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6 회: To be or not to b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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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튿날.
이진은 이날이 문안을 여쭙는 날이므로, 새벽부터 난리를 쳐서 자신이 구한 구황작물 중 고구마를 삶게 하고, 땅콩을 볶도록 했다. 이 당시의 감자는 지금과 같이 맛이 없었으므로 배제했다.
아무튼 이날 이진은 부인은 물론 그동안 혼례를 치른 광해 내외와 함께 특별히 어느 날부터 데리고 다니던 검술의 대가 김체건은 물론 비복들을 앞세워 문안인사 차 궁궐로 들어갔다. 그 시각이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왕의 경연이 끝날 무렵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경연이 길어지는지 평소보다 이연의 이들 접견 시간이 늦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진이 광해에게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물었다.
“후는 매일 따로 부왕께 문안인사를 여쭙는가 보지?”
“듣기로 점수를 따기 위함인지 기침하자마자 문후 여쭈는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흐흠.........! 그렇단 말이지. 하긴 그게 정상적인 예법이기도 하지. 우리 같이 게으른 자식들 말고는.”
이진의 자조적인 웃음에 광해도 난처한 웃음으로 얼버무렸다. 이때 경연이 끝났는지 신하들이 먼저 나오고 곧 이연의 부름이 있었다. 이들 내외가 사정전 안으로 드니 오늘따라 매우 기분이 별로인지 선조 이연이 이들을 찌푸린 얼굴로 맞았다.
“강녕하시옵니까? 아바마마!”
이구동성으로 문안을 여쭙는 아들과 며느리들을 지그시 바라보던 이연이 물었다.
“요즘 공부는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
“네, 아바마마!”
이진과 광해의 대답에 이연이 시큰둥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진이 부인의 손에 들렸던 보따리에 싸인 찬합을 들고 몇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 말했다.
“아바마마, 소자가 일찍이 말한 바 있던 구황작물이라는 것으로, 그 중에 고구마와 땅콩이라는 것이옵니다.”
“그래? 어디 보자.”
선조 이연이 호기심으로 눈을 반짝이자, 이진은 재빨리 보따리를 풀어 두 개의 찬합에 가득 담겨있는 고구마와 땅콩을 부왕의 앞으로 밀었다.
“소자가 먼저 맛을 보겠사옵니다.”
혹시 의심을 할까봐 먼저 선수를 치는 이진이었다. 실제로 이진은 고구마 하나를 집어 서슴없이 먼저 한 입 베어 물고, 고소한 땅콩마자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지밀상궁이 역시 맛을 보았다. 원래 식사시간 같으면 기미상궁이 해야 할 일이나 평소 측근에 있던 지밀상궁이 이를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달고, 이것은 아주 고소합니다. 전하!”
“그래? 먹을 만하더냐?”
“네, 주상 전하!”
비로소 맛을 보기 시작한 선조 이연의 입이 곧 헤벌죽 벌어지며 말했다.
“정말 맛이 좋구나! 하나는 달고 하나는 정말 고소해! 이것들의 이름이 뭐라고?”
“각각 고구마와 땅콩이라 하옵니다.”
“이 고구마라는 것은 맛도 좋지만 제대로 먹으면 한 끼 식사로도 충분하겠어. 그렇지만 이 땅콩은 좀.........”
“고구마는 평 하신대로 이옵고, 땅콩이라는 작물은 많이 먹지 않아도 포만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너무 많이 먹으면 기름기가 없는 백성들은 설사를 하게 되니, 많이 먹는 것은 금해야 할 줄 아옵니다. 또 특이하게도 이 작물은 모래밭이나 거친 토양에서도 잘 자라므로 황폐한 땅에 심어 소출을 올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 아닌가 합니다.”
“그래? 아주 좋은 현상이로구나!”
“제가 우선 시험 재배를 하고 있으니, 많이 생산되면 원하는 사람부터 먼저 보급을 시키고자 합니다.”
“그 뜻이 매우 갸륵하다. 하하하........! 이제야 과인의 장자가 철이 나는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좋은데?”
“황공하옵니다. 아바마마!”
“그래. 이만 됐다. 이는 여기에 놔두고 가거라. 내 인 빈에게도 맛을 보여줄 참이야.”
“뜻대로 하시옵소서. 소자 이만 물러가옵니다.”
“그래, 그래!”
곧 편전을 물러난 두 부부는 곧 왕비 박 씨를 찾아갔다. 이곳에서도 미리 준비한 다른 찬합을 풀어헤치니 왕비 박 씨는 임해 이진의 백성들을 생각하는 마음과 효심에 아주 즐거워하며 이진을 극찬해 마지않았다.
사실 인빈 김 씨는 물론 다른 비빈들마저 왕자들의 생산을 더해, 왕의 총애를 모두 빼앗아간 요즈음, 왕비 박 씨의 크나큰 즐거움은 지성으로 극진히 모시는, 임해의 문안을 받는 날이 가장 즐거웠다. 아무튼 기분 좋게 궁궐을 물러나온 이진 은 곧 그날 밤, 미리 연통을 넣어 개똥이를 자신의 거처로 불러들였다.
이 진이 따라 준 술을 한 잔 비운 김개시가 홍조 도는 얼굴로 눈을 내리깔자 이진이 지나가는 어투로 가볍게 물었다.
“아바마가 잘 드시는 음식이 무엇이지?”
“초조반으로 내놓는 타락죽(駝酪粥)을 매우 좋아하십니다.”
“타락죽?”
“소에서 짜낸 젖에 쌀을 섞어 쑨 죽으로, 여기에 잣과 대추마저 곁들이면 고소한 게 아주 맛이 일품이옵니다.”
“흐흠.......! 좋군!”
혼자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인 이진은 곧 함께 서너 순배의 술을 더 들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개똥아!”
“네, 군 마마님!”
“나는 네게 무엇이지?”
“곧 하늘이시옵니다.”
“말 한 번 잘 했다. 내가 실제 조선의 하늘이 되고 싶은데 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당연하시옵니다. 천녀 군 마마님께옵서 그렇게 되도록 적극 돕겠사옵니다. 아고, 살살.........”
“후후후........!”
이진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을 입에 물고 그녀의 답변에 아주 만족해하며 더 열심히 애무를 했다.
“아고고, 군 마마님! 천비 도저히 못 참겠사옵니다.”
“내게 불만은 없더냐?”
“곧 죽어도 없사오나, 방사도중 아기씨를 밖으로 토해내는 것은........”
“너와 내가 함께 당장 죽을 일이 있다더냐?”
“호호호........! 알면서도 괜한 투정을 한 번 했사옵니다. 어머! 거긴........ 너무 좋사옵니다. 군 마마님!”
이진이 어느 순간 그녀의 하체에 얼굴을 묻고 작업(?)을 하자 개똥이는 요란하게 요분질을 치며 언제부터인가 이를 즐기고 있었다.
“엎드려 보아라!”
“네, 군마마님!”
아마 첫날부터 이리라. 첫날부터 후위 자세를 취한 둘인지라 이제는 아무 거리낌 없이 이진의 요구에 응하는 개똥이었다.
“헉!”
곧 개똥이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풍만한 궁둥이를 더욱 치켜들었다.
“너무 높다. 조금 내려라.”
“네, 마마님! 아고.......!”
점점 대담해진 그녀는 요즘 거리낌 없이 기성을 발하며 행위를 즐기고 있었다. 이진의 익숙한 노질에 곧 개똥은 감창을 하며 온 몸을 떨기 시작했다.
“아고고, 천비 죽사옵니다!”
“그냥 죽으면 되겠느냐? 중대한 일을 앞에 두고서.”
“네?”
“내가 시키는 일이면 무엇이든 하렸다?”
“여부가 있사옵니까? 천비가 몇 번을 태어난들 어찌 군 마마님의 총애를 입을 수 있겠사옵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됐다. 내 곧 중대한 일을 시킬 터이니, 어김없이 행해야 할 것이야.”
“명만 내리시옵소서! 아고고, 천녀 더 이상은 못 참사옵니다. 아고고........ 아악....... 아악......!”
즐거움에 연신 엉덩이를 흔들던 그녀의 하체가 점점 바닥으로 처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진은 전혀 사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천천히 그녀의 몸에서 자신의 몸을 떼어내고 있었다. 이후 이진은 그녀를 끌어안고 다정한 음성으로 밀계를 내렸다.
* * *
다음 날 이진은 영의정 노수신의 집을 찾아갔다. 그러나 몸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만남을 거절하는 바람에 이진은 가지고 갔던 선물만 노복 편에 전해주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어 이진은 다음 날은 좌의정의 집을 찾아갔으나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임해의 인망이 어떠했는지 더욱 잘 알게 된 날들이었다. 이진으로서는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지금 가던 길을 멈추면 위태로울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밤이 길이 길면 꿈도 많다는 말이 그에게 딱 부합되는 처지였기 때문에, 일을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더욱 결심을 굳건히 하고 이를 악무는 이진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칠일 후.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지만 허준이 말린 복어 독을 구해 이진에게 넘겼다. 이진은 또 이를 개똥이를 불러 그녀의 손에 넘겨주었다.
그리고 아예 자신과 광해가 문안을 여쭙는 날로 거사 일을 정해 못 박았다. 그날이 곧 삼일 후였다. 이진은 만약에 대비해 한양 내에 있는 검계 소 두령 아홉 명도 거사 전 날, 모두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였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간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이진은 소세를 마치자 자신의 방을 서성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거듭 중얼거리는 이진의 얼굴은 초조한 표정에 신열에 들뜬 사람 같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지 이진은 곧 책상다리를 하고 명상을 하며 평상심을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한편 궐내에서는 지금 그 시각 숨 가쁘게 일이 진행되고 있었다. 좀 시간을 거슬러 올라 오전 4시가 조금 지난 인시 정(寅時 正) 일각 경이었다. 수부수와 소세를 듭신 선조 이연에게 관례대로 수라간에서 초조반이 올라왔다.
곧 오늘의 초조반으로는 무리죽과 타락죽이 함께 올라와 있었다. 곧 관례에 따라 기미 상궁이 시식을 했다.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이 발견되자 선조 이연은 맛있게 타락죽 한 그릇을 다 비웠다.
그리고 일각 후.
갑자기 선조 이연이 말도 제대로 못하고 가슴을 부여잡고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경연장을 빠져나왔다.
“전하!”
“전하!”
깜작 놀란 수행상궁은 물론 경연에 임했던 신하들이 소리쳐 불렀으나 여전히 가슴을 부여잡고 침소 쪽을 가리키는 선조 이연이었다.
“뭐 하고 있는가? 빨리 어의들을 부르지 않고!”
“네, 네. 대감!”
부제학 윤 선각이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김 상선에게 호통을 쳤다.
대답과 함께 김 상선이 직접 어의를 급히 수행상궁 중의 하나를 내의원으로 보내는 사이 선조 이연은 채 세 평도 안 되는 사정전 자신의 침소에 누웠다. 그러나 그의 병세는 점점 나빠졌다. 호흡이 곤란한지 가슴을 부여잡고 버버거렸으나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시간은 점차 흐르고 약 일각이 지나서야 어의들이 일제히 달려왔다. 태의 양예수를 비롯하여 김응탁, 이명원, 정예남, 허준 등 당대의 명의들이 우르르 몰려온 것이다. 곧 찰진과 진맥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병명을 쉽게 잡아낼 수 없었다. 호흡곤란 증세와 심통이 있는 것은 알겠으나 그 원인을 잡아낼 수는 없었다. 어의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허준은 일의 전말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무슨 말을 하겠는가?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선조 이연의 더욱 괴로워하며 심통을 하소연 하고 있었다.
“곽란에 의한 심장마비가 아닌가 하오.”
태의 양예수의 말에 가타부타 말이 없는 나머지 어의들이었다.
오늘 같은 날은 괜히 입 한 번 잘못 놀렸다가는 유배정도가 아니라 사형을 당할 수도 있으므로 몸을 사리고 있는 네 어의였다. 모든 책임을 도맡은 양예수가 곧 선조의 몸 곳곳에 시침을 했으나 큰 차도는 없었다.
아니 시간이 흐르자 점점 더 병세가 위중해졌다. 이 모양을 지켜보고 있던 부제학 윤 선각은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했는지 오늘 당직을 섰던 동부승지 황섬에게 왕자들과 삼정승을 부르도록 권했다.
이때 여인들은 부르지 않는 것이 관례였다. 주상의 병세가 삼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여인이 곁에 있으면 유언이 날조될 우려가 있으므로 왕자들과 삼정승만 부르도록 한 윤선각의 선택은 옳은 행위였다.
아무튼 황망히 고개를 끄덕인 황섬이 달려 나가고 이연의 병세는 시시각각 위독해지고 있었다. 어의들 또한 낯빛이 창백해지는 가운데 태의 양예수가 수라간에 일러 오늘 초조반으로 드신 그릇을 가져오도록 했다.
그러나 벌써 그릇은 깨끗이 닦인 뒤이고 타락죽을 드셨다는 기미상궁의 보고만 들어야 했다. 이렇게 속절없이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이진의 집에도 기별이 당도했다.
“대궐에서 위장(衛將)이 나와 군 마마님을 뵙기를 청하옵니다.”
덕삼의 보고에 이진은 곧 ‘올 것이 왔구나!’ 내심 중얼거리며 그를 안으로 들이도록 했다.
“군 마마님! 곧 입궐하라는 전교가 계셨습니다.”
“궐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이오? 새벽부터 무슨 일로 부르신단 말이오?”
“들어가 보시면 알 일이옵니다.”
대답을 회피한 채 입궐만 재촉하는 위장이었다.
“좋소! 들어갑시다.”
이진은 눈짓으로 송익필과 김체건에 함께 갈 것을 종용하였다.
“군 마마님! 혼자 들어가셔야 하옵니다.”
“무슨 소리요? 내 심부름할 사람과 말고삐 잡을 사람은 있어야 할 것 아니오.”
잠시 망설이던 위장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 더 이상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에 이진은 아예 덕삼까지 포함하여 3인을 데리고 대궐로 향하였다.
곧 사정전 근처에 이르니 밤새 번을 섰던 부장 위장들이 사정전 전체를 빙 둘러싼 채 삼엄한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비로소 위장이 속삭이듯 말했다.
“주상 전하의 환우가 심각하시옵니다.”
“뭐라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은 이진이 갑자기 다리가 풀린 양 주저앉았다.
“군 마마님! 이럴수록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옵소서.”
이진은 곧 못이기는 체 위장과 덕삼의 부축을 받으며 사정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니 언제 왔는지 신성군과 정원군이 보이고 부제학 윤선각 등 경연에 참가했던 여러 대신들이 보였다.
그러나 아직 광해와 삼정승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진이 망연한 걸음으로 주춤주춤 이연의 곁으로 걸어가는데, 어의 김응탁이 맥없이 맥을 짚고 있고, 태의 양예수는 촉광례라 해서 코에 솜을 갖다 대어 숨을 쉬고 있는지 아닌지, 선조 이연의 승하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다.
선조 이연의 명이 경각에 닿아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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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늘 즐거운 날들 되세요!^^