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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35화 (135/210)

< -- 135 회: 대전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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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었다.

삼 일 간 이진이 경축연을 선포하는 바람에 조강은 물론은 정무마저 돌보지 않아도 되었다. 그런 아침이기에 모처럼 이진이 늦잠을 즐기고 있는데 엉뚱하게도 잠을 깨우는 사람이 있었다.

“황상, 황상! 동왕의 문안이옵나이다.”

“필요 없다고 해. 모처럼 늦잠 즐기는 게 김 상선은 안 보이는가?”

“그게 아니라.........! 꼭 보고드릴 일이 있다고........!”

“것 참. 다음에 하면 안 되는가?”

“긴급한 사안이라고........”

“알았다.”

이진이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니 대기하고 있던 수직상궁이 이부자리를 정리하러 들어왔다. 간단히 소세를 든 이진이 커피 두 잔과 함께 광해와 마주앉았다.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이렇게 성가시게 구는 것이냐?”

“죄송합니다. 황상! 원체 중요 사안이라서........”

얼버무리던 그가 바로 말을 이었다.

“이여송이 자신이 거느리던 4만 군대와 더불어 만리장성을 탈주해 권율 군단장에게 귀순해 왔습니다.”

“뭣이! 그 자가 왜?”

이진이 놀란 얼굴로 광해를 똑바로 바라보며 이유를 물었다.

어사 장학명 등이 패전 책임을 물어 처형해야한다고 주장하자 이를 명국 황제가 승인했다합니다. 이를 북경에 있던 이성량이 자신의 인맥을 통해 듣고는, 바로 모든 형제들과 탈주를 권유했답니다. 자신은 스스로 자결을 하고요.“

“허허..........! 그런 일이? 그래서 어떻게 됐지?”

“이여송의 7형제와 함께 그를 따르던 4만 군대가 이성량의 권고대로 함께 움직여 권율 부대를 찾았고, 후에 이 소식을 들은 명의 천자가 대노했답니다. 더 이상 조선의 응석을 묵과할 수 없다고 벼르며, 각 성에 지시를 하여 백만 대군을 모집하고 수군도 2천 척 이상의 전함을 건조하고, 30만 이상을 조련하도록 하라는 칙령을 하달했다는 급보입니다.”

“뭐? 그러면 안 되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로구나. 긴급 대안을 세워야지.”

“해서 급히 찾아들 수밖에 없었사옵니다. 황상!”

“수고했다.”

“네, 황상!”

중신회의를 소집하려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이진이 무슨 생각인지, 함께 일어서는 광해를 손짓으로 만류해 자리에 앉히더니, 자신도 도로 자리에 앉았다.

“왜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지?”

명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왜는 왜 거론하는지, 미처 준비하고 있지 않으면 항상 답변에 궁해 쩔쩔매게 되는 것이 이진 앞의 보고였다.

그러나 광해는 침착한 음성으로 답변을 해나갔다.

“풍신수길 사후 세키가하라(関ヶ原) 전투에서 승리해 풍신수길의 세를 크게 꺾은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정이대장군에 올라 에도막부를 개창함으로서 현 실권자가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풍신수길의 아들 도요토미 히데요리(豊臣秀頼)가 오사카의 거성에 거주하고 있고, 또 이를 중심으로 연결되어 있는 옛 풍신수길의 부하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숫자에 이릅니다. 현재 이에야스는 아들 도쿠가와 히데타다에게 정권을 물려주고 자신은 시즈오카(静岡)의 슨푸(駿府)에 기거하면서, 스스로 ‘오고교사마(大御所)’라 칭하고 있사오나, 형식적으로 정치에서 물러났을 뿐, 실권은 여전히 장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최근의 보고로는 본 조선제국과의 화해를 도모하기 위해, 사절을 파견하고 통신사 파견을 요청할 것이라는 첩보가 있습니다. 황상!”

“흐흠........! 왜도 그렇고....... 주변에 하나 만만히 볼 적이 없으니........”

급기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방안을 서성이는 이진이었다. 그러던 그가 우뚝 걸음을 멈추고 광해를 돌아보며 물었다.

“두 나라를 상대할 묘안이 없겠느냐?”

“우선 한 쪽이라도 달래 놓아야 하니 왜와는 화친을 하는 척하고, 명과는 물과 불의 관계이니 도저히 화해 불가능한 즉, 만만의 준비를 갖추는 수밖에는 없을 것 같사옵니다. 황상!”

“그 정도의 대책은 삼척동자도 내놓을 수 있는 상식수준의 대책이니라. 위정자는 그런 정도의 감을 갖고는 안 돼. 더 깊이 고뇌하고 더 고도의 책략을 구사할 줄 알아야지.”

아직 특별히 떠오르는 묘안은 없지만 동생 광해에게 가르침을 베푼다는 심정으로 꾸짖은 이진이 다시 방안을 서성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던 그가 혼잣말인 것처럼 중얼거렸다.

“명의 인구가 현 8천 내지 1억 가까운 인구는 될 거야. 그러니 130만 대군을 양성하다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지. 마음만 먹으면 수백만의 군사도 모을 수 있는 게 그들이야. 우리나라는 현재 2천만 조금 넘지?”

“여진과 해외 인구를 전부 합치면, 2천3백만 정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충 다섯 배의 인구야. 그러니 별 지랄을 다 떨어도 우선 쪽수에서 밀리니 말이야, 별 수 없지. 당장은 뾰족한 수가 없으니 시간을 버는 수밖에.”

여기까지 중얼거린 이진이 돌연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좋은 수가 있긴 한데 명나라 내에 인물이 없단 말씀이지........”

“무슨 말씀이시 온지요? 황상!”

“전가의 보도처럼 써먹는 국경 침탈과 왜구의 노략질만으로는 저들을 괴롭히는데 한계가 있단 말이지. 이번에는 아예 내륙 깊숙한 곳에서 내란을 일으켜 천지사방으로 들쑤시고 다니면서, 저들의 국력을 약화시키면 아주 좋은데 그들 주도할 마땅한 사람이 없단 말이다.”

“혹 이여송을 그런 곳에 써먹으면 안 되겠사옵니까? 황상! 광세사들의 학정으로 인해 명국 백성들이 한창 부글부글 끓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흐흠.........! 다 좋은데 이여송은 요동출신이라 내부에 지지기반이 엷단 말이지. 그가 사천이나 섬서 출신 정도면 되면 주변 인맥을 모아 한 번 거사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동조할 텐데 말이야.”

“아니면, 황상, 우리에게 귀의한 장수들 중 그런 인물을 고르면 안 되겠사옵니까?”

여전히 고개를 흔든 이진이 말했다.

“마땅한 인물이 없어. 마땅한 인물이.........”

이마를 찌푸리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이진이 말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먹어야지 어쩌겠나. 이여송에게 왕 자리를 하사하고, 저 청해의 몽골 저력토를 통해 내륙 깊숙이 침투시켜 명의 내부를 한 번 흔들어놔야겠어. 동시에 전가의 보도도 다시 빼들고. 이렇게 곳곳을 쑤셔놓으면 저들은 혼란스러워서도 모든 준비가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공산이 크지.”

“지금 현재로서는 그래도 그 방안이 가장 현실적인 같사옵니다. 황상!”

“하고 이제 반쪽이라도 집어삼켜야겠어.”

“네?”

“너무 위태위태해. 마치 외줄을 타는 심정이거든. 그깟 요동이나 천진을 점령했다고 우쭐해서는 큰 코 다쳐. 그들의 저력을 생각해봐. 종전 자네의 보고가 전혀 허풍이 아니거든. 현실이야, 현실. 그러니 익균의 말대로 우리가 그 앞에서 응석을 부리고 있는지도 모르지. 하지만 하하하..........! 결코 그렇게는 안 될 것이야. 하하하.........!”

다시 한 번 대소를 터트린 이진의 표정이 갑자기 근엄 아니 엄숙해졌다. 묘한 위엄과 긴장감을 피워내는 분위기였다.

“조선도 이대로는 안 돼. 마누라 빼고는 다 바꾸어야 해. 아니지 아무리 조강지처라도 따라오지 못하면 다 바꾸어야 해.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어. 아직 대신들은 승리에 취해 이 절박감을 모르나, 짐은 잘 알고 있어. 여기서 한 발 삐끗, 잘못 디디면 천 길 낭떠러지로 추락사하는 거야.”

“하오시면 평소의 지론과는 다르게 급진 개혁이 될 터인데........”

“절묘하게 조화를 맞추어야지. 아무렴, 그렇고말고. 그렇게 해야지. 또한 내부가 흔들려서는 죽도 밥도 안 되니, 짐이 더 긴장하는 거야. 수구꼴통들이 많아 놔서.........”

“네?”

“아니야.”머리를 흔든 이진이 돌연 정색을 하고 광해에게 물었다.

“이여송의 귀순이 아직 외부로 새어나간 것은 아니지?”

“아직 장계도 올라오지 않았지 않습니까? 제 정보가 가장 빠르다고 보아야죠.”

“그래. 그렇다면 말이야. 바로 파발을 띄워 이여송을 비밀리에 내 앞으로 데려오도록 해. 그와 담판을 지어야겠어. 중간에 사람을 놓고 거래를 해서는 그의 진심을 알 수 없을 것인즉, 짐이 직접 그자를 살펴가며 이야기를 나누어야겠어. 알았나?”

“네, 황상! 곧바로 시행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상!”

“그래, 나가봐. 필요하면 또 부르도록 할 테니.”

“네, 황상!”

“잠깐!”

“네?”

“명 수군이 건조한 전함이 얼마 정도 되지?”

“500여척으로 파악하고 있사옵니다. 황상!”

“알았어. 그만 나가봐.”

“네, 황상!”

오늘따라 황상이 유독 말도 많고 묻는 것도 많다고 느끼는 광해였다. 긴장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유추해보는 광해였다. 바람 잘 날 없는 자리에서 항상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살아가는 형을 보노라면, 때로 가엾다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는 광해였다.

* * *

돌연 삼 일 간 예정되었던 경축연이 취소되고 예정에 없던 조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이진이 근엄한 얼굴로 말했다.

“앞으로 과거 시험에서는 타국말을 할 줄 아는 자를 가산점을 주어 우대하는 방향으로 하시오. 그 배경은 공경대부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오. 날로 해외 영토가 넓어지는 작금의 대 조선제국 아니오? 그러니 그들의 말을 아는 관리가 현지를 통치하기에는 유리할 수밖에. 그러니 그런 줄 알고, 그렇게 시행하도록 하오.”

“역관들이나 익히는 외국 말을..........”

형조판서 유영경의 말을 호통으로 막는 이진이었다.

“갈.........! 지금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런 고루한 말을 하는 거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는 것을 정녕 형판은 모르고 있단 말이오.”

“그야.........!”

“여러 말 할 것 없소. 짐의 말대로 따르도록 하시오. 하고 지금 여러분들이 모르는 위기들이 사방에서 닥치고 있는 위기상황이기도 하니, 그런 줄 알고 모두 합심하여 정사를 돌보는데 한 점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오.”

“네, 황상!”

우리가 명의 조정에 세작을 심어놓았듯이 명에서 우리 조정에 세작을 안 심어놨다고 단언할 수 없는 작금. 이진은 극비정보는 이들이 동요할까봐 풀지 않고 애둘러 위기상황을 이야기하나 이들에게 얼마나 먹힐지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하고 짐은 여러분 아니 조선제국 내의 전 사대부들에 대한 충성심을 시험하고 싶소. 이야기인즉슨 가능한 집집마다 16에서 25세 이하의 장정 노비, 한 구(口:당시 노비를 세는 단위)씩을 내놓았으면 하오. 가급적 결혼을 안 한 노비이면 좋겠소.”

“명색은 그럴 듯하나 이는 심하게 말하면 사대부들의 재산을 강탈하는........”

“뭐라고........?”

예판 남이공의 말이 진정으로 노여운지 푸들푸들 떨며 묻는 이진의 기세에 놀란 남이공이 급히 납작 엎드려 아뢰었다.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황상 노여움을 푸시고 한 번만..........”

“갈.........!”

정녕 대전이 떠나가도록 호통을 내지른 이진이 무언가 살벌한 말을 내뱉을 듯하다가 돌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리고 곧 말을 했다.

“짐이 백성들이 동요할까봐 말을 아꼈으나, 금번 아국의 요동 침공으로 명의 천자가 진정 노여워한다는 정보요. 해서 100만 보군과 30만 수군을 조련해 기필코 조선을 손보겠다고 벼르고 있다하오. 이런 정세 하에서 짐이 공경들에게 노비 한 구씩을 요구하는 것은, 그들에게 ‘충의군(忠義軍)’이라는 명예로운 명칭을 주되, 그들의 임무는 아마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이와 같이 중대차한 시점에 뭐.........? 사재를 강탈한다고.........?”

“죽을죄를 지었나이다. 황상!”

다시 한 번 엎드려 비는 예판을 노려보던 이진이 돌연 시선을 거두고 비장미 넘치는 얼굴로 말했다.

“이런 작금의 형세이니, 이를 널리 알려 자진해서 바치는 형식을 취하란 말입니다. 협조를 안 해도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위중한 나라의 상황을 맞이하여........ 알겠소?”

“네, 황상!”

“오늘은 여기까지요. 돌아가서 잘 들 생각해 보고. 조보는 조보대로 위의 사실을 널이 알려 사대부들의 협조를 적극 구하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각 대신들이 삼삼오오 자리를 물러나는 자리.

떠드는 그들의 말이 비록 작게 속삭이는 말이지만 이진의 귀청을 때렸다.

“내 조만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땅 조금 차지했다고 우쭐하더니, 기어코 큰 화를 불러들이는 고만.”

뒤통수만 보아도 이진은 그가 누구인 줄 알았다. 그렇지만 절영지회(絶纓之會)의 고사를 생각하고는 두 눈을 질끈 감는 이진의 눈에는, 참으로 조석변심의 인심에 가슴이 아팠다. 그렇지만 모든 대안이 서 있는 지금, 이진은 내심 자신감이 넘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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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행운이 가득 하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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