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44 회: 명의 반쪽 땅을 차지하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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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 장강 이북에서는 만물이 얼어붙어 한시적으로 전투가 중지 될 수밖에 없었다. 이는 틈왕 이여송에게만 해당되는 말이고, 나머지 몽골 3개 부대는 일찌감치 긴 겨울이 오기 전에 가축이며 젊은 한족 남녀를 납치해, 저들 나라로 사라지고 없어 해당되는 말이 아니었다.
아무튼 운남과 귀주에서 여전히 작은 성읍들을 제압하는 이 순간에, 막상 장강 이남을 점령했다고 생각한 조선군에게는 큰 시련이 닥치고 있었다. 한족 식자들에 의한 의병활동이 그것이었다.
‘중화(中華)’라는 자부심으로 빛나던 대 국인이 하찮게 여겼던 소국 조선에 의해 전 장강 이남을 점령당하자, 이곳에 거주하던 소위 유학자들이 곳곳에서 떨쳐 일어난 것이다. 조직적은 아니더라도 기백 기천 단위로 곳곳에서 의병의 기치를 높이 드니, 이를 토벌하는 조선군으로서는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이에 이를 보고 받은 황제 이진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명을 내렸다. 조선에서처럼 이들에게 모두 역모 죄를 적용해 사돈의 팔촌까지 잡아들이도록 한 것이다. 해서 주모자는 즉시 사지를 찢는 거열형에 처하고, 그 가족들은 멀리 호주나 브루나이로 단체 이주를 시켜버리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소문은 사람이 살 수 없는 혹한의 무인도로 모두 귀양 보낸다고 소문을 내도록 했다. 이렇게 차갑지만 뜨거운 겨울이 지나자 저들의 의병 활동도 수그러들고, 이제 조선에서 훈련 받은 이십만의 조선 병사들이 제 해외에 파병되니, 이들을 대신해 해남, 고산, 브루나이 등에 거주하던 조선과 한족 병사들이 장강 이남의 9개 성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때를 같이 하여 치안 안정책으로 9개 성(省)에서 동시에 모집한 한족 병사들이 훈련을 마치고, 이들 밑으로 2명씩 배치되어 치안을 안정시키니, 비로소 장강 이남이 온전히 조선의 수중에 들어왔다 하겠다.
이 모든 것이 완성된 1608년 무진년(戊辰年) 봄.
이진은 명의 장강 이남을 완전 조선 영토화 한 것을 기념하여, 연호마저 새롭게 영흥(永興)에서 영평(永平)으로 바꾸었다.
영원히 평안하길 바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바꾸었지만, 그런 일은 천고에 없는 일이고 당분간이라도 내외가 조용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바꾼 연호였다. 아무튼 영평 원년(元年)이 된 이 봄에 이진은 이제 조선의 나이로 15세가 된 황자 이흔(李欣)의 황태자 책봉을 서둘렀다.
아니래도 그간 태왕태후는 물론 조정대신들에 의해 황태자 책봉을 누차 건의 받았던바, 이진 자신의 나이 아직 젊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었지만 자신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용의주도한 이진인지라 마지막으로 그는 장자 이흔을 떠보기 위해 그를 사정전으로 불러들였다. 곧 훌쩍 자란 단정한 소년 이흔이 이진의 면전에 부복했다.
“부르셨사옵니까? 아바마마!”
“그래. 편히 앉거라.”
“네, 아바마마!”
“짐이 네 이름을 지은 유래를 잘 알고 있겠지?”
“네, 아바마마! 어마마마께서 한동안 회임을 못하시다가 유일하게 낳은 자식이 저라, 큰 기쁨을 안겨주었다고 해서 지은 이름이라 알고 있사옵니다.”
“낳은 기쁨도 기쁨이지만 짐으로서는 네가 이 애비의 대를 이어 성군이 되는 것이 더 큰 기쁨 이니라!”
“명심하겠나이다. 아바마마!”
“아비가 명한 승마와 백사(百射)는 매일 행하고 있겠지?”
“네, 아바마마!”
“이는 서책도 중요하지만 체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온전히 정사를 돌 볼 수 없음이 그 하나이고, 또 하나는 제왕이 무(武)를 잊으면 나라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각인시키기 위해서였느니라.”
“뼈에 아로새겨 평생 잊지 않겠사옵니다. 아바마마!”
“암, 그래야지. 그래, 공부는 어디까지 했느냐?”
“사서삼경을 마친지는 오래 되었사옵고, 지금은 춘추와 예기를 배우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
“이 애비의 생각은 이렇다. 너무 자구 하나 하나에 매몰되지 말고, 전체 뜻의 파악에 주력할 것이며, 실용서도 등한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니라.”
“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허허........! 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이제 인중이 거뭇거뭇해지는 구나. 이제 장가도 보내야겠어?”
“소자 아직은 더 있다가........”
“무슨 말이냐? 대를 잇는 것 또한 효의 한 방편. 일찍 성가(成家)해 여인에 대한 호기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것도 좋은 공부 방법의 하나. 이 애비의 말을 따르도록 해라.”
“알겠사옵니다. 아바마마!”
여자 문제가 나오니 비로소 부끄러운지 살짝 홍조가 드는 아들의 모습을 보니, 비로소 애늙은이가 아니라 소년을 보는 것 같아 내심 더 흐뭇한 이진이었다.
“지금까지는 한 점 흐트러짐 없이 잘 자랐다 만은 이것이 곧 어진 정치로 이어진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애비가 너에게 좌우명 하나를 내릴 테니, 잘 새겨 듣거라. 곧 ‘국궁진췌(鞠躬盡瘁)’ 이니라.”
“각골명심하겠사옵니다. 아바마마!”
“누가 한 말이며, 무슨 뜻인지는 알겠지?”
“제갈량이 한 말이며, 만기(萬機)는 극히 중요해 친히 단 하루도 미룸 없이, 작은 일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여, 기력이 다할 때까지 정무에 임하는 것이라고 알고 있사옵니다. 아바마마!”
“하하하.........! 그 정도면 됐다. 이 애비의 말을 명심하고 초지일관하여 국궁진췌한다면, 수성(守城)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니라.”
“뼈에 아로새겨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행하겠나이다. 아바마마!”
“그럴 각오면 됐다. 이만 나가봐라.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네, 아바마마!”
다시 한 번 절을 하고 물러나는 아들을 바라보는 이진으로서는 감개가 무량했다.
자신이 이 땅에 회귀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자식이 장성하여 장가들 나이가 되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으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세월의 빠름에 허망한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아직 자신의 나이 젊으니 더 많은 위업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위안을 삼으며 이진은 용상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조금 일찍 정무를 폐하기로 한 이진은 곧 황후 허 씨를 강녕전으로 불러들였다.
“부르셨사옵니까? 황상!”
“어서 오오. 나이가 들수록 어찌 황후는 점점 더 예뻐지는 것 같소.”
빈말이었지만 황후 허 씨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그러나 나오는 말은 겸양이었다.
“늙어가는 퇴물을 예뻐해 주시는 것은 감사할 일이오나, 몸이 벌써부터 예전 같지........”
“허허, 무슨 말이오. 아직 물만 잘 나오던데........?”
“어머, 망측해라!”
가끔 체통을 잊은 자신의 말에 당혹해 하는 여인들을 보노라면 그렇게 유쾌할 수가 없는 이진이었다. 그 나이에도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게 새삼 신기한지 이진이, 홍조 띤 황후 허 씨의 얼굴을 바라보며 더 한 농을 했다.
“오늘 밤 귀비 하나를 더 들이는 것은 어떻겠소?”
“갈수록 망측한 말씀만........”
“험, 험.......! 다 웃자고 한 이야기이고, 다름이 아니라 이제 책봉례도 해야겠고, 아들 녀석 장가도 들여야겠더이다.”
“그럼, 흔을 황태자로 세우고, 황태자비도 맞는 것이옵니까? 황상!”
“그렇소!”
“아이고, 좋아라! 오늘 밤만은 소첩이 꼭 황상을 모시게 해주옵소서.”
“봉사라도 좀 해주시게요?”
“네!”
서슴없이 대답하는 황후 허 씨 때문에 오히려 이진이 더 놀라고 말았다.
“험, 험........! 안 해도 되는데........?”
“오늘 밤만큼은 꼭 모시고 싶사옵니다. 황상!”
얼굴을 붉히며 살짝 곁눈질을 하는 허 씨를 바라보며 이진의 눈이 가늘어졌다.
“좋소! 짐이 오늘은 좀 기대를 하리다.”
“..........!”
더욱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이는 황후 허 씨였다.
“자, 자. 이제 우리 부부의 일은 그쯤하고, 집안의 가장 어르신이신 황태후마마에게도 이 사실을 고해야지 않겠소?”
“당연한 말씀이옵니다. 황상!”
“같이 갑시다.”
“네, 황상!”
이진은 곧 황후 허 씨와 함께 황태후 박 씨가 거처하는 통명전으로 향했다.
“황제 폐하 납시오!”
곧 김 상선의 간드러진 목소리가 통명전 구석구석 울려 퍼지자 전각문이 활짝 열리며 황태후 박 씨가 친히 황제 이진을 맞았다.
“어서 오세요. 황상!”
“평안 하셨사옵니까? 어마마마!”
“덕분에요.”
“어찌 심기가 별로 편치.........”
“아니 예요. 봄이라고 봄나들이를 하다 보니 너무 무리했는지 몸살 기운이 좀 있어서........”
“하옵시면 태의 허준을 부르지 않으시고요.”
“고만 해서 곧 나을 갓 같아.........”
“당장이라도 부르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아, 아니 예요! 무슨 하실 말씀이 있어서 오신 듯한데, 그부터 듣지요.”
손사래까지 치며 적극 만류하는 박 씨 때문에 이진은 곧 용건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흔을 황태자로 세우고 곧 가례도 올려야 할 것 같아서요?”
“정말 이세요? 황상!”
“소자가 어디 빈말 하옵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황상께 이 어미가 죄를 지었군요. 만시지탄이지만 황상이 지금이라도 그렇게 마음을 먹었다니 이 어미로써는 그 보다 기쁜 일이 없군요. 황상!”
“하하하..........! 어마마마께서도 기뻐하실 줄 알았습니다.”
“당연하죠. 황상의 그 말을 들으니 온 몸에 기력이 충만한 게 다 나은 듯하네요.”
“그래도........?”
“아니 예요. 내 몸은 내가 잘 알거니와 절대 빈 말이 아니니, 황상께서는 마음 쓰실 것 없어요.”
“알겠사옵니다. 소자, 어마마마가 계셔 항상 든든하다는 것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비록 정무 바빠 조석으로 문안드리지 못하고 아래 것들을 보내지만, 소자의 마음은 항상 어마마마의 곁에 있사옵니다.”
“황상이 효자인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 이 어미는 정무 바쁜 가운데에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조석 문안을 해주는데 대해 아주 즐겁고 감사해 하고 있어요.”
“그러나 저러나 이제 어마마마도 증조 할마마마가 되시는 것 이온데, 서운하지는 안으시옵니까?”
“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이 어미로써는 치마폭에 증손 안아 보는 것이 평생소원이랍니다. 이 얼마나 기쁜 일이예요. 보위를 이을 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열성조들에게도 떳떳한 일이고, 벌써부터 녀석의 재롱을 생각하면 가슴이 뛰네요.”
“하하하........! 그렇게 좋으시다니 다행이옵니다. 어마마마! 그럼 괜한 걱정 잊고 내일 조회 시간에 이를 공식화 하겠습니다. 어마마마!”
“진즉 그러셨어야지요.”
여기서 잠시 말을 끊고 시선을 황후에게 옮긴 박 씨가 말했다.
“황후에게도 이 어미가 미리 축하드려요.”
“어인 말씀을. 먼저 아뢰올 말씀을 먼저 들으니 황송하기 짝이 없사옵니다.”
“그래도 태자 하나를 두었으니 얼마나 다행한 일 이예요. 처음에 걱정한 것을 생각하면........”
“다 어마마마께서 신불에게 빈 공덕이 아닌가 합니다.”
“설령 빈말일지 몰라도 듣기에는 과히 서운하지는 않네요.”
“진심이옵니다. 황태후마마!”
“하긴 우리 며느리 심성 고운 것은 일찍이 본 후도 알아보았지요. 다 고맙고 고마운 일 이예요. 나이가 많아지면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일신의 평온을 유지하는 첩경이니, 황후께서도 새겨듣도록 하세요.”
“명심하겠사옵나이다. 황태후 마마!”
“두 분 말씀에 해 떨어지는 줄 모르시는 모양인데, 오늘 같은 날 박주라도 한 잔 없사옵니까? 어마마마!”
“맞아요. 내 일찍이 황상을 알거니와 매사 검박하니 주안상마저도 황제치고는 초라할 정도로 너무 찬이 적더이다. 오늘은 이 어미를 기쁘게 한 공으로 한 번 거하게 차리도록 할 테니, 나무라지나 마세요.”
“소자, 어마마마께서는 내리는 상이라면 상다리가 부러져도 받을 예정이오니 걱정 마시고 시키기나 하시지요.”
“호호호......... 모처럼 어미 노릇하는 것 같아, 이 어미로써도 크게 기쁘군요. 호호호.......!”
이렇게 통명전에 어둠이 내리고 이진은 모처럼 황태후 박 씨와 함께 술잔을 기울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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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늘 좋은 날 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