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85화 (85/210)

< -- 85 회: 십년대계(十年大計) 부국강병(富國强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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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에 이진은 광해군 이혼과 신임 호조판서를 특별히 불러들여 명했다.

광해에게는 이제 골분도자기에서 손을 떼고 정보사(情報司) 관리에만 진력하도록 했고, 신임 호판 이덕형에게는 특별히 대마도에도 교역소(交易所)를 설치하여 왜 및 양이와의 무역에 편의를 도모토록 하는 한편, 1할의 교역관세를 부과하여 국고 수입에 기여토록 한 것이다.

다음 날, 조회시간.

이진은 제 대신들을 모아 놓고 오늘은 강병책(强兵策)에 논하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제에 이어 부국강병책 중에 특히 강병(强兵)에 대해 논해봅시다. 우선 과인이 먼저 이 계획에 대해 견해를 밝힐 테니 듣고 다음을 논 하시오.”

이렇게 운을 뗀 이진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과인은 국고(國庫)가 증가하면 이제 육상 군(陸上 軍)의 정예화와 확충에 진력하려 하오. 물론 전과 같이 군기시나 수군에 대한 지원도 변함없을 것 이오만, 남는 예산으로 우선하여 중앙군 확충에 진력하려는 것이오.”

이렇게 서론을 꺼낸 이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현 3개 사단 3만 명을 과인은 1차적으로 5개 사단 10만 명으로 증원하고 싶소. 물론 다 중앙군은 직업 군인 화를 이룩할 것이오. 해서 전문으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고 유사시 국가 변란에 대비하려 함이오.”

“일단 금년에 2개 사단을 먼저 충원하겠소. 그 첫 대상으로는 근무에 어려움이 많은 수군의 거관(去官)에조차 들지 못한 자들에게 우선권을 주려하오. 또 역관(驛館) 종사자들에게도 그 기회를 주어 사통팔달 언제나 문서의 수발이나, 국가의 경계망이 허술해지지 않도록 하려하오. 차례로 다른 직 거관에서조차 누락된 자들을 우대하고, 이어 선무군관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소. 그래야만 지방군의 말단 지휘조직 체계에도 숨통이 트일 터, 그대로 시행하기를 바라오.”

여기서 거관(去官)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고 넘어가면 다음과 같다.

거관(去官)이란 주로 6품 이하 직과 서반 체아직(遞兒職) 등은 관직마다 근무일수에 따른 가계(加階) 규정과 한계 품(限界 品)이 있어 일정기간 근무하면 품계를 올려주되, 한품까지 도달한 관료는, 그 품계를 받고 관직에서 떠났다. 6품 거관이라고 하면 승진해서 6품계를 받고 떠난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반 백성 출신인 군인, 국역종사자들 모두에게 관직을 줄 수 없어 하급관직, 서리, 군인, 기타 국역종사자들은 직종별로 임기만료 자 가운데 몇 명만 관직을 주도록 제한했다. 이들에 대해서는 관직을 받는 경우만 거관이라고 했다.

직종별로 거관 인원수를 제한했으므로 근무일수를 채운 사람이라도 계속 근무하면서 오래 근무한 순으로 거관했다. 실제로 거관 자를 정하는 것은 해당부서의 장, 당상관, 지휘관이었으므로, 자의적인 거관이 많이 행해져 임기만료의 적체와 인사부정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이것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자들을 우선 충원해주어 조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평소 근무자들에게도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사기 앙양 책으로도 이제도를 시행하려는 것이다.

“해서 바로 내일 모집 공고를 내어 우선 4, 5사단 일만 명씩 총 2만 명을 뽑도록 하겠소. 이후 순차적으로 각 사단을 2만 명씩 채워 10만 정병을 이루려 하오. 더불어 금군(禁軍)도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1천 명을 더 선발하여, 이럴 때일수록 과인의 안전에 만전을 기하려 하오.”

“외적도 물리친 작금 10만 명을 양성해 놓는 것은 나라의 예산이 전부 그곳으로 말려들어 살림이 곤란할 것인즉 시행치 않는 것이 가한 줄 아뢰오.”

예판 우성전의 말에 이진은 노기가 치솟는 것을 느꼈으나 ‘끙........!’ 한마디 불편한 심기를 토하고는, 마음의 안정을 취한 후 제 대신들의 설득에 나섰다.

“벌써 그런 큰 국가적인 변란을 겪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게요. 뿐만 아니라 머지않아 왜적의 재침이 있다고 과인이 몇 번씩이나 경고를 하지 않았소. 게다가 지금 북방은 외교로 임시변통은 해놓았으나, 언제 무너진 둑이 되어 우리를 덮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말이오. 헌데 .........”

욕설이 나오려는 것을 자제한 이진의 한층 누그러진 음성이 대전에 울려 퍼졌다.

“농업 생산량의 꾸준한 증가 게다가 과인이 신설한 물품세 및 상인들에 부과한 유통세가 뚜렷이 증가세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올해부터는 제염과 인삼 등 전매사업에서만도 상당한 세수가 걷힐 것이고, 여기에 육상과 바다에서 들어오는 교역세 또한 무시 못 하는 바, 이들 증가분만으로도 충분히 2만 명은 감당하고 남으니, 과인도 이런 계획을 세우는 것이오. 그러니 아무 말 말고 과인의 계획에 따르도록 하시오. 괜히 또 한 번 호되게 경치지 말고, 알겠소?”

“네, 전하!”

날로 무쌍해지는 이진의 권위 앞에 이제 갈수록 초라해지는 제 대신들의 권위였다.

“하고 남는 예산이 있으면 지방군의 무기 확충에도 힘을 기울여 유사시 이들만으로 웬만한 적은 무찌를 수 있는 화력(火力)을 제공하려 하니, 군기시 도제조 또한 더욱 군기시 확장에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알겠소?”

이진의 시선이 군기시 도제조 한효순에게 가니, 그가 얼른 부복해 아뢰었다.

“알겠사옵니다. 전하!”

“또 과인이 이순신 팔도 통제사에게는 이른바 있지만 미리 미리 원양선(遠洋船)을 확보하여 이제는 조선이 아닌 타국이 전쟁터가 되도록 준비를 확실히 해야 할 것이오. 이는 앞으로 전쟁이 일어날 것 같으면, 아예 선제공격을 하겠다는 과인의 의지니 더 이상은 부언 마오. 아시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제 의사결정권에 있어서는 거의 폭군 수준에 근접해가는 이진의 권위 앞에 제 대신들은 하릴없이 머리만을 조아리고 있었다. 이 보기가 딱하게 느껴진 이진이 제 문신들을 위한 회유책도 곧 제시했다.

“강병을 이루려니 너무 무신들을 우대하는 것 같아. 과인은 제 문신들에게도 기회를 주려하오. 과인은 37세 이하의 참상, 참하의 당하관 중 젊고 재능 있는 문신들을 의정부에서 초선하여 주면, 규장각에 위탁 교육을 시키되, 40세가 되면 졸업시키는 인재 양성 장치를 강구하려하오.”

넉넉한 웃음으로 제 공경들을 둘러본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이 제도의 법적 근거는 ‘경국대전’ 예전(禮典) 장권조(奬勸條)의 ‘월과문신(月課文臣)’ 내지는 ‘전경문신(專經文臣)’에 두고 있소. 이는 사가독서(賜暇讀書) 제도나 독서당(讀書堂) 일명 호당(湖堂)제도를 시대에 맞게 재편제한 것이오.”

“교육 과정으로는 과강(課講), 과제(課製)의 강제(講製)를 주축으로 하되, 전자는 매달 15일 전과 20일 후 두 번 행할 것이고, 후자는 20일 후에 한번 실시하도록 하겠소. 또 과인이 직접 교육에 임하는 친강(親講)은, 매달 20일경에 적당한 날을 잡아 거행하도록 하겠소. 또 과인이 직접 시험을 보이는 친시(親試)는 매달 초하루에 행할 것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전하!”

제 대신들의 조아림에 만족한 표정으로 희미한 미소를 짓는 이진이었다.

이러한 방법으로 실질적인 학문을 독려하고 인간적 접촉을 시도하여, 결국 친위 세력으로 포섭하려는 계산 하에, 훗날 실시되는 정조의 초계문신(抄啓文臣) 제도를 그대로 모방한 제도를 실시하려는 이진이었다.

또 이 제도는 1년 중 가장 추울 때와 더울 때에는 집에서 글을 지어 바치는 규정을 두어, 학문의 정진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한편, ‘대학’을 우선으로 하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의 성리학적 칠서(七書)가, 주요 교과로 채택된 것은 문신들의 반발을 우려하여 전대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내용에 있어서는 조선 성리학의 말기적 증상인 심성론(心性論)에 대한 지나친 공리공담(空理空談)을 배제하고, 과문(科文)을 위한 사장학(詞章學)을 견제하며,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풍을 진작시키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아직 이진의 정확한 의도를 모르는 제 대신들이 문신 우대 정책에 쌍수를 들어 환영하니, 모두 부복하여 ‘성은이 망극하다’라는 말을 거듭 아뢴 데서도, 그들의 감격 정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렇게 당근까지 제시한 이진은 곧 조회를 파하고 네 사람을 불러들였다. 곧 금군의 어영대장 곽재우, 내금위장 김덕령, 그리고 김체건과 김명순이 그들이었다. 김명순은 오늘 비번이라 이 자까지 불러들이느라 시간이 꽤 지체되었다.

* * *

그동안 잠시 휴식을 취한 이진이 이들과 마주앉은 것은 그로부터 반 시진 후였다. 봄바람 같은 훈훈한 표정으로 이들을 둘러보던 이진이 말문을 열었다.

“과인이 경들을 부른 이유를 아시겠소?”

“한갓 필부가 어찌 어심을 아리오? 그저 명을 쫓을 뿐이옵니다. 전하!”

김덕령의 말에 여전이 웃음을 지우지 않은 채 이진이 말했다.

“그동안 경들이 과인의 안위를 위해 누구보다도 고생 많았던 것을, 이 고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소. 허나 이제는 나라를 위해 수고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 두 사람을 불렀소.”

이렇게 서론을 꺼낸 이진의 시선이 곽재우와 김덕령을 향했고, 곧 말이 곧 이어졌다.

“오늘 조회에서 과인은 2개 사단을 더 증설하겠다고 언명한 바, 어영대장과 내금위장을 각각 제 4, 5사단장에 보임하려하오. 이는 두 사람의 재능을 높이 산 과인의 영단인바, 더는 사양할 것 없소.”

이렇게까지 말하니 두 사람이 얼른 부복해 명을 받들었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전하!”

“하하하.........!”

대소로 이들의 인사를 받은 이진이 이번에는 사저시절부터 함께 고생해온 김체건과 김명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 공히 과인의 일신의 안위를 위해 사저부터 참으로 고생이 많았소. 해서 이제는 과인이 그 보답을 할 때가 아닌가 하오. 해서 명을 내리니 두 사람은 듣거라!”

갑자기 이진의 말 장중해지며 표정 또한 엄숙해지는 지라 두 사람 해연히 놀라 얼른 그 자리에서 부복했다.

“신 김체건 명 받자옵니다. 전하!”

“신 김명순 명 받자옵니다. 전하!”

“과인은 금일부로 김체건을 정2품 어영대장에 보임한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또 과인은 김명순을 종2품 내금위장에 보임하니 한층 과인의 호위에 만전을 기할지어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그리고 과인은 2개 사단 증설과 더불어 금군의 규모를 배로 키울 테니, 제반 준비를 하도록. 현 내금위 500명을 1천 명으로, 겸사복 500명을 1천 명으로 증원하노니, 인원 선발과정에서부터 가리고 가려 뽑아, 조선 최고의 무인 조직이 되도록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거듭 조아리는 두 사람의 하례를 받은 이진이 곧 시선을 돌려 곽재우와 김덕령을 바라보며 말했다.

“새로 생기는 4, 5 사단도 마찬가지요. 처음에는 1만 명으로 출발하나 궁극에는 2만 명 완편된 사단으로 거듭 날 것이니, 그런지 알고 마음 자세부터 한 점 흐트러지는 법 없이 단단히 준비하여 강군으로 거듭 육성해 주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자, 자 그 일은 이쯤 해두고, 그동안 최측근에서 고생이 많았던 경들과 술 한 잔 하려니, 모두 사양 마오.”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전하!”

그들의 인사를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받던 이진이 곧 명을 내리자 바로 준비되었던 상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진이 곧 교자상에 둘러앉게 하니 이런 일을 여러 번 겪은 이들이, 큰 주저 없이 이진의 명에 따라 상석의 이진을 주시하게 되었다.

“이제 앞으로 조선군은 나라의 방위를 넘어 외적을 정벌할 수도 있는 일. 특히 두 장군들은 이에 대한 대비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하옵시면 왜적이 그 첫 번째 대상이 되는 것이옵니까? 전하!”

김덕령의 물음에 이진이 웃으며 답했다.

“기분 같아서는 그래야 하나, 왜의 징치는 제반 여건상 쉽지가 않을 듯하오. 과인의 생각으로는 그동안 북쪽에서 먼저 변고가 발생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소.”

“왜적이 되었든, 야인이 되었든 우리의 적이라면 깨강정 부셔놓듯 해놓을 테니, 상께서는 너무 심려 마시옵소서! 전하!”

“하하하.........!”

곽재우의 호언장담에 한껏 기분이 좋아진 이진이 대소와 함께 그들의 잔에 일일이 술을 쳐주었다. 그리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새로운 임무에도 충실을 기할 것을, 거듭 당부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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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계획하신 일 이루는 한 달이 되시기 바랍니다!!

늘 베풀어 주시는 호의에 거듭 감사를 드립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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