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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자임해-40화 (40/210)

< -- 40 회: 백성 앞으로 -- >

8

정여립이 좀 진정이 되자 이진은 내상의 대방 이진열을 보고 물었다.

“과인이 양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즉, 필요한 역인(譯人)들은 있겠지?”

“네, 전하! 양이들 또한 왜에 오래 거주하와, 왜어에 능한 자면 되옵니다. 전하!”

“잠시 빌려 쓰자.”

“황감하옵니다. 전하!”

“덕삼이 계 있느냐?”

“네, 전하!”

“가서 양이들을 데리고 오너라!”

“네, 전하!”

덕삼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이진은 둘을 보고 물었다.

“더 할 얘기 있는가?”

“없사옵니다. 전하!”

“그만 나가보도록.”

“네, 전하!”

둘이 나가자 이진은 측면에 시립하고 있던 송가 형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과인이 양이들이 들어오면 저들을 전국에 산재해 있는 광산에 배치할 것이야. 하면 그 지명을 적어놓았다가 그곳 현감이나 해당 목사에게 보내는 과인의 어지를 작성하도록 해. 내용은 저들이 요구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수용하라는 이야기야. 알겠소?”

“네, 전하!”

잠시 후.

덕삼의 인솔 하에 양이 10명과 왜인 2명이 방안으로 들어섰다.

“주상 전하시다. 예를 표하라!”

덕삼의 호령에 통역을 거쳐, 양이들은 모두 고개를 까딱하는 것으로 예를 표하고, 왜인들은 제법 예절을 하는지 절을 했다.

“됐다. 모두 그곳에 앉거라!”

이를 받아 이진열이 들여보낸 역인이 다시 통역을 하자, 그들이 모두 저네들 방식대로 자리를 잡았다.

“어떤 연유로 왔던 내 대방이 제시한 조건을 과인이 보증한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대 조선에 발을 들인 것을 환영한다. 과인이 우선 궁금한 것부터 하나 묻자. 조총이나 양이의 대포 제작법을 아는 자가 있는가?”

“소인이 알고 있사옵니다. 전하!”

뜻밖에도 고개를 조아린 자를 보니 왜인이었다.

“왜인, 그대가 알고 있다고?”

“네, 전하! 금광에 사역하기 전에는 조총을 만드는 곳에 있었사옵니다.”

“잘 됐다. 과인이 그대에게는 충분한 녹을 줄 테니, 조총의 제작에 기여하도록. 하여 훌륭하다면 재물은 물론 조선의 처자 세 명도 상으로 내릴 것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듣겠느냐?”

“네, 전하!”

“가주서는 저 왜인을 종8품 봉사에 봉하는 첩지를 초안하도록.”

“네, 전하!”

“광산을 개발하는 방식도 다 다를 것이야? 하여 과인이 묻노니 금, 은광 개발 경험이 있는 자는 손을 들도록.”

이진의 명에 일곱 명이나 손을 들었다.

“다음은 동광?”

왜인 하나를 포함한 양이까지 두 명이 손을 들었다.

“다음은 철광?”

두 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열한 명이 모두 손을 들고 있는 상태였다.

“금광을 개발 경험자 중 고령토 개발 경험자는 없나?”

“내가 개발해봤습니다.”

양이 중 하나가 대답을 했다.

“좋다! 지금부터 과인이 너희들이 개발할 지명을 이야기 하겠다. 좌측부터 순서대로 배치되는 것이 잘 듣고 기억하도록 해라. 첫째 평안도의 운산금광 2명, 둘째 같은 평안도의 대유동 광산 2명, 나머지 두 명은 충청도 청양의 구봉 광산을 개발하는 것이야. 그리고 고령토 개발 경험자는 경상도 하동의 고령토를 개발 하면 돼.”

“그리고 동 광산 경험자의 하나는 평안도 혜산의 구리광산 또 한 명은 경상도 고성의 구리광산을 개발하도록. 하고 철광은 황해도 은율의 자철광, 그리고 강원도 양양철광을 개발하도록. 이상 다 배치가 되었고, 열심히 하는 자는 그만큼의 보상이 따를 것이야. 살림을 할 수 있도록 조선 처녀도 주어 아예 장가도 보내주겠다. 또한 해당 군에 명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인 즉 원하는 것이 있으면 청하도록. 할 말이 있는 자는 해도 좋다.”

“그 지역이 실로 넓을 것인데 어떻게 찾습니까?”

“과인이 이야기하는 곳은 다 조선에서 유명한 곳이다. 하여 냇가를 따라가다 보면, 은밀히 사금이나 사철을 캐는 자들도 있을 것인즉, 그를 따라가다 보면 노두가 나오지 않겠나?”

“영명하십니다. 전하!”

송익필의 아부에 한 번 눈을 째린 이진이 그에게 명했다.

“색승지는 쓸데없는 아부 떨지 말고, 왜어에 능한 역관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한 명씩 붙여주도록.”

“알겠사옵니다. 전하!”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면 그만 나가보도록. 단 역관이 수배될 때 까지만 머물 것이지만, 과인과 부인이 거처하던 방을 내줄 것인즉, 이제부터는 처우가 다를 것이야.”

“감사합니다. 전하!”

이들의 인사를 받는 것을 끝으로 이진은 이들을 내보냈다. 사실 조선에도 금은 광이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지금 이진이 파견한 곳이다. 그러나 조선 조정은 명국의 금 진상 요구를 떨쳐내기 위해, 지금까지 일절 금광 개발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는 흥선 대원군까지 견지된 일관된 정책이었다.

그러던 것을 이진은 지금 개발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해서 모든 것을 비밀로 처리하는 것이다. 조정 대신들이 알아봐야 또 한 번 홍역을 치를 것이고, 명국에서 알아서는 더 더욱 좋을 것이 없었다. 또한 양이의 입국도 문제가 될 것이고. 왕이라고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이진은 송 가 형제에게 말했다.

“해당 군수들에게도 기밀을 엄수하도록 단단히 못 박을 것. 하고 관아를 드나드는 것은 역관만이 하도록.”

“알겠사옵니다. 전하!”

이진의 지시가 이어졌다. 대전내관을 향해서였다.

“박가 자네는 먼저 달려가, 아직 퇴청하지 않았을 것인즉, 공판을 천추전으로 청하도록.”

“알겠사옵니다. 전하!”

“가자!”

이진의 명에 일제히 따라 움직이는 제 수행원들이었다.

* * *

이진이 천추전에 당도하니 얼마나 빨리 왔는지, 공판 김명원이 마당에서 서성거리고 있다가 반색을 했다.“전하.........!”

“인사는 됐고, 안으로 들어오오.”

“네, 전하!”

“금란아!”

“네, 전하!”

이진의 부름에 깜짝 놀란 금란이 얼굴을 붉히며 얼른 허리를 굽혔다.

“가서 주안상 좀 봐와라.”

“네, 전하!”

잠시 후, 주안상마저 들어오자 이진은 김명원에게 술 한 잔을 쳐주며 물었다.

“우리나라에 은자 유통이 충분한가?”

“소직이 알고 있기로는 항상 부족합니다. 전하!”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오.”

“그야.........”

답답함을 느낀 이진이 먼저 답을 했다.

“과인이 말하지. 금은 광을 개발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삼과 면포 외에 명이나 왜에 팔 뚜렷한 물품이 없어서는 아닌가? 물론 명국의 사신단에게 뜯기는 은도 무시할 수 없지만 말이야.”

“그렇기는 하옵니다. 전하!”

“해서 과인이 국외에 내다 팔 물건 하나를 개발하려하니 공판은 잘 들으시오.”

“네, 전하!”

스스로도 한 잔을 채워 들라는 시늉을 하며 먼저 한 잔을 쭉 들이 킨 이진이 안주도 집지 않고 말을 이었다.

“도자기 말이오.”

“네, 전하!”

“도자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뼈를 절반 조금 못 미치게 고령토에 섞어서 제작 시험을 해보시오. 물론 단번에 좋은 물건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계속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바닥에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을 유백색의 투명한 도자기를 생산해 낼 수 있을 것이오. 이 과정에서 더 연구를 하다보면 투명한 물체도 만들 수 있을 것이오. 과인은 이를 ‘등갓’이라 부르고 싶은데, 이를 등잔에 씌우면 배는 밝아질 것이오. 뭔 말인지 알아들었소?”

“네, 전하! 그러니까 지금의 도자기 굽는 재료에 소뼈 간 놈을 반 약간 못 미치게 넣으면, 깨지지 않는 질 좋은 도자기가 생산될뿐더러, 잘만 하면 등갓이라는 놈도 만들어 등을 배는 밝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 아니십니까?”

“옳거니, 제대로 알아들었군. 거기서 한 걸음 더 발전하면 황소 뒷걸음에 쥐 잡는 격으로 유리도 생산할 수 있을지 모르지.”

“네?”

“혼잣말이니 너무 신경 쓸 것 없고, 광주 분원 같은 규모로 사옹원(司饔院)의 분원을 경상도 창원에도 하나 더 만드시오. 그 부근 하동 인근에서 도자기 원료가 많이 나오니, 그곳에서 뼈 도자기를 한 번 만들어서, 외국에 수출하는 것으로 합시다. 하면 은의 수급에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오.”

“알겠사옵니다. 전하!”

“과인의 행동이 때로 광태(狂態)로 보이겠지만 나중에 두고 보시오. 하나하나가 다 민초들을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기 위함이니, 당장은 충분히 이해가 안 되더라도 일단은 시행하고 보오.”

“네, 전하!”

이진의 말이 설득력이 있었는지 고개를 조아리는 김명원을 향해 이진이 말했다.

“술상을 앞에 두고 말 많은 것은 과인부터도 질색이니 이만하고 술이나 듭시다.”

“네, 전하!”

이렇게 해서 점잖게 술을 마시던 이진이 돌연 밖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게 아무도 없느냐?”

“네 전하! 대전내관 대령이옵나이다. 전하!”

“가서 광해를 들라 해라.”

“네, 전하!”

“이 늦은 시각에.........”

“하원군이 맡던 사옹원의 제조자리가 지금은 비어 있지요?”

“그렇사옵니다. 전하!”

“과인은 광해를 그 자리에 앉히려 하오. 하니 둘이 잘 협조해서 도자기 분야를 산업으로 발전시켜주기 바라오.”

“명심하겠나이다. 전하!”

이렇게 둘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이진은 광해가 등대하자, 김명원을 먼저 내보내고 광해를 맞아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자리에 앉아라.”

“네, 전하!”

그러나 광해는 끝까지 절을 하고서야 자리에 일어나 앉았다.

“다름이 아니라, 너를 사옹원의 제조로 임명할 테니, 그리 알고 소임을 다해주기 바란다.”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

“물론 종친 중에도 손윗사람도 있고 하나, 모두 낡은 사고들의 소유자들로, 과인의 뜻을 온전히 따를 것 같지 않아 너를 임명하는 것이다. 하니 과인이 하는 말을 명심하고, 소임에 충실을 기해야 할 것이야.”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하나 더 이야기 하자면 창원에도 사옹원의 분원을 하나 더 열 것이야. 하니 그 쪽 일도 잘 챙겨서 과인의 뜻에 부합하도록.”

“말씀이 아니더라도 주상께옵서는 친히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시고, 소인의 목숨을 위무한 일이 있사옵니다. 소신은 결코 이 일을 잊을 수 없사옵니다. 형제의 정리를 떠나 일개 신하로써 직분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래, 좋은 생각이다. 하여 네가 좋은 결실을 거둔다면 과인이 더 중요한 일을 맡길 것이야. 그런 줄 알고 처음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도록.”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됐다. 모처럼 만인데 술이나 한 잔 하자.”

“망극하옵니다. 전하!”

“쓸데없는 허례 그만 두고 잔이나 받아라.”

그래도 광해는 여전히 무릎을 꿇고 공손히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그런 광해를 일별한 이진이 말했다.

“과인은 네가 총명 절륜한 것을 잘 안다. 하니 나랏일을 많이 도와주기 바란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또, 또.........”

혀를 차는 이진이지만, 광해의 예가 싫지는 않았다. 아니면 왕권에 가까운 자이니 경계의 대상으로 전락했을지도 모를 그인데, 그가 처세를 잘 하고 있다고 보는 이진이었다.

그렇지만 이진은 동생을 위해서라도 경고해 두는 것을 잊지 않았다.

“권력에 기웃거려서는 절 대 안 됨이야. 골육상쟁의 소지가 있으니까.”

“전하.........!”

이진의 말에 놀란 광해가 엎어져 부들부들 떨었다.

“과인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으면 우리는 언제나 의좋은 형제로 남을 것이야.”

“죽는 날까지 이 혼, 뼈에 아로새겨 절대 잊지 않겠사옵니다. 전하! 흑흑흑........!”

“그러면 되었느니라. 어서 술이나 들어라.”

“네, 형님!”

이어 모처럼만에 형제만의 살가운 대화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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