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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92화 (92/210)

< -- 92 회: 선제공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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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이 가장 빠른 쾌속선을 띄운 지 5일 만에 이진은 이순신의 쾌거를 보고받고 몹시 기뻐하였다. 그러나 그의 장계 중 ‘탐망선을 띄운다고 다수 띄웠으나, 적정을 너무 몰라 우려스럽다’는 구절을 보고는 급히 광해를 편전으로 불러들였다.

광해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한 이진이 급히 말을 했다.

“과인이 하나 빠트린 지시가 있다. 그대는 급히 일본에 나가 있는 세작들에게 명해 이키 섬에 있는 이순신 장군에게 적정을 일러주도록 하라.”

“알겠사옵니다. 전하!”

그가 일어나려 하자 일단 손짓으로 제지한 이진이 말했다.

“빨리 여기서 작성하라! 과인이 파발로 바로 보낼 참이야!”

“네, 전하!”

명을 받든 광해 혼이 일필휘지로 휘갈겨 명령서 작성을 끝내자 이진은 곧바로 대전내관에게 명해 이를 필사해 왜국 내 각지로 보내도록 했다. 곧 한갓진 마음이 든 이진이 비로소 대신들을 불러 전황을 전하고 함께 기뻐하였다.

* * *

조카 도요토미 히데쓰구(豊臣秀次)를 양자로 들여 간파쿠 직을 물려주고 다이코로 물러앉은 도요토미 히데요시였다. 그러나 아들 히데요리가 태어나자 그를 역신으로 몰아 주살하였으니, 다시 간파쿠를 맞는 것은 멋쩍은 일인지라, 그냥 타이코에 머물러 있는 히데요시였다.

그러나 요즈음 아니 적남 쓰루마쓰(鶴松)가 죽은 이래로 부쩍 쇠한 느낌이 드는 히데요시였다. 그 때부터 괜스레 눈물도 많아져 대신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가 하면 까닭 없이 화를 자주 내기도 하는 히데요시였다.

또한 요즈음은 감기 증세도 있어, 원래는 머지않아 조선으로 출병할 군사들을 위무하기 위해 나고야에 가려 했으나, 몸이 부실한 관계로 수도인 교토(京都)에 머물러 있는데 비보가 전해진 것이다.

간신히 탈출한 패주한 군사로부터 히데요시가 아군 3만과 함께 전선 3백 척이 적의 기습에 지리멸렬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패전일로부터 3일 만이었다. 몸의 상태야 어떠하든 불 같이 치솟는 노기에 히데요시는 덜덜 떨며 명을 내렸다.

제2차 조선정벌의 전진기지인 나고야 현지에 나가있는 마에다 도시이에(前田利家)에게 전 병선과 군사를 동원하여 이키 섬의 조선군을 격멸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그래도 못 미더워 히데요시는 왜의 전역에 군사동원령을 내리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한편 히데요시로부터 명을 받은 오대로 중 서열 2위이며 핵심 측근인 마에다 도시이에(前田利家)는 당장 나고야에 집결해 있던 십오만 군사를 이세만(伊勢灣)에 집결해 있던 전선 800여 척에 승선시켜 이키 섬으로 진군하려 하나 하필 날씨가 좋지 않았다.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바람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할 수 없이 잠시 지체하기로 하고 군사를 단속하는 데만 철저를 기하고 있었다. 이렇게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며 주춤주춤 하는 사이 또 사흘이 흘러가버렸다.

그리고 나흘째 되어서야 날씨가 좋아져 출항을 했다. 그러고 보니 패전일로부터 경과한 시간을 따지면 출전일 까지 도합 8일째 날이었다. 교토에서 나고야까지 히데요시의 명이 전해지는데 하루가 걸렸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이 시간 이순신은 사방으로 탐망선을 띄웠지만 답답한 마음에 항왜 중 바닷길에 밝은 자들을 불러들여, 출병 전 이진이 개략적으로 알려준 정보에 의거해 묻고 있었다.

“본 장군이 듣기에 적의 대군이 나고야에 진주해 있다고 들었다. 여기서 거기까지 가려면 뱃길로 며칠이 걸리겠느냐?”

“아무리 빨라도 족히 4일은 걸립니다. 더군다나 대 선단이 움직이려면 족히 5일은 걸릴 겁니다.”

“만약 우리가 만약 매복을 실시하려면 어느 곳이 가장 좋겠느냐? 이 이키 섬에서 가장 가까운 곳을 기준으로 말하라.”

“혼슈와 규슈가 만나는 해협인 간몬해협(關門海峽)이 가장 좋을 것입니다. 곳곳에 섬이 있고, 육지도 들쑥날쑥해서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나고야에서 오자면 꼭 통과해야 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멀리 규슈 남단으로 크게  돌아나가지 않는 한.”

“알았다. 그런데 우리는 대 선단 아니냐?”

“나누어 숨기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무슨 말인지 알았다. 일단 지형을 정찰해야겠다. 너는 본 장군의 배에 승선해 향도가 되어라. 앞으로 노를 젓지 않아도 됨이야!”

“고맙습니다. 장군님!”

부복하는 항왜를 건성으로 바라 본 이순신은 곧 제장들을 불러들여 논의를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적의 지형을 살피기 위해 간몬해협으로 간다니 제장들이 일제히 반대를 했다. 너무 위험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순신은 제장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직접 전함 백여 척을 거느리고 간몬해협의 정탐에 나섰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그곳에 도착한 이순신이 지형을 살피니 혼슈와 규슈가 느낌상으로는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서로 가까이 붙어 있었고, 해협 곳곳에는 작은 천연 섬들이 존재해  있었다.

만약 복병을 숨기기로 말한다면, 나고야 방면의 대해에서 진입하는 선박으로서는 세세히 살피지 않고서는 여간해 발견해 내기 어려울 듯한 지형지세였다. 또한 이순신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먼 바다까지 나가 보았다. 진입하는 입구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섬들이 있어 매복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지형을 이루고 있었다.

또 이순신은 한 발 더 나아가 곳곳의 조류도 세세히 살펴 늦고 빠름을 간파하는데 하루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는 곧 전령선 하나를 띄워 아군을 이곳으로 불러들였다. 이키 섬을 지킬 최소한의 전선 100여 척과 군사 1만을 남긴 채였다.

그들을 제외한 제 전함이 도착하자 이순신은 또 다시 제장들을 불러들여 작전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그들도 찬성하는 속에서 전함을 둘로 나누었다. 이억기를 일군의 대장으로 삼아 이키 섬에서 간몬해협을 들어오는 입구에 배치하고, 자신들은 아예 간몬해협을 빠져나가 나고야 쪽 대양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산재한 섬 중에서 간몬해협 입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큰 섬 두 개 뒤에 또 다시 전함을 둘로 나누어 매복시켰다. 이어 부근을 항해하는 선박은 모조리 잡아들여 적에게 정보가 누설되는 것을 막았다.

이억기에게도 그렇게 지시했으니 그도 틀림없이 간몬해협을 통과하는 제 선박은 모두 나포하고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시간이 흘러 채 반나절이 되기 전에 멀리까지 나갔던 탐망선으로부터 축차적으로 적이 간몬해협을 향해 남하하고 있다는 보고를 전해왔다.

그리고 또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이번에는 생각지도 않던 조선 세작들로부터 적의 전함이 800여 척이며 15만 군사가 승선하고 있다는 정보까지 들어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는 속에서 가장 가까이 띄운 탐망선까지 귀대하여 소식을 전하는데, 적의 전함과 아군의 전함 거리는 채 이각이 지나지 않아 조우할 거리까지 적이 남하했다는 것을 알았다.

시각을 보니 정오가 가까운 시각이었다. 이에 제장들에게 급히 명해 병사들에게 준비한 주먹밥 한 덩이씩이라도 먹이도록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봄나들이도 경단이 빠지면 허기가 져 재미가 덜한 법이다. 이 모든 것을 체험으로 알고 있는 이순신의 자상한 배려였다.

제 수병들이 식사를 마치고 채 일각도 지나지 않아 적 선단이 출현했다는 보고가 빠르게 전달되었다. 그래도 이순신은 일체 동요하지 않고 큰 섬 뒤에서 대규모 전단을 거느리고 숨죽여 그들이 간몬해협으로 진입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채 2각이 지나지 않아 적의 전함 전부가 간몬해협을 통과하기 위해 만 안으로 진입을 했다. 이에 이순신은 만을 봉쇄하기 위해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돛대도 누인 은밀한 기동이었다. 그러나 자신들이 만을 틀어막았다고 생각한 순간에는 일제히 돛을 세우고 요란하게 전고를 울리며 간몬해협으로 진입했다. 뜻밖에 적의 전함이 갑자기 뒤에 나타나자 마에다 도시이에를 비롯한 수뇌부부터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키 섬에 있어야할 적들이 홀연히 뒤에서 나타나다니 이 무슨 변고란 말인가? 제장들이 이럴진데 일반 병사들이야 더욱 혼비백산해 머리끝이 쭈삣 서는 순간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빨리 이곳을 빠져나가 가급적 어디 육상에서 전투를 벌이도록 하자.”

마에다 도시이에도 조선 수군이 강하다는 것을 귀가 따갑도록 들은 사람이라 가급적 육전을 원하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게 쉽지 않았다. 신속하게 제 병선들이 움직인다고 움직이나 자꾸 후미의 적과 거리고 좁혀지고 있었다. 일본의 전함들이 반침저선이라면 조선의 새로 만든 배는 완전히 U자 형으로 원거리 항해에 접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이제 속도 면에서는 조선의 배가 더 빨랐던 것이다.

그러나 왜적들도 새로 건조한 함선들은 예전보다 덩치가 배는 커져있었다. 자신들의 단점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다. 그에 맞서 주선수군도 더욱 커졌으니 크기 면에서 보면 양쪽 전함들의 크기가 비슷했다.

아무튼 자꾸 후미의 적에게 아군이 따라 잡히자 초초한 가운데 도시이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지시하는데, 아뿔싸! 이번에는 적의 전함들이 호로병의 목 같은 곳을 완전 틀어막고 나서는 것이 아닌가!

이제 정말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되었다는 것을 느낀 마에다 도시이에의 심장이 갑자기 벌렁거리며 크게 당혹해 했다. 육전에서는 아무리 적이 많아도 이렇게 겁을 먹어본 적이 없는 도시이에였다.

그러나 해전은 경험도 없거니와 상대가 조선수군이라니 괜히 겁부터 나고 위축되는 것을 금할 수 없는 도시이에였다. 하지만 총사령관이 되어 이를 내색할 수는 없는 법. 비록 창백해진 얼굴이지만 이를 감추기 위해서라도 버럭 명을 내리는 도시이에였다.

“돌파하라!”

“돌파하라!”

도시이에의 명이 떨어지자 일제히 항진 속도를 더욱 높여 앞으로 나아가는 왜의 전함들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얼마가지 않아 적의 포 사정권에 들자 문제가 달라졌다.

아군의 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사정거리가 짧아 같이 맞불을 놓아도 적의 전함은 하나도 손실이 없고 아군의 전함에서만 폭발과 함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래도 앞뒤로 적을 맞을 수는 없어 여전히 ‘돌파하라!’ 악을 쓰는 도시이에였다.

한편 이순신으로부터 간몬해협 봉쇄를 명받은 이억기는 전함 이백여 척을 이열로 나누어 아예 만 전체를 틀어막아 버렸다. 그리고 적이 사정권에 들어오자 맹렬한 포격전을 전개했다.

천지현황, 호준포, 불랑기포, 승자총통 맹렬히 불길을 토해내는 속에서 화차에 실린 다련장로켓포 즉 신기전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중간에 약통을 달아 사거리가 먼 것은 물론이고, 화살 끝에도 불씨와 함께 발화 통이 달려있어 순식간에 불길을 피워 올렸다.

개조된 신기전이 더욱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 적선은 온통 화광이 충천해 도저히 진군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여기에 비격진천뢰마저 날아들어 천지를 진동시키니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왜적의 참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어느새 거리를 좁혀온 이순신의 함대가 이번에는 맹렬히 포격전을 전개한 까닭이었다. 학익진을 형성하여 완전 그물에 걸린 고기를 걷어 올리듯 맹렬한 포격을 퍼붓는데, 이것은 어디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도통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굉음과 치솟는 불길, 갈갈이 찢기는 시신들, 비명소리로 천지간에 아득하고, 서로 부르고 꾸짖고, 고함과 호통, 구슬픈 비명 소리 모두 꿈속의 일만 같은 마에다 도시이에였다.

“오대로! 이 이상은 안 됩니다. 돌파도 안 되고 후퇴도 할 수 없습니다. 차라리 양쪽 육지로 상륙해 일단 생명을 도모하는 게 낫겠습니다.”

“그럼 이 배는?”

부하의 간언이 맞으나 전함 걱정부터 앞서는 도시이에였다. 얼마나 많은 돈과 품이 들어 완성한 배인지 잘 아는 까닭이었다.

“지금 배가 문제입니까? 일단 살고 봐야죠. 그래야만 후일이라도 기약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알았다. 그렇게 하도록 하자!”

“전 병력 양 측면 육지로 상륙하라!”

“상륙하라!”

“상륙하라!”

이 소리는 누가 전하지 않아도 살길이 열렸다고 생각하는지 너무나 빠르게 번져나가는 왜적들에게는 구원의 소리였다. 그래도 다행이 양측면의 육지는 백사장이 발달하여 달아나는 데는 상당히 호조건이었다.

그렇다고 이를 순순히 놓아줄 조선 수군들이 아니었다.

“쫓아라! 쫓아 적을 한 놈도 남김없이 박멸하라!”

“박멸하라!”

정말 바퀴벌레만도 못한 취급을 받는 왜적들이 다투어 양 해변가로 몰려가는데, 이를 악착같이 뒤쫓으며 함포사격을 전대하는 앞 뒤 양 조선군이었다.

이를 무심히 바라보는 이순신의 눈에는 비로소 이겼다는 안도감이 들며, 아무도 모르게 가늘게 한숨을 불어내는 그였다. 어느 직이든 최고의 자리는 그만큼 정신적 압박감이 크고 외로운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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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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