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14 회: 북방 평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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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개월.
염천의 더위도 한 풀 꺾인 8월 초.
광해가 조회도 끝나 조금은 한갓진 시간에 찾아뵙겠다는 연통을 놓아왔다.
이를 허락하자 광해가 황제의 앞에 부복하였다.
정식으로 신하의 예로 인사를 하는 광해를 보고 짐짓 이진은 말하였다.
“형제지간에 너문 과한 예는 거두어라.”
“아니옵니다. 황상. 그럴수록 예에 어긋남이 있어서는 안 되옵니다. 황상!”
“그래, 그 문제는 됐고. 무슨 일이냐?”
“북방 정책에 대해 한 가지 소신의 견해를 피력하고자 찾아뵈었습니다. 황상!”
“말해 보거라.”
“네, 황상!”
여전히 부복한 채 아뢰는 광해 동왕이었다.
“황상의 정책을 시행한지 어언 삼 개 월이 지났사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명에서는 일체의 사 무역을 허용하지 않은 채, 조공무역에만 의존케 한 바 그 효과가 컸으나, 사무역이 행해지고 있는 작금은 그 위력이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다, 저들이 조공무역으로 얻는 이문이 1.2배 내지는 커야 1.5배이니, 그 효과가 덜한 듯하옵니다. 황상!”
광해의 말인즉슨 명에서는 여진을 다루는 방법의 하나로 각 작은 씨족 단위로 조공을 행하게끔 그들에게 각각 칙서를 발행하는 한편, 사 무역은 나라에서 일체 엄금하였다. 그 대신 조공으로 입국하는 부족장에게는 그들이 바치는 공물보다도 두 세배 많은 물품을 내리니, 이익을 얻고자, 서로 타부족의 칙서를 강탈하는 싸움이 격렬하게 일어났었다.
그런데 작금의 조선은 전부터 양자 간에 사 무역을 권장한 바가 있고, 또 각 부족장이 조공을 행해도 짜게 놀았으니, 즉 1.2내지 1.5배의 은사만 내리니 그만큼 다툼이 덜하다는 이야기였다. 다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명국이 행했을 때보다는 격렬하지 않다는 보고인 것이다.
“흐흠.........!”
이런 보고를 받자 이진은 침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더 생각에 잠겼던 이진이 광해에게 물었다.
“그래서 네 생각은 어떠하냐?”
“소신의 생각으로는 명국이 시행한 것과 같이 과할 정도로 조공에 대해 세 배의 이문을 남겨주시면 저들 스스로의 다툼이 치열해질 것이옵니다. 하면 당분간은 분명 손해이나 장기적으로는 저들의 저력이 약해지는 바, 대규모 전쟁의 발발로 낭비되는 군비보다는 그 지출이 덜 할 것이고, 또한 평시에도 저들의 준동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사료되어집니다. 여기에 사 무역까지 엄금하면 그 효과는 더 바랄 것이 없겠으나, 이는 신의에 어긋나는 바, 대국이 취할 도리는 아니라고 보옵니다. 황상!”
“흐흠.........! 네 말에 일리가 있다. 짐의 생각으로는 아예 사 무역까지 금지시켰으면 좋겠다 만은?”
“하오나 그렇게 되면 이는 신의에 관계되는 즉 아국의 말에 신용이 없어지옵니다. 황상!”
“안다. 하지만 그것이 대국적으로는 저들을 하루라도 빨리 아국에 복속시키는 일이긴 하지 않느냐?”
“소신의 생각은 다르옵니다. 황상! 저들의 마음을 얻지 않고서는 항상 저들은 벗어날 궁리만 할 터. 이는 장기적으로 취할 계책이 아닌가 하옵니다. 황상!”
“알았다. 대국의 신의를 위해서 우선은 손해 보는 쪽을 택하자는 말이지?”
“그렇사옵니다. 황상!”
“저들한테 조공으로 받는 것이라고는 기껏 말과 가죽이 전부인데......... 이 기회에 아예 조선군을 전부 기병 화할까?”
혼자 중얼거리듯 말하는 황제를 보며 광해는 그 문제까지 뭐라 하기엔 그런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진의 말이 아니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추세였다. 저들로부터는 조공품으로 주로 말과 가죽을 받고 조선에서는 저들이 필요로 하는 미곡은 물론 잡곡 등의 식량. 여기에 농기구, 옷감류인 베와 면포 비단을 주로 하사했고, 때로 저들이 원하면 유기, 자기, 목기류 등의 식기류, 여타로는 종이 등이 주 하사품이었다.
무기도 저들이 원하나 이제 무기는 일체 저들이 원해도 들어주지 않는 작금의 조선 조정이었다. 아무튼 광해의 건의로 이후 입국하는 야인 부족장들에게는 거의 세 배의 차익에 준하는 하사품이 하사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3개월 후.
동지사 조공사절로 생각지도 않았던 누루하치가 직접 조선에 입국했다.
이를 맞아 속내는 어찌하든 예우를 한답시고 북평관에 일행을 머물게 하는 것은 물론 연회까지 베풀어 환대하는 이진이었다.
연회가 끝나고 이튿날 누루하치가 조선의 정전을 찾아들었다.
곧 근정전으로 찾아든 것이다.
“대 조선제국의 황제 폐하를 뵈옵나이다. 황상!”
사적으로는 장인이기도 하지만 일국의 군주로서 사사로운 감정을 내세울 자리는 절대 아니었다. 따라서 그의 인사를 받는 이진의 표정은 근엄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무슨 일이 있는 게요? 생각지도 않은 사람이 입국을 해서 말이오.”
“그렇사옵니다. 폐하!”
결코 주눅 들지 않은 채 정광을 뿜어내며 누루하치가 대답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해보오.”
이진의 명이 떨어지자 여전히 당당한 태도로 입을 여는 누루하치였다.
“각 부족에게 하사하시는 칙서를 거두어 줄 수는 없사옵니까? 황상. 이는 저희 부족의 단합을 어렵게 하는 바, 이는 점차 저의 손길을 벗어나는 즉 폐하의 부름이 있어도 응하지 못할까 두려움이 앞서옵니다. 황상!”
그렇게 되길 바라고 시행한 정책인데 이제 와서 무를 생각은 전혀 없는 이진이었다. 그러나 답변만은 그럴 듯해야 했다.
“왜, 많은 회사품을 내리는 것이 싫소?”
“황상,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저를 통해 저희 부족에게 내리십사하는 청이옵니다. 황상!”
그 말뜻을 왜 모르겠는가? 괜히 대국의 군주로써 어깃장을 한 번 놔보는 이진에게, 정색을 하고 고하는 누루하치였다.
“하면 짐에게 무슨 이익이 있는 것이오?”
“하시라도 명만 내리시면 저희 부족 전체가 폐하의 선봉에 서서 싸우겠사옵니다. 황상!”
“하하하.........! 그래요?”
“네, 황상!”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는 누루하치였다. 그러나 곧 다음 말을 입에 올리는데 일대 영걸로서 어울리는 말솜씨였다.
“하오나, 폐하! 신 혼자 죽으라고 전장에 내보내지는 않으리라고 보옵니다. 든든한 대 조선제국의 군사가 소신을 뒷받침 할 터. 하시라도 명만 내리시면 앞장 설 각오가 되어있사옵니다. 황상!”
“하하하.........!”
“오는 길에 우리의 군사력은 잘 보아 두었소? 하고 조선에는 세작을 몇 명이나 침투시켰소?”
웃음 뒤에 날카로운 비수를 품었다고 갑작스러운 이진의 말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표정의 누루하치였으나, 일대 영걸답게 곧 표정을 수습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답변에 나서는 그였다.
“폐하의 신하로써는 안 될 일이오나, 소신 또한 작으나마하나 일국이 군주이옵니다. 따라서 외람되나마 적정을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또한 세작의 유무는 아국의 명운과도 직결되는바, 하시라도 등한히 할 수 없는 사안이었음을 용서하여 주리라 믿사옵니다. 폐하!”
말이 끝나자마자 죄를 청하기라도 하듯 급히 부복하는 누루하치였다. 실제로 그는 명국에 조공사절로 서너 번 입국하면서 명국에 대한 지리는 물론 세세한 군사정보를 파악하려 애쓴 인물이었다.
그리고 명국과의 접전에서는 피난하는 한족 속에 아국 첩자도 함께 딸려 보내 큰 이득을 본 인물이기도 했다. 이를 잘 알고 있던 이진이기에 한 번 지나가는 말로 그이 속을 떠보았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그의 답변 녹녹치 않으니, 내심 감탄하는 이진이었다.
“좋소! 내 다시 한 번 물어보리다. 지금 당장 명국을 치라면 어찌 하겠소?”
“지난번에도 폐하의 명을 받들었듯이 어김없을 것이옵니다. 하오나, 폐하! 솔직히 저 혼자는 죽기 싫사옵니다. 폐하!”
“하하하.........! 솔직해서 좋소! 하면 당장 왜의 전장에라도 선봉에 서라면 서겠단 말이오?”
“어느 전장이든 상관없사옵니다. 폐하! 맡겨만 주십시오. 그 대신 저에게만 칙서를 내려주셨으면 감사하겠사옵니다. 폐하!”
“흐흠.........! 지금 짐과 거래를 하자는 것이지요?”
“그렇게 들렸다면 황송하오나, 제 부족을 제 손아귀에 쥐고 단합된 힘으로 폐하의 선봉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사옵니다. 폐하!”
“흐흠.........!”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진이 말했다.
“짐의 말에도 신용이 있어야 할 터, 제 부족에게 내리는 칙서를 이제 와서 거둘 수는 없는 노릇. 하지만 종전대로 회사품(回賜品)을 각박하게 내리는 것으로, 그대의 청에 답하고자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단.........!”
조건을 달려는 이진의 말에 갑자기 고개 들어 이진을 바라보는 누루하치의 표정은 묘한 긴장감이 넘치고 있었다.
“짐도 솔직히 말하지. 인질을 내놓으시오.”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 즉답하는 누루하치였다.
“소신의 장자라면 어떻겠사옵니까? 폐하!”
“아니, 8남!”
“네? 그 아이는 이제 겨우 7세로.........”
“그 아이라면 족하오.”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누루하치였다.
누루하치가 비록 일대의 영걸이라 하나 어찌 먼 미래의 일까지 알 수 있었겠나? 이진이 요구한 인물이 훗날 청 태종이 되는 홍타이지(皇太極)지로, 그의 자식들 중에는 가장 똑똑한 아들이니 요구하는 것을.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답하는 누루하치였다.
“알겠사옵니다. 폐하!”
“좋소! 오신 길에 칸의 외손녀도 한 번 만나보고 가시구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이진이 말 한 바와 같이 그간 그와 고륜동과공주 사이에는 예쁜 공주 하나가 태어났으니, 올해 세 살이었다. 하는 짓이 예뻐 요즘 한창 이진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였다.
곧 저녁나절을 기약하고 곧 그를 물리는 이진이었다. 이에 따라 누루하치는 그 길로 자신의 장녀 고륜동과공주는 물론 외손녀를 보러갔다.
그러나 그를 보내고 난 이진은 혼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지금의 행위는 원래 자신이 의도한 바와는 벗어난 승낙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명이 움츠러든 작금은 건주여진마자 각개격파로 손에 넣고자 했으나, 누루하치가 직접 찾아와 청하니 차마 거절치 못해, 그의 요구사항을 들어주긴 했으나, 마음이 썩 편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큰 걱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이진이었다. 그가 원 역사에서와 같이 모든 여진족을 통일했다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건주여진 부족만 재대로 손에 넣는다 해도, 크게 두려워할 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들 부족의 일사불란한 힘을 전쟁에 써먹을 수 있다면,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하는 이진이었다. 인질이 큰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으나, 없는 것보다는 여차즉시 한 번 이라도 더 생각은 하게 될 테니, 잡아놓으려는 생각이었다.
아무튼 일단 승낙한 이상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지 않으려고, 다른 문제를 생각하는 이진이었다. 곧 수군의 전함 내지는 원정 항해에 필요한 조선(造船) 즉 배의 건조문제였다.
앞으로 왜라든가 원양 항해를 위해서는 고산도의 이억기가 제공한 양이 선박 건조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궁금해, 이순신과 나대용(羅大用) 이라는 인물을 당장 궁으로 호출하는 이진이었다.
나대용이라는 인물은 원 역사에서도 큰 활약을 한 인물로 지금도 대 조선제국의 조선책임자를 근무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전라 나주 출생으로 일찍이 문장이 뛰어났으나, 나라의 장래를 근심하여 무예수업에 전념하여, 28세 때 훈련원 별시(別試)에 병과로 합격하였다. 임진왜란 1년 전인 1591년(선조 24)에 전라좌수영 수사(全羅左水營水使)로 있는 이순신장군을 찾아가 그 동안 연구한 거북선의 설계도를 보이는 한편 국방에 대한 계책을 아뢰었다.
충무공은 크게 기뻐하여 그를 막하(幕下)에 두고, 거북선 건조를 위시한 모든 전구(戰具)의 준비 계획과 추진에 참여시켰다. 그는 병선건조에 온갖 정력을 쏟는 한편, 충무공과 함께 옥포(玉浦), 당포(唐浦), 사천(泗川) 등 15여 회의 해전에서 왜적과 왜선을 도륙하는 큰 공을 세웠다.
임진왜란 후에도 새 전함인 창선(鎗船)을 창안 건조하였고, 남해현감(南海縣監)으로 있을 때는 쾌속정인 해추선(海鰌船)을 발명하였다. 여기서 창선이라는 것은 귀선(龜船) 즉 거북선에 창을 빽빽이 꽂은 전투함이고, 쾌속선인 해추선(海鰌船)은 문자 그대로 미꾸라지 같이 생겨, 주로 조선의 탐망선으로 쓰인 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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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운이 가득하시고 행복한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