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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99화 (99/210)

< -- 99 회: 선제공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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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에서 사냥이라도 하려는 듯 덫과 설피화도 만드는 등 수선을 떨던 조선군은 약속한 이틀이 지나 삼일 째 날이 밝자 아침 일찍 서둘러 길을 떠났다. 이를 파안대소로 배웅하는 후르하부의 부족장 파아손(把兒遜)이었다.

모두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져 즐거운듯했다. 곧 그는 동해 여진 두 부족장과 장백 여진 두 부족장까지 맞아들여 밀의를 끝내고, 자신이 속한 동해여진부터 바로 조선군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장백 여진의 두 부족 또한 출발을 했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그 이튿날 날이 밝아 길을 재촉하는데 커다란 분지 하나가 이들 앞에 나타났다. 앞에는 큰 고개요 우로는 가파른 산자락의 지류가 연이어 펼쳐져 있었다. 다만 출구라도 되는 양 서쪽만이 평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니까 앞서가는 조선군과 자신들 모두 커다란 분지 안에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뒤로는 장백 여진이 바짝 뒤를 따르고 있었다. 앞의 조선군과는 약 3마장(3馬丈:1,2km)의 거리를 두고 있었다.

3마장이야 말로 달리면 보병이 주인 조선군을 따라잡는 것은 순식간. 이를 보고 갑자기 대소를 터트리는 파아손이었다.

“하하하..........! 앞에는 험한 고개, 우측으로는 큰 산, 좌측만 틀어막으면 네 놈들은 바로 독안에 든 쥐다. 내 이를 노렸느니......... 너희들이 달아나면 어디로 가겠느냐? 하하하........!”

갑자기 웃음을 뚝 그친 파안손이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그것이 군호였다.

파아손의 격장지계에 넘어가 선두에 섰던 워지부의 부족장 아구다(阿究爹)가 이를 받아 길게 휘파람을 불더니 말했다.

“앞의 조선 놈들을 공격하라! 저들이 가지고 있는 식량과 가축을 탈취하자! 공격하라!”

휘익, 휘익........!

와, 와아..........!

여기저기 휘파람으로 호응하는 소리가 나더니 함성과 함께 일제히 돌진하는 워지부족 전사들이었다.

두두두.........!

뒤에서 천지를 진동하는 말발굽 소리가 들리자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안 신립과 권율이 명했다.

“식량과 가축 모두 다 버려도 좋다. 무기만 챙겨 재빨리 고개를 넘자!”

“3사단은 우로!”

사전에 계획이 되어 있는지 신립의 2사단은 식량이 가축이고 모두 버리고 앞의 고개를 향해 일제히 달려가고, 뒤를 기마병인 우량하 부족과 새로 편제된 여진기병 1천이 엄호하며 뒤를 쫓았다.

그러나 권율의 3사단은 가파른 산세를 향해 달려가니 동해 여진 부족도 두 패로 나누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군은 나를 따르라!”

중군에 위치했던 파아손이 자신의 부족을 지휘해 권율의 부대를 뒤쫓는 순간에도 선두에선 워지부 전사들은 맹렬히 신립의 부대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선두의 워지부 부족이 맹렬한 추격전을 전개해 신립 부대가 버리고 간 가축이며, 군량이 있는 곳에 이르자, 이를 서로 차지하려 가축 사냥에 나서는 워지부족들이었다. 순식간에 대열이 무너지며 개판이 되었다.

이런 현상은 권율 부대를 추격하던 파아손 부족에게도 나타나 그들 또한 순식간에 대열이 흐트러지며 서로 자신들이 가축을 차지하려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야, 미친놈들아! 우선 조선 놈들을 죽이고 공평히 나누잔 말이다. 조선군을 공격하라!”

그러나 그에 호응하는 전사는 거의 없었다. 이때 설상가상으로 뒤에서는 엉뚱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해 야인 중 가장 후미에 쳐져있던 와르카부의 부족장 낭패아한(浪孛兒罕)이 어느 조선군을 추격할까 고심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지축음이 울리며 자신을 공격해오는 전사들이 있었다.

“너, 너희들..........! 애초의 약속과는 틀........ 틀리지 않느냐?”

“하하하.........! 우리 장백 사람들은 너희같이 신의 없는 놈들이 아니다! 신의 없는 저 놈들을 쳐라!”

“공격하라!”

부족장의 명을 받은 예하 암반들의 공격 명령에 하늘을 새까맣게 메우는 저들의 화살 공세였다. 졸지에 모진 놈 옆에 있다가 정 맞는 격이 된 낭패아한의 낭패스러운 꼴이었지만, 2개 부족의 전사를 맞아 졸지에 수세에 몰려 허둥거리는 와르카부족들이었다.

한편 서로 가축과 군량을 차지하기 위해 자중지란을 빚던 두 동해여진을 일깨운 것은 북쪽 동쪽 양 쪽에서 시차를 두고 울려 퍼진 일련의 방포소리였다. 그것이 신호였다. 양쪽 등성이에서 수많은 조선군이 출현하며 장거리 무기인 화기와 편전 공격부터가 시작되었다.

펑, 펑, 펑!

쾅, 쾅, 쾅!

피융! 슈슈 슉!

히히힝.........!

으악..........!

조선군의 화력 앞에 정면으로 노출된 두 부족의 전마며 부족 전사들이 속절없이 꺼꾸러지기 시작했다.

와아.........!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도망치던 조선군마저 이제는 돌아서서 반격에 나서니 아연해져 도대체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파아손과 아구다였다.

펑, 펑, 펑........!

쾅, 쾅, 콰쾅........!

피융, 피융........!

새로 나타난 조선 수군과 1사단 병력, 여기에 우군으로 믿었던 장백여진마저 등 뒤에서 비수를 들이댄 형국이니 이것을 싸움을 하나마나 전 부족이 이 자리에서 전멸을 당하게 생겼다.

“아.........! 내 욕심이 과했음이야........!”

하나하나 적의 포탄에 찢기는 전사들을 보고 뒤늦은 탄식을 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혹시나 하고 출구를 찾아 남쪽 평원을 바라보나, 그곳 역시 조선수군에 의해 틀어 막혀있었다.

결정해야 했다. 옥쇄를 각오하고 여기서 싸워야 할지. 아니면 항복해 욕된 삶이라도 살아가야 할지. 자신이 결정을 종용받고 있는 이 순간에도 자신의 이웃에 살던 부족 전사들이 하나 둘, 깔보았던 조선군의 화력 앞에 제물이 되어 고혼이 되어가고 있었다.

마음이 어지러워 갈팡질팡하는 사이에도 아군 전사들을 그야말로 힘 한 번 못쓰고 하늘로 말아 올라가고 있었다.

“항, 항복..........”

차마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데 갑자기 북쪽 능선에 백기 하나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그것이 무슨 신호인양 일제히 적의 화력이 공세를 멈추었다.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이 백기를 매단 적의 전령 하나가 자신에게 쏜살같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러길 얼마. 자신 앞에 우뚝 전마를 세운 전령이 부리부리한 눈으로 쏘아보며 말했다.

“조선 팔도 수군통제사님의 명이 계셨다.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말씀이다. 어쩌겠느냐? 당장 결정하라!”

“만약 우리가 항복하면 우리의 처우는 어떻게 되는 거요?”

단 이각 전만해도 패기만만하던 파아손은 어디 가고 목숨을 구걸하는 초라한 아니 위축된 자신의 모습이 역겨웠지만 부족들의 장래를 위해 묻지 않을 수도 없는 문제였다.

“항복하면 이제는 완전 조선 백성으로 사는 길만이 남았을 뿐이다. 조세와 군역의 의무를 짐은 물론 조선 조정의 보호도 받는 것이다.”

사전에 교육이라도 받았는지 또박또박 대답하는 전령이었다.

“흐흠.........! 재산적 손실은 없는 거요?”

“조선이 그렇게 가난하지는 않다. 왜는 물론 명국의 앞바다까지 전 해상권을 쥐고 흔드는 조선이다. 이제 명국도 조선을 함부로 못할 것이다.”

“좋소. 잠시 상의할 시간을 주쇼.”

“시간은 단 이각뿐이다. 그 시간이 넘으면 조선군의 참모습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알았소!”

파아손의 손짓에 암반 두 명이 각각 위지부와 와르카부의 부족장을 데리러 갔다.

“아..........!”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는 파아손이었다.

오늘 따라 하늘이 유난히 파랗다. 곧 손이 라도 베일 듯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니 금방이라도 푸른 물감이라도 뚝뚝 떨어질 듯 유난히 파란 하늘이, 파아손의 어지러운 심사를 더욱 어지럽게 했다. 그러고 있는 사이 채 일각도 안 되어 양 부족장이 그의 눈앞에 들이닥쳤다.

양인의 원망어린 눈초리를 똑바로 바라볼 수 없어 괜한 헛기침과 함께 멀리 서쪽을 향해 시선을 준 파아손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항복을 하면 이제는 완전 조선 백성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거요. 군역과 조세의 의무를 지고, 그 대신 조선 조정의 보호를 받는다는 것이지.”

“달리 길이 있소? 아니면 이 자리에서 다 죽던지?”와르카부의 부족장 낭패아한의 말에 워지부의 부족장 아구다가 반문했다.

“남아 있는 가족들은 다 어찌 할 것이오? 우리를 의지하고 살던 그들인데........?”

마음 약해지는 소리에 모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는 셋이었다.

“모진 고난이 닥치더라도 생명은 이어가야죠. 조상들이 물려준 이 땅 위에, 후손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게끔 하는 것만이 그마나 죄과를 씻는 길일 것 같소. 모두 용서하시오. 한 순간의 욕심이 이런 화를 불렀구료.”

“이 땅을 지키기 위해 한 일 너무 자책 마오.”

낭패아한의 위로에 그나마 사라졌던 원기가 다시 살아나는 듯해 저만큼 떨어져 있는 적의 전령을 제법 큰소리로 부를 수 있는 파아손이었다.

“이리 좀 와보오.”

“결정이 되었소?”

“그렇소. 조선군의 처분에 맡기겠소. 하지만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의 자존심을 너무 짓밟지는 마오. 그때는 전 부족이 사라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싸울 테니까.”

“알겠소. 통제사님께 그대로 전하리다.”

“고맙소!”

곧 전령이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 갔다.

잠시 후.

적의 수뇌부들이 집결하는 것이 보였다.

신립이 발언을 했다.

“통제사 어른! 적의 힘을 약화시켜야 순치시킬 수 있다고 전하의 어명이 계셨습니다. 각 부족 공히 1만 전사를 내어, 각각 1, 2, 3사단 예하에 1만씩 편제시키라 하셨습니다. 이 조건을 수용하면 항복을 받고 아니면 그냥 깡그리 멸절시키라 하셨습니다.”

“흐흠.........! 어심이 생각보다 강경하시군.”

“오늘의 일이 앞으로 여진을 다루는 본보기가 되는 즉 더 강경하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권율의 말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이순신이 말했다.

“어쩌겠소? 어명을 따를 뿐. 전령은 가서 우리의 결정 사항을 그대로 가 전하라. 그리고 각 장군들은 만약 저들이 이를 거부할 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오.”

“알겠습니다. 통제사 어른!”

잠시 전령을 보류시키고 각 사단장부터 그들의 위치로 가는 것을 지켜본 이순신이 그들이 자신의 부대에 자리를 잡자 전령을 다시 적진에 보냈다.

잠시 후.

적진.

“어쩌겠소?”

전령이 이순신의 말을 그대로 다 전하고 묻는 말이었다.

“당신들이 결정하오.”

생각보다 더욱 강경한 조선군의 항복조건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파아손이 고개를 떨어트리며 말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어쩌겠소. 우리 대에 와서 우리 부족의 대를 끊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동감이오. 어떤 고난과 시련이 있더라도 우리 부족의 생명은 면면히 이어가야 하오. 강인한 전사들만 추려온 우리가 여기서 옥쇄한다면 아예 끝장이오. 남은 자들로는 남의 노예나 되기가 딱 맞소. 그리고 조선 조정의 보호를 받아 남은 생명들을 유지하고, 우리가 또 보은을 한다면 좋은 날도 있겠지요.”

워지부의 부족장 아구다의 말을 받아 말을 끝내는 낭패아한의 두 눈에는 어느새 소리 없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더욱 고개를 들지 못하는 파아손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전령이 물었다.

“동의하는 것이오?”

“우리 부족의 생명과 우리의 터전은 보호가 되는 것이지요?”

“아마 그런 걸로 알고 있소?”

“아마로는 부족하고, 그 점을 확실히 보장해 주어야 하오. 아니면..........”

똑바로 두 눈을 부릅뜨고 전령을 노려보는 낭패아한의 눈에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바로 확실한 답을 받아 오리다.”

“그러오.”

잠시 후.

“동해 여진 부족이 누렸던 모든 영토는 조선의 강역에 포함되나, 어떠한 경우도 터전은 지켜준다 하셨소. 물론 때에 따라 조선인들이 들어와 함께 어울려 살 수도 있소. 이 문제는 그 쪽에서 양해를 하라는 분부셨소.”

“최소한의 우리 터전이 보장된다면 그 정도는 우리도 용인 할 수 있는 문제요.”

“됐소. 그럼 모두 무장을 해제하고, 통제사 어른의 지시에 따르시오.”

“그러리다.”

어느새 파아손을 대신해 세 부족을 대표하게 된 낭패아손이 모든 결정을 내리고 둘을 둘러보나, 둘 또한 고개를 끄덕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이렇게 되어 전령이 떠나자 파아손이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우리끼리 칙서를 가지고 투닥거리는 게 나은데 괜한 욕심을 부려가지고는..........”

“그 또한 명나라 놈들의 흉계. 차라리 일찍 한 쪽을 선택한 게 나을 런지도........”

“하하하........! 그럴 까요?”

낭패야한의 말이 조금은 위안이 된 듯 웃음소리를 찾아가는 파아손이었다.

이렇게 되어 동해 여진은 최종 조선에 복속되었으며, 그들이 누렸던 삶의 터전은 모두 조선의 영토에 포함되게 되었다. 또 그들은 조선의 요구에 따라 전사 1만을 내어 각 사단에 포진시켰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조선 조정에서 쌀 2말씩이라도 녹을 준다니, 위안거리로 삼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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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임들의 크신 후원에 힘입어 드디어 쿠폰 베스트에도 14위로 진입을 했네요.

진심으로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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