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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99화 (199/210)

< -- 199 회: 모피 전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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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세이를 비롯한 영국의 무역상들이 모두 도망친 항구에는 속속 조선 해군이 상륙을 했다. 그들은 신속히 일대를 수색했다. 그러나 코 큰 놈들은 한 명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단지 이들 밑에서 짐이나 나르던 현지 인디오들만 얼마간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부두에 세워진 창고에서는 다량의 사슴 가죽도 발견되었다. 이를 보고 받는 이억기에게 한 명의 인디오도 함께 끌려와 있었다. 현지에 살던 조선인과의 교류로 어느 정도 조선말을 할 줄 아는 인디오였다.

이 자로부터 이억기는 양코배기들의 횡포를 낱낱이 들을 수 있었고, 조선인과의 싸움 과정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억기는 곧 휘하 장병 1천 명을 풀어 도망간 자들을 잡아들이도록 하고, 항구를 관리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승선하여 제 병사들과 함께 북으로 항진을 시작했다. 이번 작전으로 인해 이 땅에 양이의 세력을 완전히 몰아내기로 작정한 이억기는 해안을 따라 북으로, 북으로 항진하며, 양이들의 국기를 단 선박은 불문곡직 전부 수장시키며 항진을 거듭했다.

이에 따라 현 미국 동부에 떠 있던 크고 작은 영국, 프랑스 무역선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은 물론 게중에는 네덜란드 선박도 있었다. 현 네덜란드는 그들을 지배하고 있던 에스파냐 왕국에게 독립을 선언하고 투쟁을 벌인 결과 실질적으로 독립을 이룬 상태였다.

따라서 이들은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주로 중계무역으로 날로 번성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 그들인지라 이곳까지 진출해 모피 무역업에 뛰어든 일부가 지금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억기 함대는 북진을 거듭하여 마침내는 뉴욕, 보스턴까지 진출했다. 이곳에서도 항진을 멈추지 않은 이들은 현 미국 동부의 끝자락으로, 캐나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메인 주(Maine州)까지 이르게 되었다.

대서양으로 쭉 뻗어 있는 이 해안지역 역시 초기 유럽 정착 자들이 정착한 곳 중의 하나였다. 이 메인 주 중부와 남부의 작은 항구에는 많은 영국인들이 정착해 마을을 이루며 살았다.

이들에게 있어서 모피교역도 중요했지만 이들이 정착해 살아가는데 있어서, 메인 주 해안 지역의 어장은 아주 중요했다. 대륙 순상지의 외곽 끝부분에 있는 이 어장은 수심이 30~60m로 물고기가 아주 풍부했다.

이곳은 수심이 얕기 때문에 햇살이 물 속 깊은 곳까지 닿을 수 있어서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이 많은 편이었다. 따라서 이곳에는 대구와 해덕(대구와 비슷하나 그보다 작은 바다 고기), 왕새우, 청어, 가라비 등 찬물에서 자라는 냉수어들은 물론 어패류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초기 정착자들은 소금에 절인 대구를 다량 수출하기도 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주요 자원은 나무였다. 스트로브 잣나무는 이 지방 숲에서 자라는 우수한 품종으로, 이 거대한 나무는 60미터 이상 곧게 자라는 특성이 있었다. 목재는 가볍지만 단단하고, 또 쉽게 자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이 나무를 이용하여 곧 잘 배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팔기도 했다. 또 이들의 세 번째 생활 수단으로는 농사를 직접 짓는 일이었다. 주로 자신들이 먹을 것 위주로, 주요작물은 감자와 귀리였다. 일부 옥수수와 완두콩, 호박, 사과, 블루베리 등을 재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초기 정착자들은 다른 곳과는 달리 내륙 깊숙이 진출하지는 못했다. 이 지역 원주민들이 다른 지역과는 달리 호전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알곤킨 어족의 아베나키 족과 에체민 족들이 그들이었다. 또 이로쿼이어족 또한 그 종족 중의 하나였다.

이런 종족과 자연 환경 속에 조선인들이 한 무리 두 무리 끼어들기 시작했다. 주로 이들은 영국인과 인디언 사이의 완충지대에 자리를 잡고 터전을 일구기 시작했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제법 큰 세력으로까지 성장한 요즈음의 실태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억기 함대의 ‘묻지 마’ 포격은 양진영을 적으로 만들고 말았다. 영국인들이 이들의 정착을 방관한 이유는 이들 조선인들이 인디언을 막아주는 방패역할을 했기 때문인데, 이제 그들 함정으로부터 자신들의 재산이 피해를 입으니, 이들마저 조선인들을 적으로 돌려버리고 만 것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전혀 모른 채 이억기 함대는 이 지역을 떠나 동부지역 최초의 대규모 조선인 피해가 발생한 지점인 펀들랜드 섬을 향해 항해를 거듭하고 있었다. 이 섬은 현 캐나다 동쪽에 위치한 섬으로 그 크기가 현 미국의 펜실베이니아 주만큼이나 큰 섬이었다.

실제 피해는 이곳 대안(對岸)에서 발생했으나, 적들의 본거지가 이 섬으로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곳은 이 섬이 위치한 세인트로렌스 만(Saint Lawrence灣)을 거쳐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진입하면, 현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을 이루는 오대호와 로렌시아 순상지는 물론 캐나다의 퀘벡, 몬트리올 등의 도시에 다다를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이억기 함대가 이 섬을 한 바퀴 돌며 적의 종적을 찾는데 이들이 서북쪽에 이르렀을 때였다. 때는 마침 아침이라 짙은 안개로 시야가 차단되어 한참을 바다에 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서히 안개가 걷히며 해안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근 400여 척의 선박들이 떠 있어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그 가운데는 프랑스 국기를 단 선박도 보였다. 마침내 이들을 찾아낸 이억기 사령관은 더 이상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불문곡직 방포 명령을 하달했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부관의 복창과 함께 수기가 공격 명령으로 바뀌어 달리며, 전고 소리 또한 급박하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준비된 배들로부터 일제히 함포 공격이 시작되었다.

펑, 펑, 펑.........!

콰르르 쾅, 쾅.........!

우르릉 쿵쾅, 쿵쿵........!

슉슉슉........!

천지현황의 각종 포는 물론 대중소완구, 여기에 신기전마저 가세하여 적선에 대해 일제히 포격과 함께 불꽃놀이를 시현하였다. 때 아닌 날벼락을 맞은 쇼뱅 선장 휘하 무역상과 그 종사자들이 일제히 바다로 육지로 뛰어들고 달아나는 가운데, 미처 움직일 수 없는 선박들이 일제히 횡액을 당하기 시작했다.

각종 포에 맞은 선박들이 반파 완파되어 서서히 물에 잠기는 것은 물론 비격진천뢰에 직격된 배들은 장렬히 산화를 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신기전마저 날아들어 불꽃을 피워 올리니 그 최후가 더욱 장엄하였다.

대부분의 프랑스 배들이 수장되거나 불길에 휩싸이자 이억기 사령관은 이제 서서히 해안으로 상륙하며 이제는 육지 쪽을 향해 맹포격을 감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설마하고 육지 쪽에서 동정을 살피던 자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가운데, 일부는 깊숙한 섬 안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눈치가 빠른 쇼뱅 선장 역시 섬 안으로 달아나며 미친 듯이 부하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무슨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냐? 어느 나라 군함이냐?”

“대낮인뎁쇼.”

눈치 없는 부하의 말에 화가 날대로 난 쇼뱅이 급한 마음에도 그의 등짝을 한 대 후려갈기며 말했다.

“야, 이 미친놈아! 지금 그런 한가한 소리가 입에서 나와? 살지 죽을 지도 모르는 판에!”

“그러나 저러나 이제 어쩌죠? 수집해 놓은 모피야 그렇다 쳐도, 돌아갈 배 한 척 없으니.......?”

“세월이 얼마가 걸릴지 몰라도 기필코 배를 만들어 본국으로 돌아가야지. 그리고 왕에게 하소연해 이 수모를 백 배 천 배로 되갚아주도록 할 것이야!”

“맞습니다. 꼭 그렇게 해야죠.”

이렇게 섬 내부로 스며든 이들은 용케 아군의 수색을 피해 살아남았다. 그리고 이듬해 5월이 되어서야 저지대의 울창한 삼림을 이용해 만든 배로 프랑스로 귀국할 수 있었다.

한편 이억기는 전과 마찬가지로 해안에 상륙해 적들을 색출해 죽이는 것은 물론, 다섯 동의 창고에 가득찬 모피를 수중에 넣어, 훗날 조선 상인들에게 불하하여 이를 국고로 귀속시켰다.

아무튼 이렇게 하여 황제 이진으로부터 명받은 일은 모두 끝낸 이억기였지만, 이곳까지 온 김에 부근을 탐사할 목적으로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진입하여, 퀘벡에 있던 일부 모피 수집업자들을 쫓아내는 것은 물론 오대호도 탐사를 마쳤다.

그리고 이억기는 다시 대양으로 나와 더 북쪽의 허드슨 만 일대를 탐험하다가 점점 날씨가 추워져 바다가 얼어붙기 시작하자 남쪽으로 선수를 돌렸다.

* * *

이억기야 이렇게 무사히 임무를 마쳤지만 도중에 뿌려진 분란의 씨앗은 계속 연소가 진행되어, 마침 파견된 조선 기병대를 더욱 빠른 시간 안에 메인 주로 불러들였다. 모든 배가 수장되는 피해를 입은 영국 모피상들의 화살이 결국 더 안쪽 내륙에 살고 있던 조선 정착민들에게 향하나, 이들의 대처는 원주민들 마냥 단순하지 만은 않았다.

선주민인 인디오 부족들을 꼬드겨 조선인 정착민들을 공격케 하고는 이들을 즐기며 키득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피해를 입은 조선인 정착자들이 급히 조정에 피해를 하소연 하니, 마침 보스턴에 도착해 있던 항왜적장 김충선의 군대를 더욱 빠른 시일 내에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두두두........!

두두두........!

“무조건 다 죽여라! 단지 젊은 처녀와 유부녀들만 살려 놔둬라!”

으악........!

컥, 꽥........!

으아악.......!

요란이 비명이 곳곳에 울리는 속에서 한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김충선의 부하 중 천인장 직을 맡고 있는 구로다의 명에 따라 부하들이 일제히 자행하는 살인방화 극이었다. 그들은 일찍이 포로로 잡혔던 왜병으로, 그간 조선의 북방 영토에 주둔하며, 조정의 명에 따르느라 쌓인 게 많은 자들이었다.

이런 자들에게 모처럼 제대로 된 살계가 열리자, 옛날 무사시절 피의 본성이 되살아나 무자비하게 날뛰고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100여 호의 마을이 불타 사라지고 남은 것은 곳곳에 널린 시신과 젊은 처녀들 아니면 가임여성들이었다.

이들은 살아남은 아녀자들을 노획물로 포획하여 굴비 엮듯 엮어 자신의 본영으로 끌고 갔다. 그곳에는 마침 본영을 지키고 있던 김충선이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객고라도 풀려고 쓸 만한 것들만 데리고 왔습니다.”

“나머지는 다 죽였단 말이냐?”

여전히 노성을 띤 김충선의 물음에도 눈 하나 까닥하지 않고 구로다는 답했다.

“그렇습니다. 살려둬야 밥만 축낼 것들을 뭐 하러 살려둡니까?”

“생명이 소중하기 이전에, 이 땅에는 사람 자체가 귀하다.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그럼, 앞으로는 모두 잡아다 노예로 부리도록 하죠.”

“좋다! 허한다!”

“잠시 보관시키겠습니다.”

다른 마을을 약탈하러 가기 위해 말을 돌리며 하는 구로다의 말에 김충선은 어이없는 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번에 구로다가 향한 곳은 영국인 무역상들과 일부 정착자들이 많이 모여 살고 있는 항구 쪽이었다. 곧 페노브스콧 강 하구이기도 한 곳이었다.

두두두........!

두두두........!

뽀얀 먼지구름과 함께 지축을 울리는 진동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일단의 기마대들이 항구 마을로 들이닥치기 시작했다. 이곳의 유력 지도자 조지 포프햄은 이 모습을 보고 얼른 집안으로 숨어들었다.

그리고 현지인 인디언 처를 향해 말했다.

“얼른 짐 싸!”

“배도 없는데 어디로 도망가려고요?”

“내륙으로라도 숨어들어야지.”

“적인 것은 확실해요?”

“그럼, 아군 기병대가 출현할 일이 없잖아?”

그의 말이 옳았으므로 인디언 아내는 우는 아기를 추스르며 부지런히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귀중품 정도만 챙기는 정도였지만, 그 사이를 못 참아 업고 있는 아이는 자꾸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때 이미 조선군 기마대는 이 마을에 도착해 곳곳에 불을 지르고 있는 시점이었다. 이 불은 조지 포프햄의 집도 예외 일 수 없어서 순식간에 불길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어머! 불이예요!”

“일단 나가자고!”

아내로부터 보퉁이를 빼앗아든 포프햄이 앞장을 서고 아내가 뒤를 따르는 가운데 집을 나서니, 그들은 눈앞이 아득해져왔다. 사방에 불길이 일어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포프햄이 갈 길을 몰라 허둥거리고 있을 때에도 화마는 더욱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불어오는 강풍에 좁은 도로마저 불길이 넘실거리고, 후두둑 불타고 있는 잔해들이 떨어지니, 서 있다가 이대로 통구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할 수 없이 겉옷을 벗어 머리에 뒤집어쓰고 억지로 길을 나서는 그였다. 불길이 덜한 바닷가 쪽으로 길을 잡아 나서는데, 그가 채 열 걸음도 떼기 전에 일단의 말 닫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이 밧줄에 걸리는 것이 느껴졌다.

“컥.........!”

목이 조여 오는가 싶더니 그의 상체가 그대로 맨땅에 쓰러트려졌다. 그리고 사정없이 끌려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끌려가다가는 도저히 숨이 막혀 먼저 죽겠다. 이에 온 힘을 대해 목을 조이는 밧줄을 조금 헐겁게 하며 그는 정처 없이 끌려갔다.

그래도 그의 인디언 아내는 조금 나았다. 말발굽 소리가 멎는가 싶더니 그의 몸이 순간적으로 번쩍 들려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말 위에 흔들리며 불길을 헤쳐야 했다. 두려움에 소리 한 번 못 지르고 말에서 떨어질 까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녀는 불타는 현장을 벗어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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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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