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109화 (109/210)

< -- 109 회: 황제의 꿈 -- >

10

대낮부터 벌어진 경축연이 끝나고 밤이 되었다.

이진은 천추전으로 향했다.

그곳에 오늘의 신방이 꾸며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영창공주를 위해 강녕전과 황후의 침전이 있는 교태전 사이에 그녀를 위한 침궁이 지어지고 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관계로 천추전을 영창공주에게 내주었던 것이다. 아무튼 유쾌하게 마신 술로 불콰해진 이진이 밤이 되어 천추천으로 향하니, 따라온 유모며 여 역관까지 줄줄이 나와 이진을 안으로 맞아들였다. 영창공주 또한 수줍은 모습으로 이진을 맞았다.

“어서 오시옵소서! 황제 폐하!”

“어서 들어갑시다.”

“네, 황상!”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전내에 들어서니 안에는 이미 조촐한 주안상이 준비되어 있었고, 굵은 대홍초가 줄줄이 꽂혀 있어 대낮을 방불케 했다. 이진이 보료 위에 비스듬히 앉자 새삼 영창공주가 절을 하며 말했다.

“소첩 황상의 과분한 성총을 입어 몸 둘 바를 모르겠나이다.”

“뭘, 그것을 가지고..........”

이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한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진이 황제가 됨에 따라 내명부 직제도 따라서 바뀌었는데, 중전 허 씨가 황후(皇后)가 되는 것은 당연했고, 왕대비 박 씨가 황태후(皇太后)로 여타 선조의 빈들이 태후(太后)로, 그리고 왕자와 공주를 생산한 옛 빈들이 정1품 비(妃)에 머물렀는데 반해. 영창공주는 아무런 성과물도 없이 그녀들보다도 한 단계 위인 귀비(貴妃) 즉 무품이 되었으니, 이진에게 사은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참고로 여진의 세 여인은 아직 정4품 재인(才人)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면 파격적인 예우가 아닐 수 없었다.

“자, 그쯤 해두고 술이나 한 잔 더 합시다. 낮에 술 좀 들었소?”

“조금 마셨사옵니다. 황상!”

“그럼 더 마실 수 있겠네?”

“네, 조금은 요.”

명국에서 따라온 여 역관의 통역으로 이루어지는 대화로 조금 지루한 감이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그녀가 조선말을 배우기 전까지는 이런 식으로 대화를 해야지.

“조선말을 열심히 배워 일상의 대화 정도는 지장이 없도록 하오.”

“명심하겠나이다. 황상!”

“배운 조선말이 있소?”

“네, ‘황상!’이라는 말입니다. 황상!”

“하하하........! 그 말은 조선말이나 명 국어는 별 차이가 없질 않소?”

“네, 황상!”

이진의 말에 살짝 얼굴을 붉히는 영창공주였다. 아니 이제 주 귀비(朱 貴妃)였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전에 이진이 중국 영화를 볼 때 들어보면 ‘황상(皇上)’이라는 말이 중국어나 한국어나 별 차이 없이 들렸기에 하는 말이었다.

“또 다른 말 없소?”

“아 껴 주세요.”

“하하하..........! 또?”

“아파 요!”

“푸 하하하.........! 그 말은 왜 가르쳐줬지?”

이진의 물음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역관을 바라보는 영창공주였다. 그런데 왜 그녀가 공연히 얼굴을 붉히고 푹 숙이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튼 하루 속히 조선말을 배워 일상의 대화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오. 그래야 자신의 마음도 제대로 표현하고 거리감이 좀 더 줄어들 수 있을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황상!”

“동생은 잘 지내오?”

8살 된 꼬마 주상호에 대해 묻자 낯빛이 흐려지는 영창공주였다. 그 모습을 보자 괜히 물었다고 후회가 되는 이진이었다. 그러나 주 귀비가 물음에 대한 답을 해왔다.

“아직은 나이가 어려서인지 잘 적응을 못하고 있사옵니다. 황상!”

“잘 보살펴 주오.”

“네, 황상!”

“솔직히 조선으로 보내진다고 했을 때 무슨 생각이 들었소?”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 들었사옵니다. 말도 잘 통하지 않을 테고, 신랑은 또 늙은이가 아닐지. 여러모로 달갑지 않았사오나, 황상을 보는 순간 마음이 확 바뀌었습니다. 은애(隱愛)하게 되었사옵니다. 황상!”

“거, 짐 들으라고 괜히 꾸며진 얘기는 아니지?”

정색을 하고 대답하는 영창공주였다.

“절대 아니옵니다. 황상!”

“정말 그렇다면 다행이 아닐 수 없군. 하여튼 낯설고 물 선 이국땅에서 지내려면 고충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이오. 하지만 이를 잘 참아내면 좋은 날이 있을 것이오.”

“꼭 그렇게 하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상!”

“부친의 귀비에 대한 사랑은 어떠했소?”

“소첩이 맏딸이다 보니 각별한 정을 주신 것으로 아옵니다. 소첩이 떠나오던 날 저를 꼭 껴안고 우시는 모습을 처음으로 보았고, 잊을 수가 없사옵니다. 황상!”

말을 하던 영창공주의 눈에 어느덧 눈물이 비치자 괜한 것을 물었다고 후회하며 이진은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썼다.

“험, 험..........! 자, 식을 너무 간략하게 하다 보니 합환주 한 잔 제대로 못 마셨는데, 한 잔 하도록 합시다.”

이진의 말에 급히 눈물을 훔친 영창공주가 말했다.

“소첩이 따라 올리도록 하겠사옵니다. 황상!”

“그러도록 하오.”

“네, 황상!”

이진의 승낙이 떨어지자 영창이 조심조심 다홍 빛깔의 홍주를 따라 두 손으로 공손하게 받쳤다. 이를 받은 이진이 그녀의 잔에도 한 잔을 따라주고 말했다.

“황자 셋에 공주 셋만 낳으시오.”

이진의 축원에 급 얼굴이 빨개진 그녀가 채 대답도 못하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렇게 서너 순배의 술이 돌자 이진은 방안에 있던 모든 사람을 나가도록 명했다.

이에 따라 방안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이진에게는 별일도 아닌데 영창공주는 벌써부터 불규칙적으로 비정상적인 호흡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 벗겠소? 짐이 벗겨줄까?”

그러나 영창공주의 반응은 눈만 깜빡 깜빡 영문을 몰라 했다.

‘이런, 이런..........!’

내심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사방을 둘러보는 이진이었다.

곧 문갑 위의 문방사우를 가져온 이진이 필담을 하려고 그녀 곁으로 접근하는데, 아까부터 은근히 나던 냄새가 더 짙어지며 절로 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킁킁거려 냄새의 진원지를 찾아가니 주 귀비의 발이었다.

문득 오늘 혼례식 장으로 걸어 들어오던 그녀의 모습이 떠오르며 야릇한 표정을 짓는 이진이었다. 16세 소녀가 등에 무슨 혹이라도 난듯 약간은 튀어나온 듯한 등뼈로, 엉덩이는 뒤로 쭉 빼고 발끝으로만 뒤뚱뒤뚱 오리마냥 걷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묘한 충동이 드는 이진이었다.

생각이 일자 이진은 주 귀비의 손을 잡아 자리에서 일으켰다. 손을 잡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빨개진 그녀를 보고 이진은 걸어보라는 시늉을 했다. 말귀를 알아들은 그녀가 이진의 가늘게 뜬 눈앞에서 워킹(?)을 했다.

영창공주는 한족(漢族) 고유의 의상인 유선군(留仙裙)을 입었다. 유선군을 직역하면 치마에 신선이 머문다는 뜻이다. 얼마나 매력적이기에 세상을 등져야할 신선이 여인의 치마폭에 싸여 그곳에 살까? 그만큼 고혹적인 면이 있는 옷이었다.

온 몸의 굴곡이 다 드러나도록 타이트하게 달라붙은 치마에 옆트임이 있어 걸을 때마다 여인의 속살이 다 보였다. 영창공주의 경우 미인계라도 펼치는 것인지 유독 많이 트여 걸을 때마다 허벅지까지 살짝살짝 드러났다.

이런 자태에 통통한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고 발전체를 세워 발끝으로만 걷는데, 10cm 전후의 앙증맞은 발에 전 체중을 싣다보니, 이것이 버거워 팔(八) 자 걸음에 뒤뚱뒤뚱 영락없는 오리걸음이 사내의 성적 호기심을 크게 자극하는 바가 있었다.

그녀의 특이한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던 이진이, 그녀를 여러 번 실내를 왕복시켰다. 잠시 황홀경에 빠져있던 이진을 자각시키는 것이 있으니 콧등에 송글송글 맺힌 그녀의 땀방울이었다. 보행이 무척 힘든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가 사랑스러워 살포시 안아 금침 위에 살짝 앉혔다. 그리고 이진은 그녀의 버선을 벗겼다. 앙증맞은 발 즉 전족(纏足)을 보기 위해서였다. 버선을 벗기려하자 이진이 당혹스러울 만큼 새빨갛게 변했다.

발 하나 보는데 희한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살피던 이진이 버선을 벗겨내는 순간 이진으로서는 차마 못 볼 것을 보았다. 괜히 벗겼다고 급 후회가 몰려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도 호기심이 그녀의 발을 들어보았다.

‘으왝!’

구토가 그냥 올라오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얼결에 이진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왜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발이 괴기스러울 정도로 흉측한 모양이었기 때문이었다.

전체적으로 10cm 전후의 아주 작은 발이나 발등이 크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그런대로 엄지발은 괜찮았으나, 네 개의 발가락은 안으로 접혀져 발바닥에 가서 붙었다. 그리고 남자의 굽이 있는 구두마냥 갑자기 단이 생겨 솟구친 발이라니.

용케 발바닥에 붙은 발가락의 발톱이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하긴 발끝으로 걸으니 죽을 정도는 아니려나?

게다가 얼마나 감싸고 있었는지 씻는다고 깨끗이 씻었겠으나 은근히 올라오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 이 모양과 이 냄새를 한족은 사랑하여, 첫날밤에 빨고 생 지랄을 떤다는 장면을, 소설인가 영화에서 본 적이 있는 이진으로서는 참으로 희한한 욕구도 다 있다 싶었다.

<전족(纏足)>

‘작은 발 한 쌍을 가지려면 한 항아리의 눈물을 쏟아야 한다.’

전족의 고통을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전족은 송나라 때 시작되어 명, 청 시대에 유행하였던 것으로, 여성의 발을 천으로 꽁꽁 동여매어 성장을 멈추게 하는 풍습이었다. 세 살에서 다섯 살 사이에 전족 만들기를 시작하여야 성공할 수 있었다.

약 10센티미터의 발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하니,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한 발은 뼈가 부러지거나, 근육이 오그라들어 지금 이진이 본 흉측한 모습이 되었다.

발 모양만 이상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전족을 하면 발끝으로 종종거리며 걸어야 하였고, 등뼈가 기형적으로 튀어나와 서 있는 자세도 이상해졌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당시에는 인기 있는 여성상이었다고 한다.

전족은 사실 여성을 안방에 가두어 놓고 남성의 성 욕구를 채우려는 목적에서 시작된 것이다. 따라서 전족을 하지 않은 여성들은 미인 축에 끼지도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아예 매파가 드나들지 않으니 결혼조차 하기 힘들었다.

영화 ‘붉은 수수밭(紅高粱)’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 궁리(鞏莉)가 문둥병 환자에게 시집을 간다. 가마를 타고 간다. 수수밭을 지날 무렵 궁리의 발이 가마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다.

가마꾼의 한 사람이던 장원(姜文)이 그녀의 발을 만지면서 가마 안으로 집어넣어 준다. 잠시 후 수수밭의 수수들이 흔들리며 좌우로 넘어진다. 위 장면은 발의 노출이 몸의 허락을 의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중국여인에게 발과 정조는 동의어였다. 발을 노출했다는 것은 정조를 준다, 잃었다는 뜻이다. 그런 이진을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영창공주였다.

그런 그의 눈을 보자 이진은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그러나 성욕이 구만리나 달아난 것도 사실이었다. 현대인이 바라본 전족은 그야말로 흉물스러울 정도로 징그러운 병신을 만들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문화적 차이이리라.

하지만 신부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초야를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이 영창공주를 따라 스무 명 정도가 함께 왔는데, 이진은 그 인물들 중에는, 어떤 수단과 방법을 쓰던지 간에 영창과 이진의 일마저도 익균에게 보고하는 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딴에는 부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인데, 자신의 딸을 소박 맞혔다. 그 분노감이 양국의 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것이 아니래도 영창은 전족만 아니면 매력적인 여인이었다.

보기에 이진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연수환비(燕瘦環肥)라 하나? 조비연처럼 마르고 연약한 (軟弱)몸매와 양귀비 같은 글래머 미인(美人). 영창공주가 거기에 딱 부합되었다. 여기에 이진이 선호하는 스타일은 힙이 좀 통통한 여인이었다.

그러나 체질적으로 마른 여인이 힙이 통통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숫한 미인을 보았지만 3박자를 갖춘 여인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영창은 거기에 부합되었다. 아무튼 마냥 이렇게 넋 놓고만 있을 수만은 없어 이진은 다시 담담한 표정을 회복해 그녀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그녀의 옷을 하나씩 벗겨나갔다.

이때 급 빨개진 얼굴로 그녀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이 있으니, 촛불이었다. 입맛을 쩍쩍 다신 이진은 양 지유(羊 脂油)같은 그녀의 매혹적인 살결에서 시선을 떼고 촛불을 끄러갔다. 촛불을 끄니 돌연 내부가 깜깜해졌다. 그나마 초닷새 희미한 초승달빛이 안력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

이진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녀의 옷을 하나씩마저 벗겨나갔다. 그에 비례해 그녀의 가늘게 떨리는 몸의 진동이 느껴졌다. 이에 이진은 살포시 그녀를 끌어안아 진정시키려 하나 그녀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최후의 속옷까지 벗긴 이진이 그녀를 반듯하게 눕혔다. 희미한 광선속에서 그녀의 찌푸린 아미가 보였다. 이상해서 이진은 그녀의 등쪽에 손을 넣어 만져보았다. 혹이다 싶을 정도도 등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전족이 빚은 기형이었다. 그녀의 아픔을 감안해 이진은 그녀를 돌아 눕혔다. 그녀의 가슴이 더 커보였다. C컵에서 D컵 정도로 보이는 가슴이 이진의 눈길을 사로잡고 놓아 주지 않았다.

이진이 탐스러운 그녀의 가슴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 다짜고짜 빨았다. 흠칫한 그녀가 튀어 올랐다. 마치 물속에서 갓 잡아 올려 땅에 팽개쳐진 물고기가 파닥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계속되는 애무에 그녀의 입에서 비음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샅을 만져보니 벌써 장마가 져 있었다.

이진은 그녀의 등을 감안해 첫날밤부터 후위로 안았다.

“아, 아파요!”

할 줄 아는 조선말 세 가지 중에서 제대로 표현하는 그녀였다.

그것도 잠깐. 이진의 난폭한 행동에 작살에 꿰인 물고기가 되어 퍼덕이던 그녀가 끝내는 고양이 울음과 함께 온몸을 떨었다. 그럴수록 처음의 그 지독하던 냄새가 이상하게 더욱 성욕을 자극해왔다.

‘내가 변태인가?’

스스로 자문해 보는 이진이었다.

그러는 그 순간에도 영창은 온 몸을 수축 진동하며 질질 물이 새나왔다.

또한 입에서는 쉼 없이 감창이 쏟아져 나와 이진을 열에 들뜨게 했다.

‘미인계(美人計)?’

이진의 머리에 저절로 떠오르는 상념이었다.

-------------------------------

============================ 작품 후기 ============================

오늘도 많은 분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늘 평안하시고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