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10화 (110/210)

< -- 110 회: 북방 평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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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육 개월이 흘렀다.

벌써 동짓달로 조선은 겨울의 한가운데 놓여있었다.

오늘은 훈련도감 조련장에서 열병식이 있는 날이었다.

새롭게 중앙군 3만을 뽑아 맹훈련시키길 어언 6개월.

오늘은 이들이 고된 훈련을 필하고 임지로 가는 날이기도 했다.

이진은 비서들이라 할 수 있는 육 승지 외에 병판 등 군 관계자들만 데리고 이곳을 찾았다.

4사단장 곽재우, 5사단장 김덕령, 6사단장 홍계남이 미리 나와 있다가 황제를 영접했다.

6사단장 홍계남은 전 금군 소속 겸사위복장이었다가 새롭게 6사단장으로 발령된 사람이었다. 그 후임으로는 그 보고 추천을 하라니 정기룡(鄭起龍)이라는 자를 추천했다.

용맹하고 기개가 있으며 무술 또한 발군인데다 무엇보다도 통솔력이 뛰어나다는 추천의 변이었다. 이에 이진이 만나보니 그의 말이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가 측근에서 황제를 호위하는 직책을 맡게 되었다. 즉 정기룡이 새롭게 겸사위복장에 임명된 것이다.

아무튼 제 장들이 앞 열에 서고 3만 명이 줄을 맞추어 도열해 있는 광경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오늘 따라 날씨가 매우 추웠다. 온도계가 없어 모르겠지만 아마 영하 20도는 내려간 듯한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그래도 솜 누비바지 군복 한 벌에 몸을 맡기고 부동자세로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서있는 신병들의 자세를 보고 있노라니, 이진의 머리로 문득 척가군(戚家軍)이 생각났다. 처음 척계광(戚繼光)이 왜구의 발호를 저지하러 남방에 내려가니 군율이 형편없었다.

그래서 척계광은 우선 군기를 바로 세우기로 하고 비오는 날 제 군들을 연병장에 집합시켰다. 이에 군사들이 모여들었는데, 비가 많이 오니 곧 해산 명령이 내려질 것이라, 모든 병사들이 생각했다.

그러나 해산명령은 2시진이 지나도 내려지지 않았고, 이때부터 이들이 차츰 군기가 잡히니, 그 무엇에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맹한 병사 즉 훗날 척가군이라 불리는 군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들의 군기 잡힌 모습에서 만족한 미소를 지은 이진이 곧 단에 올라 짤막하게 연설을 했다.

“훈련 받느라고 그동안 고생들 많았다. 날이 추우니 긴말 하지 않겠다. 여러분은 조선의 얼굴이다. 어디가나 대조선제국의 병사임을 명심하고 이에 한 점 부끄러움 없는 병사가 되어야 한다. 따라서 전쟁에서 뒤로 물러서는 자는 짐부터가 용납할 수 없다. 전장에서 죽는 자, 대 조선제국에서 남은 식구들을 일평생 돌 볼 것이다. 건투를 빈다. 제군들!”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세!”

“황제 폐하, 만 만세!”

“황제 폐하를 위하여, 죽음을!”

“황제 폐하를 위하여, 죽음을!”

신병들의 만세 소리와 각오를 들으며 이진은 단에서 내려와, 제일 앞 열에 서 있는 사단장들의 손을 일일이 맞잡는 것으로 부대 전체를 위무하고, 곧 천추전으로 돌아왔다. 영창공주는 그간 새로 조성된 침궁으로 입주를 끝마쳤다.

이진이 돌아서는 것으로 곽재우가 거느리는 제4사단 도합 2만 명은 천진과 영안 성으로, 김덕룡의 제5사단은 해남도를 향해 떠날 것이다. 물론 수군이 제공하는 선편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1만 명으로 편제된 6사단은 도성 방위를 위해 한양에 머물게 될 것이다.

* * *

장작 난로에 잠시 몸을 녹인 이진이 대전 내관에게 명해 곧 명나라 수군 장수 등자룡을 이곳으로 불러들이도록 했다.

지난번 전투에서 포로가 된 장수들 치고 조선에 귀의하지 않은 장수가 없었다. 그런데 유독 등자룡 만이 꼿꼿 장수로 아직까지 뻗치고 있어, 이진이 한 번 설득을 해 볼 생각을 한 것이다.

항복한 명나라 장수들은 전부 부(副) 자가 붙어 현재 일선에 근무하고 있었다. 모두 부 사단장 직함으로 항복한 명나라 병사들을 통솔하는데 일조하고 있었다. 명나라 병사들도 그렇다.

수군의 경우 그들은 눈으로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포로로 잡힌 왜병 모두가 격군이 되어 죽을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을. 그런 그들에게 격군이 될래? 병졸이 되어 근무할래? 물으니 하나같이 병사가 되어 근무하겠다고 답했다.

때로 몇 놈 뼈다귀 굵은 놈도 있었으나, 모두 주리를 틀어놓으니 뼈 단단하다고 자랑할 게재가 못 되었다. 보군 또한 마찬가지여서 노예가 될래? 병사가 되어 근무할래? 물으니 하나 같이 병사가 되어 근무하기를 원했다. 이들 중에 몇 놈이 순순히 굴복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으나, 병사들이 보는 앞에서 공공연히 노예로 만들어 부리니 좋은 교육 자료가 되었다.

이진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가운데 마침내 영어되었던 등자룡이 초라한 몰골로 등대하였다. 원 역사에서 이 사람은 노량해전에서 왜놈과 열심히 싸우다 전사한 사람이었다. 얼마 전 시진핑이 방한해 서울대학교에서 연설할 때, 이 사람과 진린을 거론하며, 우리는 왜와 함께 싸운 역사가 있다고 언급할 때 거론된 인물이기도 했다.

아무튼 봉두난발이 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진이 물었다.

“무엇 때문에 장군은 고난을 자초하시오?”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포로로 잡힌 것도 억울한데, 나라를 배신할 수는 없음입니다.”

“흐흠..........!”

침음하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이진이었다.

‘그냥 명나라로 돌려보낼까?’

그런데 왜 머리에 ‘이인모라는 노인’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미전향 장기수로 있다가 남한 정부에서 석방하는 바람에 북에 가서 영웅이 된 사람이었다.

이 사람이 명나라에 가서 또 체제 선전을 위해 이용이 되는 것은 아닌지? 그들의 애국심과 전의를 고취시키는데 이용당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감 때문에, 이진은 한동안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단단히 마음을 먹고 물었다.

“명국으로 보내 줄까요?”

“고향에 가서 죽을 수만 있다면 여한이 없겠사옵니다. 황상!”

칠십 가까운 나이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소원일지도 몰랐다.

“정말 아국을 위해 헌신할 생각은 없소?”

“어찌 나고 자란 부모의 나라를 배신할 수 있겠습니까? 금수만도 못한 짓입니다.”

“좋소. 돌아가도 좋소!”

“네?”

막상 보내준다니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었다.

“황상! 이 은혜 죽을 때까지 잊지 않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상!”

어느새 축 처진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진은 대전 내관을 통해 그를 명국으로 돌려보내라는 지시를 내려, 내보냈다.

익균의 하는 짓을 보면 그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죄과를 추궁해 죽일 것만 같은 예감이

들어, 보내면서도 마음 한 편이 허해지는 이진이었다.

* * *

이진은 명과의 전쟁이 끝난 후 북방 외교를 적극 전개했다.

북방 경차관 신충일(申忠一)을 파견하여 삼 낭자가 실권을 쥐고 있는 달단국과 대조선제국과는 이제 양국 사이에 육로로도 직교역을 활발히 할 수 있는 통로가 열렸음을 알리고, 상호 교역의 확대를 도모토록 했다.

또 그 밑의 구유크에게서는 그 들이 약탈한 재보 중 일부를 수령해오도록 했다. 조선의 부마라고 생각을 해서인지 예의가 깍듯한 놈이라 아주 흡족한 이진이었다. 먼저 그런 제안을 해왔으니. 이어 신충일은 누루하치와 해서여진의 두 부족에게도 들려 함께 전쟁에 임해준데 대해서 치하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해서여진은 내부 분열이 있는 모양이었다. 이진이 의도적으로 엽혁과 합달 부족장만 칸(汗)으로 인정해준바, 그것에 대해 나머지 두 부족장이 은근히 조선에 불만을 품어온 모양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조선을 적대시해야 하나, 조선의 국력이 커진 것을 안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부족을 쳐 그들의 세력을 줄임으로써,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픈 충동에 빠진 모양이었다.

곧 휘발부와 우라부의 부족장들의 행태가 그러했다. 아무튼 이런 첩보를 정보부에서 입수한 바, 이를 신충일을 통해 확인하니 금번에 사실로 드러났다.

어찌됐든 이진이 신충일을 북방에 칙사로 파견한 가장 큰 목적은, 아국에 귀의해 그동안 조선을 배반치 않고 열심히 조선을 위해 노력해준 장백의 두 여진 부족, 즉 야류장부와 너연부를 차제에 조선에 영토를 포함하여 복속시킴은 어떨까 해서였다. 그래서 두 부족장들의 의사를 타진해 보도록 한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조선에 귀의하지 않고, 꾸준히 교역만 하고 있는 장백여진의 나머지 한 부족 즉 주셔리부의 귀의 여부도 타진토록 했다. 그 결과를 듣기 위해 이진은 신충일은 물론 광해도 함께 불렀다.

두 사람의 인사를 받은 이진이 궁금한 사항부터 물었다.

“어떻게 되었소?”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사옵니다. 황상!”

이렇게 운을 떼고 이진의 앞에서도 입술을 한 번 축이는 여유를 보인 신충일의 답변이 이어졌다.

“두 부족은 조선의 강성함을 보고 흔쾌히 응하기로 했사오나, 주셔리부는 여전히 완강했사옵니다. 황상!”

“그래서?”

“해서 야류장부와 너연 부족장에게 주셔리부를 치도록 권하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표면적 이유는 같은 동족을 치기가 난처하다는 것이었으나,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과정에서 줄어 들 자신의 부족들 세가 눈앞에 뻔히 보이니 주저하는 것 같았사옵니다. 해서 소직이 조선군과 합동해서 치는 안을 제시했더니, 차마 그 제안마저 거절하지는 못하고 수용하였사옵니다. 황상!”

“하하하..........! 아주 잘했군. 아주 잘 했어요. 이러니 짐이 신 칙사를 총애하는 것이야. 포상으로 무엇을 줄까?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해보오?”

“황상! 소신의 소원이라면 너른 기와집에서 배곯지 않고 부모형제 다 모시고 사는 것이 소원이옵나이다. 황상!”

“허허.........! 그런 일이.........! 하긴 나라에서 주는 녹이 충분치 못했을 테니, 청렴한 관리라면 그런 원(願)도 있을 수 있겠군. 짐이 이번 기회에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부제조상궁 게 있는가?”

“말씀하시옵소서. 황상!”

바로 등대하는 부제조상궁 개똥이였다.

“짐의 내탕금에서 은 천 냥을 하사하여 신 차관의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라.”

이 말을 들은 신충일이 급히 부복하여 아뢰었다.

“황상! 소신에게는 너무 과하옵니다. 은 백 냥만 있어도 충분하옵니다. 황상!”

은 천 냥이면 쌀이 천가마다. 이 당시 시세로 한양의 기와집 한 채가 30평 기준 130가마 전후였다. 물론 지방은 더욱 쌌다. 그러니 천가마면 거의 기와집 8채에 가까운 금액이었다.

대저 이진의 배포가 이러했다. 남을 포상하는 데는 재물을 아까워하지 않았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어느 왕보다도 허례허식을 줄이고 근검절약했다.

“짐이 내릴 때 받아 두오. 하고 직무에 충실을 기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길이 짐이 내린 포상에 보답하는 길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황상!”

내버려 두면 또 엎어져 꺼이꺼이 거릴 것 같아 그를 서둘러 내보내고, 광해에게 시선을 둔 채 이진이 물었다.

“명국은 어떻게 하고 있지?”

“정유국치(丁酉國恥)를 맞아 명의 황제는 회군한 이여송의 군대를 그대로 북경 인근에 주둔시키는 한편, 천진에서 북경에 이르는 요로에 대거 성을 축조하고 군사들을 모집하고 있사옵니다. 황상! 또한 수군을 키우기 위해 수많은 전선을 건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하오나 여전히 지방으로 광세사를 파견하여 자신의 내탕금을 불리고 있사오나, 국고는 비어 중신들이 군비 충당하느라 연일 아우성이라는 정보입니다. 황상!”

“하하하.........! 일장일단이 있구나! 명을 치기가 그만큼 어려워지겠으나, 그만큼 재정적인 소모가 커서, 멸망을 재촉하는 면도 있겠구나!”

“그렇사옵니다. 황상!”

“아무튼 좋다. 적정(敵情)을 알면 그에 대한 대책이 나오는 법. 정보 수집을 게을리 말아라.”

“네이, 황상!”

금번에 ‘동왕(東王)’이라는 칭호를 하사받은 광해가 급히 부복해 명을 받들었다.

“자, 이제 장백의 주셔리부족을 칠 차례다. 천생 신립의 부대를 이용하는 게 좋겠지.”

“그렇사옵니다. 황상! 그러나 현제는 한 겨울로 거병이 어려우니 봄을 기약하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황상!”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

결론을 내린 이진이 광해에게 다른 당부를 했다.

“우리에게 칸으로 인정받지 못한 해서여진의 두 부족 말이다.”

“휘발부와 우라부 말입니까? 황상?”

“그렇다. 계속 역 공작을 진행하여 엽혁과 합달부와는 틈을 벌이도록. 두 부족 간에 전쟁이 날 수 있도록 말이야.”

“알겠사옵니다. 황상!”

“자, 이제 명년 봄을 기약하기로 하고, 그 쪽은 신경을 꺼도 되겠지?”

“북해도 정벌로 명년 봄을 기약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그곳에도 세작을 파견하였던바 겨울에는 눈이 엄청 많이 와, 거동 자체가 어려울 정도라 하옵니다. 황상!”

“그래, 잘 하고 있다. 동왕 자네 말대로야. 명년 봄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지.”

“네이, 황상!”

천정에 시선을 둔 채 광해의 대답을 들던 이진의 눈이 돌연 날카로워지며 김 상선에게 명했다.

“명년 봄에 써먹을 수 있도록 ’파진포(破陣砲)’를 대량으로 만들어 비축하도록 군기시에 지시하고 와.”

“네이 황상!”

그가 바로 대전 내관을 통하여 이를 수행하자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이진의 표정에는 여유가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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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크신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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