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34화 (134/210)

< -- 134 회: 몽골과 요서 정벌 -- >

7

경복궁 내, 사정전.

제 대신들이 부복한 가운데, 황제 이진은 신립과 권율의 장계를 받아 본 이래로, 홍소(哄笑)를 터트리며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했다.

“하하하........! 대승이로구나! 대승! 하하하.........!”

“이제 만리장성 이동으로는 전부 대 조선제국의 강역이 되었음이야! 뿐인가? 우리의 영향력이 내몽골을 넘어 작금에는 청해와 심지어 서장 일부까지 미치고 있음이니, 단군 성조이래로 그 누가 있어, 이런 대제국을 건설했다는 말인가! 여기에 북으로는 아무르 강 이남, 동으로는 사할린 섬까지. 뿐인가 왜의 제도(諸島)를 거쳐, 고산, 해남, 저 멀리 호주에까지 작금은 우리의 영토가 되었으니, 머지않아 해가 지지 않는 영원한 제국이 되리라! 하하하........!”

“경하 드리옵나이다. 폐하!”

황제 이진의 웃음이 끝나기도 전에 제 대신들이 부복해 축하를 하니 이진의 기쁨은 배가 되었다.

“공경대부들은 들으오.”

“네, 폐하!”

“금일부로 역신이 아닌 자들 외에는 모두 방면하여 제국의 강역이 더욱 드넓어졌음을 경축하고, 또한 삼일 밤낮으로 경축연을 열어 이를 기리도록 하라!”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하고 병조에서는 금번에 공을 세운 자들이 어느 하나 빠지지 않도록 세세히 조사하여 포상할 것이며, 또한 조공 국에서 점령한 영토는 그대로 그들의 영토가 되게끔 하여 더욱 충성을 유도토록 하라!”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또한 금번에 참전했지만 욕심 내지 않아 영토를 점령하지 못했지만 그 공이 큰 충의왕에게는 노획한 전마 중 1만 필 중 5천 필을 주어 그의 의기를 기리도록 하라!”

“너무 과한 것이 아니옵니까? 황상!”

이조판서 이이첨의 아까워하는 말에 이진이 웃으며 답했다.

“짐의 방침은 그렇다. 가급적 포상을 받는 자가 생각지 못할 정도의 은전을 내려 더욱 충성심을 유도하는 것. 이것이 짐의 포상 방침이니라. 하니 너무 아까워하지 말고, 쓸데는 팍팍 써야 하느니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여전히 이진이 넉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가운데 간신 이이첨이 말했다.

“황상! 대제국의 강역을 이룬 지금, 대제국의 위신에 걸맞게 새로이 궁궐도 축조하고.......”

“갈(喝)! 예로부터 목수가 제 집을 지으면 망한다는 말이 있다. 이 순간 이판뿐만 아니라 제 대신들도 이를 곱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은 궁궐이 좁아서가 아니라, 지금과 같은 헤픈 마음이 나라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하고, 제 대신들은 더욱 정무에 열심히 임해야 하느니라. 하니 다른 마음들 먹지 말고, 제 경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한 점 흐트러짐이 있어서는 아니 되느니라.”

“소신 죽을죄를 저질렀나이다. 황상!”

“각골명심하겠사옵니다. 황상!”

“명 받자옵나이다. 황상!”

큰 꾸지람을 들은 이이첨이 먼저 크게 뉘우치는 말을 하고 제 대신들 또한 황상의 명을 어김없이 받들 것을 결의하였다.

“이제 그만 합시다. 오늘 유시 정에는 경회루에서 대 경축연을 베풀겠으니, 여기 있는 대신들은 한 사람도 빠지지 말고 참석하여 함께 경축하도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폐하!”

이것을 끝으로 제 대신들을 물린 이진은 병판 강홍립과 육 승지들만 남겨, 새로 점령한 성들과 기존 성의 군사 배치를 상의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최일선으로 신속히 통보되었다.

새로 점령한 영원성과 금주성은 군단장 권율이 맡되, 그에게는 전공으로 몽골의 저력토가 바친 전마 5천 필의 말을 하사해, 기병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또 총 적의 포로 6만2천 중 3만1천 명을 떼어주어, 재교육 후 조선군화 하도록 했다.

하지만 말썽을 피우는 자가 있다면 본보기로 처형을 해도 좋고, 노예로 삼아도 좋다는 명을 내려 그에게 운신의 폭을 넓혀주었다.

이어 신립에게는 원대 복귀할 것을 명하고, 권율이 주둔했던 요양성과 요녕성 등 후방에는 그가 거느렸던 12여단 중 이빈을 요양성주로 삼아 2개 여단을, 또 이천을 요녕성주로 삼아 각각 2개 여단을 임의로 배속시킬 것을 명했다.

또 그에게도 노획한 전마 5천 필 그리고 항병 3만1천 명을 하사했다. 그에게도 항병을 임의롭게 처분할 수 있는 재량권을 주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리고 황제 이진은 신립과 권율에게도 정1품 최고의 품계를 내리는 한편 공을 세운 다른 제장들에게도 알맞은 벼슬과 함께 부상으로 5천 냥씩의 은화를 하사했다. 그리고 나머지 예하 장졸들에 대한 포상은 병부로 미루었다.

끝으로 황제 이진은 신립의 거취 문제도 거론하여 신립은 나머지 6개 여단의 기병을 데리고, 이제는 아무르 강 이북 또 이서의 새로운 영토를 개척토록 명했다. 비록 그곳이 지금은 동토(凍土)로 별로 쓸모가 없는 땅일지 몰라도, 후손들의 미래의 자원을 생각하면 무주공산인 지금 점령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기 때문에 취한 조처였다.

* * *

“하하하.........!”

황제 이진의 대소가 경회루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마마마! 확실히 아들 하나는 잘 두었지요?”

“호호호.......! 이를 말입니까, 황상! 이 어미가 전에도 누차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 어미가 한 일 중 가장 잘한 일이 황상을 보위에 올린 일이라고. 본 태후의 대에 이르러서 조선의 강역이 아녀자로서는 도저히 상상하기도 벅찬 정도로 넓어졌으니, 본 태후는 죽어서도 열성조님들에게 떳떳이 낯을 들 수 있게 생겼습니다 그려, 황상! 호호호.........!”

“어마마마! 이렇게 기쁜 날 취하지 않으면 언제 취하리오. 더는 사양마시고, 소자의 잔 한 잔만 더 받으시옵소서!”

“좋아요. 황상! 오늘만큼은 이 어미도 흠씬 취해 황상에게 주사라도 한 번 벌여볼 양이니까요.”

“하하하.........! 얼마든지요.”

“호호호.........! 이 어미의 주사라는 게 다름 아니 예요. 모처럼 황상의 옆방에 거처하는 것이지요.”

“다른 것은 다 돼도 그것만은 안 됩니다. 어마마마! 그렇게 되면 황후는 물론 제 귀비들이 어마마마를 내심 미워할 것 이온즉 소자 그렇게는 못하겠사옵니다. 어마마마!”

“호호호.........! 그런가요? 그럼, 무엇으로 주사를 부릴 꼬?”

황태후 박 씨가 그 생각으로 머리를 외로 꼬는데, 그녀의 귓가에다 대고 속삭이는 궁녀가 있었다. 그녀의 곁에 머물며 수족처럼 따르는 궁녀 심 씨였다. 그녀의 속삭임에 곧 즐거운 표정을 짓는 황태후 박 씨였다.

“호호호.........! 그렇게 하면 되겠다.”

말은 않고 즐거워만 하니 삐진 양 뚱한 표정으로 이진이 말했다.

“무엇으로 소자를 골탕 먹이려 그렇게 즐거워하십니까? 어마마마!”

“호호호........! 황상이 새로운 재인(才人)들이는 것을 마다하니, 하나 골라 받쳐 아예 벌을 주려함입니다.”

“네........?”

대경하는 이진의 표정처럼 이진은 공식적으로 들인 첩들 외에는 전혀 새로운 궁녀를 탐하지 않았으니, 이진을 놀리는 방법도 되기는 되었다. 그러나 곧 이진이 표정을 수습하더니 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어마마마가 붙여주는 궁인이 얼마나 예쁜지 오늘 밤 기대하고 있겠사옵니다. 어마마마!”

‘엉? 그러면 안 되는데.........?’

이것이 황태후 박 씨의 표정이었다. 그녀의 표정에 더욱 즐거워진 이진이 대소하며 말했다.

“하하하.........! 전악은 무얼 하는고. 오늘 같이 기쁜 날 어서 풍악을 울리지 않고!”

“네이, 황상!”

곧 신명나는 주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공경대부들은 또 무엇을 망설이고 있소? 오늘 같이 기쁜 날 취하지 않고, 어서들 잔을 들어요. 오늘은 취하지 않는 사람은 정말 밤을 새워야할 것인즉 그런 줄 알고, 주량껏들 마시세요. 하고 무희와 무동들 또한 이제 춤보다는 여기 있는 여러 대신들을 취하게 하는데 주안을 두도록 하라!”

“네이, 황상!”

곧 무희와 무동들이 쪼르르 달려들어 각 대신들에게 술잔을 권하니 벌써 취했는지 어느 대신이 고함을 질렀다.

“냄새 나는 네 놈은 어여 물렀거라!”

감히 황제 앞에서 할 행동은 아니지만 남색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노 대신 같았다. 그렇다고 다른 대신들이 왜놈들처럼 남색을 밝힌다는 말은 아니고, 그렇다는 말이었다.

“황후!”

“네, 황상!”

이진의 부름에 벌써 몇 잔의 술을 마셨는지 발그레해진 황후 허 씨가 상냥스럽게 대답했다.

“당신도 오늘 만큼은 취해, 짐에게 주사 한 번 부려 보구료.”

“황태후마마도 주사를 부리신다고 벌써 언명하셨는데, 소첩마저 궁녀를 안겨드리면 어찌 감당하시려고요?”

“하하하..........!”

“허허허..........!”

황후의 농담에 제 대신들마저 웃음을 터트리는 가운데, 이진이 말했다.

“차제에 오늘은 귀비들까지 하나씩 받치는 것으로 하면 어떨까?”

“아니 되옵니다. 황상!”

‘엉?’

되바라진 소리 하는 여인이 누구인가 돌아보니, 역시 가장 배짱이 두둑한 신립의 딸 신 귀비였다. 곧 표정을 수습한 이진이 점잖게 물었다.

“왜 그렇소?”

“하루 황상을 즐겁게 해주자고, 매일 밤 총애를 다투고 그늘에서 숨 죽여 울기는 싫사옵니다. 황상!”

“옳은 말이긴 한데, 너무 눈치 없는 것은 알지요?”

“다른 귀비나 후궁들 또한 제 마음과 한 치도 다르지 않을 것이옵나이다. 황상!”

“됐소, 됐어. 그 문제는 이제 그만합시다. 다 웃자고 한 소리이니 그런 줄 알고, 짐이 오늘 밤 다른 궁인을 품지 않을 테니, 그 보상으로 험, 험, 나머지는 짐이 말하지 않아도 알지요?”

이진의 말에 네 귀비가 급격히 얼굴을 붉히는 가운데 다른 대신들은 의아한 얼굴로 황제와 제 귀비들의 표정을 살피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 전악은 더욱 크게 풍악을 울리고, 제 대신들은 각자의 잔에 넘치도록 술을 따르시오. 그리고 이 아름다운 봄밤의 향연을 즐겨봅시다. 하하하.........!”

“네이, 황상!”

이때 이판 이이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고했다.

“황상, 오늘 같이 즐거운 날, 빠진 것이 하나 있는 것 같사옵나이다. 황상!”

“그것이 무엇인고?”

“실제로 일선에서 공을 세운 장군들입니다. 황상! 그들에게도 명주 한 말씩을 하사해, 제 대신들과 황상의 기쁨을 표현하는 것은 어떻사옵니까? 황상!”

“좋은 제안이다. 차라리 황궁으로 부를까?”

“이제 장성 밖의 일은 한시도 장담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황상! 명의 천자 금번의 대패로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인즉 좋은 방법이 아닌가 하옵니다. 이판의 말이 타당한 줄로 아뢰옵나이다. 황상!”

영상 유성룡의 말에 이진이 또 한 번 대소하며 말했다.

“제 대신들은 보오. 짐의 말이라고 항상 옳은 것만은 아니리오. 지금처럼 짐의 말이 그르다고 생각하면 하시라도 간언하기를 주저하지 말지어다. 그래야만 나라가 올바르게 돌아가는 것인즉 이를 각자 명심하고 짐을 더욱 깨우쳐주기 바라노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자, 자, 그만하고. 술맛 떨어지니 어서 무희들은 술을 치고 더욱 풍악을 크게 울리도록 하라. 하고 어마마마를 비롯한 황후 이하 제 비(妃)들도 술잔을 들어, 오늘의 이 기쁨을 함께 경축하도록 합시다.”

“네이, 황상!”

이렇게 봄밤 깊어 가는데 경회루의 연못은 봄철을 맞아 더욱 푸르렀고, 밤하늘의 성긴 별조차도 오늘은 기쁨에 취해 노래하는 듯 더욱 요요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봄꿈이 더욱 깊어가는 사월의 어느 날 밤에 벌어진 향연(饗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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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리고요!^^

늘 행복하시고 유쾌한 날들 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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