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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26화 (126/210)

< -- 126 회: 대항해시대의 서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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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의 대 전단이 서서히 접근하자 에스파냐 전함 10척과, 네덜란드 전함 10척이 함께 몰려나왔다. 이에 반해 브루나이 왕국 소속 연근해의 작은 전함들은 속속 항구 안쪽으로 대피하기 바빴다.

해군력이 약했기에 지금 그들은 에스파냐와 네덜란드 인들에게 항구를 내주고 중계 무역을 허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만약 해군력이 강했다면 언감생심 이들은 발도 못 붙였을 것이다.

아무튼 이순신은 천리경으로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가, 저들이 일제히 몰려나오자 발포 준비 명령을 내렸다. 곧 저들이 위협이라도 하도 대포를 쏘며 선제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거리가 있어 그들의 함포 사격은 아군에 전혀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군 전함은 충분한 유효사거리 내에 저들을 두고 있었다. 저들이 조금 더 접근하면 아군에 피해가 발생하겠다고 판단한 이순신이 명했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이영남의 복창과 함께 붉은 수기가 올라가며 전고 소리 사납게 뛰놀기 시작했다.

곧 초대형 전함 세 척에서 일제히 후장식 대포들이 불을 내뿜고, 뒤질세라 고산도에서 합류한 갈레온 선 50척에서도 불꽃과 함께 요란한 포격 음을 내기 시작했다.

퉁, 퉁, 퉁.........!

쾅, 쾅, 쾅.........!

콰쾅, 쾅, 콰쾅........!

뒤의 원양선 300척이 열중쉬어를 하고 있어도 적의 전함들은 연신 화염에 휩싸이며 기울기 시작했다. 그들도 응전하나 사거리기가 미치지 못하니 급속 기동하여 달려든다. 그러나 그 전에 사오백 여문에서 발사되는 대포에 의해 피격되어 제자리를 맴도는 것이 먼저였다.

우르릉 펑, 펑........!

퉁, 퉁, 퉁..........!

쾅, 콰쾅, 쾅........!

연속되는 아군의 함포사격에 저들의 전함 20척이 모두 피격되어 바다 속으로 수장되기 시작했다. 이에 저들 바다 속으로 뛰어들며 삶을 도모하거나 항복을 외치는 소리 요란하나, 아군에게는 마이동풍이었다.

에스파냐, 네덜란드 양군의 전함들을 모두 운항 불가로 만들어 놓은 아군의 대형전함들이 한옆으로 빠지자, 뒤에 위치해 있던 원양 선들이 이들에게 접근해 아직 살아있는 일부 군인들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아직도 불타오르는 선체에 버티고 있다가 비로소 바다 속으로 뛰어들며 구원을 요청하는 자들도 있었다. 이들에게도 아군의 생명줄이 내려지니 비로소 살았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일부 양이 병사들이었다.

아무튼 이를 먼 육지에서 천리경으로 살피고 있던 브루나이 국왕 소속 볼키아는 급히 동원한 왕국 소속 군사 1만5천 명을 휘몰아 항구 쪽으로 접근했다. 이제 자신들이 외적의 침략에 맞서 싸울 차례인 것이다.

그런 그들을 덮친 것은 적의 일제 함포사격이었다.

우르릉 쾅, 쾅........!

마치 천둥 치는 음이 들리더니 곳곳에서 펑, 펑 소리가 나며 아군들이 하늘로 비산하고, 비명 소리로 난장을 이루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판단 미스였다. 차라리 함포 사거리 밖으로 가서 응전해야 했을 것을 오히려 달려들었으니, 초래한 재앙인 것이다.

이를 인지한 볼키아 수륙대원수가 급급히 후퇴명령을 내리는데 벌써 아군의 삼분의 일은 죽거나 전투불능 상태였다. 볼키아의 명이 아니더라도 달아나고 있던 브루나이 왕국 군사들에게 연이어 포탄이 날아들며 그 숫자를 줄여나가니, 차라리 다 죽더라도 오히려 달려들고 싶은 오기가 생기는 볼키아였다.

그러나 그것은 홧김에 하는 생각이고 자신부터 말을 달려 도망가기 바쁜 그였다. 자신은 그래도 말이라도 탔지, 다른 병사들은 오직 두 다리를 이용해 달아나는데, 적들의 사거리에서 벗어나는 일이 이렇게 힘들 줄은 미처 예상치 못한 그들이었다.

이렇게 해서 이들이 평원에 세워진 왕성 근처까지 도망가 아군을 헤아려보니 그새 절반이 상해 있었다. 금방이라도 궁문을 열고 숨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달래며 제 병사들을 추슬러 적의 동태를 살피는 볼키아였다.

이때는 이미 산 자와 쓸 만한 몇 척의 전함을 건진 저들의 300여 전함에서는 잇따라 적병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상륙하는 적들에게 재돌입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적의 함포사격이 무서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볼키아였다.

그렇게 시간만 소비하고 있는 가운데 적의 4만 군사가 이제는 자신들 쪽을 향해 전진해오기 시작했다. 몰려오는 적의 개미떼 같은 군사들을 보다가 살아남은 7천여 군사를 보니 이것은 전투를 해보나마나 승산이 없었다.

모자라도 쪽수가 너무 모자랐던 것이다. 유식한 말로 중과부적(衆寡不敵)이라 하는데, 이 말은 몰라도 오랜 전투에서 이런 판단이 들자, 볼키아는 성문을 두드려 일단 제 군사를 모두 성안으로 들였다. 이제 국왕을 지키는 친위군까지 성안에는 단지 1만2천의 군사만 있을 뿐이었다.

여기에서 자신들이 막아내지 못하면 곧 왕국이 망하는 것, 비장한 결심으로 입술을 깨무는 볼키아였다.

이에 반해 조선군은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김여물과 정문부가 지휘하는 각각 2만 군사들은 급할 것 없다는 듯이 천천히 왕성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들은 성을 포위하지도 않으려는지 오직 서문만을 바라보고 꾸역꾸역 몰려오고 있었다.

곧 왕성 오십 보 밖에 진군을 멈춘 적진 속에서 물에 빠진 생쥐 한 마리가 튀어나와 말을 했다. 네덜란드 군 소속으로 통역을 자천한 자인 모양이었다.

“브루나이 장군은 잘 들어라. 이들 조선군은 만약 왕이 직접 항복을 한다면 이 브루나이 왕국을 절대 지배치 않고 다만 조공 국으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만약 끝까지 반항하다가 성이 함락되는 날에는, 직접 조선에서 지배하여 왕궁이 사라질 것이니 잘 판단하여 답을 주기 바란다. 여유 시간은 반 시진이다. 이후에는 공격을 개시할 것이니 그런 줄 알라. 이상!”

어느새 조선을 대변하다보니 물에 빠진 생쥐에서 기세가 등등해진 네덜란드 소속 병사였다. 이를 웃음으로 지켜보던 김여물이 옆에 선 정중부 사단장에게 물었다.

“저들이 항복할 것 같소, 아니면 저항 할 것 같소.”

“제 예감에는 이들도 한 왕국을 건설할 정도면 쉽게 항복은 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괜한 시간 낭비 같습니다.”

“모르지요. 저들이 쉽게 항복한다면 우리 조선군은 손톱 끝 하나 다치지 않는 것이니, 조금은 기다려보는 방향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장군님!”

한편 이순신은 수군 2만 중 1만을 하선시켜 후방의 중국이나 양이 또는 브루나이 왕국민들을 위무하며, 함정에 설치된 각 종 포 중 이동하기 쉬운 제 총통류를 모두 끄집어내 화력지원을 할 생각으로 제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 어느덧 반 시진이 훌쩍 지났다. 그동안 궁성 안은 소란스럽고 동요되는 것 같았지만 끝내 항복을 하겠다는 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이순신부터가 후방에서 이들에게 접근하며 말했다.

“당신 부대에도 화기영이 있는 것은 잘 아오. 하지만 선내의 화기만은 못할 것이니, 우리가 1차 포격을 지원해주겠소. 성채가 부서지거든 진입할 준비나 하시오.”

“감사합니다. 장군님!”

김여물과 정문부가 희색이 만면하여 이순신에게 감사를 표했다. 곧 이순신의 말이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선한 1만 군사 중 5천이 선두로 나서며 각종 포는 물론 화차에 실린 신기전까지 동원하여 아군의 최전방에 위치하기 시작했다.

곧 각종 포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이순신은 모든 준비가 끝나자 곧 포격 명령을 내렸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이에 따라 곧 천지번복의 굉음이 오후 새참 무렵의 하늘아래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슈 슈 슉, 쉭 쉭........!

쾅, 쾅, 쾅!

우르릉 쾅, 쾅!

때 아닌 마른하늘에 천둥성과 벼락이 치며 브루나이 왕성 서쪽 문 일대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천지현황의 각종 천통류에 불랑기포, 호준포, 여기에 대완구 중완구에 쏟아지는 비격진천뢰. 이뿐인가. 화차에서 연속으로 쏘아지는 신기전의 불꽃은 그대로 약통을 달고 하늘을 날아, 적의 성채를 화염에 휩싸이게 했다.

펑, 펑, 펑..........!

슈 슈 슉, 쉭 쉭........!

쾅, 쾅, 쾅.......!

우르릉 쾅, 쾅........!

이렇게 일각 이상 포격을 행하니 서문 근처는 완전히 평지가 되어 남아난 것이 없었다. 오로지 간헐적으로 타고 있는 불꽃의 화르락 거리는 소리만이 망국으로 치닫는 브루나이 왕국을 향해 조곡(弔哭)을 울리는 것 같았다.

“진격 앞으로!”

“진격 앞으로!”

김여물과 정문부의 명에 따라 일제히 성안으로 쇄도하는 아군들이었다. 이를 이젠 뒤로 물러나서 구경하는 이순신이었다. 한편 적장 볼키아는 이 시간, 성을 사수하느라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아니라 국왕 면전에 부복해 항복을 종용하고 있었다.

국왕의 항복 불가 외침에 처음에는 그래도 대응해볼 양으로 제 군사를 이끌고 서문으로 달려온 볼키아였다. 그러나 그 생각은 채 1각이 지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적의 엄청난 화력 앞에 성문이고 문루고 성벽이고 간에 남아나는 것이 없는데,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저 화력이 인간에게 집중된다고 생각하면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지고 저절로 폐부가 오그라드는 볼키아였다. 이에 급히 말을 달려 국왕의 면전에 당도한 볼키아는 적세를 설명하고 항복을 권했다.

“전하! 도저히 승산이 없는 싸움이옵니다. 적의 화력이 얼마나 막강한지 서문 일대가 채 1각도 안 되어 초토화 되어 도대체가 남아나는 게 없었사옵니다. 만약 그 화력이 아군에게 향했다면, 전원 시체도 찾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전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항복을 하시어 그나마 생명이라도 온전히 보전하시는 것이..........”

“이런 발칙한.........!”

혀를 차는 국왕 알크 오마르알리의 눈은 분노의 화염에 휩싸여, 금방이라도 볼키아를 씹어 삼킬 듯 했다.

“그래도 자네가 그렇게 오랜 세월 이 왕국의 녹을 먹은 장수이던가? 이 왕국이 세워진지 얼마이던가? 벌써 과인이 8대째야. 이 사직을 버리고 어찌 과인의 안위만 챙길 수 있단 말인가! 하물며 장수라면 시체를 말가죽에 싸서 돌아오는 것이 온당하거늘, 싸워보지도 않고, 뭐? 과인보고 항복하라고.........! 당장 내 눈 앞에서 사라져라. 기분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물고를 내고 싶다 만은 차마........ 꺼져!”

육십 줄 늙은 국왕의 기개에 상가집 개만도 못한 초라한 몰골로 비틀비틀 궁성을 빠져나오는 볼키아의 볼에는 뜨거운 두 줄기 눈물이 쉴 새 없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게 흐려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일방적으로 쫓기며 도륙당하는 아군 병사와 새까맣게 몰려오는 적병뿐이었다. 암만 생각해도 이건 아니었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는 볼키아였다.

“멈추어라! 제 병사들은 모두 항복해 소중한 목숨이나 건지도록 해라!”

“항복하자, 항복해!”

“항복이오, 항복!”

그나마 전의를 잃고 항복하던 브루나이 왕국 병사들이 이젠 단체로 항복에 앞장서니 전쟁은 끝난 것이나 마차가지였다. 이에 따라 항복한 병사들을 신속히 수습한 김여물, 정문부의 4만 군사가 이제는 일제히 궁궐 안으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때는 이미 저항하는 군사 하나 없이 국왕이 거처하는 정전까지 길이 뻥 뚫린 상태였다. 이 소식을 보고받은 알크 오마르알 리가 돌연 장탄식을 터트리더니 차고 있던 검을 스스로 빼들었다.

“전하.......!”

이를 보고 있던 시종 하나가 급히 면전에 부복해 아뢰었다.

“절대 자진은 안 되옵니다. 전하! 창생을 먼저 생각하셔야지요. 전하!”

“이미 끝난 나라요, 왕국이거늘. 과인에게 무슨 백성이 있단 말이냐? 과인 스스로 정사를 그르치지 않았다 생각했거늘, 과인의 대에서 왕통을 끊어야 하는 이 심정, 그대는 모르리라. 비켜라! 살아서 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노라!”

“소인이 앞장서서 저들의 자비를 구해보겠사오니, 잠시만 욕됨을 참으소서!”

“하하하.........! 그럴 것 없다! 권주를 마다했으니 응당 벌주가 따르는 법. 스스로 하야하여 차라리 더 이상의 욕됨이나 면하라.”

어느새 다가온 김여물의 말에 잠시 이들 점령군을 노려보던 국왕 알크 오마르알이 말했다.

“과인에게는 보위를 이을 어린 손자 하나가 있다. 왕통만은 보존해줄 수는 없는가?”

“본 장이 그 문제는 함부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위의 명령에 따라야 할 터. 잠시 일신을 구속할 테니, 처분을 기다려라.”

말과 함께 김여물이 눈짓을 하니 수행했던 일부의 병사들이 달려들어 국왕을 묶으려 했다.

“이놈들, 그 무슨 해괴한 짓이냐? 너희들은 부모도 없고 왕도 없단 말이냐. 어서 그 더러운 손들을 놓지 못하겠느냐?”

아군 병사에 의해 이끌려온 볼키아의 호통에 움찔하는 제 병사들이었다. 이를 보고 있던 한옆의 정문부가 말했다.

“칼이나 빼앗고 고이 모시는 게 좋겠습니다. 장군님! 그래도 일국의 왕인데요.”

“험, 험.........!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합시다. 그런데 어찌 이곳에는 대신들이 하나도 안 보이나 그래? 모두 도망치기라도 했단 말인가?”

“후후후.........!”

가볍게 웃기만 하는 브루나이 국왕이었다.

“혹시 이곳에 지하도나 비밀 통로가 있는 것 아닙니까? 해서 다음 대 왕과 대신들이 달아났다면 큰일 아닙니까?”

“글쎄 말이오.”

정문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는 김여물이었다.

그 시간.

하지하사 푸딘 왕세자와 제 신하들은 왕국의 비밀 지하도를 통해 모처로 솟아나왔다.

그런데 하필 아뿔싸! 그곳이 조선 수군이 장악하고 있는 해변이었던 탓에, 모두 일망타진되어 왕국으로 압송되어 오고 있었다.

운도 지지리도 없는 왕국이었다. 이를 모르고 있는 국왕은 여전히 한갓 믿음에 의지해 내심은 오히려 평안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가려는지 시시각각 저물어 오는 모색 속에, 하나 둘 궁성에 불이 밝혀지듯 그의 평안도 얼마 가지 않아 끝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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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감사드리고요!^^

늘 즐겁고 행복한 날이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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