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91 회: 선제공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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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년의 세월이 흘렀다.
병신(丙申)년 즉 1596년 삼월이 된 것이다.
태탕한 봄을 맞이하여 궁궐 안에는 웃음꽃이 만발하고 있었다.
흐드러지게 핀 봄 꽃 속에서 이진은 다섯 명의 비빈은 물론 네 명의 왕자와 한 명의 공주를 데리고 산책을 하고 있었다. 중전 박 씨가 원자를 생산하는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빈들이 아이를 낳으니 모두 아들 일색이었다. 그러나 유독 조비연 만이 공주를 생산하니 그의 미간 수심에 잠겼으나 오히려 이진은 이를 더욱 기뻐했다.
낳는 사람마다 왕자를 낳으니 재미가 덜한 속에서 낳은 공주라 더욱 기뻤는지도 몰랐다. 이제 모두 세 살로 제법 잘 걷는 아이들을 보며 모두 이런저런 이야기로 재잘거리는데 이진만이 깊은 생각에 잠겨 걷고 있었다.
광해의 보고로는 이제 왜의 전함 근 천여 척에 이르러 곧 적이 침입할 것 같다는 보고를 접한 때문이었다. 원래의 계획은 작년에 왜국을 선제공격할 생각이었으나 군비가 조금은 부족한 감이 있고, 적이 당년에는 침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보고에 한 해를 미루어 작금을 맞았던 것이다.
이제 전함 총 1,200여 척이나 이중 내해를 수호할 판옥선 등 전래의 조선함정이 500척이고 나머지는 전부 선체를 키우고 침저선으로 만든 원양전함이었다. 또 이제는 화약 등 군비도 충실해져 당장이라도 명령만 내리면 아군 수군이 왜로 향할 수 있는 현 실정이었다.
‘때가 되었다. 화를 당하기 전에 먼저 치자! 그래야만 조선 전토에 병화를 입지 않음이야!’
결심을 굳힌 이진이 돌연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떴다. 중전을 비롯한 비빈들이 놀라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이진의 돌출 행동이었다.
이진은 곧 사정전으로 돌아와 왜를 치라는 작전 명령서를 파발 편에 띄웠다. 그 시간 이순신을 비롯한 조선 전함 대부분은 대마도 해상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즉 경상, 전라, 충청, 걍기.황해, 대마도 전 수영이 참가한 가운데 연합훈련 즉 합조(合操)가 행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 해 두 차례 실시되는 합조로 주로 봄가을 두 번에 실시되고 있는 훈련이었다. 작년부터는 이진의 명에 의해 연해가 아닌 이곳 대마도 해상에서 실시되고 있었다. 이는 대마도가 영구히 조선의 영토로 결사 사수한다는 결의를 대 내외에 천명하는 동시에, 침략 시에 이를 빙자하여 바로 왜로 건널 수 있도록 이목을 속이기 위한 훈련이기도 했다.
따라서 훈련 중이라도 전시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무구는 물론 군량까지 탑재한 채 임하고 있는 훈련이었다. 즉 명령만 내리면 하시라도 왜로 출병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훈련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순신의 대장선에 탐망선 하나가 나타나 조선 군왕 이진의 명을 전하니, 이순신은 곧 제장들을 대장선으로 호출해 어명을 전했다. 그리고 일장 연설을 시작했다.
“전하의 명이 떨어졌다. 왜의 병선을 바다 한가운데 수장시키라는 명이시다. 지금껏 나라의 은록(恩祿)을 먹은 자들로써, 죽음을 무릅쓰고 다투어 앞장을 설 것이며, 한 치도 뒤로 물러서지 마라! 허나 전고 소리 하나하나에 귀를 열어, 나아가고 물러섬에 있어서 한 점 흐트러짐이 없도록 할 것이며, 부하 장졸 역시 아끼고 사랑하되 분명한 진퇴가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자! 저 미개한 자들을 징치하러!”
와아!제장들이 손에 든 창칼을 흔들어 제독의 명에 환호하니, 마치 어디 가벼운 봄나들이라도 가는 듯한 모양새들이었다.
곧 출진의 수기 바람에 나부끼고 전고 소리 급박하게 울자, 탐망선 수십 척이 선후로 앞장을 서고, 각 수영별로 다른 오색 수기 힘차게 휘날리는 가운데, 장사진(長蛇陣)을 형성한 장대한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선수를 남으로 남으로 향했다.
파도 잔잔하고 바람도 순풍인 남정 길에 갈매기마저 잠들어 평화로운 바닷길을 수백 척의 전함이 항진에 항진을 거듭하길 며칠. 마침내. 비로소 갈매기 나타나 육지가 멀지 않았음을 나타내는 새벽 녘. 이순신의 대장선으로 탐망선 하나가 접근해 왔다.
정선 명령에도 거함 여전히 앞뒤로 흔들리는 가운데, 날쌔게 생긴 병사 하나가 대장선을 올랐다. 곧 수병에 의해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이순신에게 그 자 안내되고, 병사 군례 끝나자마자 입 열어 보고하였다.
“앞 이키(壹岐) 섬에는 적의 병선 수백 척이 정박해 있고, 일부의 군도 주둔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장군님!”
“흐흠.........! 벌써 일진을 조선과 가장 가까운 섬인 이곳에 보낸 모양이다. 이들도 침략준비가 완비되었다는 전하의 말씀이 사실인 모양이구나!”
그랬다. 조선과 가장 가까운 섬인 대마도를 잃은 작금의 왜는 이제 조선과 제일 가까운 이 섬을 제1 침략 전진기지로 삼아, 이곳에 병량을 비축함은 물론 일부의 군사마저 주둔시켜 이를 보호하고 있는 작금이었다.
또 병선 수백 척이 보인다 함은 추가로 병량과 일부의 군사를 부려놓고 해가 뜨면 다시 나고야로 돌아가려하고 있는 작금 조선의 전함들이 부근 해상에 나타난 것이다. 아무튼 이 보고를 받은 이순신은 곧 대형을 어린진(魚鱗陳)으로 바꾸어 계속 항해케 했다.
이렇게 전진하길 얼마.
멀리 큰 섬 하나가 들어오고 그 앞바다에는 수백 척의 전함이 집결해 있는 것도 보였다. 이에 다시 한 번 수기가 바뀌며 대형이 천천히 학익진(鶴翼陣)으로 바뀌었다.
반 포위 형태로 바뀐 전함들이 일로 일로 적의 병선이 주둔하고 있는 아시베(芦邊) 만으로 접근하자 비로소 적들도 아군의 대거 침입 사실을 알고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때 아국 전함들은 벌써 적선을 사정거리에 두고 있는 시점이었다.
“방포하라!”
“방포하라!”
이순신의 명을 받은 이영남이 고래고래 악을 쓰고, 이에 따라 붉은 수기 내걸리고, 전고 소리 급박하게 울어, 조선 병사의 심장마저 급박하게 뛰놀게 하고 있었다.
펑! 펑! 펑!
쾅, 쾅, 쾅!
빗맞은 유탄 크게 바닷물 튕겨 올리고, 일부는 적선에 맞아 우지끈 뚝딱 소리와 함께 불길을 피우기 시작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어느새 대형 일자진(一字陳)으로 전환되어 갓 잠에서 깨 허둥거리는 왜구들의 머리 위로 수천발의 포탄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천지현황을 비롯한 각종 총통류, 양이의 대포를 모방한 불랑기포(佛郞機砲), 화차에 실린 신기전, 때로 장군전. 여기에 대완구 중완구 등의 곡사포에서 쏘아대는 수류탄의 일종인 비격진천뢰, 이 모두가 한꺼번에 그 위용을 자랑하니, 졸지에 날벼락 아니 불벼락을 맞은 왜선들은 속절없이 부서지고 깨지고 불타올랐다.
“승선하라!”
“대항하라!”
왜장 졸지에 당한 화(禍)에 고래고래 악을 쓰며 응전할 것을 독려하나, 그부터도 인근에 터진 유탄으로 인해 출렁이는 배속에 서있기도 힘든 판이었다. 넘어졌다 엉금엉금 일어나 다시 독전 하나 대장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이렇게 이각 이상의 포격이 진행되어 적선 300여 척 중 절반이 전소되거나 반파, 완파, 격침되어 바다 속에 수장되는데, 육지에 있던 왜병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조총을 난사하며 대항에 나섰다.
또한 아군의 화력 지원 속에 일부는 승선하여 각종 포를 작동하나 사정거리가 짧아 불꽃놀이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아군의 수군 여전히 막강한 화력 자랑하며 온갖 포들에서 쏘아올린 포탄들이 직선 곡선으로 날며 적선에 장렬히 산화하는 즈음, 왜장 도쿠나가 호인 히사마사(德永法印壽昌)마저 아군의 비격진천뢰에 직격되어 장렬히 산화하였다.
이에 적들 사기 급전직하로 떨어지고, 더군다나 독 안에 든 쥐 꼴로 돌파하기도 쉽지 않아 모두 이제는 틀렸다고 육지로 도주를 택하였다. 이에 따라 아군 서서히 포위망 좁혀가며 만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도 여기저기서 적선 불타올라 그 열기 한여름 염천(炎天)에 든 듯 땀 비 오듯 흘리게 하나, 승전에 취한 조선 수군 사기 양양하여 더워도 더운 줄 몰랐고, 어느 병사는 자신이 적의 유탄에 맞아 피가 줄줄 흘러도 그마저 모르고 발분하고 있었다.
“전장을 정리하라!”
“전장을 정리하라!”
이순신의 명에 이영남 손수 명 전하는 것도 모자라 이배 저배로 옮겨 타며 고래고래 악을 쓰니, 아직 성한 전함 불에 옮겨 붙을 세라 밖으로 내몰리고, 쓸 수 있는 적의 무기와 일부의 군량 아군의 전함으로 옮겨 실렸다.
이 과정에서 숨어 있던 자들 속속 발견되어 나포되고, 숨어 있던 자의 기습에 아군 병사 몇몇이 희생되기도 했다. 이렇게 이각의 시간이 더 흐르자 대충의 정리가 끝나 이순신은 일단 먼 바다로 모든 아군 전함을 물렸다.
그리고 비로소 실태 파악케 하니, 나포한 적한 전함 150여 척에 포로로 잡힌 왜병이 1,500이 넘었다. 승전보고는 육상의 적을 멸한 뒤에나 해도 늦지 않는 법. 이순신은 제장들을 자신의 전함으로 불러들여 그들의 꾀를 빌렸다.
이에 새로 경상 우사에 발탁된 유극량(劉克良) 허연 머리 조아려 이순신에게 고하니, 이순신 그 꾀 차용하여 밤낮으로 적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낮이고 밤이고 적들 보란 듯이, 적들 잘 보이는 곳까지 아군 대선단 진출하여, 야유하듯 웃통 벗어 씨름하고 술에 취한 듯 흥청망청하였다.
그러다가도 돌연 전고 소리 급박하게 울려 퍼지며 아군 대량 상륙할 듯 서두르니 적들 놀라 허둥지둥 전열 가다듬길 사흘 낮밤. 아군 서로 교대하여 변죽만 울리건만 적들 이런 줄 모르고 밤중이고 새벽이고 희롱당하길 사흘 낮밤.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 적들이었다.
아니 제대로 잠을 못자니 움직여도 눈 뜨고 돌아다니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게다가 이제 새벽녘. 드디어 뽑아든 이순신의 상방보검 효성(曉星:새벽별)사이로, 한줄기 빛 되어 흐르니, 아군 일제히 기동하여 상륙 작전에 나섰다.
아군 참전 병사 6만. 이중 포로로 잡혀 아군의 격군이 된 왜병이 약 2만. 사전에 이번 전투에서 공을 세운 자, 모두 전공에 따라 아군 일반 수병으로 받아줌은 물론 지휘관까지 될 수 있다 설파하니, 격군 노도(怒濤) 되어 저희 동족 참살의 선봉이 되었다.
본래부터 100년래의 전투로 단병접전에는 이골이 난 자 2만이 선봉에 서고, 아군 수병 후미에 서서 그들의 독전관이 되어 일시에 적진에 상륙하여 떼로 달려드니, 아니래도 허깨비들 잠에 취해 비몽사몽간의 전투를 벌이게 되었다.
아무리 몇 년을 격군으로 지내 그간 전투의 감각을 잃어버렸다지만, 한 번 애써 익힌 기술은 처음 몸 풀기까지 굼뜨지, 이후는 제 기량이 발휘되는 법. 게다가 저들 피로하여 채 제 한 몸 가누기도 벅차지만 이들은 그간 편히 먹고 쉬었으니 그 기량 아군이 발군이라.
날로 이들의 잠재되었던 감각 살아나고 적들 또한 죽음 앞에 서자 이매망량에서 서서히 깨어나 이제 본격적으로 힘겨루기에 돌입하였다. 그러길 얼마. 이키 섬의 낮은 평야 돌연 붉은 피로 흠뻑 젖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새벽부터 시작된 전투가 이제 해 머리 위에 떠오르자, 어느새 아침의 날카롭던 예기 저녁에는 무디다는 병법서를 원용할 것도 없이, 모두 지치고 피곤하여 피아 구분 없이 흐느적거리게 되었다.
이제 적 3만 중 초전에 바다 속에 수장된 자 5천, 오늘의 전투로 사망한 자 어언 1만5천 이제 겨우 만 여명나마 흐느적거리고 있을 때, 뒷열에 있던 아군 일시에 내달으며 함성 지르니 속속 의욕 잃고 투항하기 바쁜 왜병들이었다.
이때 마침 이순신의 항복하면 살려준다는 명 떨어지니, 왜병의 사기 급전직하로 떨어지며 떼 지어 총칼을 버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일부 몇 몇 왜병 남아 저항하나 떼로 달려드는 조선 수군을 당적 할 수는 없어 모두 도륙 당했다.
비로소 전장 정리에 돌입하니 적 겨우 8천 생존했고, 아군 또한 5천의 전사자를 내었다. 대부분이 격군으로 있던 왜의 포로병들이었다. 이제 모든 전장 뒷수습 끝나고 전황 파악 끝나 한숨 돌린 이순신이, 비로소 밥 지어 먹게 하니 모두 한 말 밥을 먹을 듯 덤벼들었다.
그러나 이순신은 제장들 소집하여 새로운 편제 짜고, 멀고 가까운 곳에 탐망선 띄우고, 전후좌우 사방에 경계 세우느라 한시도 쉴 틈이 없었다. 모든 것 끝나 겨우 한숨 돌린 이순신은 가장 높은 산에 올라 인근의 지형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나 가장 높은 산이라야 해발 213m의 다케노쓰지산(岳ノ辻)으로 전체의 지형을 조망하기는 틀렸다. 그래도 아주 헛수고는 아니어서 저들이 조선 정벌전용 군량으로 비축한 수만 섬의 군량을 확인할 수 있어 내심 뿌듯하였다.
다시 산을 내려온 이순신은 우선 장계를 작성하여 군왕에게 보내고, 제장들을 불러 모아 앞으로의 일을 숙의하였다. 이에 어머니가 전대 재상 홍섬(洪暹)의 노비로 노비 출신이지만, 홍섬의 배려로 면천되어 고학으로 익힌 무예로 당당히 무과에 합격하여, 전 전라좌수사에 이를 정도의 입신출세를 거듭한 노익장 유극량이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을 아뢰었다.
“군량 풍부하니 일단 적세 관망하여 앞으로의 일을 결정하시는 게 좋겠사옵니다. 장군님!”
이순신 또한 달리 뾰족한 수 없어 이에 따르기로 하고 다만 경계만 철저히 하도록 지시하였다.
그간에도 이순신은 사방으로 탐망선 띄워 적정 파악하기에 분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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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겁고 유쾌한 하루 되시고, 건강하세요!^^
후의에 거듭 사의를 표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