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정표국(2) >
수레는 내 예상대로 빠르게 관도를 내달렸다.
힘 하나는 넘치는 녀석답게, 커다란 짐을 뒤에 매달고 달려도 원래 속도와 조금의 차이도 없었다.
“와아···.”
내 옆에 앉아있는 기정이는 사방을 둘러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태어나서부터 섬서성. 아니, 유가장 주변을 벗어난 적 없던 기정이에겐 모든 게 신기한 모양이다.
[그런데 진짜 먼 곳까지 너희 가문의 영향력이 뻗쳐있네.]
아빠 웃음을 지으며 기정이를 바라보고 있던 내게 화순이 말을 걸었다.
[먼 곳이라고 해봐야 호남성이나 안휘성일 줄 알았는데, 설마 복건성으로 보내줄 줄이야.]
그러게. 떠나기 전 2개월 동안 가문의 규모를 좀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했어.
가문의 상단이 큰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복건성에까지 그 손길이 뻗어져 있었을 줄이야.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우리 가문의 힘에 입만 쩍 벌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기정이를 놔두고 복건성에 다녀올 필요는 없어졌잖아?]
그래, 다행이지.
본래 계획은 그러했지만, 이렇게 되면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두 시진쯤 달렸을까.
기정이가 주위의 광경을 슬슬 질려 할 때쯤, 수레는 산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공중에서 우리가 오르고 있던 산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화순이 나를 향해 말했다.
[어이, 이거···.]
그래, 이미 알고 있어.
화순이 말을 하기 전부터 이미 깨닫고 있었다.
절대 나라에서 만든 것처럼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사람의 손길이 닿았고, 꾸준히 관리까지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는 그런 산길.
이걸로 도출할 수 있는 대답은.
“멈춰라!”
역시나.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삐를 당기자, 말은 순식간에 가던 길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 개의 인영.
좌우에 붙은 놈들은 잘해봐야 이류에 지나지 않지만, 가운데에 있는 놈은···일류는 거뜬하겠군.
내가 놈의 강함을 분석하는 사이, 가운데에 있던 사내가 큰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위대한 녹림 36채 중 하나, 순옥채의 호걸님이시다! 네놈들은 누구냐!”
역시 녹림이었나.
입을 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정체를 파악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기정이는 그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내 팔을 꽉 잡았다.
“도, 도련님!”
“괜찮다, 걱정하지 마라.”
기정이의 등을 쓰다듬으며 기를 불어넣자, 떨리던 호흡이 점차 안정되기 시작했다.
진짜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내공이 참 만능이야. 그치?
[그렇게 마음 편하게 말하고 있을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응? 아, 저 녀석들의 말에 대답을 안 했구나.
“녹림의 호걸이 어찌 친히 우리의 앞에 나오셨소?”
“여기 순옥산은 우리의 영역! 거기에 누군가 지나가니 우리가 나와보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대답해라! 너희는 누구냐!”
다행히 인내심이 없던 놈들은 아니었는지, 늦은 내 대답에도 크게 불쾌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우리 같은 사람들을 많이 만나본, 이른바 숙련자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이렇게 말이 통하는 상대라면 계획대로 움직여도 되겠네.
기정이에게 여기 가만히 앉아있으라 말한 뒤, 수레에서 벗어나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이번에 새로 창업하게 된 현정표국의 첫 표행이오.”
“첫 표행이라? 첫 표행 치곤 뒤의 짐이 무척 두둑해 보이는구나. 내 너희 동업자 놈들을 여럿 보았지만, 보통 첫 표행이라 함은 짐 꾸러미 두어개가 전부였는데 말이야.”
확실히 첫 표행부터 이렇게 수레까지 써서 짐을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가 신용도 안가는 신생 표국에 많은 짐을 맡기고, 먼 거리를 가는 일을 맡기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런 신생 표국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연이 닿아 운 좋게 유가장의 의뢰를 받아 그러한 것이오. 첫 표행이란 말은 거짓이 아니니 믿어주시오!”
내가 유가장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세 사람 다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유가장이라면 첫 표행에 그만한 짐을 끌고 가는 것도 이해는 가는군. 허나 그렇다 해서 순순히 여길 지나갈 수 있는 건 아니지.”
입으론 그리 말했지만, 놈의 눈은 뒤의 수레가 아닌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놈들이 바라는 게 짐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사람을 다 죽이고, 짐을 억지로 훔쳐 가는 건 산적들에게도 그리 큰 이득이 아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한 번의 수익이야 크겠지만, 그 뒤에 그들을 찾아오는 건 관과 정파의 토벌대다.
물론 시국이 혼란스러우면 그런 짓을 벌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시국은 안정 그 자체.
아니, 오히려 곧 황제의 자리에 오를 일황자의 눈에 띄기 위해 없던 공도 만드는 세상이다.
그런 상황에서 토벌을 나갈 수 있는 빌미를 준다? 채주가 미친놈이 아닌 이상 그런 짓을 하진 않을 터.
즉, 이들이 지금 내게 바라는 건 딱 하나.
“통행료를 바라는 것이오?”
“장사에 대해서 조금은 배우고 온 모양이군.”
내 말에 놈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 표행이라니 싸게 받지. 딱 닷 냥만 넘기면 바로 길을···.”
“기본 두 냥. 거기에 마차나 수레가 하나 추가할 때마다 한 냥.”
그의 말을 자르고 내가 말을 꺼내자, 그는 물론이거니와 좌우에 있던 두 사람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내가 중간에 말을 끊은 것에 화를 냈다? 아니, 그것과는 다르다.
“네놈, 어떻게 그걸···?”
“장사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왔지요.”
지금 놈들이 얼굴을 굳힌 건, 밖에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내가 말했기 때문이다.
“···그건 1년 이상 거래한 표국에게나 꺼내는 제안이다. 이제 표국을 시작한 애송이에게 꺼낼 제안이 아니야.”
세간의 인식과 달리, 표국과 산적은 서로 적대관계만은 아니다.
산적이 없다면 굳이 비싼 돈을 들여 표국을 쓸 필요도 없고, 표국이 없다면 지나가는 물류가 줄어들어 산적도 먹고살기가 힘들어진다.
어쩔 수 없이 서로가 필요한 이 두 집단 간의 합의점이 바로 이 통행료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통행료는 모두가 평등하지 않다.
표국의 규모부터 거래의 수. 그리고 지나가는 횟수까지.
이 모든 걸 종합하여 정하는 것이 바로 이 통행료라는 놈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제안한 통행료는 그중에서도 제일 낮은 축에 속하는 통행료였다.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리 생각하는 건 어떻소?”
“어떻게?”
“우리 현정표국의 첫 표행이 유가장의 의뢰인 걸 봐서 알겠지만 인맥은 어떤 표국에도 뒤지지 않지. 그리고 표행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다른 무엇보다도···.”
“···인맥이지.”
역시 오랫동안 산적 질을 한 인간이라 그런지, 제일 중요한 게 뭔지 알고 있구만.
“그렇다면 우리가 얼마나 이 길을 자주 사용할지도 알고 있겠구려?”
“으음···.”
“물론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닷 냥만 받고 우리를 보내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다음에도 이 길을 또 사용할까?”
어차피 섬서성에서 호북성으로 가는 길은 많다.
이 곳이 가장 빠른 길이라 사용한 것일 뿐, 그 외에 좋은 점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내가 다른 길로 가기로 마음 먹는다면, 이들은 딱 한 번 닷냥의 돈만 벌어들이고 끝날 뿐이다.
“하지만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약속하지. 우리 현정표국은 오직 이 길만을 사용하기로 말이야.”
“·········.”
내 제안에 깊은 침묵에 빠졌던 사내는 잠시 후.
“···그렇게 하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좋아. 서로에게 좋은 제안을 받아줘서 고맙군.”
“하지만 약속은 잊지 말게. 쭉 이 길을 사용하겠다는 약속을 말이야.”
“물론이지. 하지만 그건 너희도 마찬가지야. 만약 너희의 변덕으로 이 계약을 어기면.”
빠드득.
엄지와 검지. 두 손가락 사이에 끼여있던 돌이 내가 힘을 주자 순식간에 모래로 변했다.
“이 꼴이 날 꺼야.”
그러자 딱딱하게 굳어버린 세 사람의 얼굴.
저들도 물론 이 정도 돌은 부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양손으로 힘을 주거나, 쥔 채로 온 힘을 다해 주먹을 쥐어야 한다.
이렇게 두 손가락만으로 가볍게 돌을 부술 수 있다는 건.
“최, 최소 절정의 고수···.”
“알겠지?”
“아, 알겠소. 명심하지.”
이야, 바로 반 존대로 말을 올려버리네.
[처음부터 네 무력을 보여줬으면 더 좋은 조건으로 진행할 수 있었던 것 아냐?]
내가 놈들을 설득···혹은 협박하는 모습을 본 화순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평생 모든 표행을 다 따라다닐 순 없잖아. 그랬다가 놈들이 회까닥 돌아서 짐을 다 훔치고 도망쳤다간 그게 더 큰 손해야.
[으음,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
내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화순을 뒤로한 채 나는 세 사람에게 다가갔다.
놈들에게 두 냥을 쥐여 주고선 다시 수레로 돌아오자, 기정이가 두 눈을 빛내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도련님! 저 무서운 산적들한테 그렇게 당당하게 거래를 하시다니···대단해요!”
“군에 있다 보니 간이 커졌나 봐. 저 정도는 별로 무섭지도 않더라고.”
애초에 나보다 약한 인간들에게 겁을 먹을 리가 없었지만.
우리를 막고 있던 산적이 사라지고, 다시 텅 빈 산길을 타고 움직였다.
녹림에 속해있다는 말이 거짓은 아닌 듯, 산 몇 개를 지나갈 때까지 우리의 앞길을 막는 산적은 없었다.
그래, 딱 몇 개만 말이야.
“멈춰라!”
제대로 개발도 되지 않은 산길을 타고 오르던 우리 앞에 갑자기 세 명의 산적이 나타났다.
관리도 하지 않아 녹이 슨 칼과 잔뜩 해진 옷. 그리고 한 줌이나 겨우 느낄 수 있을 만한 덜떨어진 내공까지.
아까 봤던 녹림의 산적들이 절세의 고수로 보일 만큼 허술하기 그지없었다.
“기정아.”
“네, 도련님.”
“잠시 눈 좀 감고 있어라.”
이젠 떨지도 않는 기정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곧 네 정신 건강에 영 좋지 않을 광경이 앞에 펼쳐질 테니 말이다.”
“어이! 네놈들! 지금 우리 대장의 말이···엌!”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날아가 버리는 잡졸 1.
그 이유야 당연히, 조금 전 놈이 있던 위치에 있는 내 손이었다.
“···응?”
“···뭐야?”
내가 다가오는 것조차 보지 못한 놈들이 갑자기 뒤로 날아간 잡졸을 보는 사이, 나는 뒤쪽에 있는 기정이한테 다시 한번 외쳤다.
“지금 눈 감고 있냐?”
“네, 네!”
[거짓말이네.]
바로 확답을 내리는 화순.
뭐, 저렇게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모르는 게 더 바보겠지만.
“이, 이놈!”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나를 향해 녹슨 검을 휘두르는 멍청이를 향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거기엔 불파도, 천마금나수도 없었지만, 대신 돌처럼 단단한 팔과 2갑자의 내공이 있었다.
쾅!
“끄아아악!!!”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비명을 내지르며 뒤로 날아가는 잡졸 2.
십여 장을 날아가다 나무에 부딪힌 놈은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이, 일만아! 이복아!”
···진짜 이름에 일이랑 이가 들어가 있었어?
순서를 바꿔서 때렸으면 어색할 뻔 했어.
“이 새끼가! 감히 내 동생을!”
쿠와악!
잡졸 대장은 크게 흥분하며 자신이 들고 있던 커다란 도끼를 휘둘렀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간담이 서늘해져 버릴 바람 가르는 소리가 도끼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그래, 보통 사람이라면 말이지.
하지만 나는 전혀 겁먹지 않고 놈을 향해 주먹을 뻗었고.
퍽.
“꺽!”
가만히 뻗어져 있던 주먹에 달려와 머리를 박은 잡졸 대장은 내가 뭘 하기도 전에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뭐야, 이놈? 왜 자기가 와서 박아줘?
[네가 도망칠 줄 알고 그냥 막 달려온 것 같은데?]
···진짜 산적 질이라곤 싸워 본 적 없는 일반 상인한테 밖에 안 해본 놈이냐?
내가 오기 전까지 퇴치당하지 않은 게 기적 같은 일당들이다.
물론 그 기적도, 내가 와버리면서 끝났지만.
“기정아! 끈!”
“네! 지금 바로 가져갈게요!”
뒤에서 가만히 구경하고 있던 기정이에게 큰 목소리로 외치자,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함께 기정이가 내게로 달려왔다.
전보다 더욱 부담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는 기정이를 살짝 외면하며, 받은 끈으로 기절한 놈들의 몸을 칭칭 묶었다.
표행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놈들이 바로 이런 얼치기 산적이었다.
녹림이야 산채에 자기 산의 이름을 붙일 만큼 산에 애착이 깊어 한 번 정착하면 떠나지 않지만, 이런 놈들은 달랐다.
한탕 크게 해 먹으면 며칠. 길게는 몇 달간 잠잠하다가, 다시 다른 산으로 올라가 산적 질을 한다.
동네 양아치들 삥뜯는 짓에서 조금 발전한 수준밖에 안 되는 놈들이란 소리다.
대신 우리에게도 좋은 점은 있다.
“기정아, 이놈들 수레 위에 잘 묶어둬라.”
“네! 도련님!”
일부러 짐보다 더 큰 수레를 구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차피 2개월은 걸릴 긴 여정이고, 그 대부분 산을 타고 다녀야 할 터이니, 이런 산적들을 만나는 건 당연지사.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어차피 만날 수밖에 없는 놈들이라면, 차라리 놈들을 우리에게 이득으로 바꿔보자고.
“이놈들을 관아에 넘기면 현상금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그래, 놈들 수준을 봐서 그리 두둑하진 않겠지만, 우리가 여행하면서 먹을 밥값 정도는 될 거다.”
그나마 관도 티라도 내는 산길을 뚫는 녹림의 산적과 달리, 이놈들은 그냥 자연적으로 생긴 산길에서 산적 질을 했다.
애초에 한탕 하고 떠날 것만 생각하니, 귀찮게 산길을 뚫지도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때문인지, 아니면 이렇게 작은 규모의 산적은 토벌하기도 귀찮다고 생각한 것인지 몰라도 관에서 이들을 직접 퇴치하는 일은 드물었다.
대신 어느 정의로운 정파의 고수나, 돈 좀 모자란 사파 고수들이 놈들을 좀 잡아 주시길 바라며 현상금을 달아놓곤 했다.
이놈들이 그 정도일진 모르겠지만, 적게나마 내공도 있는 걸 봐선 그래도 어느 정돈 현상금이 붙어 있겠지.
뭐, 사실 현상금이 붙어있지 않아도 상관없다.
지금 내게 중요한 건 돈이 아니었으니까.
“다 실었냐?”
“네, 도련님!”
“좋아. 그럼 다시 출발하자.”
기정이의 힘찬 대답과 동시에 수레가 다시 움직였다.
첫 번째 목적지인 위남(渭南)까지 이젠 얼마 남지 않았다.
*****
웅성웅성.
우리 수레가 도시 안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많은 짐을 실어 넣은 수레를 처음 본다, 는 건 당연히 아니다.
위남은 이름난 문파는 없을지언정 큰 도시다.
수레 하나에 가득 실린 짐 쯤이야 매일 수십, 수백 개는 오간다.
그들이 놀란 이유는 딱 하나.
“저, 저기 실린 것 사람 아닌가?”
여행하면서 늘어난 또 다른 짐 덩어리들 때문이었다.
첫 번째 습격 이후, 우리는 세 번의 습격을 추가로 받았다.
물론 그중에 제대로 된 산적은 하나도 없었다.
모조리 어중이떠중이.
제대로 된 계약은 할 생각도 없이, 그저 뒤에 실린 짐만 보고 침만 흘리는 놈들뿐이었다.
물론 그렇게 덤벼온 놈들은 전부 또 다른 짐으로 만들어줬지만.
“그런데 저놈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뭐? 저것들을 대체 어디서···엇?! 저놈! 저거 저번에 우리 봇짐 훔쳐 간 산적 놈 아닌가?”
“맞네, 맞아! 옆에 같이 묶인 놈들까지 똑같네!”
“그럼 설마 저기 있는 열 놈이 전부 산적인가?”
“그, 그런 것 같은데?”
점점 사람이 모이다 보니, 놈들을 알아보는 사람도 하나, 둘 늘어갔다.
그중에는 구경만 하는 걸 넘어서 직접 손가락질하며 욕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놈! 이놈이 내 짐을 훔친 놈이오!”
“목숨만은 살려준다고? 네놈 때문에 팔 물건이 없어서 굶어 죽을 뻔했다!”
물론 기절한 산적 놈들은 그들의 말을 전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적당히 시선을 끌었나.
[응. 이만하면 일주일은 도시가 네 얘기로 시끄럽겠는데?]
위에서 얼마나 사람이 모인지 파악하고 온 화순이 내게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충분하다. 바로 고삐를 틀어, 원래 목적지로 방향을 바꿨다.
도시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건물에 도착한 나는 바로 그곳의 문을 두드렸다.
쿵쿵쿵!
“에이, 누구야 이제 곧 저녁 시간인데···헉!”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 사내는 잔뜩 몰려온 인파에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다.
“이, 이건 또 뭐요!”
아, 인파가 아니라 눈앞의 탑에 놀란 거구나.
“딱히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탑이오, 탑.”
“타, 탑이라고?”
“그렇소.”
툭툭. 4층 탑 제일 위에 있는, 가장 크고 뚱뚱한 산적 놈의 등을 두드리며 대답했다.
“이 근처 산에서 서식하던 산적 놈들의 탑이지.”
이 열 놈의 현상금은 얼마나 되려나.
앞으로 돈 쓸 일을 생각하면, 좀 많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 현정표국(2) > 끝
ⓒ 거믄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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