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38 회: 대전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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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순신 함’이라 명명된 정화함대 크기의 대전함을 필두로 그 앞에는 수십 척의 거북선이 붉고 누런 유황불을 내뿜으며 기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 상해 앞바다에서 지금 운용되는 거북선은 나대용의 노력으로, 그간 원양 항해에 적합한 침저형(沈低型)으로 제작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 크기도 세 배로 늘렸음은 물론, 높이마저 4층으로 높인 이 당시 최강의 돌격선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이 자그마치 30척이었다. 이 귀선의 돌격에 적의 대소 전함들이 만나는 족족 부서지고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첫째는 원거리 포격으로 인한 반파 완파요, 둘째는 단단한 동체에 부딪는 족족 터져나가는 것이었다.
여기에 무게 1천 톤에 달하는 대전함이 원거리 포격을 행하며 밀고 들어가니 거룻배 같은 경우는 이배가 스치는 항적의 물결에 뒤집어지는 경우도 왕왕 발생했다. 이러니 무슨 전투가 되겠는가!
명백한 주익균과 관리들의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이들은 군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함을 보다 대형화 하고, 원거리 무장에 주력했어야 했다. 무조건 쪽수만 늘려서 오늘의 패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뒤이어 신무기인 후장식 대포로 무장한 갈레온 선들이 이열로 항해하며 양 옆의 명의 전함들에게 일대 함포 사격을 개시하니, 이들은 돌격하는 것이 아니라 물러서기에 급급했다.
뒤이어 500여 척의 원양선이 천지현황의 각종 포를 난사하며 항진을 거듭하는데, 걸리는 족족 화염이 치솟고 반파 완파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이렇게 한 시진을 아군 함대가 휘젓고 나니 적의 함선 수가 반 토막 나 있었다.
인명 피해는 얼마나 났는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에 명의 수군 도독 등자룡이 노구를 이끌고 대도독 마귀에게 건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명의 수군 도독으로 재기용된 등자룡은 끝까지 항복하지 않았다는 그의 충절을 기린 재기용으로, 어사 장학명에 의해 주도된 일이었다.
아무튼 종래 하 삼성 내지는 강소 등 주로 왜구들의 퇴치 건에 앞장섰던 대도독 마귀는 등자룡의 등장에 눈살부터 찌푸렸다. 강직한 그인지라 무슨 소리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무슨 일이오?”
“아무래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항복하시는 게.........”
“하하하.........! 그대의 입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오오?”
“되지도 않을 싸움으로 무고한 생령들이 죽어나가는 것이 통 한스러워서 그럽니다.”
“정말 전력 차이가 나도 너무 현격히 나는군요. 이건 당체가 애초부터 덤비는 것이 불가한 일이었거늘........ 너무나 화력 면에서 압도적 차이가 나오. 도저히 숫자로 밀어붙일 전투가 아닌 것 같소.”
“동감입니다. 하니 일찍 항복해서 쓸데없는 피를 덜 흘리는 것이.........”
“허허.........! 대명의 앞날이 훤히 보이는 듯해 차마 백기를 못 올렸거늘........ 이 일을 도대체 어찌한단 말이오?”
“제가 지난날 조선의 군주를 만나본 바 보통이 아니었소, 차라리 그와 같이 개화되고 성명한 군주에게 나라를 맡겨봄도 한 방편이 아닌가 하오.”
“도독 당신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게요.”
대도독 마귀의 부릅뜬 눈과 호령에도 조금도 당황치 안고 등자룡이 손까지 내저으며 말했다.
“더 들어보시오. 대도독! 멀리는 요와 금 근세에는 원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북방의 오랑캐들이 한때는 흥기했으나 그 끝은 어찌 됐소? 다 사해(四海) 우리 한족(漢族)이라는 거대 바다에 녹아 지금은 흔적도 찾을 수 없질 않소? 이들은 마치 고여 썩은 물을 정화해주는 정화수와 같은 역할만 해주고 물러간 즉, 지금 또 한 번 썩을 대로 썩은 물을 정화할 때가 아닌가 하오.”
“당신.........”
놀랍다는 눈으로 부릅떠진 마귀의 면전에서 등을 돌린 등자룡이 민망한 얼굴로 말했다.
“거친 무부라고 해서 학문을 등한히 해서는 안 되지요. 제 말에 일리가 있다면 대도독께서는 서둘러 결단하시어 뭇 생령들을 구하는 것이 그나마 온전 책이 아닌가 하오.”
“허허.........! 이 일을 어찌할 꼬?”
수염을 배배 꼬며 갈등하던 마귀가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굳은 얼굴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도독께서 백기를 내걸라 지시하오. 차마 내 입으로는 지시를 못 내리겠소.”
“잘 결정하셨습니다. 길어야 몇 백 년이오. 또 다시 우리는 흥기하여 이 땅의 오랑캐들을 몰아내고 자자손손 번영을 구가해 나갈 것이오. 너무 가슴 아파 하지 마오.”
쓸쓸한 얼굴로 퇴장한 등자룡은 곧 대장선에 백기를 내걸도록 명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 되었다. 이순신이 이 함대에 직접 올라와 대도독 마귀를 체포하는 자리에서 그의 주검이 보고되니, 그는 배의 이물 한쪽에서 자결한 상태로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 * *
그로부터 열흘이 지난 조선의 아침.
강녕전 침전에는 흥분한 얼굴의 광해가 황제 이진을 마주하고 있었다.
“침 튀긴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좀 살살 떠들어라.”
“네, 황상! 소신이 너무 기쁜 나머지 너무 흥분한 것 같사옵니다. 해서........”
말을 이으려던 그가 돌연 이진의 지시대로 입을 쓱 닦고는 계속해서 보고를 했다.
“이순신 대 제독은 총 572척의 적 전함을 나포했고, 7만2천의 명 수군 놈들을 포로로 잡았답니다. 뿐만 아니라 사천의 틈왕은 이제 사천을 넘어 섬서(陝西)로 진격하고 있는데, 그 세가 무려 20만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에 명의 천자 주익균이 벌벌 떨며 호령하기를 전 지방군까지 총동원하여 이를 저지하라 명하니, 속속 각 지방군이 투입되나 쉽게 제압할 것 같지는 않사옵니다. 하고 나머지 전선에서도 선전하는 바, 저들에게 조금씩 밀리기는 해도 아직은 저들과 비등한 전력으로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는 최일선의 보고입니다. 황상!”
“명의 체질이 생각보다 훨씬 허약한 게 아니냐?”
“소신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사옵니다. 황상!”
“가만, 가만.........!”
손을 내저어 광해의 더 이상의 발언을 막은 이진이 잠시 두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곧 반개한 눈으로 이진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명년 봄으로 미루었던 거사를 앞당겨야겠다. 곧 겨울이라 동절기에 군사를 움직이는 것은 병가에서 금하는 일이라, 명년 봄을 기약했거늘 지금이 절호의 기회인지도 모르겠다. 출진할 제 병력을 한 번 검토해보아라!”
“네, 황상!”
활짝 핀 웃음으로 황명을 받는 광해였다.
“지난번 북방에서 우리가 동원한 군사가 총 16만이었습니다. 여기에 항복한 명군이 그동안 전력화 되었다면 6만을 더 보탤 수 있겠사옵고, 또 금왕이 최대 병력을 동원한다면 5만, 충렬, 충정왕이 각각 3만 도합 33만의 군세를 북방에서만 일으킬 수 있사옵니다. 여기에 북해도의 병사 2만은 동원할 수 있겠고, 원균이 2만, 고산도 2만, 해남도 2만, 또 그 밑으로 루손과 브루나이, 호주 등이 각각 1만, 본토의 병력을 차지하고라도 11만에, 이순신의 해군이 총 10만은 동원할 수 있으니, 총 54만의 대군세가 되겠사옵니다. 여기에 기존의 병력을 합하면 일거에 명을 결딴내고도 남을 것 같사옵니다. 황상!”
“그건 너무 낙관적인 생각이다. 지금은 잠시 비틀거릴지 몰라도 명의 저력이 그렇게 만만치 않음이야. 해서 짐은 오래 전부터 계획한 일이 있다. 차제에 명의 반쪽을 먹는 것이다. 해서 구렁이가 몸체 큰 놈을 칭칭 감고 서서히 숨통을 조이듯, 서서히 몸통을 조여 종내는 저들을 완전히 먹어치우는 것이다.”
“황상의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기는 해도, 아쉬운 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사옵니다. 황상!”
입맛을 쩍쩍 다시는 광해를 넌지시 바라보던 이진이 말했다.
“망하는 일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매사 실패의 으뜸은 과욕이 그 첫째가 아닌가 한다. 우리 나이 아직 젊고 하니,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가도록 하자.”
“알겠사옵니다. 황상!”
“가서 전황 파악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라!”
“네, 황상!”
광해가 물러가도 그 자리에서 한동안 꼼짝을 않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이진이었다.
그래도 부족한지 황제 이진은 종내는 후원으로 나가 가을 색이 완연한 후원을 거닐며 명을 침공했을 때의 여러 수를 헤아려 보고 있었다.
* * *
한편 명의 황제 주익균은 점차 불리해지는 정세 보고에 중대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중대 결심이라는 것이 기껏 태정(怠政)에서 빠져나와 직접 정무를 챙기는 것이었지만, 아직도 황제의 권위가 시퍼렇게 살아있는 그가 직접 설치니 여러 대안이 모색되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가 지방군에 총동원령을 내리는 것이었다. 명의 군제는 중앙의 오군도독부 외에 지방에도 각 위소(衛所)가 설치되어, 각 성의 도지휘사사(都指揮使司)가 이를 지휘하게 되어 있었다.
이에 따라 각 성의 도지휘사사 밑에 전국의 요소(要所)에 위(衛)소(所)가 설치되어, 여기에 군호의 장정을 분속시켰는데, 1위의 군인은 5,600명이고, 1위는 5개의 천호소(千戶所), 천호소는 10개의 백호소(百戶所)로 구성되어, 이를 지휘사, 천호, 백호 등이 관장하게 되어 있었다.
따라서 누란의 위기를 맞아 주익균은 하 삼성에 나가 있는 군대는 물론 강소 안휘, 심지어 호북 일대의 충의군을 상대하러 파견 나가 있던 중앙군을 불러들이고, 적들은 각 성의 도지위사사에게 맡겨졌다.
뿐만 아니라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지방군도 모두 소집되어 새로 전선에 투입키로 결정하였다. 이는 선전하고 있는 아군에게는 새로운 악재로, 명의 총력 대응에 비세로 돌아설 수밖에 없는 즈음이었다.
조선에서도 황제 이진이 용단을 내리니 북방의 군사는 물론 조선본토, 해외 병력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동원령이 내려졌다. 따라서 이진의 지시에 의해 속속 이들이 각 전선으로 파병되기 시작했다.
이 와중에 제일 바쁜 것은 이순신이 거느리는 조선 해군이었다. 각 병력을 전선에 실어 나르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었다. 원양 항해가 가능한 명군에서 나포한 전선 400척에 분승한 수군은 명의 항졸 7만2천까지 싣고 일단 조선으로 귀환했다.
그러나 수군 전체가 귀환 한 것이 아니라 항해와 전투에 필요한 최소인원인 3만을 제외한 4만은 천진성에 입성해 다음 지시를 기다리게 되었다. 조선에 명군을 내려놓은 이순신 함대는 동원할 수 있는 일체의 해군 전력을 동원하니 원양 가능한 전선이 조선해군 것만 1,200척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명에서 나포한 전함 400척을 더 동원하여 총 1,600척의 대 선단이 북으로, 북으로 항해를 거듭했다. 오일의 항해 끝에 대련항(大連港)에 입항한 이순신 대 전대는 곧 그곳에서 출진을 기다리고 있던 신립의 6개 여단 병력을 전마와 함께 실었다.
그리고 머나난 항해를 시작해 10일 만에 명의 절강성(浙江省)에 부려놓았다. 그 동안 이진의 지급 명령을 받은 고산도의 이억기 또한 그간 건조한 전함 포함하여 600여 척의 전함으로 조선군 2만을 복건성에 상륙시켰다.
이 같은 명은 해남도에도 떨어진 바 해남도를 책임진 김시민 또한 300여척의 전함을 동원해 자신들이 거느린 병사 2만을 광동 성에 상륙시켰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자니, 천진에 머물던 조선 수군이 이순신의 함대에 실려 차례로 복건의 이억기 함대와 광동의 김시민 함대에 승선해, 총 2천5백 척의 대 전단이 다시 대련을 항해에 항해를 거듭했다.
그리고 이 대 선단은 그곳에서 조선군 6개 여단은 물론 금왕 누루하치의 5만 전마까지 모두 싣고, 다시 명의 장강 이남을 향해 항해를 거듭했다. 결국 긴 항해 끝에 조선군 6개 기병이 다시 절강에 상륙하는 것을 시작으로, 누루하치의 군대는 장강을 거슬러 강서성으로 상륙하였다.
또 다시 대련항으로 항해를 시작한 이들은 대련항에서 충렬, 충정왕의 6만 전사를 전마와 함께 태워 강서성에 부려놓았다. 그러니까 명의 절강성에 조선군 12개 기병여단, 강서성에 누루하치를 포함한 여진 기병 11만이 상륙한 것이다.
그동안 북해에서도 전단을 이끌고 오니 이일이 2만 전사를 거느리고 복건성에 상륙했다. 이로써 복건성에도 이억기의 고산도 병력 포함하여, 도합 4만, 2만의 기병과 2만의 보군이 상륙한 것이다. 이어 차례로 루손 섬의 김여물이 2만 군사와 함께 광동성에 상륙하니, 이곳 또한 해남도 군사까지 4만이 상륙하게 되었다.
이어 차례로 원균의 군사 2만이 광서성에 또 브루나이와 호주의 1만 군대도 각각 광서성에 상륙하니, 이 또한 4만 군사가 명의 장강이남 정복 작전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또 북방에서는 권율이 충분히 세뇌된 명군 6만 포함하여 10만의 군사가 허장성세로 곧장이라도 장성을 넘을 듯 근접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명의 반쪽을 차지하기 위한 대접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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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