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확실히, 한 끼에 세 냥은 적은 돈은 아니다.
쌀 한 가마니가 한 냥이니, 이 밥 한 끼에 쌀 세 가마니를 먹는 것과 다를 바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리 걱정하는 기정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표행 나오고 첫 식사는 두둑이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
“으음···말씀은 이해하지만···그래도.”
“그리고.”
나는 조금 전 기정이에게 보여주던 미소를 지우고, 주인장이 들어간 주방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이건 그냥 먹는 게 아니라, 투자란다.”
“투자요?”
“그래. 앞으로 있을 일을 위한 투자 말이야.”
영문을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기정이에게 웃음을 지어준 뒤, 방금 나온 따뜻한 차를 잔에 따라 한 모금 들이켰다.
곧 있을, 나만의 싸움을 준비하면서.
*****
주인장의 호언장담대로, 음식 맛은 무척 뛰어났다.
특히 진흙 오리구이는 오리구이 좀 먹어봤다는 자부심을 간단히 부숴버릴 만큼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어치운 뒤, 냉차로 입가심을 하고 있던 우리에게 주인장이 다가왔다.
“어찌, 식사는 마음에 드셨습니까?”
“아주 만족했습니다. 주방장께 무척 맛있었다고 꼭 좀 전해주십시오.”
“하하! 협객님들의 말씀을 들으면, 주방장도 무척 기뻐할 겁니다. 그런데 오늘 방은 어떻게···?”
“방은 각자 하나씩. 이왕이면 방마다 욕탕이 있는 방이 좋겠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주인장, 잠깐.”
바로 우리의 방을 마련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주인장을 막아섰다.
내 말에 갑자기 왜? 하는 눈치로 나를 바라보던 주인장은 그러면서도 바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왜 그러십니까?”
“아까부터 우릴 협객이라 불러주는 건 고마운데, 사실 우리는 협객 같은 게 아니오.”
스윽.
나는 탁자 위에 있던 잔들을 옆으로 치우고선, 주인장과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현정표국의 표행이지.”
표국이라는 말에 주인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일변했다.
조금 전 그 서글서글한 눈빛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거기에 남은 건 딱 하나.
장사꾼을 상대하는 또 다른 장사꾼만이 뿜어낼 수 있는 날카로운 안광뿐.
마치 무림인이 비무 전 상대를 파악하듯, 위아래로 나를 훑어본던 주인장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현정표국···들어본 적은 없는 표국이오만?”
“그렇겠지요. 생긴 지 이제야 보름 된 표국이니 말이오.”
“그 말인 즉, 이 표행이 첫 표행이란 말이군요.”
“그렇지요. 준비를 이것저것 많이 해놓긴 하지만,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더구려.”
“장사라는 것이 그렇지요. 사람을 대한다는 것으로 돈을 번다는 건 그런 것이지요. 그런데···.”
주인장의 안광이 마치 날카로운 창처럼 나를 향했다.
“그 말을 꺼낸 저의를 알고 싶은데···.”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오. 이곳의 음식도, 숙소도, 그 외 창고나 마구간도 마음에 들었을 뿐이니까.”
그리 말하며 나는 아까 받았던 현상금 주머니를 뒤집었다.
쫘르륵.
입구가 열린 주머니에서 마치 폭포처럼 쏟아진 은자들.
오십 냥의 은자가 탁자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우리 두 사람 다 거기에는 눈초리도 주지 않았다.
눈에 들어온 건 오직 서로의 눈뿐.
여기서 돈에 시선을 보냈다간 밀려버린다.
그나 나나, 그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계약금 50냥이오. ···3할이면 어떻소?”
“허허, 3할이라.”
입으로는 웃지만, 눈으로는 전혀 아니다.
“너무 과한 요청을 하시는구려. 1할 5푼. 이게 제 제안이오.”
“2할 5푼.”
“2할.”
“2할 5푼. 거기에.”
아까 은자를 꺼냈던, 옆구리에 메어놨던 주머니를 꺼내 다시 뒤집었다.
다시 한번 탁자를 가득 메우는 은자들. 아까와 똑같이 50냥이었다.
“계약금을 배로 늘리지.”
“으음···.”
생각보다 많은 금액에 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한 번 흔들리면 더는 바로 자리를 잡을 수 없다. 이걸로 나한테 많이 유리해졌다.
이제 여기서 확실한 한 방.
“이번 현정표국에서 가져가는 물건은 유가장의 물건이오.”
“헉! 유가장이라면···섬서성의 유가장을 말씀하는 것이오?”
유가장의 이름이 나오자 화들짝 놀라는 주인장.
“그렇소. 원래 남들에게 맡기지 않는 물건을 우리에게 맡겼다···이게 무슨 뜻인지는 주인장이 더 잘 아실 거라고 믿소.”
“으음···거짓은 아니겠지요?”
“섬서에서 누가 간 크게 유가장의 이름을 팔아먹겠소. 조금만 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을.”
“···좋소. 그럼 믿지.”
슥.
그가 그리 말하며 내게로 손을 뻗자, 나도 그 손을 마주 잡아 흔들었다.
“계약은 3년. 그 이후에는 상황에 따라 연장을 할지, 아니면 계약을 끊을지 얘기를 하도록 하지요. 동의합니까?”
“좋지요.”
“그럼 계약서는 준비가 끝나면 바로 위로 올려보내겠소. 공증인은···유가장의 화물을 가져 왔다고 하니, 유가상단의 지부에 맡기면 어떻겠소?”
“그리하시오.”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우리 둘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나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주인장은 근처에 있던 점소이에게 가게를 맡기더니 바로 밖으로 나갔다.
“저···도련님.”
“응? 왜?”
“조금 전 그 대화 어떤 겁니까? 돈이 오가는 걸 봐선 뭔가 장사에 관해선 이야기한 것 같긴 한데, 저는 대체 뭐가 뭔지 잘···.”
“아, 방금 그것 말이냐? 딱히 대단한 건 아니다. 우리가 다음에 표행을 올 때, 이곳에서만 식사와 숙박을 할 테니, 그 대신 적당히 할인해달라는 거지.”
보통 객잔의 주 수입원도 이런 것이다.
관광객이 많은 형주나 안 그래도 사람이 미어터지는 북경에선 조금 경우가 다르지만, 대부분의 객잔은 이렇게 표행을 나온 표국을 상대로 주로 장사를 한다.
종종 찾아오는 여행객이나, 외식하러 오는 일반 백성들에게도 어느 정도 수입이 나오긴 하지만, 표행을 나온 표사나 쟁자수와 비교하면 먹는 양도, 한 번에 숙박하는 사람의 수도 전혀 다르다.
그래서 표국에선 도시마다 한 객잔에서만 식사하는 대신, 거기서 할인을 받거나 다른 편의를 받는 경우가 있었다.
물론 그것도 객잔 주인이 ‘이 표국이라면 이렇게 줘도 우리한테 이득이다’라는 믿음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계약이지만.
“아···그렇다면 저희는 여기 객잔에 올 때마다 2할 5푼을 할인받는 거군요?”
“그렇지. 대신 이 도시에 들릴 땐 여기에서만 식사와 숙박을 해야겠지만. 그래도 이만한 크기라면 잘 장소가 없어서 노숙할 걱정은 없겠지.”
“와아···대단하세요. 도련님은 어찌 이걸 다 아시나요?”
“군에 있다 보면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거기서 또 이런저런 정보도 얻는 법이지.”
“아, 그렇군요.”
물론 거짓말이다.
내 말만 믿고 감탄하는 기정이한텐 미안하지만,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애초에 그렇게 표국을 운영하는 사람이, 목숨 대신 돈을 준다는 북방 국경지대로 찾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이것도 전부 회귀 전, 마교의 정보요원으로 지낼 때 얻은 정보였다.
우리 마교 정보부에선 아주 오래전, 내가 오기 전부터 무림맹의 자금줄을 찾는 시도를 계속 해왔다.
물론 그 이면에는 끔찍한 사실이 존재했지만, 그땐 그걸 아무도 몰랐지.
어쨌든, 우리는 그런 자금줄엔 표국또한 포함되어 있으리란 생각에 중원에 있는 여러 표국을 염탐했고, 거기서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표국이나 녹림. 그리고 객잔에선 남에게 절대 알려주지 않는 중요한 정보지만, 그 정보를 찾는 곳이 마교인 이상 숨겨봤자 한계가 있는 법.
내가 지금 얻은 이 정보들 역시 그런 정보 중 하나였다.
덕분에 나는 표국의 순리나 녹림과의 계약금. 그리고 객잔의 할인율같이 신입 표국주들은 절대 알 수 없는 귀중한 정보를 알 수 있었다.
···과연 이 정보가 마교에서도 최하급으로 다루고 있는 정보라는 걸 알면 이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럼 이만 자려무나. 내일도 아침 일찍부터 움직여야 하니, 푹 쉬어둬야지.”
“네, 도련님! 알겠습니다!”
오늘 하루 동안의 강행군에도 힘든 기색 없이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기정이.
기특한 녀석의 등을 두드려 준 뒤, 나도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밤에도 나는 여전히 할 일이 있었으니까.
*****
야심한 밤.
모두가 잠든 시간에도 위남의 어느 중소 문파의 장문인 실에선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오? 신창양가가 습격당했다는 것 말이오.”
방에 있던 둘 중 좀 더 나이 들어 보이는 남자가 앞에 있는 청년에게 물었다.
“그래. 흉수가 누군지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신창양가가 무너졌다는 건 확실하다더군.”
중년의 사내에게 반말로 대답하는 젊은 청년.
만약 두 사람을 아는 사람이 봤다면, 지금 이 광경을 무척 기이하게 보고 있었을 것이다.
대외적으로 두 사람은 이 문파의 대사형과 장문인이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 간의 대화를 들어보면 상하 관계가 완전히 뒤집힌 듯 오히려 젊은 청년이 더 높은 지위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그럼 우리도 위험한 것 아니오? 작전을 취소하고 그냥 돌아가는 편이···.”
“멍청한 소리!”
신창양가가 무너졌다는 소식에 벌벌 떨던 중년 사내에게 청년이 큰 소리로 말했다.
“위에서 아무런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는데, 우리끼리만 도망치겠다고? 그게 가능할 것 같나?”
“하, 하지만···.”
“상황이 정말로 심각해지면 그땐 명령이 내려올 거야. 그럼 그때 모조리 태워버리고 도망치면 돼.”
“태워버리라니···그러면 여기 사는 사람들은 어찌하오?”
“그들도 우리가 한 짓의 증거 중 하나일 뿐이야.”
싹.
입을 연 청년의 주위로 서늘한 살기가 은밀히 퍼져나갔다.
“모조리 없애고 가는 게 맞겠지.”
“그럼 본좌가 너희를 없애는 것도 상관없겠군.”
휙! 휙!
갑자기 창문에서 들리는 소리에 두 사람의 고개가 그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검은 복면을 뒤집어쓴 정체불명의 괴인이 있었다.
언제 들어온 것일까. 두 사람의 뇌리를 스친 생각은 같았지만, 그 행동은 달랐다.
중년인은 자신보다 무공 수위가 높음에도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청년에게 책망의 눈빛을.
그리고 청년은.
‘대체 언제 어떻게 나타난 거지?’
자신의 이목을 속이고 나타난 눈앞의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이야 어떻든, 괴인은 그저 자신이 할 말만 할 뿐이었다.
“사람을 없앨 각오를 했다면, 자기도 없어질 각오를 했어야지.”
“네, 네놈은 누구냐!”
먼저 반응한 건, 재밌게도 이 중 가장 무공 수위가 떨어지는 중년인이었다.
갑작스러운 중년인의 태도에 청년의 행동이 늦은 사이, 복면의 괴인이 입을 열었다.
“본좌는 의와 협을 버린 정파에 단죄를 내리러 온 자이니.”
그 순간 두 사람은 느꼈다.
저 복면 아래에서, 분명히 그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그대들은 나를 위선타파라 불러라.”
복면의 괴인. 위선타파.
신창양가를 무너뜨린 그가 다시 이곳에 나타난 것이다.
< 현정표국(3) > 끝
ⓒ 거믄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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