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84화 (84/210)

< -- 84 회: 십년대계(十年大計) 부국강병(富國强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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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밤.

이진은 중전 허 씨가 거주하는 교태전을 찾았다.

아무리 그녀가 아이를 생산하지 못해 빈들을 잔뜩 맞아들였지만 인간적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가엾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이를 시기 질투하는 여인 같았으면 폐위는 아니더라도 거들떠보지도 않았겠지만 심성이 곱고 여린 부인 허 씨인지라, 이진은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교태전을 찾지 않을 수 없었다.

“어서 오세요. 전하!”

이진의 방문에 간밤의 수심 간 곳 없고 활짝 개인 얼굴로 이진을 맞아들이는 중전 허 씨였다.

“험, 험.........!”

그녀의 환대에 겸연쩍어진 이진이 헛기침으로 열쩍음을 달래고 그녀가 권하는 보류 위에 앉아 말했다.

“중전의 괴로움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직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으니 마음이 넓은 부인이 해량(海諒)하시 구료.”

“그 모든 것이 소첩의 잘못. 어찌 낯을 들고 열성조를 뵈올지 막막하던 차에, 결단하시어 이제라도 빈을 들였다는 것은, 사직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천만다행한 일이었습니다. 전하!”

“부인이 그렇게 말하니 한결 과인의 마음이 가벼워지는 구료.”

“오늘밤 못난 소첩을 생각하시어 침소를 찾아주신 것만 해도 소첩은 그 은혜 사무치거니와, 많은 왕자들이 생산되어 사직을 이어나가길 축원하겠사옵니다. 전하!”

“고맙소. 과인은 이제라도 그 누구보다도 중전이 원자를 생산했으면 가장 좋겠소. 아직 부인이나 과인이나 나이 젊거니와, 노력하면 삼신할미가 우리 둘 어여삐 여기시어 점지해 줄지도 모르는 일, 노력만은 저버리지 맙시다.”

“성은이 하해와 같사옵니다. 전하!”

“말로만 회임이 되는 것이 아니니 오늘 밤부터라도 열성스러운 자리를 마련해 봅시다.”

“네, 전하!”

그 나이에도 수줍게 대답하고 얼굴을 붉히는 중전을 바라보니 마음이 넉넉해진 이진이 곧 수직 상궁나인들을 모두 내쫓고 중전 스스로 금침을 펴도록 했다.

이 날 이진은 중전과의 잠자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공과 정성을 들였다. 전희가 반 시진이요. 교접이 이각, 후희가 이각. 도합 1시진을 그녀에게 정성을 쏟았던 것이다.

* * *

날로 차가워지는 북방의 날씨건만 북방에서는 연일 훈훈한 소식만 전해졌다. 신충일의 노고로 두만강 너머 야류장 부족과 너연부족 또 해서여진의 엽혁부와 합달부에서도 부족장의 아들과 딸을 인질로 보내왔다.

이에 조정은 그들의 진실성을 인정하고 조공무역을 허가했으며 무기를 공급해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진의 특별지시에 의해 화령과 경원, 의주로 차사원(差使員)과 역학훈도(譯學訓導)를 급파하는 한편 영구적인 무역을 행하기 위해 무역소(貿易所)가 설치되었다.

여기서 차사원(差使員)이란 한시적인 임무를 부여해 파견하는 관리로 주로 지방수령들이 파견했다. 경차관과 대비되는 말이라 하겠다. 또 역학훈도는 요즘 말로 통역관으로 거래의 편의를 위해 파견한 것으로, 역학훈도 생들을 크게 늘려 많이 양성하는 조치도 병행하여 취했다.

또 무역소를 설치하여 항구적인 공사무역을 장려하는 것은 물론 교역품 모두에 1할의 관세를 물려 국가 수입에 이바지 하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무산철광을 적극 개발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무산이 원래 유명한 철광지대였으므로 이진 또한 이 지역에 무수히 많은 철이 매장되어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간 개발하지 않은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즉 상대적으로 저품위였기 때문이었다. 45% 이상을 고품위, 그 이하를 저품위로 구분하는데, 45%이하의 품위를 보여 그간 개발을 않고 있었던 것이다.

똑같은 노력을 들여 고품위를 생산해내면 그만큼 이익인데, 처음부터 저품위를 손댈 필요가 없어 개발을 안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틀렸다. 조선 자체로도 계속해서 철을 필요로 하고 있는 데다, 이제 만주의 야인까지 무기를 공급해 주기 위해서는 더 많은 철이 필요했기 때문에 취해진 조처였다.

또한 이유로는 이곳의 지리적 장점을 무시할 수 없었다. 바로 국경 부근인 이곳에서 철을 생산해 이곳에 아예 야로소는 물론 철장들까지 배치하여 일관공정으로 무구며 솥, 농기구 등을 생산하여 야인들과의 교역에 응하도록 하니, 그 운반의 수고로움을 상당히 덜 수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외에 또 이들 부족장들에게 조선 조정은 이들이 원하는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라는 벼슬을 각각 내렸다. 비록 종2품이긴 해도 중추부가 원래 실권이 없는 명예 부서이기에 이들을 이렇게 높은 직위에 올린다 해서 하등 달라질 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들에게도 조선의 높은 벼슬을 받았다는 자긍심을 느끼게 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하겠다.

이 외에도 건주여진의 누루하치에게서는 그의 15세 난 첫째 딸 고륜동과공주(固倫東果公主)를 조선과의 화평과 교역의 이(利)를 위해서 보내왔다. 이의 답례로 조선 조정에서는 그에게도 지중추원사(知中樞院事)라는 명예직을 하사했다.

이렇게 양측의 인적 물적 교류가 급속하게 이루어지는 속에서 어느덧 임진년 한 해도 저물었다.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말이 실감하는 한 해도 저물고, 계사(癸巳)년 즉 1593년의 한 해가 또 밝아왔다.

* * *

계사년도 벌써 보름이 지났다. 정월 대보름이 지나면 농촌에서는 본격적으로 농사지을 준비를 하는 시기였다. 농부들만이 바쁜 것이 아니라 조정에서도 때맞추어 농사에 대한 안건이 주 의제로 올랐다.

무수히 줄지어 앉은 제 대신들을 보고 이진의 호통이 이어지고 있었다.

“과인이 그렇게 누누이 강조를 했거늘, 경차관의 보고에 의하면 이앙법을 행하는 농가가 2~3푼 늘었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요? 과인이 제시한 정책 중 어느 하나 실패한 것이 있느냐 말이오? 분명 왜적의 침입이 있을 것이다 준비를 해서 무난히 왜적을 물리친 바가 있고, 구황작물 또한 보급한 결과 지금은 주식에 버금가는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질 않소?”

한심하다는 듯 제 대신들을 내려다보던 이진의 격앙된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앙법 또한 이모작으로 이어져 조선의 쌀과 보리(米麥) 생산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법이라고 그렇게 강조했거늘, 제 대신들은 도대체 신경을 쓰는 거요? 아예 못 들은 체 하는 거요. 앞으로 경차관 파견이 아니라, 이앙법으로 전환하는 농가를 빠른 속도로 늘리기 위해, 전담 이앙청 설치라도 검토해야겠소.”

날로 높아지는 이진의 권위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도어 고개만 조아리고 있는 제 대신들이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자신이 너무 했나 싶어 조금은 음성을 낮추는 이진이었다.

“이 이앙청에서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우선 조건인 수리시설 확충을 전담하고, 이를 권장하는 것은 물론 매해 실태 조사도 하여, 각 지방 관찰사의 고가에도 반영할 것인 즉 제 대신들은 알아서 하오.”

“송구하옵니다. 전하!”

“말이 나왔으니 조선의 부국강병책에 대해서 논해봅시다.”

이렇게 운을 뗀 이진이 제 대신들을 잠시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말을 이었다.

“조선 백성들이 풍족하게 살고 강병(强兵)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도 타국과 비교하여 우위에 선 산업이 많아야 할 것이오. 앞으로 이앙법의 빠른 보급을 조선 경제의 제1 우선 추진사업으로 선정하여 이를 독려한다면, 또한 빠른 속도로 이모작이 행해질 것은 명약관화한 사실. 이와 구황작물이라면 우리 조선은 큰 기근이나 한발이 아니라면 정녕 이 땅에 아사자는 없을 것인 즉, 이제 경쟁력 있는 산업을 키워야 할 때요.”

갈증이 나는지 물 한 모금을 마신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그 산업의 일환으로 과인은 면포에 이은 도자기 산업, 제염, 인삼, 담배, 고추, 산업을 선정하려 하오. 지금 명국이 국내 정치는 어려워도 외국의 많은 은을 끌어들이고 있소. 특히 양이들의 은을 끌어들이는 바, 이는 도자기 산업과 생사 산업이 주(主)요. 과인의 말을 계속 들어보오.”

“제 대신 들 중에 일부 사용해본 사람도 있을 줄 모르나, 과인의 지시로 골분도자기를 개발한 바, 이제 이것이 현재 주력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거니와, 이에 안주하지 않고 고려청자도 더욱 발전시켜야 하오. 명국의 도자기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고려청자의 상감기법과 은은한 아름다움인 비색(翡色)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요.”

한 호흡 쉰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실용적인 면을 따진다면 골분도자기에 미치지 못할 것 즉 고려청자의 아름다움에 실용성이 뛰어난 골분도자기를 융합하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오. 만약 이를 융합하는 자가 있다면 과인은 분명코 그를 천인이라 할지라도 당상관의 지위를 내릴 것이며, 은 만 냥을 하사해 대대손손 풍족하게 살도록 할 것이오.”

“하오나 전하........!”

“됐소!”

예판 우성전이 이의를 제기하려 하자 한마디로 일축한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생사(生絲)라는 것이 무엇이오? 견직물을 만들기 전 단계의 제품이 생사 아니오. 명국은 지금 이것으로 떼돈을 벌고 있소. 즉 양이들이 이 생사를 다투어 수입해 가고 있기 때문이오. 이는 뽕나무를 재배해 누에를 쳐야만 얻을 수 있는 것인 즉 금년부터 버려진 산과 들에 이를 대대적으로 식재해 양잠에 힘써야 할 것이오.”

“또 하나 담배라는 양이에게서 들어온 작물이 있소. 나쁜 것은 끼어들지 말라 해도 꼭 끼어들어 기어코 해를 끼치듯, 과인이 구황작물을 들여올 당시 이 또한 묻어 들어와 일부의 농가에서 재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소. 나라에서는 이를 전량 수매해 봉지담배나 궐련이라는 것을 만들어 특히 명과 왜에 수출하려 하오. 이는 몸에 백해무익하나 중독성이 아주 강해서 한 번 흡연을 시작하면 끊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오. 해서 조선의 백성들에게는 권할 바가 못 되는지라 나라에서 ‘전매청(專賣廳)’을 신설하여 여러 품목을 관장하려 하오.”

“담배도 그 하나로 전량 수매하여 주변국은 물론 양이에게도 수출할 수 있으면 하도록 하겠소. 또 인삼 재배에 성공한 지가 어언 5~6년 이를 나라의 전략산업으로 지정하여 생산을 늘리는 것은 물론 전량 수매하여 외국과의 교역에 있어서 비교우위를 차지하고자 하오.”

“또 고추라는 매운 맛을 내는 작물이 있는 바, 이 또한 적극 권장 품목으로 선정하려하오. 이 작물은 몹시 매우나 몸에는 유익하므로, 조선 백성들에게도 풍부한 양념을 위해 널리 보급하고, 남는 것은 외국에 수출하려 하오. 이 작물 또한 중독성이 강한 바 많은 이(利)가 있을 것이오. 조금 힘드니 잠시 쉬었다 합시다.”

먼저 정회를 선포한 이진이 전각 밖으로 빠져나갔다.

1각이 지나자 조회가 속개되었다. 계속해서 제 대신들을 가르치듯 설교에 임하는 이진이었다.

“다음으로 제염(製鹽)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하오. 제 대신들이 아는 바와 같이 가마솥에 끓이는 자법(煮法)이 아닌 뜨거운 태양과 바람을 이용한 천일염이 이제 제포는 물론 태안지방까지 성행하고 있소. 그러나 이것이 관주도로 되다보니 과인의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도 사실이오. 해서 과인은 이를 민간주도의 생산으로 넘기되 과인은 이를 생산비가 보장되는 수매방식으로 변경하려 하오.”

“즉 민간 생산자들에게 충분한 생산비를 보장해주되, 이를 전량 나라에서 수매하여 민간에 공급함은 물론 특히 야인들에게 수출 하려하오. 해서 과인은 나라에 상평청을 설치했듯 전매청이라는 것을 신설하여 이곳에서는 담배, 인삼은 물론 소금까지 관장하려하오. 나라에서 전량 수매하여 세수도 늘리고 국부를 증진시키려는 것이오. 이를 관장할 인물로 과인은 상평청은 이제 안정이 되었으니 유성룡 청장을 전매청장으로 보임하려 하오. 이의 있는 분 이야기 하시오.”

“신 호판이항복 아뢰옵나이다.”

“말씀 하오.”

“담배, 인삼, 소금을 한데 묶어 관리할 전매청(專賣廳)을 신설하신다 하신바, 이앙법, 생사, 도자기 또한 한데 묶어 관리할 ‘삼시청(三施廳)’을 설치하여, 이를 독려 관리, 감독하시는 것은 어떠 하시온지요?”

“하하하.........! 모두들 본받소. 허구헌날 헐뜯고 물어뜯는 말만이 아니라, 이렇게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대신이요, 정치인즉 모두 본받아 이를 시행하고, 삼시청 설치 또한 윤허하는 바, 그 중요성을 감안해 호판이 직접 관장토록 하고, 그 후임으로는 현 도승지 이덕형을 보임하는 바이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항복과 이덕형이 사은하자 이진은 아주 기분 좋은 낯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사항을 지시했다.

“상평청을 그 중요성을 감안해 그대로 별도의 관청으로 존속시키되, 이덕형 신임 호판이 도제조가 되어 겸직하도록 하오. 물론 그 청장자리는 실무에 밝은 자를 임명하여 조금치도 나라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오.”

“망극하옵니다. 전하!”

“그리고 신임 승지로는 전 어사(御使) 조인득(趙仁得)을 임명하는 바, 그런지 아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로써 오늘의 조회를 파하겠소. 내일은 강병에 대해 논할 것인즉 준비들을 해오오. 수고들 많았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이로써 부국의 기틀을 놓았다 생각한 이진은 흡족한 마음으로 편전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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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새로운 달을 맞았네요!^^

이 달도 즐겁고 유쾌한 날들 되시고, 특히 여름철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념하시길.........!^^ 베풀어 주시는 후의에 늘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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