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39 회: 백성 앞으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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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 천천히 좀 가시옵소서.”
이진 보고 걸음을 늦추어 달라고 요구할 사람은 배짱 좋은 개똥이 밖에 없었다.
이제 의례히 법가를 대령할 생각들도 않는다. 당연히 새로 등극한 주상은 걷는 것으로 안다. 형식에 얽매이는 것도 싫어하지만, 운동부족으로 일찍 죽을까봐서다. 너희들이 그걸 아남? 내심 중얼거리며 이진은 개똥의 애원에도 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군기시는 지금의 시청역 프레스센터 정문 오른쪽에 있었다. 그렇게 빨리 걷자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힐 즈음에는 군기시에 도착했다. 가까이 갈수록 철을 제련하는 야로소(冶爐所)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그렇잖아도 빨리 걸어와 더운데 이진은 더운 열기가 싫어 비로소 옥보를 멈추었다.
“주상전하 납시오.”
대전내관이 먼저 대청에 대고 목청을 뽑자, 속한 자들이 놀라 우르르 달려 나왔다.
“전하!”
고두하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자들을 보니 모두 청색과 녹색일색이었다. 적색이 없는 것을 보니 모두 당하관 이하라는 말이었다. 그래도 녹의라도 입었으니 최소 9품인 참봉, 공작(工作) 이상일 게다.
“고개를 들라!”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이제 하도 들어 인이 박혀서인지 의례적인 인사말에는 덤덤해진 이진이었다.
“내부를 둘러보고 싶다. 앞장서라!”
“네, 전하!”
제일 앞에 섰던 자가 큰소리로 복명하고 몸을 돌렸다.
이진이 현장의 우두머리 종3품 부정(副正)을 따라 내부로 들어선 순간이었다.
“전하!”
기별을 받았는지 현장에 종사하고 있던 공역(工役)들이 하던 일손을 멈추고 모두 부복하였다.
“수고들 많다!”
82칸 전체가 잘 들리도록 큰 소리로 이들의 인사를 받은 이진은 내부를 한 번 휘둘러보았다.
한마디로 이곳에서는 화포를 비롯한 칼, 창 등 각종 병기를 제작하고 있었다. 또 소수자는 색색의 휘장도 제작하고 있었다. 이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이진이 새로이 군기시 정에 임명된 한효순을 돌아보며 말했다.
“저런 휘장 따위는 좀 조악하게 만들어도 상관없다. 앞으로 제일 중요한 것은 전쟁 물자를 생산함이야! 실질이 뒤바뀌어서는 안 됨이야!”
“네, 전하!”
씩씩하게 대답하는 한효순을 만족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이진이 돌연 부정을 향해 물었다.
“이곳의 총 인원이 몇 명이지?”
“네, 전하! 칠장(漆匠) 12명, 마조장(磨造匠) 12명, 궁현장(弓弦匠) 6명, 유칠장(油漆匠) 2명, 주장(鑄匠) 20명, 생피장(生皮匠) 4명, 갑장(甲匠) 35명, 궁인(弓人) 90명, 시인(矢人) 150명, 쟁장(錚匠) 11명, 목장(木匠) 4명, 야장(冶匠) 130명 .........”
“그만........!”
한도 끝도 읊을 것 같아 지루함을 느낀 이진이 버럭 소리를 질러 부정의 입을 막아놓고 말했다.
“총원만 말해!”
“총 644명의 공장(工匠)이 이곳에 소속되어 각종 병기 및 화약을 제조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화약? 이곳 제조 공정 중에 화약제조 공정은 보이지를 않지 않느냐?”
“별관에서 제조하고 있사옵니다. 전하!”
“안내하라!”
“네, 전하!”
부정을 따라 본관을 벗어나니 별도로 여러 채의 건물이 따로 조성되어 있었다. 제일 먼저 안내를 받아 간곳은 화약을 만드는 화약감조청(火藥監造廳), 두 번째는 사철을 제련하고 있던 야로소(冶爐所), 세 번째가 갑옷을 짓는 조갑소(造甲所), 네 번째가 활과 화살을 만드는 궁전소(弓箭所), 그런데 다섯 번째 건물은 웬 서류와 이상한 물품만 잔뜩 보관이 되어 있었다.
“이곳은 뭐하는 곳이냐?”
이진의 물음에 부정이 급히 허리 굽혀 아뢰었다.
“대고(臺庫)라 하옵고, 사헌부(司憲府)나 사간원(司諫院)에서 주요한 문서나 물품을 넣어 두는 창고이옵니다. 전하!”
“이 위험한 곳에 이런 곳을 두다니 생각들이 있느냐 없느냐? 당장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해라! 이는 좌상대감께서 주관하도록 하시오.”
“알겠사옵니다. 전하!”
성혼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이진은 마지막 한 곳 장인거소(匠人居所)를 돌아보아는 것으로 모든 시찰을 끝냈다. 그리고 도제조 성혼, 제조 정언신, 군기시 정 한효순을 돌아보며 말했다.
“앞으로 군기시의 인원을 10배, 시설도 10배로 확충하도록 하시오.”
“전하........!”
“과인의 말을 끝까지 들으시오.”
성혼의 부름을 일축한 이진의 말이 이어졌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장인을 이곳으로 모으도록 하고, 부족한 인원은 충원토록 하오. 또한 시설도 대폭 확대하도록 하오. 이는 아시다시피 평시라도 전쟁을 잊어서는 안 됨이야. 전쟁을 잊은 나라치고 잘 되는 나라를 과인은 못 봤소. 하니 아무 말 말고 과인의 말대로 따르시오. 하고 과인은 군기시에 일 순위로 나라 재정을 투입할 것인즉 하시라도 부족한 것은 말하오.”
“그리고........!”
이렇게 운을 떼고 한효순을 바라보며 이진이 말했다.
“경은 겸사복에 가서 조총 10자루를 달래다가 이곳에 비치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 보다 질 좋은 총은 대량으로 생산하도록 하오.”
“명 받자옵니다. 전하!”
한효순의 대답에 만족한 듯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인 이진은, 다시 돌아가기 위해 옥보를 옮기기 시작했다.
아무튼 이로 인해 군기시의 붙박이가 된 한효순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화약병기에 대한 장방법(裝放法)과 제가병법(諸家兵法)을 해설한 책인 ‘신기비결(神器秘訣)’ ‘진설(陣說)’ 등의 저술을 편찬하기도 했다.
이 책은 현재도 규장각에 가면 볼 수 있다. (그 내용은 후기란 참조)
* * *
이진이 다시 사정전으로 돌아오니 송익필이 면전에 나타나 보고했다.
“전하, 동생이 도착하였은즉 지금에서야 한가하신 것 같아, 들라 할까 하옵니다.”
“온지는 오래 된 것 아니냐? 진즉 보일 것이지........?”
“무슨 큰일이라고 전하의 금쪽같은 시간을 빼앗겠습니까? 지금 바로 들라 하겠습니다.”
“그리하도록.”
이 말을 하고 나니 선조 이연의 대충 본 사초(史草)가 생각나는 이연이었다. 사초야 본인 것만 못 보지, 선대 것은 전부 볼 수 있었으므로, 이것을 본 기억에 의하면 지금 이진이 말한 ‘그리하라’ 즉 윤허(允許)한다는 말이 참으로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진은 거의 그런 예가 없다. 신하들과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르니, 많은 부분에서 신하의 의견을 따르는 법이 없고, 거스르는 것이다. 신하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까다로운 임금이라 할 것이다. 이진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바둑의 고수와 같이 상대의 의도를 고의적으로 거스르자는 것이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튼 이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송익필이 동생 송 한필을 데리고 등장했다.
“전하.........!”
이진을 보자마자 부복해 간절하게 부르는 송한필이었다.
“그래, 잘 왔소. 형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들었소. 그대가 재주 있다는 것은 잘 아니 과인을 측근에서 잘 보필하도록 하오.”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금일부로 송익필을 색승지로, 송한필은 형이 맡았던 가주서로 보임하는 즉, 충실을 기해야 할 것이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형제가 부복해 감루를 떨어뜨리는 것을 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는 이진이었다. 송한필도 송한필이지만, 송익필의 너무 빠른 승진에 입바른 자들의 한 마디가 있을 것이다. 그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진의 행사를 끝내 거스를 자는 없었다. 수렴첨정이 끝나자 임해 특유의 광인 기질을 어김없이 발휘하며, 광폭행보를 이어가는 이진을 말리기에는, 제 신하들도 이미 제 살길 찾기에 바빴기 때문이었다.
옛날 같았으면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대항했을 이번 이앙법 전면 실시 사태 때에도, 제 목숨 챙기기에 급급하지 않았는가. 사직서를 내봐야 또 전원 물갈이 당해 자리보존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보신에 나선 그들이었다. 그러니 이번 인사도 끝내 이진의 뜻을 꺾지는 못하리라.
아무튼 또 하나 처리할 일을 마저 처리하기 위해 이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형제에게 말했다.
“과인을 따라 오도록!”
“네, 전하!”
이진은 곧 전각을 벗어나 옛날 자신이 살던 사저로 향했다. 궁문을 나서는 일이라 다소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양이들을 궁 안으로 들이면 시끄러울 것 같아, 자신 스스로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걸어가는 것은 아니고 이진이 행선지를 밝히자 아랫것들이 이리 저리 뛰어 임금 전용 설총마를 대령했다. 이에 훌쩍 올라탄 이진이 앞으로 나아가자 내금위장 권율을 필두로 근 100여인이 수행에 나섰다.
이렇게 궁문 가까이 이르자 난데없는 임금의 출현이 궁문을 지키던 위사들이 혼비백산하여, 새삼 군기가 들었지만 이진은 전혀 개의치 않고 속보로 말을 달리게 했다. 그러자 뒤의 나인들이 쫓아오느라 아우성을 쳤고, 행렬은 어느덧 궁에서 멀지 않은 이진의 사저에 도착했다.
이진의 난데없는 출현에 수노 덕삼이 달려나와 울먹이는 목소리로 부복하였다.
“전하........!”
“그래, 고생이 많다. 별고 없느냐?”
“네, 전하! 안으로 드시옵소서!”
“네가 집안을 잘 관리해주어 안심이 된다. 앞으로도 각별히 신경 써서 집안을 잘 단속하도록.”
“네, 전하!”
이진의 칭찬에 입이 귀에 걸린 덕삼의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그런 덕삼에게 이진이 물었다.
“정여립과 내상의 대방은 아직도 있느냐?”
“네, 전하!”
“양이들은?”
“우선 창고에 가두어두었습니다.”
“그래서야 쓰나? 과인이 거처하던 방과 부인이 쓰던 방은 비어있지?”
“네, 전하!”
“알았다. 과인이 지시하거든 그들을 내가 거처하던 곳으로 데리고 오도록 하라!”
“네, 전하!”
“덕삼아!”
“네, 전하!”
“항상 집안 단속을 엄히 하여, 사저에서 일어나는 일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일이 없도록 해라.”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이야기를 하며 가다 보니 어느덧 자신이 거처하던 곳에 도착한 이진이었다.
“가서 정여립과 내상의 대방을 데리고 오너라.”
“네, 전하!”
덕삼이 명을 받고 떠나자 이진은 자신이 거처하던 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에 따라 권율이 지휘하는 내금위들이 이진의 거처를 둘러싸고, 김명순과 김체건은 문 밖에 시립했다. 뿐만 아니라 이진을 따라온 내관과 궁녀들이, 일부는 밖에, 일부는 방까지 따라 들어와 시립하고 섰다. 이에 이진은 내관을 통하여 그들을 특별히 안으로 모두 불러들였다. 그들이 죽 윗목에 시립하고 서있자 이진이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나를 수행하는 너희들이 측근 중에 측근임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에 과인이 특별히 당부하노니, 과인의 행사가 외부로 노출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야. 만약 그런 일이 생길 시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본인은 물론, 집안까지 풍비박산 나는 줄 알고, 각별히 입조심 할 지어다!”
“명심하겠나이다. 전하!”
내관 궁인 할 것 없이 일제히 고개 조아려 합장을 하자 흡족한 이진이 그들을 바로 원위치로 돌려세웠다. 그러고 있자니 이진이 청한 정여립과 내상의 대방 이진열이 방 밖에 당도했다.
“내 대방 입시옵니다. 전하!”
“들라 하라.”
“네, 전하!”
이 진의 명에 두 사람이 허리가 구부정해 들어오더니 금방 방바닥에 엎어졌다.
“정여립 명 받자와 등대하였사옵니다. 전하!”
“소인 이진열 대령이옵나이다. 전하!”
“고개를 들라. 하고 편히 앉아 이야기 좀 하자.”
“감히.......!”
“쓸데없는 예절 차리지 말고 과인의 명대로 하라!”
“성은이 망극하옵나이다. 전하!”
비로소 의관을 정제하고 마주보고 앉는 두 사람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반 서반을 보는 것 같아 잠시 웃음이 입가에 스치는 이진이었다. 조회 때 문신은 동쪽에 앉고, 무신은 서쪽에 앉는다. 그래서 동반, 서반이라는 명칭이 유래된 것이다. 합쳐서 양반이 되는 것이다.
“이야기는 잘 되었느냐?”
이진의 가벼운 물음에 정여립이 급히 부복해 아뢰었다.
“신이 전하께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전하!”
“무슨 일이냐?”
“신 및 따르는 자들을 데리고 부산포로 내려가고 싶사옵니다. 전하!”
“무슨 연유더냐?”
“그곳에서 배가 마련될 때까지 장사에 대해서 배우고 싶사옵니다. 전하!”
“흐흠.........!”
이진이 침음하며 잠시 생각해 보니 그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도성에 남겨두는 것보다는 남의 이목을 끌 일이 덜하고, 그동안 장사라도 배워두면 저들이 상단을 운영하는데 한결 나을 듯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진이 물었다.
“그대와 함께 출항할 조력자들은 다 모았느냐?”
“아직은 아니오나, 금방 수배해 모이도록 하겠사옵니다. 하고 모이는 대로 떠날까 하옵니다. 전하!”
“알겠다. 그렇게 하도록 하되, 과인이 이미 명을 내려놨으니, 그대의 가족은 물론 따르는 자들의 식구들 모두 함경도로 옮겨 부족한 인구를 채우게 될 것이다. 물론 양인으로서의 의무만 다하면 된다. 하지만 함경감사의 감시 하에 놓일 것이고, 너희들이 직분에 충실하다면 훗날에는 상황을 보아서 가족과 함께 살 수도 있음이야.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느냐?”
“망극하옵니다. 전하! 역신을 끝까지 비호해주시는 은혜, 전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는 것으로 갚겠나이다.”
“옳거니 생각 한 번 잘했다. 그럼, 수배가 되는 대로 바로 떠나도록.”
“알겠사옵니다. 전하!”
“대방은 저들이 부산포로 내려가면 편의를 좀 봐주시게.”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전하!”
“정 공(鄭 公)!”
이진의 예우에 놀란 정여립이 황급히 머리를 방바닥에 찧었다.
“과인이 교역에 대해서 아는 상식 몇 가지를 말해줄 테니 잘 듣고 이를 시행해 보도록.”
“네, 전하!”
“조선의 물품 중 명국 교역용으로는 삼이 으뜸이야, 호랑이 가죽도 괜찮을 것이고, 하고 왜국에는 삼과 면포를 내다팔되 명국에서는 도자기와 비단, 또 서책을 수입해 이를 조선은 물론 왜에 되팔아도 상당한 이문이 남을 것이야. 수입품으로는 왜국에서는 동, 염초, 조총, 양이의 대포 등을 포함한 총기류, 구황작물 등을 사들이면 과인이 일단 모두 구매를 할 것이야. 하고 야인들에게는 면포와 비단 여타 유기나 목기 등 그릇류를 팔고, 무조건 말을 수입해와. 이 또한 조정에서 구매를 해줄 것인 즉.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소?”
“네, 전하! 세이 경청 했나이다!”
“옳거니, 하고.........”
“네, 전하!”
“조선 비단의 질이 떨어져. 하니, 명국과 왜 차이가 나는지 그 기술을 훔칠 수 있으면 훔쳐와. 하고 우선 급하니 배 세 척으로 운영하지만, 상황을 봐서 원행 가능한 선박을 추가로 더 구입하고, 조선에서도 장차를 대비해 거선을 많이 짓도록 해. 공은 과인의 사금고 지기이도 하지만, 조선의 해양 영토를 개척할 책임이 있는 장군이기도 해. 항상 이에 자긍심을 갖고 종당에는 해상왕국을 건설해 대 조선의 융성에 기여하도록!”
“전하........!”
주상의 은혜에 감격한 정여립이 연신 머리를 방바닥에 찧으며 울부짖었다. 이것이 역신의 굴레를 벗고 해상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정여립의 첫 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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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하루에 세 편을 올리려니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어제는 글도 안 써지고, 압박감에 가슴이 터질 듯하더이다. 이래서는 안 되지. 만사를 팽개치고 뒤늦게 술잔을 기울였더니, 바로 차질이 생기네요. 해량하시고, 본문에 언급한 대로 ‘신기비결’의 내용에 대해서 부기 하오니 참조해주시기 바랍니다. 늘 즐겁고 행복한 날 되시길 기원하면서..........!
<늘 임들의 성원에 감격하는 매검향이>
신기비결[神器秘訣]
1603년에 한효순(韓孝純)이 편찬한 병서(兵書).
내용: 1권 1책. 활자본. 화약병기에 대한 장방법(裝放法)과 제가병법(諸家兵法)을 해설한 책이다.
편저자의 발문을 보면, “삼강군(三江郡)에 가정(嘉靖) 44년(1565)에 인간(印刊)한 총통식(銃筒式) 한 편이 있으나, 누가 지은 것인지 모르며, 그 해설이 간략하고 서술이 매우 조루(粗陋)하다.
더욱이 각종 화기의 사용에 필요한 화약 및 화약선(火藥線)의 분량이며 탄자(彈子)의 다소와 총창(銃鎗)의 장방법 및 군졸이 이를 연습(練習)하는 법이 모두 상세하지 않다.
그러므로 항오지사(行伍之士:병졸)가 어찌 그 용법을 알아 그 묘미를 터득할 수 있겠는가. 이에 내가 총통식에 약간의 첨삭을 가하고 아울러 ≪기효신서 紀効新書≫에 소재되어 있는 화기론을 첨가하여 신기비결이라고 이름한다.
그러나 장령(將領)으로서 병을 알지 못하면 비록 병기가 갖추어져 있어도 승패에 도움을 주지 못하므로, ≪황태공병법 黃太公兵法≫ 21장과 ≪손자병법≫ 13장, ≪위료병법6 尉繚兵法≫ 17장, ≪척계광병법 戚繼光兵法≫ 53장을 뽑아 다음에 부기한다.”라고 간행 목적을 밝히고 있다.
내용은 책머리에, 대포 1위와 조총 1문에 대하여 대표적인 예를 들어 각기 그 발사에 필요한 기본기구를 품목별로 소개하였다.
이어 천자총(天字銃)으로부터 지자(地字)·현자(玄字)·황자(黃字)·불랑기(佛狼機)·조총(鳥銃)·쌍안(雙眼)·백자(百字)·대승(大勝)·차승(次勝)·소승(小勝)·우자(宇字)·주자(宙字)·홍자(洪字)·황자(荒字)·일자(日字)·영자(盈字)·측자총(昃字銃)에 이르기까지 모두 18개종에 이르는 총통(銃筒)마다 각기 발사시에 소용되는 화약의 용량, 화약선의 구분과 치수, 탄환의 종류와 용량 등을 밝혔다.
또한 총가(銃歌)라는 제하에는, 먼저 총을 깨끗이 손질하는 세총(洗銃)을 비롯하여 화약선의 삽입, 화약·복지(覆紙)·송자(送子)·목마(木馬:檄木)·송자·연자(鉛子) 등 약 10여 단계에 이르는 장전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였다.
다음에는 대포·불랑기·조총에 대한 습법(習法)을 설명하였으며, 이어 신기해(神器解)·조총해(鳥銃解)·단기장용해(短器長用解)의 설명으로 각 화기의 유래와 특징을 해설하였다.
이어 교화기(校火器)·수화기(收火器)·찰유실(察遺失)·계손폐(稽損廢)·사군기(査軍器)·청화기(請火器)·계총수(戒銃手) 징허총(徵虛銃) 등을 ≪기효신서≫에서 인용·해설하였으며, 그 다음에는 제가병법, 즉 황태공병법·손자병법·위료자병법·척계광병법 등을 뽑아 부기하였다.
이와 같은 내용으로 보아, 이 책은 우리나라 유일의 화약병기 장방법에 관한 해설 병서라고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저자는 같은 해 진설(陣說) 전 1권 1책을 저술하기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