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36화 (136/210)

< -- 136 회: 대전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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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이날 이진은 오전에 모든 회의를 파하고 새롭게 ‘조선과학연구소(朝鮮科學硏究所)’라 명명된, 전국에서 불러 모은 장인 및 기하, 천문, 수리학 등 여타 실생활의 학문에 밝은 자들의 연구 집단인 이곳을 찾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이진이 새로운 돌파구를 이들에게서 찾고자 함도 있었지만, 무슨 괴상한 장치를 발견했다고 해서 보고자 함이었다. 여기에는 육 승지는 물론 이곳의 새로운 소장으로 발령 난 송한필도 따르고 있었다.

전 연구 소장이었던 송익필이 도승지로 발령 남에 따라 동생인 송한필이 맡게 된 것이다. 아무튼 이곳에 찾아가니 미리 통보가 되었는지 연구원 수백 명이 몰려나와 황제 이진을 맞았다.

곳곳에 땅에 엎드리는 연구원들을 손을 들어 만류한 이진이 말했다.

“그만, 예를 거두어라.”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무슨 새로운 장치를 발명했다고?”

“네, 황상. 경기도 가평에 살던 한사응(韓似應)이라는 자가 발명한 것 이온데, 아주 신기하기 짝이 없사옵니다. 황상!”

“가 봅시다.”

“네, 황상!”

이진이 송한필의 안내로 찾아든 곳은 별채의 공간이었다.

“폐하!”

이들의 방문에 갑자기 흙바닥에 부복하는 자가 있어 바라보니 봉두난발의 청년이었다. 이십대 후반쯤으로 보였다.

“저 자로 말할 것 같으면 황상이 내리신 기하학을 스스로 다 터득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계장치 또한 고안했사옵니다. 황상!”

“그래?”

새삼 그의 위아래를 훑어보나 어디 특별난 구석은 없는 사람이었다.

철커덕, 철커덕........!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중에도 한쪽 구석에서는 이름 모를 기계 장치 하나가, 한 사람의 도움을 받아 계속해서 소리를 내며 아래위로 움직이고 있었다. 소위 말하는 ‘왕복운동(往復運動)’을 할 수 있는 기계장치였다.

그 기계를 가만히 주시하노라니, 밑의 화덕으로 연신 장작이 주입되어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가운데, 화덕 위에 걸린 가마솥에서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물이 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솥뚜껑에는 동 파이프가 위로 연결되어 있어, 그 관을 타고 그 위의 동제 통에 기체(수증기)들이 채집되어 있었고, 이것이 다른 파이프를 통해 한옆에 고정된 원형쇠기둥 통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이 잠금장치(밸브)를 열어주자 신기하게 수증기의 압력에 의해 원형 쇠 통이 위로 천천히 올라갔다.

그리고 속이 텅 빈 원형 쇠기둥(실린더)에 다른 관을 통해 찬물을 공급하자 온도가 떨어지면서 그 쇠기둥이 천천히 아래로 하강하고 있었다.

“하하하.........! 이것이야 말로 증기기관 초기의 작동 원리가 아니고 무엇인가?”

대소를 터트린 이진이 여전히 웃는 낯으로 아직도 허리를 굽히고 있는 한사응의 등을 툭툭 두드려주며 말했다.

“아주 잘 만들었다. 이것야말로 짐이 바라던 물건이다. 그러나 짐이 보기에는 몇 가지 개선할 점이 있다. 우선 화력이 너무 약하다. 장작 대신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도록 하고, 음........ 1차 채집된 수증기의 힘이 너무 약하니, 저것을 다시 한 번 가열하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하라.”

여기까지 지시를 내린 이진이 한참동안 그 기계 장치를 요모조모 뜯어보며 고심하더니 말했다.

“다시 가열된 수증기를 2차로 보낼 통을 확보해 그것으로 보내고 이렇게 되면 기체가 응축된단 말씀이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고심하던 이진이 다른 방안 하나를 제시했다.

“2차 가열까지 마쳐 힘이 세어진 수증기(응축된 기체)를 저 쇠 통(실린더)에 보내되, 이번에는 높은 위치에서 낮은 위치로 관을 만들어 보내는 거야. 당연히 수증기의 힘에 의해 쇠 통이 밑으로 떨어지겠지. 여기에 또 하나의 관을 밑에 설치해 이번에는 이곳으로 수증기를 보내는 거야. 그러면 이 수증기의 힘에 의해 쇠 통이 위로 올라가겠지. 문제는 이 밸브작동 험험........을 사람이 일일이 수동으로 여닫는 것이 아니라, 자동으로 어떻게 개폐를 하던지, 아니면 시차를 두고 자동으로 그 시간만 되면 저절로 수증기가 투입되게끔 만들어봐. 하고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았어.”

이진의 말에 모두 눈을 빛내며 그를 주시하는 장내의 사람들이었다. 곧 크랭크의 원리를 가르쳐주려니 이것이 말로는 쉽지 않았다.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는 그의 머리에 옛날 시골에서 자라며 보았던 와릉와릉 소리를 내며 돌아가던 탈곡기, 도락구라고 해서 크랭크축을 가지고 시동을 걸던 옛날 화물 자동차........

“좋다!”

여기까지 생각하던 이진이 곧 한 소리 탄성을 쏟아내더니 잘 휘어질 수 있는 물체를 가지고 오도록 명했다. 이진의 명에 의해 곧 구리로 만든 가는 관이 들어왔다. 이진은 생각난 길에 조선에서는 흔히 보지 못하는 철사를 만들도록 지시하고, 구리 관을 구부려 곧 만(卍) 모양 중 하나를 떼어낸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를 가지고 직선운동(왕복운동)을 어떻게 회전운동으로 바꾸는지 또는 회전운동을 왕복운동으로 바꾸는지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그리고 과제를 두개 주었다.

“이 원리를 이용해 밟으면 돌아갈 수 있는 물레방아를 만들어봐. 또 하나는 이 작동 원리를 가지고 제 스스로 달릴 수 있는 수레를 하나 만들어봐.”

이것이야말로 탈곡기와 증기관차 또는 증기선의 시발점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네, 황상!”

자신 있게 대답하는 한사응이라는 자를 보니 무언가 큰일을 저지를 것 같은 예감에, 이진은 온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끼며, 제 연구원들을 한곳에 집합시키도록 명했다.

화재를 방지하기 위해 흙벽돌로 삼면을 쌓아올렸지만 이진은 혹시 모를 위험을 피하기 위해, 피우던 불을 모두 끄고 한사응 이하 이를 돕던 자들 모두를 모두 모이는 곳으로 오도록 했다.

아무리 이진이 역사학을 전공한 사람이나 현대를 살면서 눈으로 본 것이 있고, 인터넷 소설 연재를 통해서 과거 회귀물을 쓴 바 많으므로, 어렵게나마 증기기관의 원리를 설명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단번에 오늘 갑자기 척척 생각해 낸 것이 아니라, 이 또한 평소에도 틈틈이 이 분야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한 결과물이었다. 아무튼 이들에게 완전치는 않지만 대충이라도 증기기관과 크랭크의 원리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게 되어 내심 흡족한 이진이었다.

잠시 후 모든 사람이 뜰에 집합을 하자, 이진은 곧 조악하게 만들어진 단 위에 올라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조선과학연구소가 발족한 이래 어언 10여개 성상. 짐은 오늘 비로소 아주 희귀한 발명품 하나를 구경했노라. 이것이 더욱 발전되면 무슨 현상이 일어나느냐? 소로 마차를 끄는 것이 아니라 제 스스로 달릴 수 있는 기차(汽車)라는 물건이 만들어 질 수도 있고, 쇠로 만든 커다란 배가 저 혼자 대양을 누비는 날이 올 것을, 짐은 믿어 의심치 않노라.”

무슨 허황한 소리냐고 입만 쩍 벌리고 있는 그들은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이진은 말을 이어나갔다.

“따라서 한사응이라는 자의 발명은 그 기초가 되는바 천금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짐의 생각이다. 해서 짐은 내탕금에서 천 냥의 포상금을 내리겠다.”

이진의 말이 여기까지 이르자 깜짝 놀란 송한필은 물론 당사자인 한사응까지 급히 부복해 울먹였다.

“폐하!”

“폐하........! 흑흑흑.........!”

잠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이진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짐이 방금 밝혔듯이 모두 연구에 매진하여 성과물을 내놓아라. 그러면 짐은 절대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고 포상할 것이며 그의 신분도 올려주겠노라. 그런 의미에서 한사응에게도 정칠품의 벼슬을 하사하니 도승지는 이를 곧 실행토록 하라!”

“네, 황상!”

송익필의 복명에 만족한 웃음을 지은 이진이 곧 해산을 명하고 강녕전으로 돌아왔다. 이곳에서 중식을 들고 잠시 쉰 이진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규장각(奎章閣)이었다. 오늘 그의 친강(親講)이 있는 날이었다.

정조의 초계문신(抄啓文臣)제도를 본 따 규장각을 설치하고, 운영하길 어언 10여개 성상. 이제는 이곳에 300명이 넘는 젊은 관리들이 일선 업무에서 물러나 학문 연구에 전념하고 있었다.

즉 37세 이하의 당하관 중에서 선발하여 본래 직무를 면제하고 연구에 전념하게 하되, 1개월에 2회의 구술고사(講)와 ,1회의 필답고사(製)로 성과를 평가하였다. 황제 이진이 친히 강론에 참여하거나 직접 시험을 보여 채점하기도 하였다.

교육과 연구의 내용은 물론 유학을 중심으로 하였으나 문장 형식이나 공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고 경전의 참뜻을 익히도록 하였으며, 40세가 되면 졸업시켜 익힌 바를 국정에 적용케 하였다.

또한 초기에는 정승들의 추천으로 입교시켰으나, 훗날에는 이진 스스로가 추천하여 들게 된 자들이 대다수인 관계로, 오늘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이진의 친위사단이 되어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 내용도 그렇다. 제 대신들의 눈을 의식해 처음에는 유교 경전 위주였으나, 지금은 실 학문 위주로 개편이 되어 ‘어떻게 하면 부국강병을 이룰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유능한 관리가 될 수 있는가?’ ‘이앙법의 조기정착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수령의 임의의 재판은 정당한가?’ ‘경국대전 법조문에 의한 재판이 형량의 변동성이 적고 합리적이지 않은가?’ 등등, 실생활에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들을 가지고 많은 토론과 시험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5년 전부터는 매일 조강 형식으로 각 역관들이 이들에게 명나라 말은 물론, 여진어, 왜어 등을 가르쳐 해외정복 사업에 부응하도록 했다. 이제 앞으로는 이들이 중추가 되어 대 조선제국을 이끌어나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황제 이진이 규장각에 도착하자 300여 젊은 문신들이 일제히 부복하여 고개를 조아렸다. 이들 중에는 때로 능력은 뛰어나나 신분이 천한 자도 있었다. 이진의 특명에 의해 선발된 자들이었다.

아무튼 이진은 그들의 예를 받고 강단에 섰다.

그곳에는 현대의 녹색 칠판과 분필도 준비되어 있었다.

“짐이 오늘 제1성으로 동량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지금 여러분들이 익히고 있는 외국어에 더욱 박차를 가해달라는 말이다. 나라 위기중중 하여 대 조선제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했은즉, 곧 짐의 결단이 있을 것이다. 하면 필히 익힌 것이 빛을 볼 날이 있으리라.”

여기서 말을 끊고 기침소리 하나 없는 장내를 돌아본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하니 여러분들은 실사구시의 학문에 더욱 정진하고 외국어에도 두루 능통해 만역 짐이 그대들을 외국의 관리로 임명했을 때, 한 점 소홀함 없이 통치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기 바라노라. 또 하나 부기한다면 앞으로 조선은 좀 더 과학에 비중을 둔 나라가 될 터인즉 자녀들에게는 이 또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라. 짐의 말은 여기까지 이고, 짐이 과제를 하나 내리겠다. 즉 오늘의 과시(課試)는 ‘어떻게 하면 명국 백성을 효율적으로 통제 내지는 통치할 수 있는가?이다. 시간은 한 시진을 주겠다. 즉시 작성에 임하도록 하라!”

“네이~ 황상!”

곧 이들에게 준비물이 나누어지고 이들은 곧 과제 작성에 들어갔다. 먹을 분주히 가는 자, 일단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기는 자, 벌써부터 모든 준비가 되었는지 일필휘지로 써내려가는 자도 있었다.

이를 잠시 구경하던 이진은 곧 수행한 우승지에게 감독하라 이르고는 곧 자리를 떴다. 그리고 황제 이진이 다음으로 향한 곳은 사역원(司譯院)이었다.

이곳에서 이진은 이곳 관리들에게 특별히 당부하기를, 앞으로는 이곳의 위치가 더욱 중요해졌으니, 기존의 명, 왜, 여진, 몽골 말에 이어 양이들의 말까지 번역은 물론 이들의 말에 능한 자들까지 더욱 많이 선발하고 가르쳐 많이 길러내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역관들에게는 지금의 외국어 학원이라 할 수 있는 ‘외국어강습소’를 만들어 부업을 해도 좋다는 특별 허가를 해주었다. 이제 과거에서도 외국어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이들은 곧 돈방석에 올라앉게 될 것이다.

이렇게 하니 바쁘게 돌아친 하루가 끝나고 이진은 곧 자유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는 곧 왕 태후에게 문안인사를 하고 저녁수라상을 마주했다. 이렇게 황제 이진의 하루가 또 저물어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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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늦었습니다.

요즘 개인적인 일로 바쁜 일이 생겨 종종 늦는 일이 있네요.

조만간 공지를 통해 모든 사정을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고 늘 건강하세요!^^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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