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81 회: 비빈간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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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순서에 따르는 것이 좋겠지.’
생각을 하며 가장 좌측에 있는 방으로 향하는 이진이었다.
조선은 좌(左)가 우(右)보다는 항상 서열이 위다. 그러나 몽골은 그 반대로 우(右)가 항상 서열이 위였다.
아무튼 제일 좌측 방으로 향하는데, 이건 정말 너무 했다. 칸을 나누었으면 제대로 방음시설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방은 틀어막아야 할 것 아닌가. 삼면은 막았으되 들어가는 입구는 흰 비단 휘장으로 그냥 가려놓았다.
이것도 안에서 휘장을 내려서 그렇지 양옆으로 걷어놓았다면 방사장면이 훤히 다 보일 것 아닌가? 궁중의 법도라는 것이 이렇다. 누가 이 나라 지존에게 위해를 가할까봐 방사자리마저 이렇게 허술하게(?) 꾸며놓았던 것이다.
이런 허술한 신방을 보고 있노라니 이진은 문득 어려서 할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 한 토막이 생각났다. 옛날에는 시집을 가는 신부에게조차도 첫날밤을 어떻게 치뤄야 되는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만 신부 어머니가 신부에게 알려준다는 말이 ‘벗겨라!’ 라는 한마디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부는 첫날밤에 미리 잘 드는 예리한 칼을 준비하여, 신랑의 가죽을 벗기고자 막무가내로 덤벼들었다 한다.
기겁을 해 쫓겨나온 신랑과 그 이야기를 들은 신랑 측 부모에 의해 그 색시가 소박을 맞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갑자기 떠오른 상념을 접고 이진은 노크 소리 대신 헛기침으로 자신의 침입(?)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좌측 첫 방을 들어서서 신부를 보는 순간 이진은 흠칫 놀랐다. 이진이 예상하길 좌측부터 순서대로 들었다면 허엽(許曄)의 여식 허국(許國)이 들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신립의 딸 신청이 자리를 잡고 있으니, 의외의 사실에 놀랐던 것이다.
그렇다고 각방의 앞에 명패가 붙어 누구의 방이라고 씌어있는 것도 아니니 이런 결과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진이었다.
이런 착오는 원래 없어야 했다. 이진이 방금 내쫓은 궁녀들이 이들의 침소까지 훤히 알고 있어서, 원래는 그녀들이 안으로 들여놓고 밖에서 귀를 기울이고 있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기 때문이었다.
궁이라고 초야부터 칼 들고 설치는 예가 안 나오라는 법이 없는 것이다. 이 시대는 정말 성에 대해서도 너무 무지해서 기본 상식도 모르고 시집가는 예가 허다했기 때문이었다. 부부생활이 익숙해져도 임금의 안위는 조선 최고의 보안등급에 경호대상이기 때문에, 악독한 년이 임금을 시해하고자 덤비면 즉각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장치와 구조 속에서 정사를 치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쯤 되면 왕이나 왕과 방사를 치르는 여인들은 1급 포르노배우쯤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곳곳에서 카메라가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속에서 촬영을 하자면, 성행위 중 입에서 연신 신음소리는 열심히 내나, 정작 밑은 말라, 남자 배우가 잠시 카메라를 세우고, 그녀에게 윤활제 등을 바르고 다시 시작하는, 초보배우와 같은 정서 속에서 방사를 치르게 되니 말이다.
아무튼 고개를 푹 숙이고 금침 위에 단정히 앉아 있는 신청(申淸)을 보노라니, 이제 장인이 된 신립 장군의 얼굴이 잠시 떠올랐다 사라졌다. 어려서부터 문보다는 무예를 사랑했던 아버지, 신립. 과연 이 딸은 어떻게 자랐는지? 효심이 지극해 뽑혔다니 제대로 집에서 부덕(婦德)을 쌓긴 쌓은 여인인 모양이었다.
이진이 말없이 한동안 서있는 것이 그녀에게는 부담이 되었는지 손을 꼼지락 꼼지락 더욱 긴장된 모습이었다. 그래도 이진은 여전히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고개를 그렇게 숙이고 있으니 과인이 그 고운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지 않느냐?”
이진의 말에 아니라도 부끄러움에 붉던 얼굴이 더욱 붉어지며 천천히 얼굴을 드는 그녀였다.
밤톨 같이 동글동글한 외형이었다. 완전히 올백으로 벗어 넘겨 쪽 지어 놓으니, 그녀의 약간은 튀어나온 듯한 됫박이마가 도드라졌다. 첫눈에도 재주가 많은 상이었다. 튀어나온 이마로 인해서인지 눈은 약간 들어가 보이고, 다른 이목구비는 어디 하나 못난 구석은 없으나, 아주 도드라지게 예쁜 것도 아니었다.
전체적으로 귀엽고 복스러운 상이었다.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아 통통하고 귀여운 얼굴인 청을 보고 이진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이 얼마나 예쁘냐? 이렇게 고운 얼굴을 숙이고 있으면 안 되지.”
그렇게 말한 이진이 가만히 손을 내밀어 한 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았다. 그래도 반항 한 번 못하고 눈을 내리깔고 숨만 색색, 정물같이 앉아 있는 청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간 이진이 가볍게 그녀의 입술을 훔쳤다.
쪽!
급 새빨개진 그녀가 급히 얼굴을 숙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엷은 웃음을 짓던 이진이 말했다.
“자, 자 이제 그만 자자. 과인이 벗겨줄까? 아니면 스스로 벗겠느냐?”
“소첩 스스로 벗겠사옵니다. 전하! 다만 불 좀 .........”
“과인은 네 예쁜 몸매를 불빛 아래 보고 싶다.”
이진의 말에 울상을 지은 그녀가 말했다.
“도저히 벗을 용기가 나지 않사옵니다. 전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였지만 분명한 자신의 의사표시였다.
“그럼, 두 개의 촛불 중 하나만 끄자.”
“달빛만으로도 소첩의 몸을 태울 것 같사옵니다. 전하!”
“후후후........! 문재(文才)도 있는 모양이로구나.”
그러고 보니 어느덧 열이틀 달이 창문을 통해 은은히 스며들고 있었다.
‘그래, 오늘만 날인가? 이제 별짓 다 하고 살 사이인데, 시간 끌 것 없이 원대로 해주자.’
마음을 굳힌 이진이 말했다.
“알았다. 빨리 벗기나 해라.”
그렇게 말한 이진 스스로가 몸을 일으켜 촛불을 끄고, 웃옷부터 훌훌 벗어 던졌다. 나신이 되는 것은 금방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몸을 내려다보니 아무래도 벌써부터 배가 나올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운동을 해야 되는데 말이지.’
내심 중얼거린 이진이 그녀에게 시선을 던지니 이제 겨우 윗저고리 하나 벗었을 뿐이었다.
‘느림의 미학(美學)이라!’
스스로 달래며 달빛 스며드는 창가로 시선을 던지는 이진이었다.
지루한 기다림 끝에 속치마를 입은 채 청이 금침 위에 조용히 누웠다.
“그것이 다 벗은 것이냐?”
사대부 이상 부부지간에는 원래 하오체를 쓰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시시콜콜 그런 예의에 구속받고 싶지 않은 이진은 처음부터 시종 반말이었다. 이렇게 길을 들일 참인 것이다.
“그럼, 얼마나 더.........?”
“알았다. 과인이 벗겨주마.”
실랑이가 하기가 싫었다. 맡겨놓으면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허비될 줄 몰랐다.
이진은 바로 달려들어 일으켜 세워 그녀의 치마 단을 풀고 완전히 벗겨내었다. 그리고 고의마저 손을 대니 그녀가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것만은.........”
“입고할래?”
순간적으로 짜증이 와락 치밀어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마는 이진이었다.
“전하! 흑흑흑........!”
첫날밤부터 서러움에 눈물을 쏟는 청이었다. 자고로 여인의 눈물에는 약한 것이 사내.
“알았다. 알았어!”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며 위안한 이진은 반쯤 그녀를 안아 천천히 눕혔다. 말 잘 듣는 아이처럼 이번에는 순순히 눕는 청이었다. 눕혀놓고 가만히 내려다보노라니 점점 초야의 열기에 취해 호흡이 가빠지고 있는 청이었다.
이진은 그런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기다렸다는 듯 과감히 이진의 품에 얼굴을 묻는 청이었다. 품에 쏙 들어오는 그녀를 안고 한동안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는 이진이었다. 그러면서 이진이 우스개소리를 했다.
“그냥 잠드는 것은 아니겠지?”
“포근하옵니다. 전하! 이대로 잠들고 싶사옵니다. 전하!”
“엥? 그러면 회임은 언제 하고? 오늘날 빈을 넷씩 들이는 것은 이세를 보고자 함 아니냐?”
“오늘밤만 이렇게 있고 있사옵니다. 전하!”
그러고 보니 갑자기 자신이 씨를 퍼트리는 수퇘지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이진이었다. ‘어쨌거나 방사의 즐거움에 이세가 생기는 일은 좋은 일이지’라고 마음을 달래며, 그녀를 살짝 품에서 떼어낸 이진은 그녀를 반듯하게 눕혔다.
한결 안정적인 호흡을 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던 이진의 입술이 마침내 그녀의 도드라진 이마에 살짝 닿았다. 이진의 용안이 다가올 때부터 벌써 눈은 물론 입마저 꼭 다물고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는 그녀였다.
그런 그를 보고 있노라니 왠지 웃음이 나서 이진이 물었다.
“첫날밤에는 어찌 어찌 하라고 친정어미가 안 가르쳐 주더냐?”
“다만 주상의 은혜에 맡기라 하였사옵니다. 전하!”
“엉? 과인이 잡아먹으면 어쩌려고?”
“호호호........! 설마 잡아드시기야 하시겠사옵니까?”
“앙.........!”
“어머, 무서워........!”
이진이 갑자기 호랑이 흉내를 내며 달려드니 청이 놀란척하며 이불 속으로 파고들려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뒤에서 잡아 채 다시 반듯하게 눕힌 이진이 이때부터 본격적인 애무에 돌입했다.
서툰 몸짓으로 응해오는 키스를 하고 이번에는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제법 탐스러운 가슴과 그에 비해 작은 콩 톨 만한 유두를 입에 넣고 희롱에 희롱을 거듭하니, 그녀의 입에서 드디어 감창이 터져 나오며 뻣뻣했던 몸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아, 아........! 전하!”
상체를 세운 이진이 비로소 그녀의 고의를 벗겨 내리니 흥분 때문인지 아무 저항도 않고 오히려 엉덩이를 들어 응원마저 하는 청이었다.
스며드는 달빛 사이로 그녀의 하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니 갈색 음모들이 성글게 나 있었다. 음모가 많지 않은 여인이었다.
“부끄럽사옵니다. 전하!”
뒤늦게 눈치를 챘는지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비부를 가리는 그녀가 내심 우스웠지만 이진은 그녀를 웃으며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의 상체로 엎어졌다. 그리고 다시 정성을 들여 새삼 애무에 열심, 열심, 또 철저한 봉사를 했다.
“아, 아........!”
다시 그녀의 입에서 감창 터져 나오며 그녀의 몸이 완전히 이완이 되었다. 이젠 되었다 싶은 이진이 다시 상체를 들어 아래로 이동을 했다.
“안 되옵니다. 전하!”
막 이진이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묻으려는 순간 자신의 비부를 두 손으로 꼭 가리고 몸을 뒤채는 청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소첩도 들었사온데, 이런 예는 듣도 보도 못했사옵니다.”
웃음이 절로 나와 이진이 웃음 띤 얼굴로 물었다.
“누구에게 들었는데?”
“침모에게 들었사옵니다. 다만 남녀가 부둥켜안고 신랑이 방아깨비마냥 방아를 찧으면 끝이라 했사옵니다. 전하!”
“그건 상것들의 놀음이고, 사대부 이상은 다르게 하는 것이니라.”
“네?”
긴가 민가 헛갈리는 표정의 청이 모호한 표정으로 진실을 탐색하기 위해 이진의 용안을 우러러 보았다.
“하고 이 짓에는 일정한 법도가 없음이야. 남녀가 서로 즐거우면 되는 것이니라.”
“소첩 듣기로 남녀의 방사는 다만 후손을 전하기 위한 성스러운 작업일 뿐..........”
“말이 많다. 이 나라의 지존이 행하면 그대로 따르면 그 뿐. 어서 손을 치우거라.”
“하지만 전하.......! 거기는 냄새나는 곳으로 감히 지존의 몸을 더럽힐 수는 없음입니다. 전하!”
“그러다 곧 ‘통촉하옵소서!’ 소리 나오겠다. 됐다. 그냥 아프거나 말거나 청 네 말대로 방아깨비가 되어 열심히 방아나 찧어보자.”
“네, 전하!”
이제야 순순히 응하는 그녀이나 기분이 상한 이진은 정말로 그녀의 가랑이를 벌려 들이밀었다. 이 행위에는 고분고분 말을 잘 듣는 그녀를 보니 기가 막혔다.
‘에라 모르겠다. 아픈 것도 제 사정이지!’
그래도 애액은 나왔는지 샅을 만져보니 떠드느라고 어째 좀 그렇다. 나온 애액이 말라붙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이대로 삽입하면 정말 아프겠는데.......!’
딴에는 그녀를 배려하나 그녀가 받아들일 지가 의문이었다.
“엎어져 봐라!”
앞은 못하게 하니 엉덩이라도 애무할 생각으로 말을 하는데, 아, 이게 또 말썽이었다.
“전하! 개도 아니고 뒤로 접을 붙습니까?”
그녀의 말에 정나미가 뚝 떨어지며 하늘이라도 찌를 듯 위용을 보이던 놈이 한풀 꺾임은 물론 아예 성욕마저 사라졌다.
“무슨 잔말이 그렇게 많으냐? 과인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되바라져가지고는.........!”
말을 할수록 화가 치민 이진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비로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신청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벗은 몸은 아랑곳없이 이진의 발치에 부복해 울먹였다.
“전하! 소첩의 죄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첩의 무지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소첩 죽을죄를 지었으니, 한 번만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신청이 울며불며 매달리는데 그 말의 내용보다는 그녀의 웅크린 자세에서의 토실토실한 엉덩이가 이진의 성욕을 자극해왔다.
“그럼, 이제는 과인의 말대로 무조건 따르겠느냐?”
“네, 전하!”
비로소 해맑은 웃음으로 얼른 자리에 반듯하게 눕는 청이었다.
아니 한 술 더 뜨는 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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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