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4 회: 황금의 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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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긍정적이었다.
간절한 눈으로 함께 온 부모에게 무어라 졸랐다.
그러나 인상을 찌푸리며 가볍게 고개를 젓는 소년들의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이 모습을 보고 있던 곽재우는 각종 상품 진열대에서 손에 닿는 대로 집어 들고 부모에게 주었다. 그리고 은근히 아이의 손을 잡아끌었다. 송곳, 낚시 류, 술 두 병, 심지어 질 좋은 비단 옷감과 백자기까지 내주자, 슬픈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종내는 허락했다.
그런데 이 일이 또 일파만파를 일으켰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다른 부족민 중에서 아이들을 떼로 몰고 온 것이다. 그 중에는 예쁜 여아도 세 명이나 있었다. 뿐만 아니라 오늘은 더 많은 부족이 물물교환을 하자고 찾아왔다.
그런데 게중에는 모피가 없는지 사냥물을 가져와 바꾸자는 자들도 있었다. 곽재우는 이 또한 흔쾌히 허락했다. 그러자 다음 날은 더 많은 부족민들이 참여했는데, 이제는 잡아서 말린 물고기나 심지어 아직 살아 펄펄 뛰는 물고기들은 가져온 자들도 있었다. 이 또한 곽재우는 허락했다.
이렇게 교역은 날로 달로 그 범위와 종족 수를 넓혀가며 순조롭게 이행이 되고 있었다. 그동안 곽재우는 최담령과 원숭환에게 명해 조선군 중에서 글재주가 많은 자 30명을 선정해, 각각 팔린(?) 아이들을 하나씩 맡겨 그들에게 한글과 조선어를 가르치도록 했다. 또한 그들의 언어도 동시에 배우도록 했다.
이렇게 조선군이 그 영역을 좀 더 넓혀가며 더 많은 부족과 물물교환의 양도 늘려가는 즈음 어느덧 한 달이 흘러 북쪽으로 파견되었던 3여단 소속 기병 일부가 돌아왔다. 그 중에는 여단장 이합조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니 해군사령관 이억기도 따라 들어와 참관을 했다.
이합조가 제장 및 참모와 황자들이 모여 있는 가운데 보고를 했다.
“북쪽으로 한참을 올라가면 기후가 온난하고 농사짓기에도 좋은 넓은 땅이 있습니다. 원주민들도 이곳마냥 작은 마을 단위로 흩어져 살고 있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그곳을 군항으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을 해군사령관께서는 피력하셨습니다. 천연 양항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소!”
이억기마저 힘주어 강조했다.
“흐흠........!”
잠시 침음하며 생각에 잠겼던 곽재우가 답했다.
“앞으로 군선과 상선 모두 적절한 항구가 필요할 터. 이곳도 항구로서 부적합하지는 않지만 그런 곳이 있다면 하나 더 개척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곳도 아직은 대규모 원주민들을 발견하지 못했으니 그렇게 해도 큰 문제 될 것은 없겠습니다.”
“고맙소!”
이억기가 사의를 표하는 가운데 곽재우가 뜸을 들이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곳의 물자나 병력을 이동시키려면 얼마간의 해군은 필수로 주둔해야 될 것 같습니다. 혹시 모를 외부로의 침략을 대비해서라도 그렇고요. 이를 어찌 생각하십니까?”
“동감이오. 그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분명히 있소. 하니 둘이 장계에 이 문제를 같이 거론하는 것으로 합시다.”
“좋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1차 장계를 작성해 황상께 올리도록 하지요?”
“그럽시다!”
이렇게 되어 황제 이진에게 장계가 띄워지는 것은 물론 현재의 샌프란시스코 지역마저 아군 기병 1만이 주변의 영토로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몰랐지만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도 오흘론 부족이라는 원주민이 여러 작은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었다. 아무튼 장계를 작성하기 전 곽재우는 3여단장 이합조에게 그간 이곳에서 벌어진 일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마찰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도 그렇게 하도록 지침을 주었다. 또 이 외에도 장기 주둔에 꼭 필요한 군량 마련에 최선을 다하도록 지시했다.
다음 날.
3여단장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자 곽재우는 예하 장령들을 불러 장기주둔 채비를 서두르도록 했다. 물론 상인들이 모피 등 이들과 교역한 물건을 싣고 가고 새로운 물건을 싣고 올 때, 탄약과 함께 일부의 군량도 싣고 올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가지도 4만이 버틸 수는 없기에 가능한 빠른 시간 내에, 주 부식만은 자급자족을 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마침 때는 양력 4월 중순이라 모든 종자를 파종하기에도 시기적으로 늦지는 않았다.
그래서 곽재우는 일부 개간된 땅에다 가지고 온 온갖 종자를 골고루 다 심었다. 일부 조성된 논에는 벼도 직파했고, 밀, 보리, 감자, 고구마, 옥수수, 수수, 여섯 가지가 넘는 콩 종류, 팥, 조, 참깨 외에 채소와 과일들도 골고루 파종을 하도록 했다. 이 토양에 무엇이 잘 자라는지 시험을 하기 위한 파종이었다.
그리고 곽재우는 일면 정착지를 개간하면서도 일부 기병은 계속 범위를 넓혀 정찰을 실시하도록 했다. 그 결과는 전과 동이었다. 정말 사는 원주민들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만 해도 한반도의 2배 면적이 넘는다.
미국의 면적이 한반도의 40여(하이이 등 해외에 있는 섬 제외) 배로 잡을 때, 최대 150만 원주민이 산다고 생각을 하면 인구밀도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원주민이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 이 지역에는 얼마나 살고 있겠는가?
이 비율로 단순 비교해보면 한반도의 2배가 넘는 면적에 단지 75,000명이 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니 이들이 전부 한 곳에 모여 산다 해도 두려워할 조선군이 아닌 바에야, 점점이 강가나 해안을 중심으로 모여 사는 이들이 조선군에게는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어쨌거나 이를 모르니 대규모 적이 있는지 살피는 동시에 그 만큼 조선의 영토도 넓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었다. 그것도 보군이 아닌 모두 기병들이기 때문에 소요되는 시간에 비해 월씬 더 광대한 면적을 정찰하고 적의 유무를 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시간 속에 양력으로 5월이 거의 다 간 즈음이었다. 이 순조롭던 양 진영 간에 대단히 파급 효과가 큰 사건 하나가 벌어졌다. 곧 아군 정착지에서 과히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던 부족 전체에 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즉 이들에게는 새로운 균인 천연두에 감염되어 온 마을 전체가 환자가 되다시피 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를 보고받은 곽재우는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때문이었다.
곧 곽재우는 이를 보고받자 참모와 장령들을 집합시키는 한편 종군한 의원들 중 우두머리인 허임(許任) 또한 이 회합에 참석하도록 통보를 했다. 자리에 참석한 사람 중 곽재우로서도 낯선 사람이 있으니 허임이 그였다. 그래서 실존 인물인 그에 대해서 잠시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허임(許任)은 실제 조선 선조 광해군 때의 명의였다. 본관은 양천 또는 하양이며 본래 상민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 억복(億福)은 강원도 양양 출신의 관노로, 피리 솜씨가 뛰어나 그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 장악원에서 악공으로 일했다.
어머니는 정승 김귀영 집안의 사비였다. 허임은 뜸과 침에 뛰어났으며 선조 때 침을 잘 놓는 의사로 뽑혀 왕을 치료하였다. 1609년 마전 군수(麻田郡守)의 관직을 제수 받았는데, 사헌부에서 허임의 출신이 미천하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였다.
광해군은 처음에는 이를 듣지 않았으나 신하들이 거듭 간하자 결국 군수의 직을 거두어들이고 그에게 녹봉을 지급하도록 명했다. 1612년 광해군이 해주(海州)에 있을 때 그를 모신 공로로 3등 공신에 녹훈되고, 허준과 함께 의사로서 이름난 사람들을 기록한 ‘의관록’에 기록되어 있다.
이것이 그에 대한 기록이다. 아무튼 이 허 의원마저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가 열렸다. 장내의 참석자를 둘러 본 곽재우가 입을 열었다.
“모두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니 중언부언 하지 않겠소. 이 일을 어찌 처리하면 좋겠소?”
“그간 우리와 교역을 하는 자들은 모두 예방 접종을 하도록 했으나, 그들이 원치 않아 강제로는 시행치 못해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으로 아오. 하니 앞으로는 무조건 우리와 교역을 하는 자는 접종부터 받고 교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오. 아닌 자들은 교역에서 당연히 제외하도록 하고.”
황자 이 예의 말을 받아 최담령이 말했다.
“문제는 저들이 떼죽음이라도 당하는 날이면, 다른 부족민들이 우리 보기를 귀신같이 하며 피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점이오. 한발 더 나아가면 우리를 배척하기 위해 무기를 들지 않을까, 그 점 또한 염려스럽소.”
“까짓 것 제압하면 되니 그것은 큰 문제가 아니나 교역을 회피하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소.”
차칸노르의 아들 이욱의 발언이었다.
“흐흠........! 그 문제는 저들의 태도를 보고 결정하기로 하고, 허 의원!”
“네, 장군님!”
“발병자는 고칠 수가 없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격리가 최우선이 아닌가 합니다.”
“흐흠.........! 우리에게 교육을 받는 아이들은 모두 접종이 되었지요?”
“그렇습니다. 자신들의 처지를 알아서인지 접종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하하.........! 이제 그 아이들 모두 조선의 충실한 추종자들이 되었질 않소?”
이욱의 말에 최담령이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발달된 조선 문물을 접하다보니 그렇게 되긴 되었지요.”
이를 받아 원숭환이 말했다.
“아직은 어른들 같이 때가 묻지 않아 쉽게 동화되는 듯싶습니다.”
“지금 자화자찬할 자리가 아닌 것 같소. 허 의원은 속히 달려가 그들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오. 그리고 앞으로는 우리와 교역을 원하는 자는 필히 접종을 받은 자로 제한해야겠소.”
“옳으신 말씀입니다.”
제장들이 동의하는 가운데 곽재우가 손을 내젓는 것으로 모였던 사람들이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그로부터 오일이 지났다.
그동안 조선군은 신속이 대처하여 아직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은 다른 곳으로 이동시켜, 기 발생한 환자들과 격리를 시키고, 기 발병한 마을 전체를 외부와 차단하는 신속한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격리된 사람은 살아남았지만 기존의 환자들은 몰살을 당했다. 이로 인해 원주민들에게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교역이 완전히 끊겼다. 그러나 저항하는 자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들도 조선군의 전력을 알고 있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교역을 회피하는 것으로 무언의 저항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곽재우는 기존 조선군에서 글과 말을 배우고 있던 아이들을 자신의 부족에 파견해, 어떻게 된 연유인지 잘 설명하도록 했다.
특히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은 절대 그런 병에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중점적으로 설명하도록 했다. 또 앞으로는 접종을 받은 사람만이 조선군과 교역이나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래도 접종을 받으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세월은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6개월이 흘렀다. 어느덧 양력 10월이 된 것이다. 이 동안 세월이 약이었는지 모든 것을 잊고 조선군에게 예방접종을 받으러 온 자들도 간혹 나타났다.
그러나 농사는 대 실패였다. 배추를 비롯한 채소만이 잘 자랄 뿐 대부분의 작물이 재대로 자라지를 않았던 것이다. 주곡 중에서는 그래도 벼를 제법 수확할 수 있었으나, 문제는 부근이 벼를 재배할 수 있을 만큼의 수량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 기이하게도 완두콩만이 토양에 맞는 지 매우 풍성한 열매를 맺었다. 큰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올 겨울 날일부터가 큰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곽재우는 황상에게 장계를 올려 현지 상황을 보고하고 당분간 군량을 보급해 줄 것을 청했다.
이에 황제 이진은 귀환했던 선박 대부분을 다시 신대륙으로 파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즉 현지에 남은 500여 척 외에 1,500척을 다시 동원해 군량 운송에 나서도록 한 것이다. 그래도 그 량이 충분치는 못했으므로 조선군은 주변에 풍부한 사냥감을 사냥해 겨울 식량을 비축하는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런 세월 속에 곽재우는 결단을 했다. 작물이 잘 자라는 토양을 찾기 위해 더 남쪽 더운 지방을 탐험하도록 명한 것이다. 아니 해군에 협조를 구했다. 이에 따라 200여 척의 선박이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 주변을 탐색했다.
이렇게 해서 조선군은 남쪽에도 한 군데의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게 되었다. 곧 멕시코 만의 뉴올리언스였다. 곽재우는 이곳에 1여단을 파견해 정착촌을 건설하는 한편 계속해서 부근도 탐색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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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한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