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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106화 (106/210)

< -- 106 회: 황제의 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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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명의 왕자와 공주를 인질로 받아 조선으로 출항하던 그 시간.

강소와 안휘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일단의 왜구들도 연운항(蓮雲港)으로 집결하고 있었다. 사전 약속에 따른 것이다.

속속 승선하는 항왜들을 바라보는 이억기의 얼굴은 과히 표정이 좋지 않았다. 이억기 스스로 명을 내리길 고산도의 인력 부족과 군사를 늘리기 위해 16세에서 25세의 정남들을 위주로 잡아 오라 했건만, 약속은 지켰으되 그들이 이끌고 오는 노예(?) 중에는 젊은 처자들이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아녀자들까지 끌고 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와서 책하기도 뭣해 말없이 바라보나 기분이 별로인 이억기의 표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의 행적으로 보아 대부분 제물도 약탈했으련만 대부분이 입을 쓱 닦았고 일부만 체면치레로 얼마를 내놓았다. 일단 귀국하고 보자고 아무 말도 않고 바라보지만 그런 이억기의 표정은 갈수록 좋지 않았다.

한편 그 시각 북방에서는 귀대 명령을 받은 이여송이 다시 산해관을 넘어 돌아가는데 반해, 요동 총병 송응창은 둑 터진 곳 막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이곳까지 조.명 양국의 협정 문안이 도착한 것이 아니어서 이곳은 아직도 한창 전쟁 중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무순과 청하성을 점령한 해서여진의 두 부족장과 누루하치가 만족하여 성을 사수하고 있는 반면에, 조선군은 요양성을 점령하고도 그 밑의 요녕성(遼寧城)을 점령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그곳으로 한창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요녕성은 인근에서 가장 큰 성으로 요동 부총병(副摠兵) 조승훈(祖承訓)이 그럭저럭 끌어 모은 군사까지 1만을 거느리고 치열하게 맞서고 있었다. 조선군의 맹폭에 북문이 파괴되자 부녀자, 노약자, 어린아이들을 그곳에 내모는 만행(?)을 저질러 신립과 권율을 난처하게 만들고 있었다.

“전쟁 중이니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이들도 깡그리 지우고 진공(進攻)합시다.”

“아무리 그래도 어찌 저들까지야........! 다른 문을 공격하던지, 아니면 다른 묘수를 찾아봅시다.”

신립의 강경책에 만류하는 권율이 이마도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다른 문을 부순다 해도 이 자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 같소. 하고 요동총병(遼東摠兵) 송응창(宋應唱)이 4만 군사로, 이쪽을 구원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다는 첩보도 있질 않소?”

“허허........! 그것 참........!”

쓴 입맛을 다시던 권율이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저들에게 금은붙이나 군량미를 풀어보는 것은 어떻겠소. 보아하니 이곳도 살림살이가 팍팍하기는 마찬가지 인 것 같은데, 게다가 한 둘이 동요하여 진형이 무너지면, 전체 진형이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요.”

“금붙이를 가진 병사가 몇이나 되겠소? 차라리 야인 얘들을 시켜 인근의 닭이나 가축들을 노략질 해다가 이곳에 군량미와 함께 푸는 게 낫겠소. 그게 아무 것도 모르는 저들을 살상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소?”

“그럽시다.”

의견을 모은 둘이 좀 더 세부적인 계책을 마련해 곧 착수했다.

이어 동문과 서문을 맹폭하는 동시에 야인 기병들이 인근 마을을 뒤져 탈취해온 닭이며 오리 개, 돼지 등 온갖 짐승들과 함께 군량미가 들고 가기 좋게 자루 채 수십 개 놓이고, 게다가 일부 조선의 돈도 북문 앞에 놓였다. 그리고 부근에는 일체의 사람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이를 보고 꼴깍꼴깍 침을 삼키던 아이들이 눈빛을 모으더니 일제히 앞으로 달려 나갔다. 이에 이를 지키던 병사들이 아이들을 잡으려 달려 나가자, 아이의 불행한 사태를 막기 위해 그의 어미가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 나가고, 이어 손자와 자부가 잘못될 세라 지팡이에 의존한 노파도 합세하니 그야말로 북문 앞은 난장판이 되었다.

그런 속을 멀리 숲에 숨어 있던 야인기병들이 일제히 쇄도해오니, 독수리의 공습에  놀란 까마귀 떼가 하늘로 솟구치듯 일제히 놀라 흩어지는 제 군상들이었다.

두두두두.........!

달리는 탄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제히 질주하는 가운데, 미처 피신하지 못한 세 발의 노파가 비명횡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두두두두.......!

탕 탕 탕.........!피융, 피융, 슉, 슉

야인 기병이 질주하는 곳에는 남아나는 것이 없었다. 달리며 총 쏘고 화살을 쏘아대는데 몇몇 저지하려던 명군은 그야말로 파도에 쓸리는 해중 식물이 되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윽고 이들이 부총병이 집무하는 현청에 다다르니 부총병 조승훈은 그 자이에 없었다.

어디 독전하러 간 모양이었다. 모든 싸움은 우두머리를 잡아야 끝난다고 생각한 낭패아한은 이제 동문을 향해 질주해갔다. 마침 뒷열에서 독전 검을 들고 설치는 자가 있어, 5천여 기의 기병이 쇄도하니, 일대를 사수하고 있던 명군이 쫓기고 박살나는 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 와중에 조승훈은 별도 관리대상자가 되어 마삭(麻索)에 몸을 맡기니, 그의 옷이 모두 헤어져 차마 볼 수가 없을 지경이 되어서야, 말에 매달고 달리던 질주가 끝났다.

곧 성을 접수한 신립과 권율 부대는 신속히 정비를 마치고, 4만 송응창의 요동병의 내습에 대비했다. 그 배치는 북문을 제외한 동, 서, 남 삼문에 조선군을 배치하고, 미처 복구하지 못한 북문에는 야인 기병대 2만이 병아리를 노리는 독수리가 되어, 이들의 공격을 기다렸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명군의 구원병들은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비로소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 신립과 권율이 야인 기병 정찰대를 꾸려 곳곳에 파견했다. 그 결과는 곧 밝혀졌다.

비로소 조서정벌군이 회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본거지인 광녕성((廣寧城)으로, 명군은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권율과 신립이 이를 어찌할 것인가에 대해 상의에 들어갔다. 둘은 채 눈 몇 번 깜빡이지 않은 사이에 의기투합해 야인기병 2만 전원을 이들의 추격조로 편성했다.

곧 지축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야인기병 2만이 송응창의 4만 요동병을 잡으러 출격했다. 뿐만 아니었다. 청하성과 무순성에도 전령을 급파해 이들을 잡는데 협조토록 하니, 이들이야말로 넓게 펼쳐진 그물에 든 물고기와 진배없이 되어버렸다.

야전에서 이들을 잡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성(城)에 의지하지 않은 보군(步軍)은 현대전에서 탱크 앞에선 보병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중화기로 무장을 하지도 않은 명군이 애당초 야인기병에 대항한다는 것은 큰 무리였다.

누루하치를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명장 원숭환(袁崇煥)도 ‘견벽청야(堅壁淸野)’ 전술로 승리할 수 있었다. 즉 들판을 깨끗이 청소해 저들의 양식이 될 것은 모두 없애고, 견고한 성벽에 의지해 싸움으로써 비로소 승리를 쟁취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멀리 복건 성에서 운송해온 최신식 대포인 홍이포(紅夷砲)가 일조한 것도 사실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송응창의 군대는 2만 야인의 기동 전술에 휩쓸려 몇 갈래로 쪼개 된 뒤, 각개 격파를 당하니 거개가 항병이 되어 요녕성으로 끌려오게 되었다. 그 수가 무려 4만 중 3만5천 이었다. 그 중에는 요동총병 송응창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렇게 해서 조선은 실질적으로 요하(遼河)와 국경선을 맞대게 되어, 이제 몽골의 삼낭자와도 직접적인 교역이 이루어지게 됨은 물론, 요서(遼西) 이남은 실질적인 조선의 영토가 되었다.

* * *

“하하하........!”

이순신을 맞아 조선국왕 이진이 대소를 터트리는 이 순간에도 남방의 원균과 북방에서의 구유크(貴由)의 활약(?)은 계속되고 있었다.

저들도 끝내는 알아채겠지만 너무 속보이는 짓은 할 필요 없다고 판단한 이진의 생각에 따라, 조약이 체결된 이 시점에도 원균과 구유크의 맹활약은 명 조정의 골머리를 지끈지끈 아프게 하고 있었다.

아무튼 대소로 이순신을 맞은 이진은 곧 ‘승전 대 경축연(勝戰 大 慶祝宴)’을 개최케 이르니 그 날 밤 경회루는 초저녁부터 불야성을 이루었다.

왕 대비 이하 전 선조의 빈 세 명, 여기에 중전을 비롯한 네 비빈과 고륜동과공주를 비롯한 세 명의 여진족 빈, 여기에 명에서 인질로 보내진 5남 주상호(朱常浩)와 영창공주 주헌영(榮昌公主 朱軒媖), 또 포로로 잡혀온 수군 도독(都督) 진린(陳璘)과 부도독(副都督) 등자룡(鄧子龍), 요동총병(遼東摠兵) 송응창(宋應唱)과 부총병(副摠兵) 조승훈(祖承訓), 여기에 엄일괴에 이르기까지, 모두 참여한 경축연에 대소신료들 역시 독상을 받으니, 그 자리가 한마디로 요란뻑적지근했다.

“하하하.......!”

연이어 대소를 터트린 주상 이진이 여전히 만면에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말했다.

“자, 모두 잔을 들어 올려 승전(勝戰)은 물론 대 조선의 흥기(興起)와 융성(隆盛)을 경축 합시다.”

“그 전에 전하..........!”

이때 싸기지 없이 끼어드는 신하가 있으니 이이첨이었다. 머리 잘 돌아가기로 정평이 나 있는 간신 이이첨이 저 죽을지 모르고 끼어들지는 않았을 테고, 아마도 중대한 제안이 있는 모양이었다.

“무엄하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발칙한.........!”

우의정 이산해 이하 고관들이 모처럼 제 목소리를 내는데 손을 저어 제지한 이진이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하라!”

“송구하오나 이런 자리는 쉽게 마련될 자리가 아닌 것 같사옵니다. 전하!”

“뭣이, 저 자가 도대체..........”

“지금 무슨 소리냐.........”

이이첨의 발언에 제 대신들이 낯색이 변해 꾸짖어도, 전혀 굴하지 않은 낯빛의 이이첨이 신속히 발언을 이었다.

“이제 우리 대 조선의 영토, 서로는 요하의 요녕성, 북으로는 수만리 떨어진 연해, 남으로는 고산에서 해남도에 이르기까지, 동남으로는 왜의 고토열도까지, 대 제국의 강역을 이룩하신 전하께서 어찌 한갓 왕으로만 만족하시리오. 이제는 스스로 황제라 칭하시고, 국명도 대 조선제국(大 朝鮮帝國)이라 칭하시는 것이 합당한 줄 아뢰오! 그리고 난 후 대 경축연을 열어도 늦지 않다고 아뢰옵나이다. 전하!”

“저........... 저.........!”

“그래도 되는 건가?”

“못할 것도 없지. 작금 천조의 나라라는 명도 꺾은 시점 아닌가?”

“나라를 멸망으로 이끌려 함인가?”

“합당한 발언이오!”

“옳소!”

그야말로 장마철의 개구리가 울어도 이 정도는 시끄럽지 않을 것이다. 정말 벌집을 쑤셔놓았다는 말이 실감나는 이 순간이었다.

“조용, 조용!”

탁자를 내리쳐 제 대신들의 입에 재갈을 물린 이진이 발언에 나섰다.

“돈이 벌릴수록 내핍해야 하고, 운이 좋을수록 더욱 겸손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한다. 이는 돈 좀 벌었다고 바로 새집을 지어 다시 빈궁해지는 이치와 같으니, 사양할 지어다!”

“전하! 절대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몸이 존귀(尊貴)해지면 거기에 맞게 의복도 치장해야 하옵고, 처첩도 더 거느리는 게 맞는 이치와 같사옵니다. 대 조선의 국운이 오늘날과 같이 핀 적이 고금에 없거늘, 무엇을 더 망설이고 주저하십니까? 몸에 맞는 의복으로 갈아입으소서!”

“통촉하시어 주시옵소서. 전하!”

이이첨이 그런 말을 아뢴 후에도 몸을 납작 엎드리는 것을 따라, 간신 사인방 즉 윤인, 이인경, 한찬남 등도 일제히 재고를 요청하며 바닥에 드러누우니(?), 제 대신들 또한 맞는지 그른지 헛갈렸다.

“허허.........! 이런 일이.........! 하하하..........!”

마냥 싫지는 않은지 이진이 난처해하면서도 낭랑한 대소를 터트리니 대소신료들도 그의 흉중을 헤아리고도 남았다.

그러나 예판이하 모화사상(慕華思想)에 찌든 자들이 고개 조아려 아뢰니, 다시 장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허나 아직 조선은..........”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부모의 은의를 저어버린다 함은..........”

“절대 그렇지가 않사옵니다. 폐하!”

이제 서슴없이 이이첨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폐하(陛下)!’라 부르며 간하니, 간신 사인방 또한 이에 입 맞추어 서슴없이 ‘황상(皇上)’이라 부르며 간하기를 주저치 않았다.

심지어 간신 4인방 중에는 머리까지 바닥에 찧어 선혈이 낭자한 자까지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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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늘 좋은 날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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