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자임해-68화 (68/210)

< -- 68 회: 대마도도 우리 땅, 독도는 더 더욱 우리 땅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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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 원정군이 떠나기 전 이순신은 중앙군 사단장들을 찾아가 얼마 남지 않은 화약을 얻어 이억기 주장(主將)에게 주었다. 또한 포로 중에 대마도(對馬島) 출신 포로 10여명을 빼내 향도로 삼도록 했다.

부산과 대마도의 거리 약 125리(50km).

250여 척의 조선 수군이 대마도 중앙에 위치한 아소만(淺茅灣)에 도착한 시각은 이튿날 미시(未時) 무렵이었다. 4월의 해로는 날이 저물라면 아직 한 시진 반 정도의 여유가 있는 시각이었다.

넓고 깊은 만이었으나 인가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거창한 조선 수군의 등장에 모두 놀라 숨었는지 어린아이 하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직 미처 단속치 못한 개새끼 몇 마리만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곧 대마도 포로의 의견에 따라 대마도주 종 씨(宗 氏) 일가의 저택이 있고, 사람이 가장 많이 몰려 살고 있다는 반대편의 이즈하라(嚴原町) 항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이곳에 일군을 남겨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이억기가 원균에게 말했다.

“원 장군께서 이곳에 남아 혹시 모를 변고에 대비해 주시죠?”

“절도사께서 군사가 많으니 일부를 떼어 지키게 하고, 함께 가도록 해주오.”

눈살을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이억기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라 우수영의 군사는 이곳에 남는다. 갑시다.”

“좋소! 본관의 경기 수영이 선봉에 서리다!”

원균의 말에 이억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승인하자, 팔십여 척의 전함이 아소만에 남고 나머지는 다시 출항을 하여 이즈하라 항으로 향했다.

섬을 반 바퀴 돌아 이들이 이즈하라 항에 도착하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약 500명 정도 되는 왜적들이 칼과 일부 조총을 들고, 선착장에 집결해 있었던 것이다.

의외의 결과에 이억기가 대마도 포로를 노려보자 그가 벌벌 떨며 말했다.

“저길 보, 보십시오. 아국의 전함들이 보이질 않습니까? 저들은 아마도 이번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본토로 가기 위해 잠시 상륙한 자들 같사옵니다.”

애초에 진술한 사람이 이 포로가 아닌 데다, 지금 와서 이 포로를 어찌한다고 해서 사정이 달라질 것도 없었다. 게다가 이자의 말을 뒷받침하는 물증도 있거니와, 아무리 조선군이 이들을 물샐 틈 없이 포위했다 해도 개전 초에 달아났거나, 한창 전쟁이 무르익을 무렵에 달아 날 수도 있는 일.

이 모든 것을 유추한 이억기가 노한 눈을 거두며, 곧 원균 이하 제장들에게 명을 내렸다.

“먼저 함포 사격으로 저들을 흩어놓고 나머지는 각개 격파하도록 하오.”

이에 원균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선봉은 여전히 우리 경기 수영이 맡을 것이니 절도사께서는 지켜보기만 하시오.”

이왕 선봉을 맡긴 것 이억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 승인하자, 제장들이 흩어져 자기 본래의 함선으로 돌아가고, 곧 전함들이 더욱  선착장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사항전이라도 각오했는지 왜적들은 결코 물러서지 않고, 선착장 앞을 고수하고 있었다.

이윽고 충분한 유효사거리를 확보했다고 판단한 이억기의 명에 따라, 대장선에 붉은 기가 내걸리고 전고가 급박하게 울기 시작했다.

곧 천지현황, 호준포 등의 각종 총통류와 대 중완구에서 발사된 비격진천뢰가 500여 왜구에게 일제히 쏟아지기 시작했다.

펑 펑 펑!

쾅, 쾅, 쾅!

콰~ 광!

각종 포의 일제 사격에 픽픽 적들이 쓰러지는 것은 물론 비격진천뢰에 직격된 자들은 온전한 시신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한 줌 혈수가 된 자도 있었다. 혼비백산한 왜적들이 그제야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피융, 피융!

그 뒤를 얼마 남지 않은 화약무기들은 물론 원거리에서도 관통력을 자랑하는 편전(片箭) 수십 발이 일제히 발사되어 쫓았다. 이에 일부 갑옷을 입고 있는 자들도 이를 맞고 그대로 절명하거나 앞으로 꼬꾸라졌다.

“돌격 앞으로!”

“돌격 앞으로!”

이때를 기다렸던 원균 휘하의 경기 수병들이 일제히 하선해 적을 뒤쫓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억기가 지휘하는 군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뒤쫓고, 이억기 또한 대장선에서 내려 와 그들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보니 갑자기 눈앞에 거성(巨城)이 나타났다. 왜 이런 성을 두고 적들이 항구에서 대항을 했는지 의문이었지만, 고개를 젓고 이억기는 천천히 걸음을 떼어놓았다.

점령 후 알게 되었지만 대마도주 종 씨(宗 氏) 일족이 살고 있는 거성이었고, 섬의 행정을 관장하는 번사(藩使)도 들어 있는 성곽이기도 했다.

아무튼 거성으로 가는 요로 요로마다 곳곳의 인가가 파괴되어 있었고, 때로는 처참한 시신이 보이기도 했다. 그 중에는 간살당한 흔적이 보이는 여인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알 수 없는 만행에 눈살을 찌푸리며 전진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선착장에서 저항했던 왜적들이 성문 앞에서 더 이상 전진하지를 못하고, 일부는 성안의 군사들과 싸우고, 일부는 성문을 두드리며 들여보내 달라고 애걸을 하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보니 대충 답이 나오는 이억기였다.

패전한 왜적들이 이곳에 들러 아마도 대마도 주민들을 약탈했던 것 같다. 이에 많지 않은 군사만 남은 이곳 번성(藩城)에서는 이들의 만행을 피해 아예 성문을 닫고, 이들을 들여보내지 않았을 가능성이 커보였다.

이런 그들을 향해 원균의 선봉이 조총과 활을 쏘며 돌진하자 놀란 왜적들이 분분히 항복을 하는 것은 물론, 갑자기 성루에도 백기가 내걸렸다. 이내 성문이 열리자 원균이 휘하 수병들을 휘몰아 안으로 뛰어들었다.

곧 안에서 비명과 놀란 음성들이 쏟아지고 번잡하게 달아나는 소리도 이내 귀에 잡혔다. 황급히 성문 안으로 뛰어든 이억기가 고함을 질렀다.

“무슨 짓이오?”

“왜구의 씨를 말려야 하오. 전부 죽이고 약탈합시다!”

“그만 두지 못 하겠소! 장차 항구적으로 조선 땅이 되기 위해서는 이곳 주민들을 잘 위무해 다스려야 하거늘.........”

“아예 성가실 잡것들 지우고, 무인도로 만드는 게 어떻겠소?”

이억기의 노한 외침에도 원균 또한 지지 않고 자신의 식성(食性)을 자랑했다.

이에 더욱 노한 이억기가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질렀다.

“금번 원정 사령으로 명하오. 더 이상의 살상을 금할 것이며, 추후라도 이곳의 닭 한 마리라도 약탈하는 자는 군법에 걸어 모두 중죄에 처할 것이오.”

“아따 이럴 때 반반한 계집도 몇 꿰차고, 재산이라도 장만하면 될 것을........”

종내 혀를 차면서도 더 이상 함부로 굴지 못하는 원균이었다. 써놓은 군령장도 군령장이지만 대쪽 같은 이순신의 성품을 잘 아는 그인지라, 차라리 그가 더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조선군이 더 이상의 살상을 멈추자 대마도주 종의지를 대리하여 번사(藩事)를 주관하고 있던 미쯔시마(美津島町)라는 자가 나타나 급히 아뢰었다.

“아국의 친병을 고대하고 있었사옵니다. 장군님!‘

이 자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이 조선 조정에서는 왜구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때로 이들을 회유하기 위해 벼슬도 내리고, 애걸을 하면 쌀과 콩을 내려 굶주림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했다. 때문에 어느 정도 조선 백성이라 해도 아주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부산에서 왜의 패전 소식은 들었을 터, 이런 이유로 당분간 조선에 붙고자 함 같았다. 또한 이유는 이들이 조선과의 교역으로 먹고 살았던 바, 종의지라는 인물부터가 조선침공을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그러나 세가 약한 그로서는 풍신수길의 뜻을 ㅤㅉㅗㅈ아 출전하지 않을 수 없었고, 패전을 한 이상 당분간 왜의 간섭보다는 가까운 조선의 뜻을 ㅤㅉㅗㅈ아 살아남고자 함 같았다. 또한 이유로는 풍신수길에 의해 이곳 영주로 임명받은 자신의 주군 종의지가 현실적으로 조선에 포로가 되어 있는 작금, 그의 생명을 위해서도 신속한 굴종을 택했던 것 같았다.

아무튼 쓸개에 붙었다 간에 붙었다하는 이들의 작태에 신물이 올라오는 이억기였지만, 이 섬을 제대로 지배하려면 이들의 인심을 잃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으로 가자. 하고 앞으로 항구적으로 이 섬은 조선이 지배할 터, 거역함이 없기를 바란다.”

이억기의 말에 놀라 눈이 크게 떠졌지만, 이 사람의 말을 거역하고서는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미쯔시마는 굽신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네, 네! 안으로 드시지요.”

이렇게 해서 큰 품 들이지 않고 대마도 청사 제일 높은 자리에 앉게 된 이억기가 부복해 있는 미쯔시마를 보고 물었다.

“이 섬에 왜관에서 철수한 자들이 머물고 있다는데 사실인고?”

“그렇사옵니다. 장군님! 수선사(修善寺) 부근 일정지역을 내주어 단체로 거주하고 있사옵니다. 장군님!”

“알았다!”

이억기도 비록 멀기는 하지만 왕족의 일원으로서 지금의 주상이 교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귀동냥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이에 장계에 그 정도는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물었고, 답을 얻은 이상 장계 작성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여기 저기 고함소리가 들리고 심지어 조총소리 활시위 놓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이에 눈살을 찌푸린 이억기가 측근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곧 알아보고 답변 드리겠사옵니다. 장군!”

판관이 미처 뛰쳐나갈 새도 없이 한 군졸이 뛰어들어 보고했다.

“멧돼지 두 마리가 갑자기 성안으로 난입하는 바람에 소동이 벌어졌으나 곧 사살하였사옵니다. 장군님!”

“아직 해도 완전히 떨어진 것도 아니거늘 무슨 멧돼지가 그렇게 많아 벌써부터 소동인고?”

이억기의 물음에 미쯔시마가 황급히 부복하여 아뢰었다.

“이곳 산간곡벽에는 멧돼지가 조선의 호랑이만큼이나 많이 살고 있사옵니다. 장군님!”

“알았다!”

멧돼지도 사살 되었다니 당분간 큰일은 아니라 생각한 이억기가 곧 장계 작성을 위해 명했다.

“불꽃을 돋워라!”

“네, 장군!”

수하 하나가 어두워지는 실내에 더욱 불을 밝히자 이내 이억기는 장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그로부터 일순(一旬)이 지나 주상의 명이 전해졌다.

<전 경기수사 원균의 공적을 기려 대마도주 겸 현지의 수군절도사로 삼는다. 휘하에 경기 수영의 군사를 그대로 복속케 할 것이며, 애초 왜관 거주자들과 종의지 일족 포함하여 가신들 모두를 부산 초량으로 이주시킨다. 더하여 장(將)은 물론 수졸에 이르기까지 현지처를 얻어 살아도 좋고, 가족들이 완전 이사를 하여도 좋다. 이억기는 곧 귀국하여 통제사의 명을 받들라!>

이에 따라 멀리 사라지는 조선의 전함을 바라보며 원균은 똥 씹은 얼굴이 되었고, 이억기는 함께 귀국하게 된 려왜(麗倭)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려왜(麗倭)란 왜관 거주자인 왜인과 조선 여인 사이에 낳은 혼혈들로, 그런 아이들이 꽤 되었다. 이제 대마도를 항구적으로 점령한다면 이런 자들의 출현이 덜 할 것을 믿으며, 이억기는 지금도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아군의 승리에 취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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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오늘 축구 보다가 홧김에 술만 퍼먹었더니 속만 쓰리고 아직도 제 정신이 아니네요. 짧지만 양해하시고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후의에 감사드리며 몇 자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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