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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77화 (177/210)

< -- 177 회: 2부 카자흐 부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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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떠나기 전 황제 이진의 명이 추가되었다.

대만에도 별궁을 지어 겨울철에는 이곳에서 정무를 볼 수 있도록 하라는 지시였다.

한편 황제 이진의 칙명을 받은 곽재우는 곧 그 지시에 따라 카춤 칸 일행을 자신의 군영으로 불러들였다. 물론 그 전에 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통역과 간단한 주안상이 마련되어 저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어루만지게끔 한 것이다.

곽재우가 짐짓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자, 우선 한 잔씩 들면서 황상폐하께서 내리신 칙명을 가지고 논해봅시다.”

말과 함께 그들의 잔에 손수 술을 치는 곽재우였다.

“네, 장군님!”

대답과 동시에 꿀꺽 침을 삼키며 곽재우를 바라보는 카춤 칸이었다. 술이 마시고 싶어서라기보다 과연 조선의 황제가 어떤 명을 내렸는지 더 궁금해서 삼키는 침이었다.

“자, 한 잔씩 쭉 듭시다!”

“고맙습니다. 장군님!”

곽재우가 먼저 자신의 잔을 들어 올리며 권하자 카춤 칸은 먼저 사례하고 잔을 들어올렸다. 이를 보고 한 옆에 있던 노인도 카춤 칸의 끄덕이는 모습을 보고 잔을 들어올렸다.

“자, 건배!”

“건배!”

건배를 하고 카춤 칸이 맑은 액체를 입에 쏟아 붓자 목구멍에서 불이 나는 듯 화끈하게 톡 쏘는 맛이 일었다. 러시아 술만큼이나 강한 독주였다.

왜 아니겠는가? 수증기로 내린 소주였기에 45정도로 독한 술을 단숨에 들어부었으니 그런 맛이 나는 것은 당연했다. 불을 붙이면 당연히 탈 정도였다.

“자, 한 잔 더!”

“그 보다도.........?”

“보채지 마시게 어련히 알아서 황명을 전할까?”

“네, 장군님!”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야 어쩔 수 없이 또 한 잔을 술을 받아 마실 수밖에 없는 카춤 칸 일행이었다.

이렇게 서너 순배의 술이 오가고 나서야 곽재우가 카춤 칸에게 넌지시 물었다.

“아무래도 러시아 세력과 오랜 세월 싸우다보니 그들의 풍습이나 언어에 대해서, 그대들 쪽에서 아는 자들이 많지 않겠소?”

곽재우의 물음에 카춤 칸은 자신의 세력 내에서는 현자(賢者)라 칭하는 야율성률(耶律成律)을 한 번 힐긋 보고는 답변을 했다.

“아무래도 조선군보다는 익숙하고 많이 알고 있다고 보아야겠지요.”

“그래서 하는 말 이오만, 아국의 황상폐하께서는 그대들이 전투보다는 러시아의 내정을 파악하는데 공헌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하셨소.”

말이 좋아 그렇다는 말이지 분명 명령으로 내려왔을 것은 불문가지. 이를 거역했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카춤 칸이 곧장 반문했다.

“저희들이 원한 사항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당연히 기여를 한다면 얼마든지 일부 영토를 할애해 주시겠다는 언질을 주셨소.”

“흐흠........!”

곽재우의 말에 침음하며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던 카춤 칸이 야율성률에게 물었다.

“현자 어르신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의 나라를 세울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 아니옵니까?”

오히려 되묻는 야율성률의 눈동자에는 다시 일국을 개창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서려있었다.

야율성률의 답변에 확신을 얻은 카춤 칸이 힘차게 대답했다.

“좋습니다. 황명에 따라 우리 부족원들을 러시아에 간자로 파견하겠습니다. 얼마쯤을 원하시는 지요?”

“한 오백 쯤.”

한마디 하고는 굳게 입을 다무는 곽재우였다. 협상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표정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흐흠.........!”

다시 고민에 잠기던 카춤 칸이 야율성율을 보고 물었다.

“가능하겠습니까?”

“그 정도쯤은 충분히.......”

그들의 답변을 듣자마자 곽재우가 서둘러 말했다.

“거기에 나머지는 향도로 기여해주기를 바라고 계시오.”

또 하나의 숙제를 안아들은 카춤 쿤이 종래는 굳은 얼굴로 침음했다.

“자, 한 잔씩 들며 생각하기 바라오.”

곽재우의 권주에도 카춤 칸을 손을 내저으며 생각을 계속했다. 어느 순간 카춤 칸이 굳은 입매로 물었다.

“어느 정도의 영토를 할양해 주실 수 있습니까?”

곽재우가 에둘러 대답했다.

“본 장이 알기에 동토는 넓고도 넓소.”

“시비르 한국의 배의 영토도 주실 수 있습니까?”

“그 전에 한 가지 물읍시다.”

“말씀하시죠.”

“시비르 한국의 영토라는 것이 우리가 유인되었던 도시를 기점으로, 반경 얼마의 넓이요?”

“그 도시를 기점으로 사방 10마장 정도입니다.”

“하하하........! 통이 그렇게 좁아서 무엇에 쓰겠소?”

“다섯 배의 땅을 주도록 하지.”

“정말이시옵니까? 장군!”

너무나 기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한 무릎 달려드는 바람에 앞의 술상을 엎을 뻔한 카춤 칸의 반색이었다.

이를 모른 척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곽재우였다.

“물론이오!”

“좋습니다. 당장이라도 파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전장의 선봉에 서도록 하겠습니다. 장군님!”

이 모습을 보고 야율성률이 눈썹을 찌푸리고 곽재우 또한 손을 내저으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너무 서둘지 않아도 되오. 전쟁은 상황을 보아 내년 봄에 할 것이니까?”

“상황을 살핀다는 말은 안 할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뜻은 아니고 우랄 산맥의 이동은 전부 점령할 생각이나, 이 과정에서 러시아가 군대를 파견하면 전면전이 되는 것이고, 또한 러시아가 의외로 허약할 때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황상폐하시오.”

“좋습니다. 바로 간자들을 수배해 러시아에 침투시키겠습니다.”

“그 방법을 생각은 해보셨소?”

“그야........”

마음만 급했지 아직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은 카춤으로서는 곽재우의 질문에 주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전령 편에 황실에서 대규모 군자금도 내려 보내셨소. 하니 대부분 상인으로 위장해 잠입하는 게 좋겠소. 그러다가 조선에 도움이 될 만한 자들이 있다면 그 군자금으로 포섭도 하고 말이야. 뿐만 아니라 이웃나라들까지 밀정을 파견한다면 기여도만큼 그대들에게 할양할 영토가 넓어진다는 것만 기억하면 될 것이오.”

이때 야율성률이 다가앉으며 말했다.

“장군께서 언급한 내용을 문서로도 확약해 주시오.”

“흐흠.........!”

잠시 침음하던 곽재우가 대답했다.

“못 할 것도 없지. 여봐라! 지필묵을 대령하라!”

“네, 장군님!”

곧 술상이 한 옆으로 치워지고 때 아닌 문서작성의 경연이 펼쳐졌다. 즉 조선어와 위그르 문자로 작성된 문서가 각각 2통씩 작성되어 서로 수결을 하고 나누어 갖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을 끝마친 곽재우가 물었다.

“만족하오?”

“네, 장군님!”

싱글벙글 웃음을 금치 못하는 카춤 칸의 대답이었다.

이에 웃으며 곽재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우리 쪽에서 밀정들을 감시할 인원이 따라붙으리라는 예상은 하고 계시겠지요?”

“어련하시겠습니까? 저희들이 같은 처지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옵니다.”

“좋소! 모든 게 잘 끝나 다행이오. 우리 조선은 이렇게 무력보다는 함께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소. 물론 조선 조정에 협조적이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겠지만 말이오.”

“알겠습니다. 장군님!”

“자, 이제 어디 한 번 실컷 마셔봅시다.”

이를 받아 카춤 칸이 물었다.

“이제 장군의 여정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황명으로 일단 올해 춥기 전에 바이칼 호까지 정복하여 이궁을 건설해야 하오.”

“그럼 여기서 작별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것이 아니온지요?”

“아니오. 그대 둘은 그대들의 영토가 확정되는 순간까지 함께 하게 될 것이오.”

곧 인질이라는 말에 카춤 칸과 야율성율의 눈썹이 미미하게 찌푸려졌으나, 그 정도쯤은 각오하고 있었다는 듯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이 후 군막 안에는 훈풍이 불며, 몇 동이의 술이 더 날라져야 했다.

* * *

황제 이진으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곽재우는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경 성 외곽을 방어하는 자신의 주 임무는 방기할 수 없어, 자신 휘하 근 30만의 군 중, 약 절반인 14만을 남기고 나머지 15만을 황제 이진이 ‘천해(天海)’라 명명한 바이칼 호 주변까지의 정복사업에 동원했다.

위쪽으로 갈수록 인구 희박하고 큰 세력이 없는 작금, 정복만 한다면 이만한 거대 세력이 필요 없었다. 그러나 그곳에 이궁을 짓기 위해서는 그곳까지 도로를 내야했고, 보급품을 조달해야 했다.

그래서 곽재우는 자신 휘하 중 15만을 동원해 일면 정복을 하며, 한편으로는 마차 한 대가 통행할 수 있는 정도의 도로를 내가며 북으로 북으로 전진을 했다. 그렇게 하길 어언 두 달 여. 마침내 선발대가 바이칼 호 즉 천해에 도착했다.

벌써 이곳은 겨울의 초입으로 온 산에 단풍이 물들어 장관을 이루었고 키 작은 야생화들은 눈 덮이기 전에 종족 번식을 위해 흰 씨앗을 지천으로 바람에 날리고 있는 즈음이었다. 아무튼 세계 담수호 중 가장 큰 면적으로 현 남한 면적의 삼분의 일정도 크기나 되는 이 바다 같이 넓은 땅에서도 절경을 찾다보니 곽재우는 현 이르쿠츠크 부근에 이궁 터를 잡았다.

그리고 5만 군사를 동원해 풍부한 주변의 나무를 잘라다 궁을 짓도록 닦달했다. 또 한편으로는 군사 3만을 내어 우리 민족과 닮아도 너무 많은 곳이 닮아 있는 주변의 부라야트 족 등을 정복하도록 명했다.

황제 이진의 여름별장이라는 이곳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적이 남아 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7만 군사는 이곳까지의 도로를 개설하고 보급품을 나르는데 동원했다.

이렇게 바삐 설치자 천해가 꽁꽁 얼어붙기 시작한 11월 말(음력)까지는 모든 임무를 완수할 수 있었다. 이에 황제 이진에게 보고하니 그곳을 지킬 군사 1만 명만 남겨두고 귀환해 명년 봄의 전쟁에 대비하라는 명이 떨어졌다.

명대로 움직여 곽재우가 황성으로 귀환하던 날 황제 이진은 특별히 자신을 황제의 침전으로 불러들였다.

“그간 고생이 많았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황제 이진의 따사로운 말 한 마디에 그간의 고생이 봄 눈 녹듯 사라진 곽재우는 결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내년이면 자신의 나이 어언 60세.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서인지 요즈음은 젊은 날과 달리 감정이 여려지고 부쩍 눈물이 많아진 자신이 야속하여 고개를 들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느새 그의 주름진 눈가에 눈물이 가득했기 때문이었다.

“자, 자, 그만 고개를 들고 짐과 함께 술이나 한 잔 나누며 그간의 고생담을 들려주오.”

“송구하옵니다. 황상!”

“하하하.........! 자, 한 잔 받으시오.”

오랜 세월을 함께 하며 군신 간이라기보다는 아비와 아들 또는 형제간의 정리를 느끼는 곽재우는 새삼 감사한 군주에 대한 격정을 수습하느라 한동안 애를 썼다. 그리고 간신히 고개 들어 한참동안이나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내밀고 있던 군주의 잔을 받았다.

고개 돌려 잔을 비우고 나니 황제 이진 또한 안주를 집으며 말했다.

“권율 장군과 이순신 대제독이 이제 나이 들어 퇴임을 하니 주변에 믿을 만한 장군들이 점점 줄어들어 매우 서운하오. 하니 곽 장군만은 언제까지나 짐 곁에 머물며 이 나라를 반석 위에 올려놔 주시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상!”

일단 감사를 표한 곽재우가 다시 입 열어 자신의 심경을 피력하시 시작했다.

“황송하오나 소신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언제까지 황상을 모실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나이다. 하오나 소신 기력이 닿는 날까지는 황상과 이 나라를 위해 멸사봉공 하겠나이다!”

“암, 그래야 장군답지요. 하하하.........!”

크게 기뻐한 황제 이진이 다시 한 번 술을 쳐주며 말했다.

“명년 봄에는 장군을 대원수로 삼아 서정(西征)을 단행할 것인즉 미리 미리 준비하여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승전보를 올려주길 바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다시 한 번 부복하여 눈만 꿈적꿈적하는 곽재우를 바라보며 이진은 다시 한 번 대소를 터트리며 말했다.

“내 장군을 믿지요, 암 믿고말고요.”

신하로써 이보다 더 큰 광영이 어디 있겠는가.

곽재우는 황제의 말에 들려던 고개를 더욱 숙일 수밖에 없었다.

주책없이 또 다시 눈물이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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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고맙습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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