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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41화 (41/210)

< -- 41 회: 부족한 재정을 벌충하기 위한 묘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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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럭저럭 세월이 흘러 어느덧 이진 즉위 2년차인 정월 초하루가 되었다. 즉 1589년이 된 것이다. 그런데 정월 초하루부터 이런 일이..........

일식(日蝕)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이 해가 뜰 시간이 지나도 아직 날이 덜 새것마냥 희뿌여니, 측근 아랫것들부터 수군수군 난리가 났다. 듣다 못한 이진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조용히 해라!”

“새로 취임한 임금의 덕이 없어서가 아니다. 다만 눈과 비가 오듯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너무 떠들 것 없다. 대전내관은 가서 육 승지들을 불러오너라. 과인이 이 이치를 잘 설명할 것이야.”

“네, 전하!”

그러나 대전 내관이 몇 발작 움직이기도 전에 육 승지는 물론 조정 대신들이 떼로 몰려오고 있었다.

“차라리 잘 됐다. 이참에 조참을 개최하도록 할 테니 준비를 하도록 하라.”

“네, 전하!”

각 내관과 궁인들이 제 위치로 자리를 잡았다.

“전하!”

“어서들 오오.”

“전하.........!”

“됐소. 자리에들 앉으시오.”

대충 자리를 잡아 앉는데 대사간 정언지가 가슴을 부풀리며 크게 떠들기 시작했다.

“전하! 이는 재변(災變)으로 상께서 덕을 갈고 닦고, 해괴제를 올려 하늘의 노여움을 푸셔야 하옵니다. 전하!”

“하하하.........!”

이진의 홍소가 이들의 눈에는 광태로 비쳤는지 모두 눈살을 찌푸렸다.

“과인이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지, 자연의 이치를 설명할 테니 잘 들으시오. 경들은 믿을 수 없겠지만, 우리가 사는 이 둥근 땅덩이도 태양의 둘레를 돌고 있고, 달 또한 이 지구를 따라 돌고 있소. 그러다가 태양과 달이 일직선상에 놓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둥근 땅덩이를 가리면, 태양이 안 보여 저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오.”

“무슨 해괴한 말씀만.........”

“후휴........! 앓는 이 죽지.”

낮게 중얼거린 이진이 풀죽은 음성으로 말했다.

“과인이 경들을 납득시키려다가는 혀가 닳아빠지게 생겼으니, 과인의 부덕함을 탓하며 해괴제를 올릴 것인즉 준비를 하시오. 됐소?”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아, 돌아가고 싶다! 힘들다, 힘들어!’

이때 이진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결국 이진은 이날 해괴제를 올리고, 하루를 더 근신한 후에 삼일 째 되는 날, 만조백관의 새해를 경축하는 하례를 받을 수 있었다.

* * *

세월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춘삼월 호시절이 도래했다.

봄소식과 함께 강남제비만 돌아온 것이 아니라 왜에 통신사로 파견되었던 자들이 근 육 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에 따라 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조회가 크게 열렸다.

만조백관이 자리한 자리에서 이들의 인사를 받은 이진은 이들을 자리에 앉히고 제일 먼저 궁금한 사항부터 물었다.

“폐일언하고 과인은 왜의 평 수길이 조선을 침략할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 그것부터 듣고 싶다. 먼저 정사부터 고하라!”

“신 황윤길 아뢰옵니이다.”

“말 하라!”

“왜의 태합 수길은 방약무인하게도 채 우리를 1각도 접견치 않고 자리를 떴사옵니다. 당시 얼핏 본 상으로는 원숭이 상에 아주 간특하게 생긴 자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수많은 병선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는 분명 조선을 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여 집니다. 전하!”

“좋다! 다음 부사 고하라!”

“소신이 본 소견으로는 정사와 전혀 다릅니다. 왜의 태합 수길의 생김은 그야말로 쥐새끼 같아 아주 용렬한 위인으로 보였습니다. 하고 병선도 있었사오나 이는 저들의 전란 중에 자생적으로 생긴 것으로 소신은 보고 있사옵니다. 하여 저들은 조선을 침략할 주제가 못 되는 것으로 아뢰옵나이다.”

“갈........! 과인이 그대가 떠나기 전에 무어라 했지? 정녕 그렇게 느꼈는가? 아니면 이 태평한 세월에 백성들이 전비마련으로 질고에 들 것을 근심하는 것인가? 어디 똑바로 고해보라! 만약 나중에 경의 말을 믿었다가 전혀 전쟁준비를 못하고 있는데, 침략이라도 당하면, 그 때는 백성들의 원망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흥........! 그때는 분명 그대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그대의 가문뿐이 아니라, 구족을 멸해도 수백만 백성들의 생목숨을 갚을 수 없음이야! 알아들었느냐? 하면 이제 똑바로 고해 보거라!”

이진의 눈에서는 마치 불덩이라도 쏟아지듯 몰아치는 광태에 혼비백산한 김성일이 주저주저 답변에 나섰다.

“전혀 침략을 안 한다고는 볼 수 없사옵고......... 병선도 조선을 침략하기에는 충분한 숫자는 숫자였사옵니다.”

“전하.........!”

이때였다. 서인 영수의 하나인 정철이 소매를 떨치고 일어나 발언을 시작했다.

“신하의 발언을 겁박하여 억지 의견을 끌어낸 예는 전고에도 없는 일이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같은 서인인 성혼 이하 몇몇 대관들까지 합세해 부복하였다.

“좋다. 부사 김성일은 본인이 느낀 대로 자의로 말해보라!”

“소신의 의견은 후자가 맞사옵니다. 전하!”

“저런, 저런.........!”

“시끄럽소! 분명 침략할 의도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단 말이지?”

“네, 그렇사옵니다. 전하!”

이제는 제법 정신이 수습되었는지 또렷한 목소리로 이진의 말에 찬동하는 김성일이었다.

“좋다. 둘 만의 의견으로는 불충분하다. 서장관도 말해보오.”

“신 허성 돈수하옵고 아뢰옵나이다. 저들은 백년 내전으로 인한 충분한 군비는 물론 안하무인인 수길의 작태로 보아 분명 침략 의도가 있다고 보여 집니다. 전하!”

“좋소! 무관이 보는 견해는 어떠한지 선전관 황진도 고하라!”

“네, 전하! 중언부언 할 것 없이 저들은 당장이라도 침략할 태세가 되어있사옵니다. 전하! 만약 이에 대한 대비를 게을리 했다가는 큰 참화를 면치 못할 것이옵니다. 전하!”

“좋다! 부사의 의견이 좀 미지근하지만, 통신사들의 의견을 종합해본 바로는 분명 저들은 침략 의도를 갖고 있음이야! 아나 백번 양보하여 침략의도가 없다하더라도 당연히 사직을 보위할 책무가 있는 여러 대신들은, 이에 대한 충분한 대비를 하고자 해야 옳을 것이야. 아니 그런가?”

“하오나 전하! 이 평화로운 시기에 전쟁설을 퍼트려 분란을 야기함은.........”

“시끄럽소! 분란이라니! 전혀 준비를 안 하고 있다가, 과인이 막말로 할까! 과인은 몽진한다고 의주로 쫓겨 가고, 경들은 과인을 호종한다고 비 맞은 개처럼 졸래졸래. 이것이 과연 한 나라의 위정자들이 할 짓이오? 총칼 앞에 나앉은 백성들은 또 어쩔 것이요?”

“사내나 늙은 것들은 전부 베임 당하고, 아녀자나 딸들은 저들의 성노리개가 되어 길거리에 나앉고, 자식들은 왜국으로 끌려가는 꼴을 봐야 정신들을 차리겠소? 좀 성가시고 고통스럽더라도 이런 모멸을 안 당하려면, 사전에 너나 할 것 없이 일치단결하여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오.”

“하오나 전하! 하면 전비는 무슨 수로 마련하옵니까? 지금도 간신히 녹봉이나 충당하고 있는 나라 살림인데........!”

정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이진이 처음으로 웃는 낯으로 입을 열었다.

“경도 걱정은 되는 모양이지요? 그 것에 대해서는 과인에게 묘안이 있소? 한 번 들어보시겠소?

“네, 전하!”

이진의 강경한 대응에 이제 모두 전비 걱정으로 눈을 빛내는 제 대신들이었다.

“여러분들은 집안 살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니 모를 것이오 만은........ 과인이 사저에 있을 때 충주 처가를 방문한 일이 있소. 그 때 느낀 것이란 참으로 개탄스러웠소.”

이렇게 운을 떼고 좌중을 한 번 쓸어본 이진이 재차 입을 열었다.

“상거래를 하는데 어떻게 하는 줄 아오? 면포로 가격을 산정하고, 가격을 치르고, 자투리로 거슬러 받더이다. 좀 더 심한 곳은 아예 부피 큰 쌀로 계산을 하더이다. 이래서야 불편해서 어찌 사오? 명국이나 하다못해 우리보다 미개하다는 왜국만 해도 철전의 사용이 보편화 되어 있소. 즉 돈으로 거래를 한다면 얼마나 수월 하오?”

“전하.........!”

이때 끼어드는 자가 있었다. 호조판서 정탁이었다.

“말해보시오.”

“고려조에서도 철전이 통용된 것은 신도 아옵니다만, 녹봉으로 받은 철전이라는 것이 도성인 개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아옵니다. 이의 전철을 받을까 우려되옵니다.”

“허허.........! 그것은 과인도 인정하는 바이오만, 그는 철전을 적게 찍어냈거나, 돈에 대한 인식을 백성들에게 제대로 인식시키지 못해서가 아닌가 하오. 여하튼 가장 시급한 것은 백성들을 착취하지 않고도 전비(戰費)를 마련하는 것 아니오?”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에는 모두 동의하는지 모두 부복하여 한목소리를 내는 제 대신들이었다.

“그러자면 화폐를 발생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 이치는 이렇소. 즉 만약 철전 하나의 가치를 쌀 1되라 합시다. 헌데 이 철전을 만드는 데는 쌀 반 되면 충분하오. 그러면 나라에서는 그냥 앉아서 쌀 반 되의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겠소?”

“맞사옵니다. 전하!”

“이 보다 신묘한 방법이 있으면 말해보오.”

“하오나 유통이 잘 될 런지요?”

“호판의 우려도 과인은 잘 알고 있소? 해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조정과 여러분들이 앞장서주는 수밖에 없소. 일단 과인은 여러분들의 녹봉의 1/3을 이 철전으로 지급하려하오. 하니 여러분들이 먼저 이 돈으로 시장에 나가서 면포고 쌀이고 각종 생필품을 구입해야 하오. 또한 나라의 세금은 전액 이 화폐로 받겠소. 그러면 신뢰가 좀 쌓이지 않겠소. 여기에 과인은 육 개월의 경과 기간을 두고, 육 개월이 지나면 여러분들의 녹봉의 반을 이 동전으로 지급할 것이고, 일 년이 지나면 전액 돈으로만 녹봉이 지급 될 것이오.”

“그런..........”

“계속 들어보시오.”

“또 하나의 방법으로는 방납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일괄 돈으로 세금을 징수하겠다는 것이오.”

“하오나 전하! 진상품은 백성들의 자발적인 충성심의 발로이거늘 막으신다 하심은.........”

“예판! 무슨 쓸데없는 소리요. 과인은 그런 충성심은 필요 없소. 그 지방에서 나지도 않는 산물을 바치라는 게 충성심이요. 억지지요. 하고 억지로 그렇게 책정해 놓고 그것을 갖다 바친다고 수십 배의 폭리를 취한다고 암행어사마다 서계에 올리오. 이게 백성들을 위한 정치란 말이오? 모리배들 살찌우기 위한 정치지. 더는 그런 소리 마오.”

일갈한 이진이었지만 주제가 빗나가 다음 할 말을 잊어버ㅤㄹㅑㅆ다. 그래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이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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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조금 양이 부족하지만 해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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